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_생활에 가려진 행복 특권
Chapter 03_우리의 뇌는 끝없이 바뀐다
당신은 홀로 감옥에 갇혀 있다. 감옥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철장 밖에 놓인 콩을 매 시간 240개씩 집어 먹어야 한다. 콩은 철장 맞은 편 벽에 난 작은 구멍에서 나오는데, 손을 뻗어 간신히 하나를 집기까지 30초가 걸린다. 하지만 이 속도로는 시간 당 120개밖에 먹지 못해 결국 굶어 죽고 말 적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해답은 간단하다 반복 연습을 통해 콩 집는 속도를 2배로 높이면 된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만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사실 이 이야기는 한 유명한 신경과학 논문에 소개된 실험이다.
[1] 다른 것이 있다면 감옥에 인간이 아닌 다람쥐원숭이가 갇힌 것뿐이다.
이 실험에서 연구원들은 먹이가 나오는 구멍의 크기를 계속해서 조금씩 줄여나갔다. 하지만 원숭이들의 먹이 집는 속도는 계속 빨라졌다. 마치 어린아이가 피아노를 연습하여 실력이 느는 것처럼 말이다.
이 실험에서 진정 놀라운 순간은 연구원들이 원숭이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때 드러났다.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원숭이들의 뇌에서 시각령 부위가 점차 활성화되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 말은 멀리 떨어진 먹이를 집는 까다로운 작업을 반복하는 동안 원숭이 뇌의 특정 부분이 발달했다는 뜻이다. 그것도 불과 몇 달이라는 짧은 실험 기간 동안 말이다
내가 주목하는 건 원숭이가 아니라 인간의 뇌이다. 다행스럽게도 이후로 수많은 신경과학자들이 이같은 프로세스가 인간의 뇌에도 그대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1. 뇌가소성의 짧은 과정
우리의 뇌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면 지금 내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그냥 잔인한 농담에 불과할 뿐이다.
능력과 태도가 유전자에 의해 모두 결정된다는 믿음은 아직까지 우리가 버리지 못하고 있는 고질적인 근거 없는 믿음 중 하나다.
우리의 뇌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지금부터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보자.
2. 또 하나의 아프리카 유니콘
고대 이집트 상징들 가운데 얼룩말의 다리에 기린의 목을 한 동물이 있다. 19세기 이 상징을 처음 본 영국 상인들은 상상 속의 동물이라는 뜻에서 ‘아프리카 유니콘’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그런데 콩고 원주민들은 영국인들에게 숲 속에서 이 동물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인들 눈에는 아프리카 유니콘을 봤다고 주장하는 원주민들은 그저 무지몽매한 존재일 뿐이었다.
1901년 해리 존스턴은 아프리카를 여행하다 독일 탐험가가 납치한 피그미 원주민들을 생전 처음 보게 된다. 그는 학대당하는 원주민들을 보고서 돈을 주고 원주민들을 풀어주는 선행을 베풀었다. 풀려난 피그미 원주민들은 존스턴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아프리카 유니콘의 두개골 하나와 가죽을 선물한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존스턴은 이를 증거물로 보여주지만, 사람들은 존스턴이 순진하다며 조롱할 뿐이었다.
하지만 1918년 기린의 얼굴과 얼룩말의 다리를 지닌 ‘오카피’라는 동물이 실레 유럽 사람들 앞에 처음으로 그 자태를 드러냈다. 그리고 10년 뒤에는 이 오카피가 벨기에의 엔트워프 지역에서 짝짓기에 성공하기까지 했다. 덕분에 오늘날 사람들은 상상속에나 있던 아프리카 유니콘을 실제 동물원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달라이 라마는 이미 1970년대에 생각만으로 뇌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양 과학자들은 그의 주장을 그저 미친소리라고 일축했다.
행여 뇌 조직을 변화시키는 일이 가능하더라도 생각만 가지고 물리적인 조직을 바꾼다는 것은 생각 자체로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20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대다수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그대로 고착화되고 변화의 가능성은 그 이후로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즉 우리의 뇌가 평생 변화할 수 있다는 이론인 뇌가소성(Neuroplasticity)의은 또 하나의 아프리카 유니콘이었던 셈이다.
이후 몇몇 과학자들은 또 다른 신화 속 존재를 찾아 나섰다. 이번에는 택시 기사들의 뇌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그들은 택시 기사들의 뇌 속을 들여다보다가 놀라운 사실 한 가지를 발견했다.
