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과 소개팅
: 의사결정 틀 만들기(framing)
그림 1. 소개팅, 주선자 친구와 같이 가야 할까? 나만 가야 할까?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k0TBsxoeDQw)
사람들은 일상생활 가운데 어떤 것을 구매할지, 어떤 방식으로 구매할지 등의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다. 그리고 이 선택의 성공 혹은 실패는 평정심 유지와 삶의 만족 지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자 의사결정과 관련된 연구들 중에는 이러한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발견해 왔는데, 그 중에는 절대평가 환경(한 번에 한 상품을 판단)과 상대평가 환경(복수의 상품을 비교하여 판단)에서 선택이 달라지는 현상이 포함된다(Hsee & Leclerc, 1998). 그렇다면, 나에게 혹은 우리 회사에 유리한 의사결정이 도출될 수 있는 환경은 절대평가 상황일까? 아니면 상대평가 상황일까? 나에게 유리한 의사결정의 틀(frame)이 절대평가 상황인지 상대평가 상황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간접적인 의미에서 개인의 주관적 행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Hsee & Hastie, 2006).
이해를 돕기 위해 소개팅 상황을 예로 설명해보고자 한다(Hsee & Leclerc, 1998). 당신은 미혼 여성이고, 내일 친구의 주선으로 소개팅을 하기로 했다. 친구가 나에게 소개팅 장소에 자신이 나가서 잠깐이라도 같이 있을지, 그냥 둘만 만날지 결정해달라고 물어왔다. 다음 네 가지 상황에 대대 각각 판단해 보자.
(1) 당신이 친구보다 더 예쁘다.
(2) 당신이 친구보다 덜 예쁘다.
(3) 당신과 친구 모두 예쁘다.
(4) 당신과 친구 모두 덜 예쁘다.
(1)과 (2)에 대한 답은 비교적 명확하다. (1)은 친구가 나와서 상대평가 상황이 되는 것이 당신에게 유리하다. (2)는 친구와 상대평가 되는 상황이 되면 당신이 불리하기에 친구가 나와서는 안 된다.
(3)과 (4)는 심리학의 연구결과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두 사람 모두 예쁜 (3)의 경우에는 절대평가 상황을 만들기 위해 혼자 가는 것이 좋다. 처음 만난 이성은 당신과 당신의 친구 둘을 비교할 수 없을 경우 자신의 기억에 있는 예쁜 여성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 여성은 대부분 인지적 대표성을 가진 연예인일 확률이 높고, 그렇게 되면 상상 속의 그녀는 당신보다 예쁠 가능성이 있다. 즉 이때는 차라리 혼자 가서 절대평가 상황을 만드는 것이 좋다.
[소개팅의 법칙]
(1) 당신이 친구보다 더 예쁘다면 친구와 함께 가야 한다.
(2) 당신이 친구보다 덜 예쁘다면 반드시 혼자 가야 한다.
(3) 당신과 친구 모두 예쁘다면 반드시 혼자 가야 한다.
(4) 당신과 친구 모두 덜 예쁘다면 친구와 함께 가야 한다.
이 비유는 마케팅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우리 회사와 경쟁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기기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면, 함께 디스플레이하는 것이 좋을까? 분리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 회사 제품이 경쟁 회사 제품보다 명확히 우세하다면, 상대평가 될 수 있도록 함께 전시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우리 회사 제품이 경쟁 회사 제품보다 약하다면, 절대평가되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 회사 제품과 경쟁 회사 제품이 모두 강하다면 별도로 전시하여 소비자(사용자)가 자신의 기억에 있는 더 나은 제품을 떠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회사 제품과 경쟁 회사 제품이 모두 약하다면 함께 전시하여 소비자(사용자)가 자신의 기억에 있는 더 못한 제품을 떠올리도록 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조금 더 미묘한 부분을 살펴보자. 당신은 남성이다. 당신은 목에 아주 파랗고 눈에 띄는 반점이 있고 친구의 외모는 흠 잡을 곳이 없다. 그러나 당신은 친구에 비해 풍부한 지식과 유머의 소유자이다. 친구를 소개팅에 데려가야 할까?
(5) 친구가 나보다 더 잘 생겼지만, 지식과 유머는 내가 더 낫다.
(6) 내가 친구보다 더 잘 생겼지만, 지식과 유머는 친구가 더 낫다.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당신과 친구가 가진 장점이 가시적 특성인지 비가시적 특성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친구의 흠 잡을 곳 없는 외모는 가시적 장점이고, 당신의 지식과 유머는 비가시적 장점이다.
이때 당신이 혼자 소개팅에 나간다면, 당신의 외모에 있는 단점이 부각되어 소개팅한 이성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친구와 함께 소개팅에 나간다면, 친구보다 월등한 당신의 풍부한 지식과 유머가 천천히 빛을 발하게 될 것이고, 그때부터 당신의 반점(외모 상의 약점)은 대수롭지 않은 요소가 될 수 있다.
반대의 상황이라면 어떨까? 당신이 지식이나 유머감각에 있어서 친구보다 못하지만 외모는 당신이 낫고, 친구는 목에 눈에 띄는 반점이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당신은 반드시 혼자 소개팅에 나가야 한다. 친구와 함께 있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의 장점이 더 부각될 것이고 당신의 외모에 대한 평가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소개팅의 법칙2]
(5)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비가시적 부분에서 내가 강하고(상대가 약하고),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가시적 부분에서 내가 약하다면(상대가 강하다면), 상대평가 상황을 만들어 내 비가시적인 장점이 부각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6)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비가시적 부분에서 내가 약하고(상대가 강하고),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가시적 부분에서 내가 강하다면(상대가 약하다면), 절대평가 상황을 만들어 내 가시적인 장점에서 시작된 긍정적 첫 인상이 지속되게 해야 한다.
이 비유 역시 제품 마케팅 상황에 적용된다. 우리 회사와 경쟁 업체가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기기 신제품을 내놓는 상황에서 우리 회사 제품은 가시적인 부분(디자인, 화면 선명도)에서 강점을 가지지만, 경쟁 회사 제품보다 비가시적인 부분(가벼운 무게, 메모리 용량, 배터리 용량)에서 약점을 가진다면, 꼭 동일한 구역에서 상대평가 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회사 제품이 비가시적인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지만, 경쟁 회사 제품보다 가시적인 부분에서는 약점을 가진다면, 반드시 다른 구역 혹은 다른 매장에서 절대평가 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되어야 한다.
*더 알고 싶다면,
Hsee, C. K. & Leclerc, F. (1998). Will products look more attractive when presented separately or together?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5(2), 175-186.
https://doi.org/10.1086/209534
Hsee, C. K. & Hastie, R. (2006). Decision and experience: Why don’t we choose what makes us happy?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0(1), 31-37.
https://doi.org/10.1016/j.tics.2005.1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