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_행복 연구에서 다루는 현실적인 문제들
Chapter 11_효용의 예측 실패
1. 효용의 예측 실패
사람들이 효용을 예측하는 데 실패한다는 기본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1] (Gui & Sugden, 2005을 볼 것) 개인들은 내재적 필요를 돌보는 소비에 대한 효용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 한다.
반면, 소득이나 지위 같은 소비와 관련된 특성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한다.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주관적 가치평가에 따름에도 불구하고, 상이한 선택지들을 고르는 과정에서 왜곡된 결정을 하고 결국 그렇지 않을 때 누릴 수 있는 것에 비해 낮은 수준의 효용만을 얻게 된다. 이때 사람들이 학습을 통해 사태를 개선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비교를 해야 하는 속성들의 특징이 시간에 걸쳐 변화하기 때문이다.
논의의 주된 주장은 다음의 네 측면으로 나뉠 수 있다.
내재적 속성과 외재적 속성
표준적인 경제학 이론에서는 소비되는 재화나 활동에 의해 제공되는 장래의 효용들을 개인들이 제대로 비교할 수 있다고 상정한다.
[2] (Lancaster, 1966; Becker 1965) 재화와 활동이 지니는 다양한 특성들은 구분하거나
[3] (Keene & Raiffa, 1976) 선택 대상들의 속성들을 비교하는 것은 유용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구별 짓기가 미래의효용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역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소비자 선택에 관한 표준적인 경제학 모형이 유용하다.
이 장에서 우리는 여러 가정들과 결별하고 각종 선택지들을 특징짓는 속성들을 두 개의 상이한 유형으로 구분할 것이다.
첫 번째 유형의 속성은 ‘내재적 요구’와 관련된 것들이다.
[4] (Deci & Ryan, 2000) 데시와 라이언이 제시한 자기결정의 심리적 이론은 이들 내재적 요구의 세 가지 주요 측면에 관한 포괄적 관점을 제공한다.
– ‘유대감’에 관한 요구 : 사람들은 사랑과 애정을 통해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을 느끼기를 원한다.
– ‘유능감’에 관한 요구 : 사람들은 환경을 통제하고 자신이 유능하고 실력있는 사람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 ‘자율’에 대한 욕구 :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을 책임지고 상황을 주고하는 경험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5] (Csikszentmihalyi, 1990) 내재적 요구의 속성들은 ‘몰입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으로 특징 지워진다. 이때 몰입 경험이란 사람들이 취미와 같은 어떤 활동에 완전히 흠뻑 빠져있을 떄 일어나는 현상이다.
재화나 활동의 두 번째 속성이 충족시키는 것은 ‘외재적 욕구’로서, 사람들이 물질적 재화를 획득하고 명성이나 지위 또는 명예를 얻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때 선택 집합 가운데 결정적 선택지 중 하나가 바로 소득이다. 대부분의 경우 고소득은 높은 수준의 물질적 생활을 누리기 위한 핵심적인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한 선택지는 내재적 요구와 외재적 요구를 지니는 속성을 동시에 지닌다. 어떤 재화와 활동들은 특정 성격을 더 강하게 띤다. 이 분석은 생리학적 요구의 충족은 고려하지 않으며 대신 자유재량적 용도에 이용되는 시간이나 소득을 통해 충족되는 요구에 집중한다.
이 분석의 핵심 주장은 사람들이 여러 선택지들을 놓고 의사결정을 할 때 외재적 속성이 내재적 속성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6] (Kahneman, Wakker & Sarin, 1997) 사람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효용은 쾌락적(hedonic)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예상했던 효용과 실제로 경험한 효용이라는 두 척도는 전통적인 의사결정 효용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개념이다. 의사결정 효용은 개인의 행동에서 비롯된 효용에만 주목함으로써 두 효용을 뒤섞어 버린다고 한다.
내재적 속성은 효용을 예측할 때 과소평가된다
재화나 활동의 내재적 속성으로부터 얻을 미래 효용이 외재적 속성으로부터 얻을 미래 효용에 비해 과소평가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주요 원인들이 구별되어야 한다.
– 적응은 과소평가된다 :
사람들은 자신의 장래 소비로부터 얼마나 많은 효용을 얻을것인지를 잘 예측하지 못한다. 정서적인 예측에 관한 연구를 보면, 사람들은 예를 들어 부정적 사건에 대한 자신의 대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현재 예측하는 것보다 장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훨씬 잘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내다보지 못한다.