[2] 그것은 택시 운전사들의 뇌 속 해마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크고 발달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해마는 공간기억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해마가 큰 것이 뭐 그리 대수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발견 때문에 전 세계 신경과학자들이 뇌가소성이라는 개념이 상상 속의 유니콘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우리의 뇌가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크게 바뀐다는 놀라운 사실을 어떠한 방식으로 설명해 내야만 했던 신경과학자들에게 그런 점에서 런던 택시 기사의 해마 크기는 실로 대단한 발견임에 분명하다.
이후 뇌 속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스캔 장비가 개발되면서 두 번째 아프리카 유니콘은 더욱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기서 로저라는 한 청년의 삶을 따라가 보자.
[3] 로저는 고등학교 시절 화학 실험 시간에 일어난 사고로 시력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후 로저는 오른쪽 검지를 사용하여 점자책을 읽는 버을 배우기 시작했고, 한참의 시간이 흘러 신경과학자들은 로저의 뇌를 fMRI로 활영해 보았다. 그 결과 왼속 검지를 건드렸을 때는 뇌의 작은 부분이 살짝 빛나는 일반적인 반응밖에 일어나지 않았지만, 오른손 검지를 건드렸을 때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로저의 뇌 속 시각령 부위가 마치 할로겐 램프처럼 빛을 발한 것이다.
[4] 한때 상상 속 아이디어였던 뇌가소성이라는 개념이 이제 기술과 장비의 발달로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신경과학적 현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사실 뇌가소성이라는 말 속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만일 인간의 뇌가 나이에 관계없이 성장할 수 있다면 인간의 잠재력은 그야말로 무한한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과 행동을 통해 정말로 뇌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면 이제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할 것이다. “변화는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가?”
3.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
영국 출신의 육상 선수 로저 배니스터의 이야기에 잠깐 주목해보자. 1950년대 스포츠 전문가들은 엄격한 관찰과 과학적 계산을 바탕으로 인간이 1마일을 4분 이내에 주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로저 배니스터는 보란 듯이 1마일을 3분 59.4초에 주파했다. 배니스터는 이로써 물리적 장벽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적 장벽까지 깼다. 배니스터가 장벽을 깬 후 새로운 기록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인간의 잠재력이 어디까지인지 모른다. 그리고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을지 모르는 것처럼 우리의 뇌가 얼마만큼 변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우리의 뇌가 다양한 형태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 뿐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행복의 특권을 어떻게 얻어낼 수 있는지 자세하게 보여줄 것이다.
4. 지속 가능한 변화
나는 긍정 심리학이 제시하는 다양한 훈련 방법들이 과연 얼마나 지속적인 효과를 발휘하는지 직접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일주일 동안 일곱 가지 원칙을 실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회계사들은 스트레스가 줄고, 업무에서 만조감이 높아졌으며 태도가 낙관적으로 바뀌는 뚜렷한 성과가 나타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 가지 의문점이 남았다. 효과가 금방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다시 스트레스가 쌓이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회계사들을 찾았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프로그램의 효과는 그때까지도 그대로 이러지고 있었다. 금융위기의 여파가 완화되자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던 회계사들의 감정 상태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실험에 참여했던 회계사들은 그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만족감, 태도, 스트레스 대처 능력에서 높은 상승을 보여주었다. 특히 업무 효율성 및 성과를 동시에 의미하는 업무 만족감 지수에서 큰 차이를 드러냈다.
5. 실천과 행동
나는 오랜 연구를 통해 얻어낸 소중한 교훈들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나는 한 달에도 수차례 대서양을 오가며 강연을 했다. 내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비행기에서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갑자기 등과 다리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악성 디스크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그렇게 한 달 동안 꼼짝도 못한 채 침대에 누워서 지냈고, 퇴원을 해서도 얼마 동안은 진통제 없이는 걸어다닐 수 없었다. 뜻하지 않게 갑작스런 휴가가 찾아온 것이다.
결국 나는 모든 걸 포기하고 그동안 내가 사람들에게 말했던 것들을 실천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렇게 얼마 동안의 시간이 흐르자, 그동안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신의 인생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과감한 실천과 행동이 필요하다. 반가운 소직 한 가지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얼마든지 놀라운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