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삶과 잘 잠
Well being and sleeping well
: 수면에 빚지지 마세요.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경성함이 허사로다.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 도다.”
-구약성경 시편 127편 1-2절
구약성경 시편 127편에는 지혜자로 유명한 솔로몬이 지은 시가 등장한다. 위의 문장은 이 시의 첫 두 구절이다. 이 두 구절에 대한 상세한 해석은 신학자분들이나 목사님들께 맡기고, 필자는 오늘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 도다”라는 구절에만 주목하고자 한다.
이 구절은 수면을 신이 주셔야만 하는 특별한 것으로 취급한다. 잠을 얻기 위해서는 신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신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자는 자고 싶어도 못 잔다. 신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마음 편히 숙면을 취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악몽 때문이던지, 잠을 방해하는 환경적 요인(층간 소음, 누군가의 코골이)에 의해서든지 밤잠을 설친다.
당신이 잠을 설쳤던 경험을 떠올려 보라. 숫자도 세보고, 양도 세보고, 샤워도 해보고, 우유도 데워 먹어보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지만 오히려 정신이 계속 또렷해진다.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잠이 오지 않으니 정말 괴롭다.
더 괴로운 상황은 몸이 극도로 피곤한 상태인데, 잠이 안 오는 것이다. 금방이라도 잠이 쏟아질 것 같은데, 막상 누우면 뭔가 긴장이 풀리지 않고, 경직된 곳이 있어서 잠이 오지 않는다. 몸은 계속 피곤해지고, 머리가 지끈 거리기 시작한다. 빨리 잠이 들었으면 좋겠는데, 자꾸 신경 쓰니 더 잠이 안 오는 것만 같다.
솔로몬과 같은 옛날의 왕들은 어땠을까? 과연 두 다리 뻗고 마음 편히 잘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되었을까? 외부의 적들은 국경을 언제든지 넘어올 준비를 하고 있고, 내부에도 적이 있으며, 자기 근처에 있는 호위병이 언제 죽음의 사신으로 돌변할지 모르고, 심지어 자기 아내나 아들이 권력을 탐하여 자신을 언제 어떻게 할 줄 모르는데, 과연 잠을 잘 수 있었겠는가? 이쯤 되면 왜 솔로몬이 잠을 ‘신의 축복’이라고 설명했는지 이해가 간다.
이처럼 잠은 모든 측면에서 평화롭고 안전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했을 때 취할 수 있는 신의 축복이다. 우리가 평소에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잠자기 전 상황이 평화로웠다는 방증일 뿐 아니라, 잠자는 중에 잠을 방해받을 일이 없음을 믿고 있다는 증거이고, 잠잔 후의 일에 대해 큰 걱정이 없는 상태라는 증거도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수면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수면이란 규칙적이고, 자연적이며, 가역적인 의식의 상실을 의미한다(Dement & Vaughan, 1999). 수면은 규칙적이고, 자연적이라는 측면에서 외적 혹은 내적 문제에 의한 혼수상태 그리고 마취나 다른 약물로 인한 의식의 상실과 구별된다.
그럼 우리는 몇 시간이 자야 할까? 성인이 낮 시간(해가 떠서 질 때까지)에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적정 수면시간은 8~9시간으로 알려져 있다(Broman, Lundh, & Hetta, 1996; Spiegel, Leproult, & Van Cauter, 1999). 그리고 이렇게 수면을 하는 동안 우리 뇌는 면역계를 회복하고, 두뇌신경조직의 노폐물을 제거하며, 손상된 부분이 있다면 수선을 진행한다(Gilestro, Tononi, & Cirelli, 2009; Xie et al., 2013).
적절한 수면은 기억의 응고, 복원, 재생에 기여하는데, 특히 수면 전에 습득한 정보들을 장기기억화 시키는 것에 기여한다(Diekelmann & Born, 2010). 수면은 수면 전에 풀리지 않던 문제들에 대한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것에 도움을 준다(Barrett, 2001; Sio, Monaghan, & Ormerod, 2013). 또한 수면은 정보를 재조합함으로써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것에도 기여한다. 아울러 인간은 자는 동안 신체성장 호르몬이 많이 분비 되는데, 이는 어린 나이일수록 두드러진다(Sassin et al., 1969). 즉 어린 나이일수록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정상적으로 신체가 성장할 수 있다(Takahashi, Kipnis, & Daughaday, 1968).