적응(adaptation)과 관련해서는, 내재적 측면이 아니라 외재적 측면이 더 강하게 과소평가된다. 사람들은 내재적 요인이 강한 재화나 활동에 대해서는 적응을 늦게 하는데, 이는 매번 새로운 소비 행동을 함으로써 (긍정적인) 경험이 갱신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재화나 활동의 속성이 내재적인가 외재적인가에 따라 적응 효과가 달라진다는 주장은 최근의 경험적 연구에 의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내재적 요구의 충족을 방해하는 달갑지 않은 경험(만성 질환 같은 건강 문제와 같이)을 할 때는 사람들이 효용 평가에 손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7] (Easterlin, 2003)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응답하는 주관적 안녕감은 계속해서 악화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외재적 측면이 지배하는 재화나 활동의 경우에는 빠르게 적응한다는 경험적 증거들이 많다.
[8] (van Praag, 1993; Easterlin, 2001; Stutzer, 2004) 대표적인 사례가 소득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은 소득이 늘어나면 처음에는 효용 수준이 올라간다. 하지만 기분 좋은 효과도 약 1년 쯤 지나면 많은 부분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9] (van Herwaarden et al., 1977) 높은 소득으로 인해 늘어난 효용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60% 정도 사라져 버리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내재적 성격이 더 큰 재화나 활동의 경우에는 적응이 잘 이뤄지지 않는 반면, 외재적 성격이 더 큰 재화나 활동은 적응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증거는 많다. 이는 적응을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의 경우, 내재적 속성으로부터 미래에 얻을 효용을 예측할 때에 비해 외재적 속성으로부터 미래에 얻을 효용을 예측할 때 더 큰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 경험에 대한 기억은 왜곡된다 :
[10] (Robinson & Clore, 2002) 사람들은 과거의 특정 국면을 회상하거나 특수한 유형의 상황에서 일어나기 쉬운 감정을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의 판단에서 우선 순위를 지니는 것은 새롭게 제공되는 특별한 정보다.
[11] (Kahneman, 1999) 따라서 경험들 중 많이 기억되는 순간들이 감정의 회고적 판단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가장 강렬했던 순간(peak)과 가장 마지막 순간(end)에서의 감정적 사건들이 ‘더 기억할 만한 것들’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12] (Kahneman, 2003) 이러한 피크–엔드 규칙 또는 지속 시간 경시(duration neglect)는 수많은 실험을 통해 그 타당성이 확인되었다.
– 외재적 측면은 합리화하기 쉽다 :
[13] (Shafir et al., 1993) 사람들은 그들의 결정을 자신과 타인들에게 정당화하려는 강력한 충동을 가지고 있다.
[14] (Thaler, 1999) 소비가 낳는 효용에 관한 예상은 물론 흥정을 잘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이 그렇다.
사람들에게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 정서적인 영향에 맞서 합리적인 요인들을 고려하려는 전반적인 경향이 있다.
[15] (Hsee et al., 2003) 히시 등은 이를 ‘이유 기반 선택의 속류 합리주의 (reason-based choice lay rationalism)’라고 불렀다.
히시 등의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결정 과정에서 절대적인 경제적 보수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비경제적 요인들은 경기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16] (Wilson & Schooler, 1991) 또한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 이유들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도 사람들은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건들에 무게를 두었던 반면, 경험상 중요했던 측면들은 무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17] (Prelec & Herrnstein, 1991) 이와 유사하게 사람들의 선택은 원칙이나 규칙을 근거로 이뤄지며, 이러한 선택이 가져올 경험적 결과들을 기반으로 한 예측은 회파하는 경향도 확인되었다.
요컨대, 사람들은 예측된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지들의 다양한 속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장래의 효용을 낳을 원천에 관한 그릇된 설명들 :
[18] (Loewenstein & Schkade, 1999) 사람들은 무엇을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가에 관한 나름의 설명들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
[19] (Ross, 1989) 이 믿음들은 과거의 감정들이 재구성되도록 안내함으로써 이들을 현재의 자아 개념이나 신념과 양립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나름의 설명들은 앞에서 언급된 예측 실패의 세 가지 원천들과 상호작용한다.
[20] (Tatzel, 2002) 첫 번째는 행복에 이르는 경로에서 획득과 소유가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믿음이다.
