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_경제학에서 행복 연구의 주요 발전
Chapter 04_실업은 행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1. 개인적 실업
자발적 실업인가 비자발적 실업인가
새고전파 거시경제학은 사람들이 실업에 따른 소득의 손실과 늘어난 여가 및 더 나은 일자리 획득 가능성을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한다는 견해를 개진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노동의 공급을 줄이거나 늘리는 것과 관련해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된다. 이들은 실업자가 된다고 해서 효용의 손실을 겪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새케인즈학파 거시경제학 등 다른 이론들은 유연한 노동시장이라는 낙관적인 관점을 공유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효용의 손실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손실은 실업 수당에 의해 어느 정도 경감될 수는 있을 것이다. 행복에 관한 경제적 연구는 이 두 견해 중 어느 쪽이 더 현실에 근접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보완적인 방법을 제공한다.
행복 연구를 통해 발견한 성과
주관적 안녕감에 관한 보고서들은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경험하는 효용수준을 식별할 수 있게 해 준다.
[1] (Di Tella, MacCulloch, & Oswald, 2003) 1975년부터 1992년까지 유럽 12개 국가를 대상으로 4점 척도를 사용해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 유럽지표조사 자료를 토대로 (소득이나 교육과 같은) 행복에 관한 다수의 기타 결정요인들을 통제한 결과, 디 텔라와 매컬러 그리고 오스왈드는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들의 행복이 고용 상태에 있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비해 ‘훨씬’ 낮다는 점을 발견했다. 실업자들이 경험한 주관적 안녕감의 손실은 1점(전혀 만족스럽지 않다)에서 4점(매우 만족스럽다)에 이르는 만족 척도 중 0.3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 (Clark & Oswald, 1994 p.655) 영국을 대상으로 신기원을 이룬 연구에서 클라크와 오스왈드는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실업은 이혼이나 별거 등을 포함한 다른 어떤 단일한 특성보다도 안녕감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3] (Clark et al., 2006)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실업은 평균적으로 여성보다 남성들에게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남성들은 실업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4] (Gerlach & Stephan, 1996) 독일에서는 50세 이상의 여성들의 경우 실업이 삶의 만족도를 낮추지 않았다.
[5] (Clark & Oswald, 1994)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실업에 따른 주관적 안녕감의 감소분이 더 컸다.
지금가지 언급한 결과는 모두 실업의 ‘순수’ 효과만을 거론한 것이고, 개인적 실업에 수반하는 소득의 손실이나 그 밖의 간접적 효과는 통제한 결과다.
[6] (Di Tella & MacCulloch, 2006) 실업수당의 효과는 이러한 맥락에서 고려될 필요가 있다.
흔히 실업수당은 개인의 안녕감에 상반되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실업수당이 늘어날수록 실업 기간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한편으로 실업수당은 일을 할 수 없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물질적 손실을 줄여주는 측면도 있다. 최근 유럽 국가들의 높은 실업률은 실업수당이 근로 의욖을 줄인 결과로 보는 시각은 이러한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7] (Di Tella, MacCulloch & Oswald, 2003) 그러나 유럽에서는 1975년부터 1992년의 기간 동안 실업수당이 늘어났음에도 실업자들과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 사이의 행복 격차가 좁혀지지않았다.
이는 정부의 물질적 지원이 실업에 대한 책임 있는 해법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업자들의 낮은 주관적 안녕감을 소득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거나 선천적으로 행복감을 덜 느끼는 사람들의 자기 선택 때문이라는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면 실업은 비금전적 비용과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행복의 감소는 대체로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요인들로 설명할 수 있다.
– 심리적 비용들
실업은 불안과 우울을 낳고, 자존감과 개인적 통제 능력도 떨어뜨린다.
[8] (Goldsmith, Veum & Darity, 1996) 많은 연구에 따르면 실업자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열악한 건강상태에 놓인다.
그 결과 그들은 사망률도 높고 자살을 할 위험도 더 크다.
[9] (Ruhm, 2000) 1972년부터 1991년까지 미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실업률이 1% 포인트 상승할 경우 자살률이 1.3%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치가 제출되었다.
게다가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음주량을 늘리는 경향도 있다. 개인적 관계에서 긴장도가 더 높았고 처음 해고당한 사람들의 경우 이러한 심리적 비용이 훨씬 높았다. 반면 실업 경험이 있던 사람들은 고통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10] (Clark, Georgellis & Sanfey, 2001; Lucas, Clark, Georgellis & Diener, 2004) 이러한 결과는 실업이 왜 지속되는지를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해 준다.
– 사회적 규범
[11] (Stutzer & Lalive, 2004) 실업자들의 주관적 안녕감과 관련해 사회적 규범이 담당하는 역할은 스투처와 라리브에 의해 분석되었다.
문헌에 따르면, 사회적 규범이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위라고 공유되는 믿음의 규칙들로 요약될 수 있다. 실업자가 된 사람들은 노동을 해야된다는 규범과 타인에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규범에 순응하라는 내적 압력을 느끼게 된다. 노동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안녕감에 미치는 효과는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정권이 보장된다면, 현실적인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그들의 근로규범도 어느 정도는 반영되게 마련이다. 실업자에게 제공하는 수당의 수준을 놓고 1997년 스위스에서 벌인 국민투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12] (Bohnet & Fery, 1994; Fery, 1994)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사회적 의제를 공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다.
[13] (Cotter et al., 1995) p.99 이 그림은 스위스 내 26개 주의 투표결과와 코터 등에 의해 수행된 개인들의 근로 가치관에 관한 설문조사 응답을 비교하고 있다.