그러나 수면의 결핍은 수많은 불행의 시작이 된다. 오죽하면 학자들이 수면 결핍을 수면 빚(sleep debt)이라고 표현하면서, 반드시 벌충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을까(Spiegel et al., 1999). 수면은 오후 시간 근무 집중도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National Sleep Foundation, 2006). 사람들이 오후 시간 집중도 하락의 원인이라고 믿고 있는 실내 기온이 높다거나, 환기가 잘 되지 않는다거나 점심을 과하게 먹었다거나 하는 것은 모두 원인이 아니다. 유일한 원인은 밤에 잠을 8시간 못잔 것이었다. 오후 시간 집중도 하락은 업무효율 저하를 불러일으키고, 업무효율 저하는 야근의 원인이 되며, 야근은 또 다른 수면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수면 결핍은 판단력과 반응시간을 저하시키고, 결과적으로 위기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Caldwell, 2012). 수면 결핍은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증가시키고(Teran-Santos et al., 1999; George & Smiley, 1999), 면역력을 저하시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Motivala & Irwin, 2007), 무기력을 동반한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Gangwisch et al., 2010).
수면 결핍은 기아감을 촉진하고(Shlisky et al., 2010), 결과적으로 음식을 보면 먹고 싶은 충동이 증가하게 되어 다이어트나 건강관리에 대한 결심을 흔들어 놓는다(Benedict et al., 2012). 또한 수면결핍은 신진대사를 저하시켜 소화불량과 변비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Buxton et al., 2012),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Leproult et al., 1997; Redwine et al., 2000), 증가된 코르티솔은 불필요한 체내 지방을 형성하는 원인이 되고, 이러한 것들이 중첩되어 수명을 저하시킨다(Rechtschaffen et al., 1989).
심지어 수면 결핍은 인간관계에 대한 인내심을 저하시켜서 평소에는 괜찮았을 법한 상황에서 화를 내게 만들거나, 민감하게 반응하게 한다(Gordon & Chen, 2014). 이러한 사회적 인내심 저하는 연애관계나 친구관계의 갈등을 유발한다. 이렇게 관계가 한번 멀어지면 회복하는 것에 또 다른 인지적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데, 이는 무척 소모적인 일일 뿐 아니라, 관계가 회복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대부분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내 마음이 내가 아니었다. 한 번 참을 껄’하는 후회만 남긴다.
혹시 지금 삶이 괴롭고, 힘들고, 모든 것이 잘못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가? 인정하기 싫겠지만, 단지 잠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일단 덮어두고 한 번 자보자.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잠도 오고 피곤한데, 할 일이 남아 있는가? 이 일을 남겨두고는 도저히 쉴 수 없을 것 같은가? 그래도 그냥 한 번 잠을 청해보자. 사실 맑은 정신에서 잠깐이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지 않았을까?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인지, 아니면 어찌되었든 숙면을 취하는 사람 또 다시 숙면을 취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인지는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다. 아마 서로가 서로의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상승 작용을 일으키거나, 하락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숙면을 취하는 것이 웰빙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Well-being is sleeping well.”
*더 알고 싶다면,
Barrett, D. (2001). The committee of sleep: How artists, scientists, and athletes use dreams for creative problem-solving–and how you can too. Norwalk, CT: Crown House Publishing Lim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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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edict, C., Brooks, S. J., O’daly, O. G., Almèn, M. S., Morell, A., Åberg, K., Gingnell, M., Schultes, B., Hallschmid, M., Broman, J. E., & Larsson, E. M. (2012). Acute sleep deprivation enhances the brain’s response to hedonic food stimuli: an fMRI study. 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97(3), E443-E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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