[21] (Kasser & Ryan, 1996; Sirgy, 1997) 물질적이거나 외재적인 삶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은 내재석인 삶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주관적인 자존감과 삶의 만족도가 더 낮았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외재적 속성을 직관적으로 믿는 사람들일수록 효용을 잘못 예측하기가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 제도적 조건들 :
예측 실패와 관련해 내재적 속성과 외재적 속성이 가져오는 효과는 의사결정이 시장의 상호작용과 어느 정도 연관되어 있느냐에 달려있다. 사람들은 어떤 재화나 활동이 금전적 성격을 띠게 될수록 정상적인 경우에 비해 외재적 속성에 초점을 더 맞추게 된다.
[22] (Frey, 1997b; Frey & Osterloh, 2005; Osterloh & Frey, 2006) 대표적인 사례로는 성과보수제(pay for performance)의 도입을 들 수 있다. 이때 종업원들은 성과 중 보상에 적합한 측면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보수와 무관한 측면의 성과는 밀려나 버린다.
소비 영역에서 보자면, 광고는 일반적으로 외재적 측면에 집중되며 내재적 가치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데 있어서는 약한 경향을 보인다.
[23] (Kuttner 1997; Lane, 1991) ‘상업화 (commercialization)’가 어느 정도 일어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재화의 미래 효용을 잘못 예측하는 정도도 달라진다.
상업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내재적 특성보다 외재적 특성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실제 이상으로 믿도록 만드는 것이다.
유사한 접근들과 증거
– [24] (Loewenstein et al., 2003) 사람들이 새로운 상황에서의 적응을 과소평가한다는 점은 시간에 걸친 의사결정(intertemporal decision making)을 다룬 이론적 모형들에 의해 깔끔하게 소개되었다.
그러나 뢰벤스타인 등은 여러 재화들에 걸친 적응의 차이, 상이한 선택지들의 속성들 간에 걸친 적응의 차이, 사람들 간에 걸친 적응의 차이를 명시적으로 모형화하지는 않았다. 그 결과 의사결정의 불일치가 행동이나 안녕감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결과들이 이들 모형에서 충분히 분석되지는 못했다.
– 오늘날 ‘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이 왜곡되었다고 주장하는 연구들도 적지 않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고 삶의 다른 측면들은 경시하게끔 설득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25] (Schor, 1991) 이 명제는 대표적인 과로국가로 판명되었던 미국에서 특히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이러한 주장은 사람들이 외재적 속성이 강한 선택지에 지나치게 초점을 많이 맞추는 경향이 있다는 우리의 가설과 맥락을 같이한다.
– [26] (Frank, 1985a, 1999; Layard, 2005) 지위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competing for status)은 부(-)의 외부효과를 낳으며, 이로 인해 지위를 얻고 ‘위치재 positional goods’를 획득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노력이 지출된다.
이 경우 효용의 예측 실패는 소비에서의 위치 경쟁이 낳은 왜곡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 절차적 효용은 내적 요구와 연결된 것이다.
[27] (Frey, Benz & Stutzer, 2004; 10장) 특정한 과정으로부터 발생하는 효용은 유능감, 유대감 그리고 자율감에 기여하며, 따라서 재화나 활동의 내재적 속성과 긴밀히 연결된다.
절차적 효용의 원천은 의사결정할 때 과소평가되는 게 일반적이다.
[28] (Tyler et al., 1999) 이러한 인식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유리한 결과가 기대되는 제도들을 선호한다는 경험적 연구도 있다.
– [29] (Lebergott, 1993; Lane, 1991) 경제학의 오랜 전통에서는 사람들이 물질적 재화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반면 비물질적 편익을 제공하는 재화들은 경시한다고 믿는다.
[30] (Scitovsky, 1976) 시토프스키는 좀 더 중요하게 ‘자극’을 제공하는 재화에 비해 ‘안락재’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안락재란 부정적 효과로부터 보호해주는 방어적 활동들로, 급속한 생산성 증가를 통해 달성된 소비재들이 여기에 포함되며, 외재적 성격이 강하다. 반면 자극은 창조적 활동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러한 자극과 관련해서는 즐거움의 지속적 갱신이 강조되는데, 내재적 속성을 위해서는 이 점이 중요하다.
