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소득은 증가! 개인 행복은 그대로?
: 이스털린 역설(Easterlin paradox)-2
개인의 부유함은 개인의 행복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차원에서 부(wealth)와 행복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부의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낮은 사람들보다 행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이 순간에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낮은 사람들보다 행복하다는 증거를 찾아야 한다. 다음으로 특정 기간 동안 부가 증가한 사람들은 같은 기간 동안 부가 감소한 사람들에 비해 행복한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2001년부터 2010년까지의 10년 간 부가 계속 증가한 사람들은 2001년의 행복 수준보다 2010년의 행복 수준이 높아야 하고, 같은 기간 동안 부가 계속 감소한 사람들은 2001년의 행복 수준보다 2010년의 행복 수준이 낮아야 한다.
다시 말해, 특정 시점의 부와 행복의 관계를 살펴보는 횡단적 분석(cross-sectional analysis)에서도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나야 하고, 특정 기간의 부와 행복의 관계를 살펴보는 종단적 분석(longitudinal analysis)에서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이 두 가지 차원에서 모두 부와 행복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까? 표-1은 횡단적으로 개인의 부와 행복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Easterlin, 2001).
표 1. 1994년 미국인의 소득 수준별 행복 수준 분석(Easterlin, 2001)
표-1의 (1)은 1994년의 소득 수준별 평균 행복 수준을 보여준다. (2)는 소득 수준별 ‘very happy’(아주 행복하다) 응답자수이고, (3)은 ‘pretty happy’(행복한 편이다) 응답자수이며, (4)는 ‘not too happy’(그저 그렇다) 응답자수이다. (5)는 표본의 총수를 보여준다. 표-1의 (1) 소득수준별 행복 평균 점수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1994년이라는 특정 시점의 미국인들은 부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행복이 증가함을 알 수 있다. 또한 (2)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very happy’라고 응답한 사람이 증가하고, (4)에서 처럼 ‘not too happy’라고 응답한 사람이 감소하는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한 횡단 분석에서는 개인의 부가 증가할수록 행복의 수준도 증가하는 부와 행복의 정적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 1945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인의 가구당 실질소득 증가율(real income per head)과 아주 행복하다(very happy)고 응답하는 사람의 비율 변화율(Layard, 2006).
그렇다면, 종단 분석에서는 어떨까? 개인의 소득 수준이 특정 기간동안 증가할 때 행복의 수준도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일까? 그림-1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No-!”임을 보여준다(Layard, 2006). 그림-1은 1945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인들의 실질소득(물가상승률을 제외하고도 증가한 소득) 수준변화와 행복한 사람들의 변화를 추적한 후, 소득의 변화율과 아주 행복한 사람들의 증감율을 비교한 것이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 1945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인들의 실질소득은 50% 정도 증가하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아주 행복하다(very happy)’고 응답하는 사람의 비율을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1945년에도 25% 수준이었던 아주 행복한 사람들의 비율은 2000년에도 여전히 25% 수준이었다.
그림 2. 1910년대 생부터 1950년대 출생까지의 연령대별 평균소득 증감과 평균행복 증감(Easterlin, 2001)을 조사한 것이다. 횡단 분석이지만, 종단적 시사점을 줄 수 있다.
그림-2는 1972년을 기준으로 1910년 출생자부터 1950년 출생자까지의 연령대별 평균 소득 증감과 평균 행복 증감을 살펴봄으로써 부의 증감과 행복의 증감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보았다. 그림-2의 검정 실선은 연령대별 평균 소득의 증감을 보여주고, 검정 점선은 연령대별 평균 행복의 증감을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대(1만 5천 달러)에서 50대(2만 5천 달러)까지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소득이 증가하다가 50대 이후에는 조금씩 감소하고, 60대 이후에는 1만 5천 달러를 유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같은 연령대에서 행복은 평균 2.5점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요약하면, 횡단적인 분석에서는 소득이 높은 개인이 낮은 개인보다 행복한 부와 행복의 정적 관계가 나타난다. 그러나 종단적 분석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 즉 가계 평균소득은 계속 증가하지만, 아주 행복하다고 응답하는 사람들의 수는 변화가 없었고, 50대 까지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소득이 계속 증가하지만, 행복의 수준에는 변화가 없으며, 50대 이후에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소득이 계속 감소했지만, 행복의 수준에는 변화가 없다. 이렇게 횡단적으로 더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행복하지만, 종단적으로 그 사람들의 부가 증감함에도 불구하고 행복은 변하지 않는 현상을 이를 발견한 학자인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 born 12 January 1926)을 기념하여 이스털린 역설(Easterlin paradox)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스털린 역설은 왜 발생할까? ① 소득은 증가했지만,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② 소득 불평등(소득 양극화)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전 계층의 고른 소득 증가에 의해 평균 소득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극소수의 사람들만 급격하게 부가 증가하면서 평균 소득이 증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면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더 알고 싶다면,
Easterlin, R. A. (2001). Income and happiness: Towards a unified theory. The Economic Journal, 111(473), 465-484.
http://dx.doi.org/10.1111/1468-0297.00646
Layard, R. (2006). Happiness and public policy: A challenge to the profession. The Economic Journal, 116(510), C24-C33.
http://dx.doi.org/10.1111/j.1468-0297.2006.01073.x
General Happiness Se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