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낙관주의 vs. 방어적 비관주의
사람들은 보통 ‘낙관주의는 좋고, 비관주의는 나쁘다’든지 ‘낙관주의자의 성취가 비관주의자의 성취보다 높다’는 선입관을 가진다. 그런데 낙관주의자라고 해서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며, 비관주의자라고 하여 언제나 실패하거나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개인 차이를 인정하고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두 가지 성향은 동일하게 높은 성취를 나타낼 수 있다(Norem & Cantor, 1986).
먼저 낙관주의자는 대부분의 경우 최상의 결과를 기대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한다(Norem & lllingworth, 1993). 그런데 여기서 낙관주의자가 범하기 쉬운 실수는 최상의 결과를 기대하는 것과 최상의 결과가 실제로 나오는 것이 다름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치 최상의 결과를 가정하면, 항상 최상의 결과가 나올 것처럼 믿는다. 낙관주의가 진정한 성취를 거두어 성취감과 보람,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는 최상의 결과를 예측하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기대 수준을 높이 설정 한 후,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전략을 탐색하고 적용하는 것까지 진행해야 한다. 즉 낙관주의자에서 끝나지 말고, 상상한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전략을 적용하기까지 하는 ‘전략적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행복하다.
다음으로 비관주의자는 대체로 최악의 결과를 가정하면서 불안감을 느낀다(Norem & Chang, 2002). 물론 비관주의가 가정한 최악의 결과는 대부분 가정에 불과하며 발생하지 않기에 실제 결과는 그것보다 낫기 마련이다. 그러나 비관주의자는 최악의 경우를 너무 생생하게 상상한 나머지 해당 과제를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되는 실수를 범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실수를 방지하고 비관주의자가 과제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최악의 결과를 가정하고 불안감을 느끼면서 기대 수준을 최하로 낮춘 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범위 안에서 최악의 상황을 방어하기 위한 방책을 탐색하고 적용하는 것까지 진행해야 한다. 즉 비관주의자에서 끝나지 말고, 최악을 결과를 방어하기 위한 방책을 적용하기까지 하는 ‘방어적 비관주의자’기 되어야 행복하다.
여기 전략적 낙관주의자와 방어적 비관주의자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최고의 결과를 도출하는 전략이 달라야 함을 경험적으로 검증한 연구 하나를 소개한다(Spencer & Norem, 1996). 실험에는 141명의 노스이스턴대학(Northeastern Univ.) 학부생이 참가하였고, Defensive pessimism questionnaire(R-DPQ) 검사(https://goo.gl/4uav1A)에 의해 비교적 명확하게 방어적 비관주의로 분류된 49명과 전략적 낙관주의자로 분류된 48명, 합 97명이 최종적으로 참여하였다.
이렇게 선정된 97명의 참가자들은 다트 게임을 수행하였는데, 다트 게임을 수행하기 전에 3가지 마인드 컨트롤 조건 중 하나에 무선적으로 할당되었다. 하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후 그것을 피하기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수행하는 녹음 테이프를 들었고(coping), 다른 하나는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명상 구절을 담은 녹음 테이프를 들었으며(relaxation), 마지막 하나는 최고의 상황을 상정하는 이미지 트레이닝 녹음 테이프였다(mastery).
그림-1은 이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방어적 비관주의자는 최악을 상황을 가정하고 그에 대해 대처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때의 다트 수행이 다른 두 조건보다 우수했다. 그러나 전략적 낙관주의자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때가 다른 두 조건에 비해 더 높은 성취를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완벽한 경기를 상상하는 것은 방어적 비관주의자에게도 전략적 낙관주의자에게도 가장 낮은 성취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낙관성이나 비관성 자체가 높은 성취를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며, 각자의 성향에 따라 어떻게 상황에 대처하는지에 중요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 1. Spencer와 Norem(1996)의 연구결과
다른 연구는 방어적 비관주의자로 하여금 인위적으로 불안을 해소하게 만드는 것이 과제 수행을 저하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Norem & Cantor, 1986). 실험에는 43명의 낙관주의자와 43명의 비관주의자가 참여하였고, 각 성향의 절반 정도는 과제를 수행하기에 앞서 ‘넌 잘 할 수 있어’라는 격려의 말을 해주었고, 다른 절반 정도는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그 후 모든 참가자들은 그림 자취 따라 그리기(tracing-puzzle)와 아나그램(Anagram, 문자의 재배열로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는 것) 과제를 할 수 있는데 까지 최대로 수행하였다.