[31] (Stutzer & Frey, 2007a) 스투처와 프라이는 사람들의 통근 시간 결정에 관한 분석을 통해 효용의 예측 실패를 경험적으로 검증했다.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인 사람들은 그들이 보상을 받을 때에만 통근 시간을 늘릴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외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재화로부터 얻게 될 효용을 과대평가하는 게 사실이라면, 그들은 합리적 수준을 상회하는 통근 시간을 선택하고 더 낮은 효용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2. 학습 효과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이유
미래의 효용에 대한 예측 실패가 체계적으로 일어나더라도 사람들이 선택을 반복적으로 행하는 과정에서 신속하게 학습을 한다면 부정적인 경제적 효과는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문헌에 따르면, 학습은 대단히 복잡한 과정이다. 사람들은 다차원의 재화나 활동을 화폐 단위로 표현된 단일한 차원으로 압축할 수 있을 때만 학습이 가능하다. 표준적인 경제학 모형이 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다.
[32] (Robinson & Clore, 2002) 학습이 특히 방해받는 것은 에피소드에 관한 기억들이 너무 적어서 직관에 기초한 나름의 설명들에 주로 의존해야만 할 때이다.
이때, 기억된 효용과 예측된 효용은 결과적으로 유사해진다. 하지만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33] (Mitchell et al., 1997) 미첼 등은 이 현상을 세 개의 사례 연구를 통해 확인한 바 있는데, 이들은 유럽 여행, 추수감사절 휴가, 캘리포니아에서의 자전거 여행을 대상으로 사전에 예측한 즐거움, 도중에 경험한 즐거움, 나중에 기억해 낸 즐거움을 구분한다.
이때 참여자들은 여행을 통해 실제로 체험한 즐거움이 기대했던 것보다 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체험을 회상하면서 응답한 즐거움의 수준은 여행 이전에 예측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래의 소비가 낳는 효용에 관련해 예측 실패를 범하지 않으려면 일반적으로 정교한 학습 과정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특히 의사결정을 내릴 때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한번 더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34] (Argyris & Schon, 1978) 자신의 결정과 관련해 비판적인 자기점검과 같이 전반적인 가치평가를 해 보거나 ‘이중고리 학습 (double-loop learning)’에 의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정교한 학습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들며 오류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다. 이는 사람들이 짧은 기간 내 자신의 예측 실패를 완벽하게 교정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학습의 제한성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이나 다른 이들의 효용 예측 실패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외재적 속성에 비해 내재적 속성을 과소평가하는 결정을 여전히 계속해서 내린다.
사람들의 학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로 효용에 관한 예측 실패가 진화 과정에서 모종의 기능을 담당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35] (Rayo & Becker, 2007) 라요와 벸커는 인간의 효용함수가 유전적 복제의 성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모형화했는데, 그들의 모형은 사람들이 적응을 고려하지 않는 것을 (스스로 자초한 외부성이라며) 합리화한다.
그러나 이처럼 예측 실패를 내장한 효용함수도 오늘날의 세상에ㅓ는 경험된 효용과 사회적 성공을 위한 동기부여 사이의 최적 배합을 보장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3. 함의
사람들은 재화의 소비나 활동의 수행으로부터 얻게 될 장래의 효용을 예측하는 데 체계적으로 실패를 한다. 결국 사람들은 체계적인 예측 실패에 종속되지 않는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효용을 얻게 된다.
이러한 논의의 경험적 적용과 관련해서는 주관적 안녕감 관련 자료들을 가지고 개인의 통근 결정을 분석한 연구가 있다. 통근에 좀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응답한 삶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통근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 대가로 확보한 더 높은 소득, 더 나은 주거 환경, 너 낮은 주거비만으로는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행복에 관해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나름의 다양한 직관적 설명들을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기본적 가설의 타당성을 입증하려는 정교한 분석도 행해졌다. 외향적인 삶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효용을 잘못 예측할 가능성이 큰 이유에 대해서도 검토가 이뤄졌다. 삶의 목적이 외재적 가치 중심인 사람들은 포기된 가치에 대한 보상이 크지 않았으며, 통근과 관련한 삶의 만족도가 악화되었다.
자신을 위한 최선의 이익에 따르더라도 삶의 만족도가 악화된다는 발견은 좀 더 전통적인 ‘소비 비판(consumption critique)’과 우리의 분석을 갈라놓는 중요한 통찰이다. 전자에 따르면, 개인들은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지를 고를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데, 이때 사람들은 무엇이 ‘최선’인가를 외부의 선호에 따라 평가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