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행복한 학교생활에는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칠까?
한국의 교사교육 연구 동향과 관련된 선행연구에 의하자면 ‘교사의 무기력함’이 교직생활을 위해하는 가장 큰 요소임을 알 수 있다(조용기, 최석민: 2003; 김선구, 2008; 신득렬, 2008; 이현민, 2008). 교사의 교육철학이 부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교사들이 처한 현실이 교사들로 하여금 교육철학을 갖도록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사가 처한 현실이란 과도한 업무로 인해 진지한 성찰 기회 부재, 의사결정권의 부재로 인한 자율성 침해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학교풍토 속에서 교사들은 교육활동의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에서 배제되고, 따라서 교사들이 교육활동을 수행하면서 어떤 가치판단의 사안들을 만나면 철학적으로 숙고하기보다는 법규나 매뉴얼을 따르는 식이 되어버린다. 이런 교육현실이 교사로 하여금 교육적 신념이나 교육목적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하며, 자신의 교육철학을 가질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한 실험에서 개를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는 상자에 넣고 A, B 두 집단으로 나눈 뒤 A집단에는 전기충격을 멈출 수 있게 하는 버튼을 제공했고, B집단에는 전기충격을 멈출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런 뒤 아래 그림과 같이 반쪽은 전기가 통하고 반쪽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상자로 옮겨 전기가 들어올 때 빨간 불이 켜지는 환경을 제공하였다. A집단의 개들은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불이켜지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학습하였지만, B집단의 개들은 혼란스러워하고 공격성을 보이다 결국 학습에 실패하고 전기충격을 그대로 받아내는 모습을 보였다(Seligman & Maier, 1967).
Seligman & Maier(1967)의 학습된 무기력 실험 [google image 검색]
교사들의 무기력함도 학습된 무기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한 반복된 노출은 학습된 무기력을 가져와 교사로서 성취지향적이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한다. 이런 무기력의 경험이 누적되면 교사는 주변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재설정 하려 하지 않고 우울, 불안과 같은 정서적 장애를 유발하는 동기적, 인지적, 정서적 손상을 일으켜 생존에 대한 삶의 의지까지 상실하게 되는 부정적인 심리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 결과 교사는 급변하는 사회환경에 능동적, 자주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한 의사 결정이나 선택을 현명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면서 건강한 성격과 생활태도를 형성하는데 장애가 되며, 그것은 곧 교육활동에 직결되어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이러한 교육의 결과는 학교교육의 비인간화 현상을 부추겨 교사와 학생간의 인격적 교류가 이루어지거나 학생의 삶을 존중하는 교육이 행해지는 것을 어렵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들이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심리적으로 건강한 삶의 태도, 의식, 자신감, 교직관을 가져 자신의 건강한 내면세계를 확립 수 있도록 하는 학교 풍토가 매우 중요하다. 한 연구에서 29개 고등학교 교사 781명을 대상으로 학교 풍토가 교사의 직업만족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았다(Aldridge & Fraser, 2016). 학교의 풍토는 ‘일에 대한 압박’, ‘자원의 적절성’, ‘교장의 지원’, ‘소속감’으로 나누어 이들이 학교의 비전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의미하는 ‘목표 일치도’와 자신의 학급 내에서 얼마나 자유로운 학급운영을 할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자유도’, ‘자기효능감’, ‘직업 만족도’에 직·간접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일에 대한 압박과 자유도, 직업만족도와는 부적 관련이 있었다. 이는 일에 대한 압박이 높은 경우 학급운영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기 어렵게 하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저하시킴을 의미한다. 자원의 적절성이 목표 일치도와 정적 관련이 있어, 자원이 적절하게 지원이 될 경우 학교의 비전에 더욱 동의함을 알 수 있었다. 또, 교장의 지원은 목표 일치도, 자유도, 자기효능감, 직업만족도와 정적 관련이 있었다. 이는 교장이 교사가 원하는 방향대로 지원을 잘 하는 경우 교사가 학교의 비전에 더욱 동의하게 되고 학급운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느끼며 교사로서 자신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느껴지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짐을 의미한다. 그리고 학교에 대한 소속감은 목표 일치도, 자유도, 자기효능감과 정적 관련이 있었는데, 즉 교사가 본인이 학교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면 학교차원의 비전에 더욱 동의하게 되고 학급운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느끼며 교사로서 효능감을 더욱 느끼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기효능감은 직업만족도에 직접적으로 정적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교사로서 자신이 행하는 것들이 영향력이 있다고 느껴지면 교사생활의 만족감이 증진되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교사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일에 대한 압박이 적고, 필요 자원이 적절하게 제공되어야 하며, 교장이 교사의 교육행위를 지지해주고 교사가 학교에 소속감을 느끼며 자신이 하는 행위에 대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학교풍토가 중요하다. 이러한 학교풍토는 교사로 하여금 자유로운 학급운영, 학교의 비전 수용 등을 증진시켜 궁극적으로 교사가 행복한 학교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로서의 삶이 현재 만족스러운지 불만족스러운지 돌아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면 ‘일의 압박이 많은가?’, ‘교육행위를 하는 데 자원이 적절하게 제공되고 있지 않은가?’, ‘교장이 나의 교육행위 전반을 잘 지원해 주지 못하고 있는가?’, ‘내가 학교의 구성원이라는 느낌이 부족한가?’ 등의 질문을 스스로 해보자. 일반적으로 교사에게 학교풍토는 수동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요인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또,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개인차원에서 많은 노력이 드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학교풍토가 교사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중요한 요인임이 밝혀진 이상 이를 능동적으로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행복한 교사생활이 삶에서 중요함을 깨닫고, 학교풍토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교사가 되어보길 권한다.
Reference
김선구 (2008). ‘사회적 실천가’로서 교사. 교육철학b, 35: 5-33.
신득렬 (2008). 교사와 교육철학. 교육철학b, 35: 97-120.
이현민 (2008). 학교교육 현실과 교사의 철학. 교육철학b, 35: 121-149
조용기, 최석민(2003). 교사교육과 교육철학의 성격. 교육철학b, 24: 157-169.
Aldridge, J. M., & Fraser, B. J. (2016). Teachers’ views of their school climate and its relationship with teacher self-efficacy and job satisfaction. Learning Environments Research, 19(2), 291-307.
Seligman, M. E. P., & Maier, S. F. (1967). Failure to escape traumatic shock.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74, 1–9. http://dx.doi.org/10.1037/h0024514
[School Climate & Happ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