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중등 선생님들이 한데 모여 행복교육을 이야기하다
| 행복심리학 강연, 명사 특강, 행복수업 사례발표 등 이어져
| 행복이란 ‘live-ability’와 ’life-ability’의 함수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는 행복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교육을 촉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제54회 행복교육 기초워크숍’은 과학적 행복 교육에 대한 심층적인 토론과 다양한 교육 방법에 대한 풍성한 내용을 담아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워크숍은 지난 기간 동안 교사들을 대상으로 큰 호응을 얻어, 이번 행사로 수강 인원이 총 12,000명을 돌파하게 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선생님들이 강연장에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겨울 관악산의 찬 기운 속에서 활기찬 분위기가 퍼져나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행복교육 기초워크숍은 2024년 1월 24일부터 25일까지 양일간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진행됐다. 연수는 ▲행복심리학 강연을 비롯하여 ▲명사초청특강, ▲초×중등 행복교과서 구성 강의, 그리고 ▲행복수업 사례발표 및 질의응답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최인철 교수는 행복을 ‘live-ability’와 ‘life-ability’의 함수라고 정의하며, 주어진 삶의 조건을 개선하고 그에 대한 주관적 반응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것이 행복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체력이 ‘몸의 컨디션’이라면, 행복은 ‘마음의 컨디션’이 좋은 상태(Positive mental state)다. 마음의 컨디션이 좋으면 우리가 현대사회에서 위협을 느낄 때 받는 생리적 두려움과 불안을 더 빨리 극복하고, 덜 경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로부터 몸과 마음의 건강을 보호할 수도 있다.
행복은 자발적인 오감 활동과 관계 속에서 느끼는 즐거움, 의미와 성장, 그리고 몰입에서 비롯한다. 행복이 ‘쾌락’처럼 단일한 정서가 아니라 다차원적이고 풍부한 상태임을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다. 행복이 다차원적인 개념인 만큼 행복해지는 길 역시 다양하다. 가족과 친구에게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운동하기뿐만 아니라 관용, 건강 검진, 자연, 업무 바깥 사회활동, 공부, 봉사, 여행 등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어진 명사 초청 특강에서는 박주정 교사가 연사로 활약하여 ‘동행: 희망을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를 주제로 감동적인 이야기를 공유했다. 1992년 교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과 부대끼며 살아가며 제자 사랑을 실천했다. 선생님은 ‘콩나물에 물 주기’와 같은 끈질긴 믿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기 위해서는 순간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당장의 옳고 그름을 가르치기보다는 우선 학생과 교사가 서로 좋아해야 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교사가 학생과의 꾸준한 관계를 통해 희망과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조했다.
박주정 선생님의 이야기에 강연장 안팎이 박수와 웃음으로, 눈물과 감동으로 가득 찼다. 선생님의 시행착오와 헌신에 공감하며 청중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강연을 듣는 이들은 마치 함께 여행을 마치고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어서 초중등 행복교과서 구성 수업이 진행됐다. 행복교과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가르쳐야 하는 일방적인 지식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활발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10개의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행복교육이 수업이라는 공적 장소에서 교사-학생의 관계 위에서 진행되는 교육임을 고려하여 치밀하게 짜인 교과서다.
강연을 듣는 선생님들의 모습에는 열의가 가득했다. 교과서 가득 필기하면서 듣는 선생님, 사진으로 기록하는 선생님, 개인적으로 찾아가 질문을 남기는 선생님 등 다양한 모습으로 강의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보였다.
계양중학교 이금숙 선생님은 행복교육 연수에 대해 긍정적인 소감을 남겼다. 선생님은 도덕 교과서의 ‘행복’ 단원을 보다 잘 가르치기 위해 이번 워크숍에 참여했다. 과거 최인철 교수의 티처빌 연수를 듣고 난 뒤, 막연했던 행복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고 수업 준비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양질의 과학적 근거들을 배우고 되새기기 위해 오프라인 워크숍에도 참여했다.
