Chapter 02_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가지
_가치 없이 가치를 평가하지 않으려면
8. 우리는 소유한 것의 가치를 과대평가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시장에서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상품의 가치를 동일하게 평가한다. 이때의 가치는 효용과 기회비용의 함수로 결정된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거래에서는 매물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사고자 하는 사람보다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어떤 것을 소유한다는 조건은 그 소유가 어떻게 이뤄졌는가와 전혀 무관하게 소유자로 하여금 소유물을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왜 그럴까? 이른바 ‘소유효과 endowment effect’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에 보다 높은 가치를 매기는 현상을 최초로 입증한 사람은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엘렌 랭어 Ellen Langer이고, 그후 리처드 탈러가 이 개념을 한층 넓게 확장했다.
[1] 소유효과의 기본적인 개념은 어떤 물건의 가치를 현재 소유자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며, 따라서 그는 이것을 팔고자 할 때 사려는 사람이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가격보다 높게 매긴다는 것이다.
소유효과를 검증하는 실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팔려는 사람은 사려는 사람이 생각하는 가격의 약 두 배나 되는 가격을 부른다고 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매도가격을 최대화하고 매수가격을 최소화하려는 욕망은 완벽하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정교한 실험은 소유자들이 실제로 자기 소유물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매기고, 잠재적인 매수자는 동일한 물건의 가치가 그것밖에 안된다고 생각해서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와 같은 과대평가 효과는 뭔가를 소유한 사람들로 하여금 소유물의 긍정적인 측면에 더 많이 집중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소유물을 평가할 때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온갖 정서적 이득이 그저 자기만의 느낌일 뿐을 잊어버린다.
우리는 소유물을 어떻게 소유하는가?
소유의식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고 또 실제로 나타난다. 어떤 것을 소유함으로써 특정 감정을 추가로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거기에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다.
노력은 소유의 감정, 즉 자기 스스로 어떤 것을 창조했다는 감정을 가져다준다.
굳이 많은 부분에 기여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실질적인 기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노력과 소유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을 만드는 과정이 어려울수록 그 과정에 참여했다는 느낌이 강렬해지고, 그것을 향한 애정이 한층 더 커진다.
[2] 마이클 노튼, 대니얼 모톤 Daniel Mochon 그리고 댄은 이 현상에 이케아 효과 IKEA effect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케아 가구 하나를 조립하는데 어떤 노력이 들어가는지 생각해보자.
매장에 가서 가구를 사와서 조립을 해야한다. 재미있어 보이긴 하지만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지시사항을 겨우겨우 해독하기가 무섭게, 꼭 필요한 조립도구가 보이지 않아서 이케아 노동자가 조립세트를 잘못 챙겼다고 생각한 순간 내 엉덩이 밑에 그 도구가 깔려있었고.. 이러저러해서 마침내 야호! 가구가 완성되었다.
이 모든 일을 마치고 나면 강한 애착을 느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것은 ‘우리’ 물건이다. ‘우리’가 해냈다. 우리는 돈 몇 푼 때문에 이 물건을 내다팔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케아 효과이다.
누구든 아무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어떤 물건을 임의로 ‘소유’하게 될 수도 있다.
[3] 지브 칼몬 Ziv Carmon과 댄이 듀크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 실험을 통해 두 사람은 추첨으로 농구경기 입장권을 따낸 학생들은 그 입장권에 다른 학생들이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을 매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심지어 똑같은 날 똑같은 경기, 똑같은 경험을 제공하여 실질적 가치가 동일한 경기임에도 그랬다.
당첨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그 입장권의 실질적 가치를 높게 평가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그들이 그저 입장권을 갖고 있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일뿐.
[4] 코넬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맥락의 다른 실험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머그컵을 공짜로 받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그 머그컵의 가치를 두 배로 평가했다.
이는 머그컵을 받은 학생들이 소유의식을 매우 빠르고도 임의적으로 느꼈고 그래서 실제보다 높은 가치를 매겼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형상의 물건에서는 흔히 소유효과가 나타난다. 사람들은 그것을 자기가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가치를 보다 높게 평가한다.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머그컵이 왜 그렇게 인기 있는 실험 물품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오하이오주립대학교의 연구자들도 머그컵을 이용해서 직접적 접촉이 중요함을 입증했다.
[5] 머그컵을 손에 30초 이상 들고 있었던 피실험자 집단은 10초 이하로 들고 있었거나 전혀 만지지 않았던 피실험자 집단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그 머그컵을 사겠다고 대답했다.
단 30초 만에 높은 수준의 소유 의식이 형성된 것이다.
