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_경제학에서 행복 연구의 주요 발전
Chapter 05_인플레이션과 불평등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
1. 인플레이션
이론경제학에서는 일반 물가수준 상승(인플레이션)의 사회적 비용을 논의할 때 흔히 예상된 인플레이션과 예상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의 차이를 주목한다.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경우 큰 비용 없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가격 상승에 따라 발생하는 후생손실은 화폐수요곡선 아래의 면적을 계산하여 구할 수 있다. 이는 통화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안녕감을 감소시킴으로써 비용을 유발할 것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1] (Fischer 1981; Lucas, 1981) 이러한 방법에 따라 계산하면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10%라면 국민소득은 0.3~0.45%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매우 작기 때문에 실업 증가와 실질소득 감소를 유발하는 반인플레이션 정책의 효용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암묵적 결론을 얻게 된다.
상당수의 경제학자들은 위와 같은 결론에 대해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사람들은 가격이 안정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합리적으로 행동하므로 가격 안정이야말로 건전한 경제를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상당히 다르게 체감하고 있다.
[2] (Shiller, 1997) 미국, 독일, 브라질에 대한 광범위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경제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인플레이션의 영향과 상당히 다른 측면에 주목한다.
즉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자신들의 경상소득수준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애써 눈감으려한다는 것이다. 긍정적 효과는 도외시하고 부정적인 영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경제학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일반인들의 몇 가지 다른 관심들을 추가적으로 밝히고 있다. 하나는 인플레이션이 불공평하고 부정직한 방법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악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플레이션이 사회의 도덕적 기반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행복에 관한 연구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이 스스로 보고하는 안녕감 수준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상당한 수준만큼 하락시킨다.
[3] (Di Tella, MacCulloch & Oswald, 2001) 주목할 만한 것은 1971~1991년 동안 유럽 12개국 자료를 분석한 디 텔라, 매컬러와 오스왈드의 연구다.
이 자료에서 평균 인플레이션율은 연 7.5%였다. 이들은 4점 만점으로 구성된 설문을 통해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다(1점)’,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2점)’ 등 항목을 설정하고 기수적인 평균 만족수준을 계산했다.
개인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실업률이 주어져 있다면, 인플레이션율이 1% 포인트 상승할 때, 평균적인 행복수준은 0.01 단위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율이 5% 상승하는 경우, 주관적 안녕감 수준은 0.05 단위 하락할 것이다. 이정도의 효과라면 아주 크지는 않지만 매우 의미 있는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4] (Di Tella, MacCulloch & Oswald, 2001; Wolfers, 2003) 실업률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자료를 위의 결과와 연결시키면 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의 상충 관계를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연구 질문은 “실업률 1% 포인스 상슬을 감내하기 위해 평균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을 얼마나 줄여야 할까?” 하는 것이다.
결과는 실업률 1% 포인트 증가는 인플레이션율 1.7% 포인트 감소와 맞먹는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실업률이 5% 포인트 상승한다면 인플레이션율이 8.5% 포인트 하락해야 사람들의 행복수준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불행 지수Misery Index’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을 단순 합계함으로써 두 변수에 같은 비중을 두고 계산하는데, 이는 앞의 연구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실업률의 비중을 인플레이션율의 비중보다 낮게 평가함으로써 상충 관계를 왜곡된 형태로 묘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2. 불평등
[5] (Deaton, 2005)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시장의 소득분배 결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다.
[6] (Alesina & La Ferrara, 2005) 이에 따라 소득분배에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존재한다.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요구의 결과 정부가 광범위한 형태의 재분배 정책을 쓰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20세에 들어오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19세기 말 경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정부가 이전하는 소득은 GDP의 1%에도 못 미쳤다. 20세기에 이르자 이는 미국의 경우 GDP의 14% 정도 유럽의 경우 22%에 달하게 된다.
[7] (Tanzi & Schuknecht, 2000) 이러한 차이는 유럽이 미국보다 정부에 의한 이전소득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8] (Di Tella & MacCulloch, 1996) 마찬가지로 유럽사람들은, 노르웨이 사람들을 제외하고, 미국인들에 비해 실업급여를 더 많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9] (Alesina, Di Tella & MacCulloch, 2004; Alesina & Glaeser, 2004) 소득 불평등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과 유럽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지니계수로, 행복수준은 유럽지표조사 자료와 미국 일반사회조사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유럽 사람들은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매우 싫어하는 것으로 밝혀진 반면 미국에서는 주별 소득 불평등도와 행복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10] (Alesina, Di Tella & MacCulloch, 2004) 알레시나, 디 텔라와 매컬러는 이 결과를 부자인이 가난한 사람인지,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좌파/우파인지에 따라 두가지 차원으로 나눠 분석했다.
유럽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소득 불평등으로 행복수준이 손상되는 데 비해 부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조차 불평등으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았다
자신을 좌파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은 불평등에 대해 매우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반면, 우파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러한 효과는 미국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부자이자 좌파인 사람만이 불평등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유럽사람만이 불평등으로 인해 행복수준이 저하되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효과가 미국에서 나타나지 않는 것은 사회 계급의 상향 이동성이 좀 더 크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11] (Alesina, Glaeser & Sacerdote, 2001) 재미있는 것은 미국 사람들 중 60%가 가난한 사람들은 불운해서가 아니라 노력을 하지 않아서 가난한 것이라고 믿는 반면, 유럽 사람들은 26%만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이동성의 정도가 유럽보다 미국에서 크다는 속설이 사실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12] (Atkinson, Bourgignon & Morrison, 1992) 자료의 부정확성 때문에 뚜렷한 결론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득 불평등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이 변수와 고나련 있는 여타 변수들이 미치는 다양한 효과 때문에 복잡한 분석을 필요로 한다. 예컨대, 소득 불평등은 건강과 소득의 관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3] (Helliwell, 2003) 소득불평등도가 낮아지면 건강이 좋아지고 소득수준이 증가하므로 행복을 증진시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