사회적 근로규범의 강도를 측정하는 두 척도들 사이의 상관계수는 0.55였다. 즉 여러 주에 걸쳐 사회적 근로규범의 강도를 측정하는 이들 두 척도 사이에는 정(+)의 강한 상관관계가 존재했던 것이다.
사회적 근로규범이 실업자의 안녕감에 미치는 효과를 보여주는 경험적 결과들을 <표 4.1>에 제시되었다. 종속변수에 주관적 안녕감에 관한 순위 정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가중순위 프로빗 모형에 기초한 계량경제학적 분석을 행했다. 예를 들어, 피용자에서 실업자로 전락할 경우 9 또는 10의 주관적 안녕감을 진술하는 사람들의 확률이 34.9%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를 보면, 사람들이 강력한 사회적 근로규범을 공유할수록, 노동이 삶의 만족도에 더욱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사회에서 실업수당 감축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높을수록 그 속에서 실업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는 (고용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 비해) 낮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실업자들의 안녕감과 관련해 사회적 규범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견해와 일치한다.
표 4.1 피용자 및 실업자의 삶의 만족과 사회적 근로규범의 역할, 1997년 스위스 |
||
종속변수 : 삶의 만족(1~10), 가중순위 프로빗 추정. 분산은 화이트 추정량(White estimator) 사용. 괄오 한의 z 값은 125개의 커뮤니티 군집에 대해 조정된 견고표준오차에 기초. 한계적 효과는 1 표준편차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더미변수의 경우에는 0에서 1로의 변화로 표현. 사회적 규범의 강도 = 실업수당의 축소를 선호하는 유권자 비율. 유의수준 (*) 0.1 > p > 0.05, * 0.05 > p > 0.01, **p<0.01 |
||
|
가중순위 프로빗 |
한계효과 (9 ~ 10점) |
사회적 근로규범 강도(%/10) |
0.011(*) (1.96) |
4.75 |
실업상태 (U) |
-1.214** (-6.26) |
-34.91 |
사회적 근로규범 강도 X U |
-0.045** (-3.03) |
-19.89 |
실업 지속 기간(년) |
-0.275** (-2.90) |
-3.14 |
개인적 특성 |
Yes |
|
커뮤니티 숫자 |
125 |
|
응답자 숫자 |
1,397 |
|
피용자, 자연로그값 |
-2,358,83 |
|
출처 : Stutzer & Lalive, 2004 원자료 : Leu, Burri & Priester, 1997, 스위스 시협회(각 연도), 스위스연방통계청 데이터 서비스 |
행복 연구는 실업이 개인의 안녕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점과 관련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14] (Clark & Oswald, 1994) 실업자들은 자신의 운명에 적응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불행감을 덜 느끼게 된다.
이와 관련해, 실업자들은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느 정도로 회복하는가에 관한 좀 더 심층적 연구가 앞으로 필요하다. 또한 실업자들이 어떠한 조건 아래, 그리고 어느 정도로 남과 비교하고 불행감을 줄일 것인가와 같은 맥락적 효과에 관한 철저한 검토도 요구된다.
[15] (Lyubomirsky, Sheldon & schkade, 2005) 우리는 실업자가 될 때의 최초 충격으로부터 회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관해 더욱 잘 알게 될수록 ‘행복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가(sustainable happiness’에 관해서도 더 나은 이해를 갖게 될 것이다.
2. 국민경제 차원에서의 실업
[16] (Di Tella, MacCulloch & Oswald, 2003) 1972년부터 1991년의 기간 동안 유럽 12개국을 대상으로 한 디 텔라, 매컬러 그리고 오스왈드의 연구에 따르면, 다른 모든 요인을 일정하게 통제한 상황에서 국민경제 전체의 실업률만 (유럽 평균인) 9%로부터 10%로 상승할 경우 4점 척도하에 진술된 삶의 만족도가 0.028점 줄어들었는데, 이는 대단히 큰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즉 실업률이 약간만 상승해도 전체 인구의 2%를 넘는 사람들이 삶의 만족도를 한 단계 낮추는 것 같은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의 중요한 상호작용은 준거집단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 속에서 자신의 소득을 평가한다.
[17] (Lalive, 2005)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이다.
실업이 동시에 많은 사람을 엄습한다면, 낙인(stigma)이나 사회적 비난(social disapproval)은 확실히 덜할 것이다.
[18] (Clark, 2003) 동료의 고용 상태를 준거집단으로 사용하거나 그것이 어려울 경우 거주 지역의 고용 상태를 준거집단으로 사용함으로써, 1991년부터 1996년 사이의 영국 자료를 대상으로 이러한 유형의 행복함수를 설정했던 적이 있다.
다른 선행연구와 마찬가지로 실업자들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현실에 대한 불만이 더 컸고, 전체 실업률이 높을수록 행복을 낮췄다. 반면, 동료나 같은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경우 고통을 실제로 덜 느꼈다. 경제 전체 실업률을 준거로 해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준거집단은 사람들이 자신의 실업으로 얾나 고통을 겪는지를 보일 때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인들이다.
[19] (Falk & Knell, 2004) 그러나 사람들이 기준으로 삼는 집단들은 외생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는 그들에 의해 선택되는 측면도 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경향이 있다.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20] (Kraft, 2001) 그리고 한쪽 배우자가 실업 상태에 놓일 경우 결혼이나 동거가 깨질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모든 경우, 준거집단의 정의는 노동시장에서 당사자가 어떠한 지위에 있는가에 따라 조정이 이뤄진다. 따라서 행복에 관한 인과관계의 경우, 준거집단의 선택이 실업의 가치평가를 결정한다고 일의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