‘가상소유권 virtual ownership’이라는 심리적 경험도 있다. 어떤 것을 온전하게 사지 않고도 충분한 정도의 소유의식 혹은 미각과 촉각을 누리는 것을 말하는데, 시험적인 사용과는 다르다. 말 그대로 그것을 실제로 소유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베이 경매에서 미키마우스 시계에 입찰한다고 상상해보자. 경매는 막바지에 다다랐고 우리 응찰가가 현재로서는 가장 높다. 이 상태에서 우리는 아직 그 물건의 소유자가 아니다. 아직 경매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읻.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마치 그 물건을 이미 낙찰받은 것처럼, 즉 그 물건의 주인인 것처럼 느낀다. 그러다가 마지막 순간에 다른 사람이 더 높은 가격을 불러 물건을 가로채면 분노가 일어난다. 바로 가상소유권에서 이런 분노가 비롯된다. 우리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았지만 소유했던 것처럼 느끼며, 그 과정에서 미키마우스 시계의 가치를 점점 더 높게 평가한다.
성공한 광고 카피라이터들은 어떤 점에서 보면 마술사나 마찬가지다. 이들은 잠재적인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이 이미 그 문제의 제품을 소유한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사람들은 이미 멋진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다고 느끼며, 가종과 함께 아름다운 섬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느낀다. 이는 실질적인 소유가 아니다. 그저 가상의 소유일 뿐이다. 광고의 환상이 우리를 제품과 연결해준다. 정신적 접촉이 잠재적 소비자에게 소유의식을 생성시키고 이 감정은 상ㅍㅁ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기 위해서 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당신이 잃어버린 것 속에 있다
소유효과는 이른바 ‘손실회피 loss aversion’와 깊은 관련이 있다.
[6] 이 원리는 원래는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처음 제기했는데
사람들이 얻는 것과 잃는 것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한다는 것이 기본개념이다.
즉, 동일한 양의 고통과 즐거움이 있을 때 보통음 즐거움보다 고통을 더 강하게 느낀다. 그런데 이 차이가 결코 작지 않다. 무려 약 두 배나 된다.
다른 말로 하면, 10달러를 잃을 때 느끼는 고통 강도가 10달러를 얻을 때 느끼는 즐거움 강도의 두 배이다.
손실회피는 소유효과와 나란히 손을 잡고 작동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 이런 심리가 작동하는 이유는 부분적으로 자기 것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역으로 자기가 가진 것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그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다.
손실회피는 잠재적인 이득보다 잠재적 손실을 더 중요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냉정한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다. 손실과 이득은 방향만 정반대일 뿐, 비중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기대효용에 의거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마땅하며 거대하면서도 냉정한 슈퍼컴퓨터처럼 생각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이다. (물론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는 긍정적으로 냉정한 슈퍼컴퓨터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당신은 손실회피 따위의 제물이 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다음 두 질문에 어떤 반응이 떠오르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1. 당신은 현재 수입의 80퍼센트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2. 당신은 현재 수입의 20퍼센트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
이 두 질문은 수학적, 경제학적으로 동일하고 따라서 대답 역시 동일해야 마땅하다.
[7] 그런데 사람들은 두 번째 질문보다 첫 번째 질문에 더 많이 ‘그렇다’고 대답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두 번째 질문은 손실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있듯, 손실의 무게는 이득의 무게보다 무겁다.
이득에 초점을 맞출지, 손실에 초점을 맞출지 하는 질문 프레임을 설정하는 문제는 병원에서 환자의 목숨을 놓고 결정해야 하는 경우에도 제기될 수 있다.
위중한 상태의 환자를 놓고 의사가 위험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지 말지 가족에게 결정하도록 할 때, 의사가 제시하는 의사결정 프레임에 따라 가족의 대답이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연구자들이 확인한 바다.
[8] 즉 의사가 ‘80퍼센트의 사망 가능성이 있다’처럼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출 때보다 ‘20퍼센트의 생존 가능성이 있다’처럼 긍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면서 의사결정을 요구할 때 환자 가족은 성공확률이 희박한 무모한 도박을 더 많이 택한다.
댄은 실험을 하면서 피실험자들에게 각자 자기 연봉이 6만 달러라고 상상하라고 했다. 그러고는 그 회사가 직원이 연봉의 10퍼센트 범위 안에서 퇴직연금을 들면 회사가 그 액수만큼 보태준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6만 달러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돈은 아니다. 실험 결과, 연봉의 10퍼센트라는 최고한도액을 꽉 채워서 퇴직연금을 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아주 조금만 떼어내 적립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회사에서 공짜로 주겠다는 지원금을 마다한다.
