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적 충전과 동기부여를 위한 영향력 지각의 힘
버클리대학 심리학자이자 직장에서 경험하는 정신적 에너지 소진 연구의 선구자인 크리스티나 매슬랙(Maslach, Schaufeli, & Leiter, 2001)에 따르면 모든 직종 중에서 남을 가르치는 일(공교육 교사 등)이 심적 에너지 소모가 가장 크다. 왜냐하면, 교사와 같이 가르치고 지도하는 일의 효과(학생의 성취 또는 긍정적 변화)를 대부분 자신이 가르치는 기간 안에 확인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자신의 영향력을 낮게 지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가르치는 일 종사자는 보람을 인지하기 힘들고, 동기부여를 위한 적절한 에너지를 계속 소모하다가 지치게 된다. 이렇게 심적 에너지 소모가 큰, 가르치는 일에 종사자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스물네 살의 Teach for America (TFA, 열악한 교육환경에 있는 미국 청소년들의 교육과 상담, 코칭을 진행하는 비영리 봉사단체로 주로 대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초보교사 콘리 캔러핸(Conrey Callahan)은 “나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과 성공 기회를 주어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요.”라는 큰 꿈을 안고 TFA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가 처음 파견된 학교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오버브룩 고등학교(Overbrook high school)로 영화 배우이자 가수인 윌 스미스(Willard Carroll “Will” Smith Jr., born September 25, 1968)가 졸업한 학교로 유명하다. 또한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우주비행사 블루포드(Guion S. Bluford, Jr, born November 22, 1942)도 이 학교 출신이다. 심지어 오버브룩은 NBA 프로농구 선수를 10명 이상 배출한 미국 고등학교 여섯 곳 중 한 곳이다.
그러나 오버브룩 고등학교 주변의 환경은 이러한 긍정적 측면과는 거리가 멀다. 오버브룩 고등학교가 있는 필라델피아 59번가는 미국에서 마약거래가 가장 활발한 10곳 중 한 곳이고, 범죄발생 통계를 근거로 지정하는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위험한 지역’ 중 하나에 선정 된 적도 있다. 또한 매년 재학생 1,200명 중 500명 이상이 폭행, 무기소지, 마약 등의 이유로 정학을 당하고, 입학생이 졸업하는 비율이 54% 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 대학입학시험 SAT 점수는 전국평균보다 300점 이상 낮으며, 심지어 재학생 75%의 SAT 성적이 미국 하위 25%에 속한다.
다음 세대 학생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겠다는 콘리의 이상주의적인 꿈은 오버브룩 고등학교라는 가혹한 현실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그녀는 오전 6시 45분까지 학교에 도착해 새벽 한 시까지 학교에 남아 스페인어 수업 계획과 채점을 끝내야 했다. 낮 시간에는 싸움을 말리고, 범죄를 단속하고, 1년에 단 이틀밖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 묻나 결석생을 찾아 헤맸다. 한 학기가 끝나갈 무렵 결국 콘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끔찍했어요. 완전히 지치고 너무 질려서 언제든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었죠. 두 번 다시 그 학교에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았어요. 그 학교, 그 학생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꼈어요.”
그녀가 보여준 태도는 심적 에너지 소진의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이러한 증상은 콘리만 겪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TFA 봉사자들은 최초 계약기간 2년이 끝나면 절반 이상이 일을 그만두고, 3년이 지나면 80퍼센트가 그곳을 떠난다. 심지어 TFA 출신 중 약 3분의 1은 아예 교육현장을 떠난다. 콘리와 같은 교사들은 자신을 돌보지 않는 희생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할 때가 있다. 지난 40여년 동안 이루어진 포괄적인 연구에 따르면, 정신적 에너지를 소진하면 일의 능률이 크게 떨어진다. 탈진한 직장인은 집중력을 되찾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오랫동안 열심히, 활기차게 일할 만한 에너지가 부족해서 일의 양과 질은 급격히 떨어진다. 에너지를 소진한 직장인은 우울증, 만성피로, 불면증, 면역력 감소, 알코올 의존증 그리고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이 이야기의 반전은 이렇게 심적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하여 모든 동기부여를 상실했던 콘리가 여전히 TFA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콘리는 어떻게 심적 에너지 소진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콘리가 취한 방법은 바로 자신의 영향력을 쉽고 빠르게 지각할 수 있는 일을 진행한 것이었다. 단시간에 인지하기 어려운 학생의 성취나 긍정적 변화를 찾고자 하기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자신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활동을 시작하였다. 구체적으로 콘리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업무를 진행하면서 주말을 활용하여 같은 TFA 교사를 돕는 일을 병행하였다. 교사들에게 콘텐츠를 지원해주거나, 시험문제 출제 혹은 새 강의 계획 수립을 도와주었다. 학생들을 돌보는 일에 비해 같은 동료를 도와주는 일은 대부분 즉시 감사하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도움 받은 교사가 수업과 학생관리를 더 수월하게 진행하게 됨으로써 다음 주에 콘리를 만났을 때 행복과 기쁨을 표현하였다.
더하여 역시 주말을 활용하여 저소득층이지만, 학업 의지가 높고 비교적 성취도가 높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학업코칭을 진행하였다. 학업 의지가 높은 아이들은 콘리의 학업코칭을 통해 더 높은 성취를 거둘 수 있었다. 이렇게 주말을 활용하여 동료 교사를 돕고 학업 의지가 높은 학생들을 별도로 돕는 것은 콘리가 자신의 영향력을 지각할 수 있도록 견인하였고, 일에 대한 보람과 새로운 활력을 제공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Maslach, C., Schaufeli, W. B., & Leiter, M. P. (2001). Job burnout. Annual Review of Psychology, 52(1), 397-422.
http://www.annualreviews.org/doi/abs/10.1146/annurev.psych.52.1.397
애덤 그렌트(Adam Grant). (2013). 이기적인 이타주의자: 지쳐 떨어지는 사람과 계속해서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의 차이.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 (윤태준 역) (6장, pp. 264 ~ 274), 서울, 서울: 생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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