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_CHAPTER 10 : 반복되는 실수
연습하기와 지도받기는 우리가 무엇을 배우든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지식에는 체험을 통해 직접적으로 얻는 지식과 간접적으로 얻는 지식 두 가지만이 존재한다. 우리가 요리든, 무엇이든 어떤 과제를 숙달하기 위해서는 직접 연습해보아야 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들어야 한다.
이러한 원리를 모든 종류의 오류에까지 확장해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과 그러지 못하는 것을 직접 체험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을 찾는 과정에서 실수를 연발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음번의 사건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왜 기저귀를 떼는 방법을 배우듯 동일한 방식으로 이런 실수를 피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것일까?
1. 아주 드문 일들이 기억에 잘 남기 때문에 범하는 실수들
나이가 드는 것이 여러 면에서 좋다지만 정확히 어떤 점이 좋은지를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이따금 젊은이들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우리를 바라보며 우리가 쌓아온 풍부한 경험을 부러워한다. 그들은 우리의 경험을 부의 한 형태라고 생각하며, 풍부한 경험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해줄 것이라고 가정한다. 물론 가끔 그들의 말이 옳다. 그러나 숱한 경험의 소유자들도 반복해서 저지르는 실수가 셀 수 없이 많다. 대체 우리는 과거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우리의 상상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미래에 일어날 경우 어떻게 느낄지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잘못된 예측을 하기도 한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가정보다는 경험해 본 일이 있다면 이런 일들을 정확하게 예상하고 다음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피할 방법을 취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당연히 그래야 하고 우리는 어느 정도 그렇게 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경험에 대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앞서 여러 장에 걸쳐 보아왔듯 지난 경험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우리 뇌가 경험하는 아주 정교한 착각적 경험 중 하나다. 안타깝게도 기억의 편집기술은 정교한 만큼이나 오류도 많아서 때로는 과거를 잘못 회상하게 하거나 미래를 잘못 예측하게한다.
우리 마음 속에서 쉽게 떠오르는 것들은 실제로도 저 자주 접했던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그러나 부정확하게 가정하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한다. 이는 경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는 대부분 야크(중앙아시아의 소)를 탄 기억보다는 자전거를 탔던 기억을 마음속에 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과거에 야크보다 자전거를 더 많이 탔다는 올바른 결론을 내린다. 여기에는 전혀 오류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어떤 기억이 쉽게 떠오르는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요인은, 그 경험을 실제로 얼마나 자주 했는가 뿐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험이 희귀하고 이례적일 때 그 경험은 기억 속에서 쉽게 떠오르게 한다. 때문에 미국인은 2001년 9월 11일 아침 어디에 있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한다.
이처럼 드문 경험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쉽게 떠오른다는 점 때문에 몇가지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계산대의 줄은 고를 때마다 계산이 느린 줄을 고른 것 같고 옆줄로 옮기면 이전 줄이 더 빨리 줄어든 것 같다. 계산대의 줄과 관련한 경험은 줄을 바꾼 뒤 우리 뒤에 있던 남자가 먼저 계산을 하고 가고있거나 바꾼 줄에서 실랑이가 벌어졌거나 하는 경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실제로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기억될 만한 사건 때문에 우리는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생각하게 된다.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경험이 기억에 잘 남는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미래 경험을 예측할 때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미래의 우리 감정을 예측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우리는 그러한 기억이 빨리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은 그일이 흔해서가 아니라 그 상황이 우리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억을 이 마음속에 빨리 떠오르는 진짜 이유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일들이 실제보다 더 흔하게 발생한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된다.
흔하지 않은 이례적인 사건들을 잘 기억하는 습관은 우리로 하여금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하는 주범 중 하나다. 여행에서 한 순간 가장 즐거웠던 순간으로 기억에 자리잡게 되면 휴가를 떠올릴 때 이 순간이 즉시 떠오른다. 그러나 이 순간을 제외한 나머지 여행은 그저 그랬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다음 번 여행 계획을 짠다면, 내년에도 인산인해의 캠핑지를 또 가게 될 것이다. 대체 작년에 이런 여행을 하고도 왜 또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는지 스스로 의아해할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가장 좋거나 나쁜 순간이지 가장 흔한 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경험을 많이 했다고는 하지만, 젊은이가 존겨아는 만큼 노인이 경험해서 많은 것을 얻는 것은 아니다.