그런데 이 실험의 조건을 살짝 바꿔서 다른 피실험자 집단에게 회사가 매달 월초에 500달러씩을 직원의 퇴직연금 계정에 입금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하기만 하면 직원은 이 돈을 자기 돈으로 가질 수 있는데, 다만 조건이 하나 붙는다고 했다. 그 돈을 가지려면 회사가 지원하는 금액만큼 자기도 퇴직연금에 적립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예를 들어, 직원이 한 달에 500달러씩 그 계정에 적립하면 그는 전체 1,000달러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직원이 100달러만 적립하면 회사에서 입금한 500달러 중 400달러는 다시 회사의 계정으로 빠져나가버린다. 그리고 직원은 회사로부터 공짜로 받을수도 있었던 특정 금액이 자신의 퇴직연금 계정에서 빠져나갔다는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
이렇게 하자 손실이 뚜렷하게 부각됐다. 당연히 피실험자들 사이에서는 손실회피 심리가 촉발됐고, 퇴직연금 불입액을 신속하게 최대한도로 늘렸다.
손실회피를 이해하고 나면 그리고 많은 것들이 이득이나 손실이라는 프레임으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온전하게 이해하기만 하면 우리는 어쩌면 퇴직연금 불입금액을 얼마로 할지와 같은 여러 선택의 프레임을 새로 짤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자신에게 보다 유리한 행동을 하도록 스스로를 설득하는 쪽으로 말이다.
손실회피는 장기적인 차원의 위험을 측정하는 우리의 능력을 무디게 만들기도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면 주식투자는 채권투자보다 수익률이 훨씬 더 높다. 그러나 단기간만 놓고 보면 고통스러운 손실을 동반하는 짧은 구간들이 수도 없이 이어진다.
손실회피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을 단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보다 큰 위험을 감수해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9] 실제로 슐로모 베나치 Shlomo Benertzi와 리처드 탈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손실회피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단기수익률을 바라볼 때보다 장기수익률을 바라볼 때 봉급생활자들이 퇴직금을 주식에 더 기꺼이 투자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손실회피는 이 외에도 다른 투자 관련 문제를 많이 야기할 수 있다.
[10] 일반적인 차원에서 말하자면, 손실회피는 상승하는 종목을 (그때까지 확보한 이득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너무 빨리 팔아치우게 만들고 하락하는 종목을 (손실을 현금화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너무 늦게까지 붙들고 있게 만든다.
단기적 손실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한 가지 해결책은 위험성이 높은 주식투자를 피하고 채원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거나 비록 0에 가깝긴 하지만 확실한 이자를 보장해주는 적금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손실을 느끼지 않겠지만 은퇴시기에 가서는 손실을 느끼게 된다.
우리 두 저자가 선호하는 투자 접근법이 있는데, 바로 자신이 한 투자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다. 일정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작은 규모의 가격 등락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사람이라면 장기적인 의사결정을 딱 한 번만 하고 끝내버리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잠깐!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다!
통신사는 사용자가 여러 개의 작은 손실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모든 것을 하나의 커다란 요금으로 뭉뚱그려서 청구한다. 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거래인가! 사용자가 단 한 번의 손실만을 느끼면서 여러 가지 소중한 이득을 얻으니 말이다.
통신사의 이런 접근법은 ‘손실 합치기 aggregating losses 및 이득 분리하기 aggregating gains’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단 한 번의 고통스러운 손실만 안겨주면서 여러 가지 즐거운 이득을 가져다준다.
당신은 나의 소유권을 매몰시켰다
이득보다 손실을 강조하고 자기 소유물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인간의 통상적인 심리적 경향은 매몰비용 sunk cost와 결합할 때 한층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어떤 것에 이미 투자했을 때는 그 투자금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이때 이미 투자된 이 비용을 매몰비용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미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 거기에 계속 투자하려 한다. 달리 표현하면, 이미 투자한 것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약간의 희망적인 생각을 보태가면서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들이붓는다.
자 당신이 자동차 제조회사의 CEO인데 비용이 1얼 달러가 들어가는 신차 개발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치자. 그런데 이미 비용의 90퍼센트를 투자했는데 경쟁사에서 개발하고있는 자동차보다 연비가 더 좋고 가격도 낮으며 환경적으로도 더 바람직한 자동차를 거의 완성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나머지 1,000달러를 투자해 프로젝트를 완성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1,000달러를 아낄 것인가?
자 똑같은 상황을 한번 더 상상해보자. 이번에는 당신이 아직 1달러의 돈도 투자하지 않았고 전체 개발비는 1,000만 달러밖에 안된다. 그런데 당신이 이 프로젝트에 착수하려는 참에 경쟁사가 당신이 개발하려는 모델보다 여러 가지 점에서 우수한 모델의 설계를 이미 완료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그렇다면 당신은 1,000만 달러를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프로젝트를 포기할 것인가?
