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행복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돈 or 자율성?
국민들의 주관적인 행복을 위해서는 많은 돈을 주는 것이 중요할까, 높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할까? 돈이냐 자율성이냐를 놓고 매우 격렬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자가 개인의 주관적 행복에는 더 중요하다. 적어도 이 연구에서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결론이 믿기지 않거나 의심되는가? 또는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하는가? Fischer와 Boer의 연구 과정을 따라가며 확인해보자.
Fischer와 Boer은 본 연구에서 메타분석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첫째, 개인주의(자율성) 또는 부유함 중 어떤 것이 행복을 더 잘 예측하는가, 둘째, 효과가 선형적이고 독립적인가. 이들의 연구는 아직 조사되지 않은 부유함과 자율성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 효과를 최초로 테스트하였다.
맨 처음으로 연구한 주제는 ‘국가 간 일반 건강(General Health Across Countries)’이다. 일반 건강은 말 그대로 인구 및 지역 사회의 환경에서의 전반적인 정신 건강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측정하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설문지가, 데이비드 골드버그가 개발한 일반 건강 설문지(General Health Questionnaire, GHQ)다. GHQ 점수가 높을수록 심리적 고통, 불안, 사회적 기능 장애가 더 많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연구자들은 1972년에서 2005년 12월 사이에 발표된 전 세계의 GHQ 결과를 모았다. 누락된 정보를 평균으로 대체하거나 기준에 맞지 않는 것들을 제외하자, 샘플은 총 54개국의 260,449명이 되었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37세이며, 45%는 남성이었다. 개인주의에 대한 데이터와 부유함에 대한 지표(GDP, BCP 등) 등을 첨가하여 메타분석을 실시하였다. 국가 간 일반 건강의 전체 평균은 .169, 표준 오차는 0.002였다.
분석 결과, 개인주의가 GHQ와 유의미한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1은 개인주의의 패턴을 보여준다. 부유한 나라에서는 개인주의와 부정적 행복(일반 건강) 사이의 관계가 약화되었지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개인주의가 가장 관계가 깊었다. 매우 개인주의적이고 부유한 사회는 개인주의이지만 부유한 사회보다 다소 GHQ가 높았다. 그러나 전반적인 패턴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할수록 GHQ의 점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연구 주제는 ‘국가 간 불안(Anxiety Across Countries)’이다. 국가 불안은 상황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불안, 긴장 등을 의미한다. 분석에는 1970년에서 2006년 사이의 Spielberger가 개발한 상태-특성 불안척도(State-Trait Anxiety Inventory, STAI) 결과들을 이용하였다. 총 28개국의 28,400명의 샘플을 얻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35세이며, 48%가 남성이었다. 국가 간 불안의 전체 평균은 .465, 표준 오차는 0.007이었다.
결과 해석에서 우선, 인구 구성에 ‘학생’이 포함되었는지가 불안을 예측하는 변수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상당히 높은 불안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 첫 번째 연구와 마찬가지로 개인주의가 불안과 중요한 관계인 것에 비해, 부유함은 그렇지 않음이 나타났다. 부유함은 불안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고 볼 수 없었다. 다만, 부유한 국가의 경우에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불안이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표 1. 부정적 행복지수의 국가별 점수
study 1과 study2의 평균 점수(Mean)는 표준화하여 0과 1사이의 값을 갖고, study3의 평균 점수는 백분율로 계산한다. 셋 모두 평균 점수가 높을수록 부정적인 상태를 나타낸다.
그림 1. 부와 일반 건강 설문지 (GHQ) 점수 사이의 관계
그림 2. 개인주의와 일반 건강 설문지 (GHQ) 점수 사이의 관계
세 번째 연구 주제는 ‘국가 간 번아웃(Burnout Across Countries)’이었다. 번아웃(Burnout)은 직업 스트레스 맥락에서 주로 쓰이는 말인데,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며 급격하게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은 정서적 고갈(EE), 비개인화(DP), 개인 성취 부족(LPA)라는 3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이 연구에서는 가장 중요한 징후인 정서적 고갈(EE)에 초점을 맞추었다. 1981년에서 2007년 사이에 마스라크 번아웃 척도(Maslach Burnout Inventory)를 사용하여 보고된 결과들을 모아 분석을 진행했다. 총 25개국의 124,149명의 샘플이 확보되었으며, 가장 많이 포함된 직업이 교사와 간호사였다. 정서적 고갈의 전체 평균은 35.028, 표준 오차는 .547이었다.
분석 결과, 표본에 남성이 많이 포함될수록 고갈 점수가 낮아졌다. 이것은 번아웃되기 쉬운 직업군에 여성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런 직업군에 고용된 여성의 감성이 남성에 비해 더 민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개인주의의 효과는 또 다시 관찰되었다. 이번에는 부유함도 개인주의와 더불어 정서적 고갈을 예측하는 요인이었지만, 일관된 결과를 보이지는 못했다.
전체적으로 결과를 종합할 때, 행복을 예측하는 것에는 부유함 즉, 돈보다 개인주의로 표방되는 자율성이 더 유용하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부유함은 행복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 것일까? 부유함은 행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하기 보다 개인주의와 행복 사이의 관계를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부유할수록 사회 속에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커진다. 증가한 자율성이 결과적으로 더 큰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행복을 느끼는 것은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때로 단순한 개인 차원을 넘어서 국가와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 부유한 환경만큼, 어쩌면 그것보다도 나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궁극적인 행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