“흔히 떠도는 행복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 애매한 정보에 의지할 수는 없잖아요. 아이들에게 설득력 있게 행복에 대해 가르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이, 분명하게 알고 있지 않으면 안 돼요. 행복교육 기초워크숍에서는 다양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강의 덕분에 끊임없이 공부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돈과 행복의 관계라고 지목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막연한 이상을 가르칠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돈과 행복이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연구 결과로도 입증됐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진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노력이 늘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선생님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계시는 지점이리라 생각합니다.”
행복교육 워크숍은 교수법과 가치관뿐만 아니라 선생님 스스로의 행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여행을 원래 좋아했었는데 그만둔 상태였어요. 하지만 강의에서 행복해지는 비결에 대해서 배우고, 뭐든 해보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는 교훈을 얻게 되었어요. 주변 선생님들께도 워크숍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사실 이미 주변에 많은 선생님들이 알고 계세요. 저처럼 이미 오셨던 분들이 다시 오시는 경우도 있고요. 행복에 대한 관점을 다시 배우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됩니다. 그래서 전국에서 이렇게 기꺼이 오시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선생님들의 활발한 참여는 강연장 안팎을 가리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진행된 ‘행복부스이벤트: 행복수업 맛보기’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쾌활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운영진 선생님들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돌려라 행복!’, ‘마음의 회복탄력성을 높여라!’, ‘가교샘들의 행복 수업나눔’ 등, 편지쓰기, 게임, 퀴즈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부스가 늘어섰다.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실천적 활동이 주를 이루었다. 환한 열정이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부스이벤트를 진행한 주체는 ‘행복가교’로, ‘행복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모임’을 뜻한다. 자발성, 열정, 헌신을 기반으로 행복의 가치를 실현하는 선생님들의 공동체다. 2017년에 출발하여 서울특별시교육청 관할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설립되었고,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동반자적 협력기관 관계에 있다. 행복가교가 하는 일은 크게 5가지다. 행복가교는 교사 힐링 프로그램 개발, 행복수업 콘텐츠 개발, 행복수업 학술대회 개최, 행복수업 연수 지원(행복교육연구회) 등 지역별 행복수업 네트워크 구축을 도맡고 있다.
마지막으로 초중고 선생님들의 행복수업 사례발표가 진행되었다. 월산초등학교의 김혜민 선생님은 ‘행복수업 초보를 위한 행복수업의 기술’이라는 주제로, 초등학생들을 위한 그림책 활용 교수법을 소개했다. 이어서 강명중학교의 최은빈 선생님은 ‘마음행 티켓: 마음속으로 떠나는 작은 여행’이라는 주제로, 마음을 날씨에 비유해서 글을 쓰는 ‘마음 기상청’과 사진 속 인물을 관찰하고 그 사람의 심리상태에 이입해서 일과를 상상해 보는 ‘공감 일기’ 등의 활동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수원칠보고등학교의 주영선 선생님은 짝꿍과 눈싸움하고 나서 짝꿍 그리고 인터뷰하기 등, 행복을 음미하고 실천할 수 있는 창의적인 활동을 제안했다.
사례 발표 동안 적극적인 셔터 소리가 들려왔다. 구체적인 활동 사진과 아이디어를 최대한 담아가려는 의지가 회장에 가득했다. 선생님들은 사례 발표 속 시행착오에 깊이 공감했다. 행복교육의 장점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애로사항이나 개선할 점까지도 솔직하게 공유하는 모습에서 학교에 행복을 전파하려는 선생님들의 희망과 열의가 선명하게 보이는 듯했다.
이번 행복교육 기초워크숍은 ‘행복을 가르치는 학교 만들기’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현장이었다. 행복에 대한 낡은 통념과 오해가 팽배한 요즘, 이제는 날이 다르게 진화하는 ‘행복’을 배우고 가르쳐야 할 때가 아닐까. 행복교육 프로젝트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는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누리집(https://happyfinder.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