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3_부의 감각을 키우는 법
_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돈 쓰기의 기술
15. 공짜도 가격이다
공짜도 가격임을 명심해라. 공짜는 사람들의 주의력을 불균형적으로 사로잡는 가격이다.
속담도 있지 않은가.
“세상에 공짜 도움말 같은 건 없다.”
그렇다, 이 15장은 출판사에 한 페이지라는 비용을 발생시킨다.
16. 미래를 위해 자제력을 발휘하라
자제력은 돈에 대한 관념을 바로잡고자 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문제다. 돈 문제와 관련된 의사결정과 자신 사이에 놓인 수많은 내부적, 외부적 장애물을 말끔하게 관리한다 해도, 자제력이 부족하면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에 넘어질 수 있다. 가치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해도, 자제력이 없다면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만다는 뜻이다.
자제력 부족은 미래의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기 때문에 또 의지력이 약해서 현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남을 명심해라. 그렇다면 어떻게 자제력을 키울 수 있을까?
미래와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유혹에 저항하면 된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과제이다.
미래로 돌아가라
[1] 사람들은 미래의 자아를 자기와 동떨어진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저축이 자신이 아닌 낯선 이에게 돈을 주는 행위쯤으로 여긴다.
이 문제에 대한 처방은 미래 자아와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할 허시필드 Hal Hershfield는 인간이 갖고 있는 이 결점을 극복할 온갖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서 그가 얻은 결론은 강력한 발상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2]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서 미래의 자아를 보다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또 친근하게 상상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현재의 자기보다 나이를 더 많이 먹은 자아와 대화를 할 수도 있다. 혹은 미래의 자아에게 편지를 쓸 수도 있다. 그 나이대의 자신이 구체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 바라는 것, 커다란 기쁨을 느끼는 것,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볼 수도 있다.
자기와의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지만, 또한 우리는 미애릐 자아와 감정적으로 친숙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미래의 자아를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만들수록 그 자아에 그만큼 더 친숙해지며, 따라서 우리는 미래의 자아가 갖게 될 관심하에 더 많이 관심을 기울이고 또 그를 위해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정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달력의 특정한 날짜를 지정할 때 사람들은 미래의 자신을 보다 구체적으로 받아들인다. ‘20년 뒤’가 아니라 ‘2037년 10월 18일’이라고 할 때 은퇴 이후를 대비하는 저축을 더 많이하게 된다는 말이다.
[3] 이 같은 아주 간단한 변화만으로도 미래를 한층 더 생생하고 구체적이며 실제적이고 친숙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연금적금을 담당하는 인사부 직원이나 재무 상담사들이 사람들에게 저축을 많이 하라고 권장할 때 더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는 또한 현재의 자아를 미래의 자아와 실질적으로 연결해주는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다.
[4] 컴퓨터로 생성된 늙은 자아와 대면할 때 사람들은 보다 많은 돈을 저축한다.
이때 우리는 미래의 늙은 자아와 연결된다. 그러고 연민의 감정을 느끼며 그 사람의 생활을 조금이라고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미래의 나’인이 사람에게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각성이라는 결과이다.
이러한 발상이 공상과학 영화 속의 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효과가 매우 강력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래의 늙은 자아와 가상의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라 실제로 가까이에서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묶는 법
돈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때, 우리는 현재와 미래의 자아가 우리의 장기적인 이익에 더 부합하는 행동을 하도록 온갖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구속력 있는 자제력 협약을 이용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른바 율리시즈 약정 Ulysses contracts 이다.
율리시즈와 사이렌 Siren 이야기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율리시즈는 그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사이렌의 유혹 앞에서 자제력을 유지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율리시즈는 부하들에게 자신을 돛대에 묶으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부하들에게는 귀를 밀랍으로 막으라고 명령했다. 부하들이 풀어달라는 자신의 명령을 듣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 계획이 통했다. 율리시즈와 부하들과 배는 무사히 죽음의 바다를 건넜다.
율리시즈 약정은 미래의 유혹에 장벽으로 작용할 일종의 협약이다.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를 박탈해서 스스로에게 어떤 선택권도 주지 않는 것이다.
