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행복
: 교육수준과 행복의 밀접한 연관성
한국 학생들은 학창시절 그 어느 나라 학생들보다 공부를 많이 한다(그림-1). 그러나 학습효율(학습에 투자하는 시간대비 학업성취도)은 OECD 주요 30개국 중 24위로 최하위권이다(그림-2). 또한 OECD국가 중 학업을 내적동기(그 자체로 즐겁고, 보람 있고, 가치 있어서 행동하려는 동기)에 의해 수행하는 순위는 58위로 조사대상 72개국 중 최하위권이다(그림-3). 이렇게 내적 동기에 의하지 않은 학습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한국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는 OECD 주요 30개국 중 1위로 나타났고(그림-4), 스트레스의 반대쪽에 있는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그림-5).
그림 1. OECD 주요국 청소년 공부시간. 한국은 30개국 중 1위이다.
그림 2. OECD 주요국 청소년 학습효율화지수(학업시간 대비 학업성취도). 한국은 30개국 중 24위이다.
그림 3. OECD 국가 학업성취도 상위 10개국의 학업내적 동기 순위
그림 4. OECD 30개 주요국 청소년 학업스트레스.
그림 5. OECD 주요국 학생 삶의 만족도.
자! 그럼 모든 지표들이 이러하니,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지 말자고 해야 할까? 공부 열심히 하면 행복해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봐야 불행해지니 공부하지 말고, 놀아야 하나?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극단적이고, 지혜롭지 못하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답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자기 스스로 공부할 것을 찾아 공부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공부할 이유를 찾아 공부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공부시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라는 방향이 되어야지 ‘공부하지 말자’라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림 6. 연령층과 학력에 따른 행복수준. 검은 실선은 고졸이상 학력자이고, 검은 점선은 고졸이하 학력자이다. 전 연령층에서 고졸 이상 학력자가 고졸 이하 학력자보다 행복함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 공부를 열심히, 그리고 오래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 연구를 하나 소개한다. 이것을 연구한 학자는 이스털린(Easterlin, 2001)으로 특정 시점에서 소득 계층을 나누어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살펴보면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보다 행복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인 수준과 국가 수준에서 실질소득(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소득)이 계속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국민의 행복은 증가하지 않는 이스털린 역설(Easterlin paradox)을 관찰한 학자이다.
그림 7. OECD 대학진학률.
그림-6은 이 연구의 결과를 보여준다. 이스털린은 미국의 전 연령층을 고졸이상 학력자(고학력자)와 고졸미만 학력자(저학력자)로 구분한 후, 이들의 행복을 조사하였다. 결과적으로 학력의 주효과를 관찰할 수 있었는데, 고졸이상의 고학력자가 고졸미만의 저학력자보다 행복했고, 이것은 전 연령층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림-7은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을 보여주는데, 이스털린(2001)의 연구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는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를 갖춘 셈이다.
그럼 왜 고졸이상의 고학력자가 될수록 행복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공부를 많이 할수록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확률이 높아진다. 즉 공부를 많이 하면서 지식을 축적할수록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유다이모니아(Eudaimonia), 존재의 목적과 의미를 발견하는 것으로서의 행복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공부를 많이 할수록 다양한 관점을 가지게 된다. 많은 공부는 필연적으로 다양한 관점과 견해들을 경험하게 해준다. 이렇게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창의적이고, 문제나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도 높다.
셋째, 공부를 많이 할수록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에 대한 통찰력이 증가한다. 물리학과 대학원생들은 다양한 물리학 문제를 범주화할 때 같은 공식을 적용할 수 있는 것들끼리 범주화하지만(예: 뉴턴의 제2법칙을 적용할 수 있는가?), 학부생들은 문제의 겉모습이 유사한 것들 끼리 범주화했던 연구가 있는데(예: 같은 삼각형이 등장했는가?), 이는 공부가 깊어질수록 보이지 않는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Chi, Feltovich, & Glaser, 1981). 이러한 통찰력은 문제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는 것에 유익을 줄 뿐 아니라, 더 좋은 의사결정에도 유익하다.
공부 많이 하는 것이 행복을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부 많이 하는 것은 행복해지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우리가 할 일을 공부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왜 공부가 너의 행복에 유익한지 알려주며, 적은 시간에 많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스마트한 학습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지, 공부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아울러 왜 학교에서 아직 크게 나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과목까지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한지 알려주는 것이다.
이 연구를 시작으로 모든 부모님들과 학교 선생님들이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부를 왜 열심히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그동안 참아왔던 이 말을 해보자.
다 너 행복하라고
공부하라는 거야-!
*더 알고 싶다면,
Chi, M. T., Feltovich, P. J., & Glaser, R. (1981). Categorization and representation of physics problems by experts and novices. Cognitive Science, 5(2), 121-152.
https://doi.org/10.1207/s15516709cog0502_2
Easterlin, R. A. (2001). Income and happiness: Towards a unified theory. The Economic Journal, 111(473), 465-484.
http://dx.doi.org/10.1111/1468-0297.0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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