2.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고 믿는 착각
사람들은 무엇을 하든 처음이나 중간의 항목 보다는 맨 마지막에 있는 항목을 훨씬 더 잘 회상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이러한 경향성은 우리가 즐거움과 고통에 관한 경험을 되돌아 볼 때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한 연구에서는 한 집단은 60초동안 차가운 물에 담그고 있었고, 다른 집단은 처음 60초 동안 차가운 물에 담그고 뒤이은 30초는 차갑지 않은 물에 손을 담갔다.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경우가 더 고통스러웠을까? 참가자들의 실시간 평가를 보면 처음 60초는 동일하게 고통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60초 보다는 총 90초에서 더 많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중에 그 경험을 기억해보고 둘 가운데 어느 경우가 더 고통스러웠는지 물었을 때는 장기간 보다는 단기간이 훨신 더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이전 보다 조금 따뜻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덜 고통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기억은 결말 부분에서 큰 영향을 받는다. 이는 분명 합리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어떤 경험의 ‘즐거움의 합계’는 그 경험을 구성하는 순간의 양과 질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 참가자들은 경험의 양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합리적이라고 옹호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우리가 로데오 등에 올라타거나 멋진 배우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포즈를 취하는 것은 그 순간 경험 자체가 즐거워서가 아니다. 그 짧은 순간에 대한 회상만으로도 남은 평생을 행복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대쉬라는 여성의 삶에 대해 듣게 되었다. 이 여성은 60세가 될 때까지 화려한 인생을 살았고 60세가 되는 시점에서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그럭저럭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65세가 되던 해 대쉬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녀의 삶은 얼마나 좋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참가자들은 9점 척도에서 5.7점의 평균을 나타냈다. 두 번째 집단에는 솔리드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60세에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죽기 전까지 그야말로 멋진 삶을 살았다. 그녀의 삶에 대한 평균은 6.5점이었다. 참까자들은 멋진 삶을 그보다는 못하지만 화려한 인생에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삶이 더해지는 것보다 선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찬물 실험의 결과와 동일하다. 대쉬의 인생은 즐거움의 총합이라는 측면에서는 솔리드보다 더 양이 많지만, 참가자들은 삶에서 누린 즐거움의 총량보다는 삶이 마감되는 시기의 질적인 측면을 더 중시했던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두 여성을 놓고 나란히 비교하게 했더니 그들은 두 사람의 삶에 동일한 평가를 내렸다.
보통의 경우 우리는 어떤 경험을 통해 누리는 즐거움의 전체 양보다 그 경험이 어떻게 끝나는지 그 종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꼼곰히 따져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3.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던 방식
기억은 우리가 무언가를 기억하고자 할 때 마음속에 재빠르게 떠오르는 어떤 심상을 만들기 위해 자기 임의대로 모든 정보를 이용해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우리의 뇌는 사실과 이론을 결합하여 과거 사건에 대한 추측을 만들어내고 동일한 원리로 사실과 이론을 결합해 과거에 경험했던 감정을 추측한다. 그런데 감정은 풍부한 사실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우리 뇌는 사실보다 이론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하여 과거의 감정을 기억해내려 한다. 그러다 보니 그 이론이 옳지 않은 경우, 우리는 과거의 감정을 잘못 기억하게 된다.
우리는 과거의 우리 감정이 어떠했을 것이라고 믿는 그대로 회상하는 경향이 있다. 회상할 때 범하는 이런 오류 때문에 우리는 예측 할 때도 오류를 범하게 된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만한 사건을 예측하게 하는 이론들은 동시에 그 사건 때문에 과거에 우리가 행복했었다고 회상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예측이 잘못되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결국 우리의 예측이 틀렸었는지를 밝히는 일은 매우 어려워진다. 우리는 생일에 얼마나 행복할지 과대 예측하고 월요일 아침에 행복할지에 관해서는 과소 예측한다. 그리고 실제로는 이런 예측이 틀렸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도 끊임없이 그런 잘못된 예측을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실제 감정을 제대로 회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경험을하더라도 그 경험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4. 맺음말
집에 불났을 때 꼭 꺼내서 탈출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라 하면 가장 흔한 답이 사진첩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물처럼 애지중지하는 것은 단순히 기억만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기억 그 자체다. 기억이란 사진보다는 화가의 재량이 발휘된 인상주의 그림과 같다. 그리려는 대상이 모호할수록 예술가가 행사할 수 있는 재량권은 더 많아지는데, 우리의 감정 경험보다 더 모호한 대상은 거의 없다. 따라서 감정에 관한 우리의 기억은 이례적인 사건, 일의 결말, 그리고 우리가 그 당시 어떻게 느꼈음에 틀림없다고 믿는 이론에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된다. 그 결과 우리는 과거 경험으로부터 많이 배울 수 없게 된다. 결국 반복해서 연습한다고 해서 감정 예측의 오류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연습은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연습이 우리가 범하는 오류를 고쳐주지 못한다면, 가르침을 받는 것은 과연 효과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