이 두 가지 상황은 지금 시점에서 1,000만 달러를 투자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확하게 동일하다. 그러나 첫 번째 경우에는 이미 투자한 9,000만 달러를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기가 어렵다. 첫 번째 경우에는 대부분 투자를 이어나간다. 두 번째 경우에는 대부분 프로젝트를 포기한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두 상황에 같은 의사결정을 내리겠지만, 실제로 그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매몰비용은 인생이라는 장부에서 영원히 손실로 기재될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자신이 영원히 짊어져야 할 비용이며 결코 지워버릴 수 없는 비용이다. 매몰비용을 생각할 때, 금액과 함께 들어간 희망과 꿈 그리고 그 모든 선택과 노력도 함께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매몰비용이 한층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댄은 참가자들이 100달러짜리 지폐를 경매 방식으로 매입하는 게임을 통해 매몰비용의 개념을 보다 분명하게 입증했다. 이 게임에는 네 가지 규칙이 있었다
규칙 1 : 응찰 가격은 5달러에서 시작한다.
규칙 2 : 호가는 한 번에 5달러씩 늘려간다.
규칙 3 :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은 그 돈을 내고 100달러짜리 지폐를 가져간다.
규칙 4 :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 역시 자신이 제시한 금액의 돈을 내놓되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
이 게임이 진행되자 입찰액은 50달러 그리고 55달러까지 올라갔다. 55달러에 낙찰되면 댄이 돈을 벌게 된다.(55달러를 부른 사람이 55달러를 내고 100달러짜리 지폐를 가져가지만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인 50달러를 부른 사람이 50달러를 내놓기 때문에 결국 5달러가 남는다.) 그러고 어떤 시점에서 누군가가 85달러를 부르고 또 누군가는 90달러를 부른다.
이 시점에서 댄은 게임을 멈추고서,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이 90달러를 내고 100달러를 가져가니 10달러를 벌 수 있고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인 85달러를 부른 사람은 85달러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러고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에게 95달러를 부를지 묻는다. 그는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조금 전에 90달러를 부른 사람 역시 당연히 100달러를 부른다.
그런데 게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시 95달러를 부른 사람에게 105달러를 부를지 묻는다. 물론 그 사람이 포기하면 95달러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응찰액이 100달러를 넘어서면 이제 손해볼 것이 뻔하다. 이 경우에 손해액은 계속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점 불어난다. 이렇게 해서 어느 순간 한 사람이 이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를 깨닫고 중도에 포기할 때까지 계속 상대방보다 5달러 더 높은 금액을 부르게 된다.
[11] 할 아르케스 Hal Arkes와 캐서린 블루머 Catherine Blumer는 매몰비용을 똑똑하게 생각하지 않는 또 다른 방식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피실험자들에게 100달러짜리 스키 여행상품에 이미 돈을 지불했다고 가정하라고 했다(이 실험은 1985년에 진행됐다). 그런 다음 또 다른 스키 여행상품을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줬다. 피실험자들이 이미 돈을 지불했다고 가정한 여행보다 모든 점에서 좋고, 게다가 비용이 50달러밖에 하지 않는 상품이다. 그러고는 피실험자들에게 이 여행상품도 샀다고 상상하라고 말했다. 그 후 이 두 여행의 일정이 겹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지 물었다.
그런데 피실험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1. 100달러짜리 상품이 50달러짜리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떨어지고
2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이미 150달러를 지출했음에도
100달러짜리 상품을 선택했다.
요지는 이렇다. 인생의 많은 측면에서, 자신이 과거에 어떤 투자를 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걸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성적인 세상에서라면 사전에 투자한 금액의 규모는 현재의 행동 결정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또한 만약 이 사전 투자가 실패로 끝났다면 그건 이미 ‘매몰비용’이다. 그 돈은 이미 날아가고 없다. 미래가치 예측이 더 중요하고 더 필요하다. 때로는 미래를 바라보기만 해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미래를 소유하라
소유가 관점을 바꿔놓는다. 우리는 자신의 소유 수준에 적응하며, 소유는 이득과 손실을 판단하는 기준선이 된다.
소유의 함정을 극복하려면 소유물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스스로를 그것과 심리적으로 떼어놓아야 한다.
물론 말로 하긴 쉽지만 실천하기는 훨씬 어렵다. 특히 감정과 시간과 돈을 자기 인생과 소유물에 투영할 때는 더욱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