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매년 1회 청소년들의 행복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 청소년 행복 보고서>는 2020년 8월 현재 가장 최신 보고서에 해당한다. 이 보고서의 핵심적인 결과 중 하나는 지난 10년 간 청소년들의 행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 보고서의 연구진은 지난 10년 간 청소년들의 행복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낮아지는 추세로 볼 때 여성은 조금 급격하고, 남성은 조금 완만하다. 그러나 두 성별에서 모두 행복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즉 최근 10년 간 청소년들은 매년 조금씩 불행해지고 있다. 그럼 그 이유는 뭘까? 여기서 밝혀둘 것은 이런 질문에 대한 과학적 인과관계를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행복 저하보다 먼저 발생한 선행요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행복이라는 거시적 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선행 요인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 성장률과 환율과 같은 거시 경제 지표에 미치는 단 하나의 원인을 찾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학자들이 이때 활용하는 것이 바로 상관관계다. 같은 시기 동안 비슷한 추세로 증가한 요인이 있는지, 반대로 같은 시기 동안 비슷한 추세로 감소한 요인이 있는지를 찾는 것이다. 2019 청소년 행복 보고서 연구자들도 비슷한 방식의 접근을 시도했다. 바로 청소년 행복이 저하되는 동안 비슷한 추이로 저하된 요인들을 찾아본 것이다. 그 결과 크게 두 가지 동반 하락 요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교우 관계 만족도(Friends)의 하락이다. 조사를 시작한 2010년 이래로 청소년들의 교우 관계 만족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남성 청소년(녹색)의 하락세가 여성 청소년(주황색)의 하락세보다 더 급격하다. 이걸 보는 순간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유발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 보고서는 아직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즉 이에 대해서는 또 다른 연구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사용시간 증가와 그에 따른 인지능력과 공감능력 저하 등을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둘째, 학교 생활 만족도(School)의 저하다. 한 가지 알아둘 것은 학교 생활 만족도는 다른 지표들에 비해 점수대가 낮은 지표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학교 생활 만족도만큼 점수가 낮은 요인은 외모(Appearance)가 있고, 학교 생활 만족도보다 점수가 낮은 요인은 미래에 대한 기대(Future) 뿐이다. 그런데, 외모 만족도와 미래에 대한 기대는 더 떨어지진 않았다. 오직 학교 생활 만족도만 최근 3년 정도의 조사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그림에도 나타나 있지만, 2009년부터 2015년까지는 7.7점 정도를 유지하던 학교 생활 만족도가 2016년 이후 7.4점 이하로 뚝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0.3포인트 떨어진 게 뭐 대수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4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조사에서 0.3포인트가 떨어졌다는 것은 모든 청소년의 학교 생활 만족도가 일관성 있게 떨어졌다는 의미이므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그럼 학교 생활 만족도는 왜 떨어졌을까?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코로나-19가 떠오를 수 있지만, 2019년 조사는 코로나-19와는 무관하다. 코로나-19의 2020년과 2021년 보고서에서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학교 생활 만족도 저하의 원인은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요인들에서 찾아봐야 할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교우 관계 만족도와 학교 생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한 <2019 청소년 행복 보고서> 연구진의 조사를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출처: The Children’s Society. (2019). The Good Childhood Report 2019. London, UK: The Children’s 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