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관계 형성
‘감사’라는 감정은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으며, 학계에서도 감사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어져왔다.
지금까지 감사에 대한 많은 선행연구들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 보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보답하는 행동은 ‘감사’를 나타낸다고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보답행위는 불쾌한 ‘부채감’과도 연관이 있다고 밝혀졌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감사의 긍정적인 상황적 특징에 대해 다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한편, 선행연구들에서는 감사에 대한 일시적 보답행동이라는 연구 주제를 제외하고는 ‘관계에 대한 감사의 역할’에 대해 전혀 다루지 않고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호혜주의를 초월하는 감사의 양상에 대해 탐구해보고자 하였으며, 감사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경험적으로 알아보고자 했다. 다시 말해, 본 연구에서는 ‘감사가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다. 또한 선행연구들에서는 통제력이 높은 실험연구 방법을 사용하여 참가자들로 하여금 실험실에서 낯선 사람에게 감사를 표현하게 하는 식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감사가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감사함이 관계형성과 유지를 촉진할 것이라고 가설을 세우고, 지속적인 관계에서의 감사의 역할을 알아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봄 학기가 새로 시작될 때 버지니아 대학의 160명의 여학생들을 모집하였는데, 160명중 82명은 신입생으로, 78명은 재학생이었다.
몇 주 후, “Big Sister Week”라고 알려진 행사를 개최하여, 4일 동안 신입생은 ‘little sister’로, 재학생은 ‘big sister’로 하나의 짝이 되어 재학생(big sister)이 신입생(little sister)에게 익명으로 선물을 배달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4일 동안의 Big Sister Week가 끝나고 주말에 서로의 정체를 드러냈다. 연구에서는 160명의 참가자들에게 Big Sister Week를 신입생들을 환영하는 하나의 이벤트로 인지하게 하여 자연스럽게 ‘감사’가 발생하도록 연구를 진행했다.
신입생들은 Big Sister Week가 진행되는 한 주 동안 자신이 받은 선물들에 대해 가능한 빨리 온라인 설문지를 통해 보고하도록 요청받았고, 이 행사에 대한 그들의 느낌과 자신이 받은 선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자신과 짝인 재학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고하도록 요청받았다. Big Sister Week가 끝나고 Big sister와 Little sister는 설문지를 작성했으며, 이후 한 달 후에도 참가자들에게 ‘서로에 대한 감정과 최근의 상호작용’에 대한 온라인 설문지를 요청했다.
위계적 선형 모델 분석(HLM)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분석하여, 감사를 예측할 수 있는 예측변인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 행사가 얼마나 놀라웠는지, 받은 선물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주는 사람이 얼마나 사려깊은지 중에서 얼마나 놀라웠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반면, 받은 선물을 얼마나 좋아했는지와 주는 사람이 얼마나 사려깊은지는 각각 중요한 예측변인으로 밝혀졌다. 또한 재학생이 선물에 돈을 많이 썼을수록, 신입생은 더 큰 감사를 느꼈다. 게다가 선물을 준 사람의 인식된 노력이 커질수록, 선물을 받는 사람은 더욱 감사하게 된다. 이러한 발견은 비용과 감사를 연결하는 이전 연구들을 뒷받침 한다.
신입생들은 선물을 받고나서 그들과 익명의 재학생 간의 관계를 세 가지 항목으로 평가하였다. 재학생이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정도, 재학생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재학생과 얼마나 가깝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평균을 내어 이를 ‘관계의 질’이라는 종합적인 측정값을 만들어냈다. 분석 결과, ‘Big Sister Week에 신입생이 얼마나 감사했는지’의 정도는 그 순간의 신입생과 재학생 간의 관계를 예측했으며, 나아가, 행사가 끝나고 나서의 관계도 예측했으며, 미래의 한 달 뒤의 관계의 질도 예측했다. 즉, 감사는 관계 형성과 유지를 촉진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감사가 관계형성과 관련이 있다는 첫 번째 증거를 제공한다. 본 연구에서는 감사의 의미가 주고받는 것 이상임을 처음으로 나타냈다. 감사는 선물 받는 사람과 선물을 주는 사람 사이의 관계구축을 도와주고, 관계유지를 도와준다. 즉, 감사는 관계를 촉진시키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감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 더 알고 싶다면,
Algoe, S. B., Haidt, J., & Gable, S. L. (2008). Beyond reciprocity: Gratitude and relationships in everyday life. Emotion, 8(3), 425-429.
http://dx.doi.org/10.1037/1528-3542.8.3.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