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네티컷대학교의 심리학자 글렌 애플렉은 어려운 과제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의 연구 대상은 만성통증 환자, 급성질환에 걸린 신생아의 부모, 발달장애아, 불임부부, 심장마비 환자 등 다양하다. 애플렉과 그의 동료들은 심장마비 환자가 자신의 심장질환 원인을 설명할 때 그가 말하는 방식이 앞으로의 심장 건강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예기치 않은 일을 겪으면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아내고자 애를 쓴다. 아내는(혹은 남편은) 내게 특별히 불만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 내 곁을 떠났을까? 왜 그 사기꾼은 하필 나를 찍었을까? 30년 동안 몸 바쳐 열심히 일했는데 왜 해고되었을까? 비싼 레스토랑에서 고급 요리를 먹었는데 왜 탈이 나버린 걸까?
연구에 참여했던 어떤 사람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애플렉과 코네티컷대학교의 지역의료학과에서 일하는 그의 동료들은 환자들에게 심장마비라는 질병으로부터 이익이나 이득을 얻은 것이 있는지 물었다. 이 실험에서 자신이 심장병에 걸린 이유를 남의 탓으로 돌린 환자들은 8년 이내에 다시 한 번 심장마비를 겪을 확률이 높았다. 반면 최초의 심장마비를 겪고 나서 삶에 대해 좀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는 등의 이득을 얻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심장마비 재발 위험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심장마비로 인해 자신의 가치관과 삶에서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답했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감사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가족과 아이들에게 내가 얼마나 여러 번 감사함을 느끼는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나에게는 귀여운 손자, 손녀도 있지요. 처음 심장마비를 겪었을 때 딸은 고등학생이었는데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구급차를 불러주었지요. 아내는 내가 필요로 할 때 항상 곁에 있어주었습니다. 뉴욕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켰을 때도 아내는 나와 함께 있었지요. 내게 심폐소생술을 해준 캘리포니아 출신의 젊은이도 잊을 수 없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돌아오니 열두 명이나 되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심장이식 수술을 기다릴 때도 아내가 나를 병원에 데려다주었습니다. 아내와 가족들은 매번 내 심장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또 3년 전 뇌에 혈종이 생겼을 때도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삶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참고문헌
Affleck, G., Tennen, H., Croog, S., & Levine, S. (1987). Causal attribution, perceived benefits, and morbidity after a heart attack: An 8-year study.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55(1), 29-35.
*표지 그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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