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2_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가지
_가치 없이 가치를 평가하지 않으려면
12.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들
[1] 2014년에 미국 성인 인구의 거의 3분의 1은 은퇴를 대비하는 저축을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었다. 또한 은퇴시기를 가까운 미래에 두고 있는 인구(50~54세인구)의 거의 4분의 1도 마찬가지였다.
즉, 미국에서 생산가능인구 중 4,000만 명이 은퇴 이후에 쓸 자산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2] 더 나아가, 설령 그런 자산이 있는 사람들이라 해도 은퇴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지나칠 정도로낮게 상정하고 있다.
[3] 또 다른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30퍼센트는 은퇴를 대비한 저축을 너무 소홀히 한 바람에 그 돈을 마련하려면 80세까지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4] 또 어떤 흥미로운 연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재무설계사 가운데 46퍼센트가 본인의 은퇴설계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행운을 빌어야 할 세상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은퇴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에 대한 이야기는 만족지연 delay gratification 및 자제력과 관련해서 사람들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강조한다.
우리는 무엇이 자신에게 좋은 선택인지 뻔히 잘 알면서도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다. 힘든 세상이다.
물론 만족지연과 자제력은 엄격하게 말하자면 돈의 심리학이 아니라 만족을 지연하고 스스로를 통제해서 돈을 관리하는 방식에 좋건 나쁘건 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능력의 심리학에 관련된 것이다. 우리는 늘 자제력 문제에 맞닥뜨린다.
지금의 선택과 미래의 선택
어째서 사람들은 자제력 때문에 그토록 많은 어려움을 겪을까?
월터 미셸 Walter Mischel은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에서, 네다섯 살 어린이들을 혼자 있게 하고 마시멜로 하나를 아이 앞에 놓아뒀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짧은 시간 동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으면 누군가 나타나 마시멜로를 하나 더 줄 거라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먹고싶은 충동을 제어하지 못했고, 결국 두 개의 마시멜로를 가질 기회를 날려버렸다.
내가 당신에게 초콜릿을 건네주고 “당신은 맛도 좋고 디자인도 예쁘며 귀한 초콜릿이 가득 담긴 상자를 한 주 뒤에 갖겠는가, 아니면 그 초콜릿의 절반을 지금 당장 갖겠는가?”라고 물으면 어떻게 답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머지 절반의 초콜릿을 차지하기 위해 한 주씩이나 더 기다릴 가치가 없다고 대답한다. 그래서 당장 갖는 쪽을 선택한다. 우리가 어른이라고 해서 마시멜로의 유혹에 넘어간 아이들과 다를게 없다.
그러나 잠깐! 만약 그 시험을 미래로 확 미룬다면 어떻게 달라질까?
과연 우리는 초콜릿이 절반만 든 상자를 1년 뒤에 갖겠는가, 아니면 가득 채워진 초콜릿 상자를 1년하고 한주 뒤에 갖겠는가?
이는 한 주 더 기다릴 가치가 있겠는가 하는 질문과 동일하다. 그런데 이 질문은 먼 미래로 미루는 식으로 제시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한 주 더 기다려서 초콜릿이 가득 든 상자를 받는 쪽을 선택한다. 1년이 지난 뒤에는 절반의 초콜릿을 추가로 받기 위해 다시 한 주를 기다리는 것이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아, 그렇다면 우리는 역시 어른답다고 할 수 있군!
지금의 선택과 미래의 선택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현재의 의사결정에는 감정이 개입되는 데 반해 미래의 판단에는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의사결정 과정에 감정을 개입시킬 때 일어나는 일이다. 미래에는 유혹이 먹히지 않지만 현재에는 먹힌다.
감정적 정의
미래의 자아와 정서적으로 멀찌감치 분리되도록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미래 자아가 너무도 엉성하게 규정돼 있다는 사실이다.
[5] 우리는 흔히 자기의 미래 자아가 현재 자아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상상한다.
우리는 미래자아 보다는 현재의 필요성과 욕망을 훨씬 더 많이 이해하고 느끼며 또 강한 연결성을 느낀다.
하나의 마시멜로나 초콜릿이 절반만 든 상자라는 즉각적인 보상은 생생하고 두드러진 실체다. 알수 없는 미래의 어떤 것이라는 보상은 훨씬 덜 두드러지며 훨씬 덜 구체적이며 훨씬 덜 실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내리는 의사결정에 아주 작은 흠집밖에 내지 못한다. 실제적인 현재와 비교할 때 추상적인 미래와 감정적으로 연결되기란 한층 더 어렵다.
미래를 대비해서 저축하는 것은 현재에 대한 생각과 나중에 대한 생각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의 차이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 은퇴생활을 위해 저축을 하려면 미래 자아의 즐거움을 위해서 지금 당장의 현실적인 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자기로서는 도무지 연결성을 느낄 수 없고 또 때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미래 자아를 위해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젊고 지금도 당장 해야 할 게 많은데 늙어서 할 게 많은 미래의 자아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저축을 하려면 우선 멀고도 불확실한 미래의 가치를 평가해야 하며, 이 평가 내용에 따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 기분 좋게 느끼는 것을 선택하기란 쉽다. 나중에 지금처럼 좋은 기분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느끼기는 어렵다.
현재 시점에서의 소비가 주는 편익은 늘, 미래의 소비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는 것의 비용보다 크다. 이와 관련해서는 오스카 와일드도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말했다.
