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전환과 창의적 문제해결
*본 내용은 김형태의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2장 재정의력(pp. 88~124)을 참고하였습니다.
그림 1.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1526 or 1527 – July 11, 1593)의 『채소 기르는 사람』(The Vegetable Gardener, 1590). 과일, 야채, 꽃, 물고기와 같은 대상으로 상상력 풍부한 초상화를 제작 한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화가이다.
그림-1은 상상력 풍부한 이탈리아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1526 or 1527 – July 11, 1593)의 1590년 작품 『채소 기르는 사람』(The Vegetable Gardener, 1590)이다. 이 작품은 위-아래 관점을 달리할 때마다 다른 모습이 지각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 좌측과 같은 관점으로 볼 때는 큰 접시에 채소가 담긴 그림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아래를 바꾸어 우측과 같은 관점으로 볼 때는 흡사 채소를 기르는 농부와 같은 얼굴이 보인다. 그래서 이 작품의 이름이 『채소 기르는 사람』이다. 좌측 그림에서 이 그림의 정의는 채소 담긴 그릇이었지만, 우측 그림에서 이 그림의 정의는 채소 기르는 사람이다. 이처럼 관점전환하기는 보이지 않던 것을 보여줌으로써 대상과 사건, 사람, 문제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도록 견인한다.
관점전환은 새롭고 실용적인 발명을 도움으로써 인류사회 발전에도 기여해왔다. 존 보이드 던롭(John Boyd Dunlop, February 5, 1840 – October 23, 1921)의 발명한 공기주입식 타이어와 앞바퀴와 뒤바퀴 크기가 같은 두발 자전거도 이러한 관점 전환의 산물이었다.
앞바퀴와 뒷바퀴 크기가 같은 두발 자전거가 인류사회에 기여한 것이라는 의아할 수도 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금 당연해 보이는 것이 과거에는 당연하지 않았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림-2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과거의 자전거와 현재의 자전거는 그 형태와 모양이 전혀 다르다. (소위 말하는 빈폴 자전거처럼) 앞바퀴가 뒷바퀴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컸고, 안장도 앞바퀴만큼 높아서 좋은 점프력을 가지거나 키 큰 사람이 아니면 타기도 어려웠다. 자전거가 한 번 균형을 잃으면 비정상적인 앞바퀴에 의해 앞으로 고꾸라지기 일쑤여서 자전거를 타다가 큰 부상(목뼈가 부러지기도 함)을 입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림 2. 19세기의 자전거
(https://goo.gl/CTGvhR)
그럼 도대체 왜 이렇게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자전거의 앞바퀴를 크게 만들었을까? 당시의 공학자들은 무게중심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앞바퀴가 커야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이 일종의 고정관념과 같이 굳어져 있어서 이것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당시로서는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형태가 바로 비정상적으로 큰 앞바퀴를 가진 자전거였던 것이다.
던롭은 이러한 고정관념이 팽하던 시대에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 관점전환하기를 시도한다. 존 보이드 던롭의 입장에서 자전거는 무게중심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전거는 안정적으로 속도를 높여 달리다가, 안정적으로 멈출 수 있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안정적으로 속도를 높이는 것과 멈추는 것에 관여하는 물리적 힘은 바로 ‘마찰력’이었다. 즉 마찰력만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무게중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앞바퀴를 크게 할 필요가 없었고, 무게중심에서 이탈했을 때 자전거 라이더가 앞으로 넘어지는 사고도 방지할 수 있었다.
그림 3. 19세기에 축구공에 바람 넣는 모습 (https://goo.gl/9ZS3S6)
이렇게 문제를 재정의하고 나니 남은 문제는 방법이었다. 그러던 중, 준비하고 노력한 자에게만 찾아오는 계획된 행운(happenstance)이 찾아왔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어떤 사람이 축구공에 바람을 넣는 것을 본 던롭은 ‘유레카’(heuristic의 어원)를 외쳤다(그림-3). 둥그런 쇠 바퀴만 생각하고 있던 던롭에게 둥그런 쇠 바퀴와 축구공의 소재인 고무, 축구공에 바람을 넣어 팽팽하게 만드는 것이 연합되었다(이러한 연합은 작업기억에서 이루어진다).
그림 4. 자신이 발명한 자전거를 타는 던롭
(좌 https://goo.gl/gvkzW5, 우 https://goo.gl/phUQy4)
별개로 존재하던 둥그런 쇠, 고무, 바람넣기가 연합되자, 동그런 쇠에 고무를 두르게 되었고, 그 고무 안에 공기를 팽팽하게 채우는 것이 상상되었다. 이것이 바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고무타이어이다. 고무타이어의 발명으로 더 이상 무게중심을 고려한 비정상적인 앞바퀴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안정적인 마찰력 유지를 위해 기존 앞바퀴 지름의 절반정도이며 앞-뒤가 동일한 크기인 바퀴가 필요해졌다. 그림-4는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이륜 자전거를 보여준다. 이 자전거의 발명으로 사람이 앞으로 넘어져 큰 부상을 당하는 일이 줄어들었고, 뒤에도 사람이 앉거나, 짐을 실을 수 있게 되었으며, 앞에 바구니를 걸 수도 있게 되었다.
*더 알고 싶다면,
김형태. (2016). 재정의력.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pp. 88~124). 서울, 서울: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