율리시즈 약정을 따른다는 것은 신용카드의 한도를 미리 조정한다거나 선불카드만을 사용한다거나 호근 모든 종류의 카드를 폐기하고 오로지 현금만 사용한다는 듯이다. 또한 전혀 어울리지 않는 401(k)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것도 포함된다.
401(k) 퇴직연금이라는 율리시즈 약정은 비이성적이지만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다.
장기저축에서 가장 이성적인 접근법은 월말까지 기다렸다가 청구된 금액과 그 밖의 여러 비용을 살펴 얼마를 저축하면 어려움 없이 다음 봉금까지 살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월말 전략을 따를 때 우리는 저축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얼마를 갖고 있어야 할지 모르지만 일정 금액을 무조건 떼러 미리 저축부터하는 비이성적인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401(k) 퇴직연금은 확실히 이상적인 전략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중요한 사실은 이 접근법은 단 한번의 의사결정에 의존하며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에 자동으로 가입하게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가입 상태서 해지하려면 따로 작정하고 추가적인 행동을 취해야 하므로 이 역시 현명한 방법이다.
율리시즈 약정을 저축에 적용하면 정말 효과가 크다.
[5] 나바 아슈라프 Nava Ashraf와 딘 카란 Dean Karlan 그리고 웨슬리 인 Wesley Yin은 자기 계좌에서 저축액이 자동으로 빠져나가도록 설정한 피실험자 집단의 저축액이 1년 만에 81퍼센트나 늘어나더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미래에 발생하는 봉급 인상분의 일부분을 자동으로 따로 뗴놓는 실험을 했다. 즉, 피실험자들에게 미래의 봉급 인상분 가운데 일부를 자동으로 떼서 저축하겠다는 동의를 받아낸 것이다. 그들의 현재 수입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고, 나중에는 봉급 인상분까지 계속 받았다. 비록 그 조치에 동의함에 따라서 봉급 인상분이 아주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말이다. 이런 조치 역시 저축액을 늘리는 데 효과가 있었다.
[6]이는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심리적인 결점(현상유지 편향 status quo bias 그리고 아무것도 바꾸지 않겠다는 바람)을 이용해서 자제력 부족이라는 또 다른 결점을 극복하는 하나의 위대한 사례이다.
귀표 찍기 earmarking(약정하기, 어떤 금액을 어떤 용도로 쓰겠다고 미리 표시해두는 것)는 저축을 하기로 미리 다짐하고 저축 계획을 꾸준하게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다.
귀표 찍기는 저축을 하겠다고 귀표를 찍은 돈을 저축 이외의 다른 용도로, 특히 애초에 계획하지 않았던 곳에 쓰지 않도록 막아준다. 방법은 다양하다. 급여 명세서에 아예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별도의 계정에 넣을 수도 있고, 혹은 한 주에 한 번씩 그 주에 쓸 수 있는 돈을 별도의 선불카드에 넣을 수도 있다.
우리는 또한 자연의 가장 위대한 도구인 죄의식 같은 것을 이용해 자기 자신을 심리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7] 딜럽 소먼 Dilip Soman과 아마르 치마 Amar Cheema는 연구를 통해 자기 아이들의 이름을 귀표로 붙인 돈은 사람들이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체보상, 자기를 대접하는 방식
자제력과 관련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대체보상 reward substituation’을 동원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에 주어질 보상의 가치를 이보다 작은 보상의 가치보다 작게 평가하는 경향을 극복해야 한다. 미래 보상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우리의 무능함을 우회해버리면 어떨까? 즉 미래의 보상을 다른 종류의 현재의 보상으로 대체하면 어떨까? 이렇게 하면 자제력이 한층 더 커지지 않을까?
만일 사람들에게 이성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들에게 대체보상을 제공한다면, 지출을 보다 현명하게 하고 더 자주 저축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8] 미국의 어떤 주 정부는 저축을 하는 사람들에게 ‘복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런 유도정책을 펼치고 있다.
저축할 때마다 추가로 얼마간의 돈을 받을 수 있는 작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복권을 기반으로 한 저축정책은 효과가 있다. 대체보상의 또 다른 사례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