|
낙관주의 |
비관주의 |
||
|
격려 없음(N=24) |
격려 있음(N=19) |
격려 없음(N=20) |
격려 있음(N=23) |
따라 그리기 |
11.79 |
13.42 |
13.76 |
10.69 |
아나그램 |
17.86 |
21.10 |
20.37 |
18.86 |
Note. 따라 그리기 과제는 30개가 있었고, 아나그램은 72개가 있었다. 측정은 한 참가자가 완료한 따라 그리기 수와 아나그램 수로 이루어졌다. |
표 1. Norem과 Cantor(1986)의 연구결과
표-1은 이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낙관주의자들은 격려를 통해 평정심을 유지하게 했을 때의 과제 수행력이 아무런 격려가 없었을 때보다 우수했지만, 비관주의자들은 오히려 격려를 통해 평정심을 유지하게 했을 때의 과제 수행력이 아무런 격려가 없을 때보다 저하되었다.
참가자들에게 암산 문제를 풀게 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한 연구에서도 비관주의자들의 불안감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행위가 오히려 암산 문제 수행력을 저하시킴을 확인하였다(Norem & lllingworth, 1993). 이 연구에 참여한 낙관주의자 30명 중 절반은 암산 문제를 풀기 전에 긴장된다는 감정에 몰입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업무 정확도 검사(clerical accuracy test)를 수행하게 하였고(distraction condition), 다른 절반은 자신이 현재 상상하는 결과나 상황을 6분 동안 열거하는 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하였다(thought lisking condition). 비관주의자 26명도 동일한 방식으로 두 조건에 할당되었다. 이러한 조작을 거친 참가자들은 암산 문제를 풀었고, 암산 문제를 수행한 후에는 정서와 불안 수준을 측정하였다.
그림 2. Norem과 lllingworth(1993)의 연구결과.
그림-2는 이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패널-A를 보면 비관주의자와 낙관주의자 모두 과제를 앞두고 다른 과제를 풀면서 긴장되는 마음에 몰입하지 못하게 한 distraction 조건에서의 긍정정서가 현재 감정에 집중하게 한 thought listing 조건보다 강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부정정서부터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패널-B를 보면 비관주의자들은 distraction 조건에서 느끼는 부정 정서가 thought listing 조건보다 강했고, 낙관주의자들은 thought listing 조건에서 느끼는 부정 정서가 distraction 조건보다 강함을 알 수 있다.
불안 수준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패널-C를 보면 비관주의자들은 오히려 다른 과제에 집중하게 한 distraction 조건이 자기감정을 충실하게 느끼게 한 thought listing 조건보다 불안수준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낙관주의자들은 다른 과제에 집중하게 했을 때가 자기감정에 충실하게 했을 때보다 불안수준이 낮음을 확인할 수 있다.
패널-D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암산 문제 수행결과도 이러한 불안 수준을 반영하였다. 비관주의자들은 현재 느끼는 불안에 충실했을 때가 방해 과제를 수행하면서 현재 감정을 정리하지 못했을 때보다 암산 수행이 우수했다. 낙관주의자들은 현재 감정을 정리할 때의 암산 수행보다 다른 과제를 하면서 마음의 평정심을 찾았을 때 오히려 암산 수행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방어적 비관주의자들로 하여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불안과 부정정서를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수행을 저하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 알고 싶다면,
Norem, J. K., & Cantor, N. (1986). Defensive pessimism: Harnessing anxiety as motiv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1(6), 1208-1217.
https://goo.gl/CLCR16
Norem, J. K., & Chang, E. C. (2002). The positive psychology of negative thinking.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58(9), 993-1001.
http://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jclp.10094/full
Norem, J. K., & lllingworth, K. S. (1993). Strategy-dependent effects of reflecting on self and tasks: Some implications of optimism and defensive pessimism.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5(4), 822-835.
http://psycnet.apa.org/record/1994-33493-001
Spencer, S. M., & Norem, J. K. (1996). Reflection and distraction defensive pessimism, strategic optimism, and performanc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2(4), 354-365.
http://journals.sagepub.com/doi/abs/10.1177/0146167296224003
Burkeman, O. (August 4, 2012). The Power of Negative Thinking. New York Times retrieved from http://www.nytimes.com/2012/08/05/opinion/sunday/the-positive-power-of-negative-thinking.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