[6] “나는 다른 것들에는 다 저항할 수 있어도 유혹에만큼은 저항할 수 없다.”
끊이지 않는 유혹의 늪
사람들은 대부분 의지력으로 유혹을 이기려 한다.그러나 유혹은 끝없이 이어지고 인간의 의지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끝없는 유혹을 끝내 이겨내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이다.
여기서 잠깐, 운전 도중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행동을 놓고 생각해보자.
운전 도중에 휴대전화를 열었다가는 어찌어찌해서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갑자기 매우 높아진 사실은 모든 사람이 다 안다. 이런 행동은 자기 목숨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위험하게 만드는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도 다 안다. 그 누구도 그게 현명한 선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계속 그 짓을 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어리석을까? 만족을 유예시키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 운전 도중 메시지를 확인한다고 해서 반드시 죽지 않는다는 불확실성 그리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는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 같은 감정적인 요인 때문이다. 이런 요인이 하나로 합쳐져서 가치 등식을 왜곡한다.
자제력을 발휘하려면 현재의 유혹을 인지하고 이해해야 할 뿐 아니라 이 유혹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지도 필요하다. 그리고 의시력은 기본적으로 노력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우리는 의지력을 온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 힘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저축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의지력이 약하다는 증거 중 하나다. 그러나 저축하는 데는 단지 의지력뿐만 아니라 그 이상이 필요하다. 저축을 하려면 먼저 저축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이 전략에서 벗아나도록 자신을 유혹하는 감정이 실제로 존재함을 인정해야 하고, 그다음에는 모퉁이마다 붙어 서서 우리를 기다리는 그 숱한 유혹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력을 겉으로 드러내야 한다.
우리의 의지력을 꺾는 것들
흥분 arousal(각성)이라는 인간적인 현상은 모든 사람이 다 안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과학을 빙자해서’ 이것을 연구하기까지 했다. 댄이 실제로 그랬다.
[7] 그는 2006년에 조지 로웬스타인과 함께, 남자들은 성적으로 흥분하면 평소에는 혐오스럽다거나 부도덕하다고 여기던 행동을 하게 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주제에 관련된 또 다른 논문은 남자들은 흥분 상태에서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더 많이 내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8] 이 논문의 제목은 <비키니는 시점 간 선택 intertemporal choice (보상을 받는 시점에 따라서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개념)> 인데, 왜냐하면 ‘이것은 연구기금을 매우 훌륭하게 사용하는 방법이자 내게 주어진 시간을 가장 잘 보내는 방법처럼 보인다’라는 제목은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흥분 외에도 자제력 상실 경향을 증가시키는 공통적인 요인으로는 술, 피로, 주의산만 등이 있다.
비이성적 행동을 야기하는 자제력 부족
물론 자제력 문제는 가치평가와 관련해서 앞서 살펴봤던 다른 문제들과 외따로 떨어져서 작동하지는 않는다.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제력은 그런 문제들을 증폭시킨다.
앞에서 상대성을 설명하자면 <나는 왜 과식하는가>의 저자 브라이언 완싱크와 그가 실험에 동원했던 그릇, 즉 끊임없이 수프가 보충되는 그릇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우리가 자제력이 없다면 우리는 배가 터질때까지 계속 먹을 것이다.
지불의 고통도 자제력에 어떤 시사점을 제시한다. 지불의 고통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가 갖고 있는 선택권을 의식하게 만든다. 지불의 고통 때문에 선택권은 두드러져 보이고, 이것은 사람들이 자제력의 달인이 되도록 돕는다.
반면에 지불의 고통을 줄여주는 도구나 장치들은 사람들의 자제력에 합선을 초래해서 유혹에 보다 쉽고 빠르게 굴복하게 만든다.
자제력 부족은,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비이성적인 행동을 부추긴다.
자제력을 유지하기 위한 투쟁은, 채소로만 구성된 식사를 힘겹게 마친 뒤에 사치스러운 온갖 디저트가 담긴 디저트 카트를 맞이하는 것과도 같다.
좋은 소식은 우리가 손을 놓은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런 문제들 중 몇몇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자기 행동에 대해, 자기가 직면하는 시련이나 과제에 대해 그리고 형편없는 선택을 이끄는 자신의 재정적 환경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배우면 된다. 또한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어줄, 즉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장기적 이익에 유리하도록 돈을 쓰는 것을 생각하는 데 유용한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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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게 번 돈
프로운동 선수들은 엄청나게 많은 돈을 단기간에 번다. 이들은 또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단기간에 써버리며, 또 대게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파산하고 만다.
[9] NFL 미식축구 선수들 가운데 약 16퍼센트는 은퇴 후 12년 안에 파산하고 만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평균 약 320만 달러나 벌었음에도 말이다.
[10] 한 논문에 따르면 은퇴하고 몇 년 지나지 않아서 ‘돈 문제로 쪼들리는’ NFL 선수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데, 그 비율이 무려 78퍼센트나 된다고 한다. 그리고 NBA 농구 선수들의 약 60퍼센트는 경기장을 떠난 뒤 5년 안에 재정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11] 비슷한 사례인데, 복권 당첨자는 엄청난 당첨금을 받지만 이들 중 약 70퍼센트가 3년 안에 파산한다.
누군가가 엄청나게 큰 금액을 벌 때, 혹은 그런 돈이 손에 들어올 때 그 돈은 자기통제의 어려움을 심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