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1_행복한 삶
Chapter 02_행복과 유전에 관한 올바른 생각
1. 행복은 유전이 만들어낸 운명인가
굿 라이프에 대한 성찰은 두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하나는 굿 라이프란 무엇인가이며 다른 하나는 어떻게 하면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에 관한 물음이다.
두 번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물음이 있다. 바로 좋은 삶과 유전, 행복과 유전 사이의 관계에 대한 물음이다.
만일 행복이 유전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된다고 믿으면, 좋은 삶을 위한 노력은 불필요하게 된다. 반대로 유전의 힘을 무시하고 이루어지는 좋은 삶을 향한 노력은 우리를 과도한 긍정주의의 함정에 빠트릴 위험이 있다.
2. 행복은 키 키우기보다 쉽다
[1] 1996년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라는 매우 권위 있는 저널에 “행복은 우연적 현상이다(Happiness is a stochastic phenomenon)”라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데이비드 리켄(David Lykken)과 오크 텔리건(Auke Tellegen)이라는 두 명의 미네소타 대학 심리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이다.
[2] 리켄과 텔리건은 바로 직전 해인 1995년에 발표된 데이비드 마이어스(David Myers)와 에드 디너(Ed Diener)의 연구에 큰 감동을 받고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를 이용해서 동일한 결론을 도출하고자 했다.
마이어스와 디너는 개인의 행복과 개인의 인구통계학적 특성들 사이에는 큰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리켄과 텔리건은 이 결론을 한 번 더 증명하는 것을 넘어서서, 인구통계학적 변수들이 행복을 설명하는 힘이 약한 이유가 유전의 힘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고자 했다.
리켄과 텔리건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로 다른 가정에 입양된 일란성 쌍둥이들의 행복을 9년 간격으로 조사한 자료를 분석할 수 있었다. 우선적으로 분석한 것은 각자의 행복 점수가 9년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였다. 각자의 9년 전과 9년 후 행복 점수 간의 상관계수를 구한 결과, .55로 나타났다.
매우 놀랍게도, 9년 전에 측정한 자기 쌍둥이 형제의 행복 점수와 9년 후의 자기 행복 점수의 상관이 .54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행복 간의 상관이 높다는 점은, 개인 간 행복의 차이가 유전적 특성에 의해 대부분 결정됨을 시사한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결과를 해석하면서 논문의 끝 부분에서 매우 유명한(악명 높은?) 발언을 하게 된다.
It may be that trying to be happier is as futile as trying to be taller.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키를 키우려고 노력하는 것만큼 부질없다.)
이 문장 하나로 그들은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다. 예상치 못한 관심에 리켄은 학자로서 큰 부담을 갖게 된다. 단순한 유명세에 대한 부담만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마지막 주장이 과장을 넘어서 근거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데서 오는 부담이었다.
그 무렵에 세계적인 출판 에이전트인 존 브록먼(john Brockman)이 행복과 유전의 관계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펴는 책을 써볼 것은 리켄에게 권한다.
[3] 그래서 출간된 책이 리켄의 <행복: 즐거움과 만족감의 선천성과 후천성(Happiness: The nature and nurture of Joy and Contentment)> (1999)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리켄은 자신의 발언이 일종의 ‘오버’이자 오류였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리켄의 책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 마지막 문장만을 기억하면서 행복에 대한 과도한 유전자 결정론을 신봉하고 있다.
3. 변화 가능성과 유전율에 대한 오해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과 특성에는 유전이 관여한다. 그러나 ‘관여’한다는 말이 ‘결정’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언론 매체가 자극적인 제목으로 유전자 결정론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연구 성과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특정 질병과 특정 특성이 특성 유전자에 의해 단독으로 결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이 어떤 유전자가 구체적인 질병이나 행동으로 발현되는 과정에는 수많은 환경적 요인이 관여한다.
[4] 따라서 유전자와 유전자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 유전자와 환경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감안하면, 유전과 환경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는 이분법적 질문은 도널드 햅(Donald Hebb)의 주장처럼 마치 가로와 세로 중에 무엇이 사각형 넓이에 기여하는 정도가 더 큰가라고 묻는 것과 같다.
유전이 운명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과 환경이, 그리고 유전자들이 서로 매우 복잡한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유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큰 이유는 유전율(heritability)과 변화 가능성(modifiability)이라는 두 가지개념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유전율이란 ‘어떤 특성에서 나타나는 개인들 간의 차이가 그들의 유전적인 차이에 의해서 설명되는 정도’를 의미한다. 이는 철저하게 집단 내 개인차에 관한 개념이다. 한 개인의 절대 점수에 관한 개념이 결코 아니다.
이와 달리 변화가능성은 ‘한 개인의 특성이 변화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집단 내 개인차와 유전의 관계를 다루는 유전율과 한 개인의 변화를 의미하는 변화가능성은 애초부터 전혀 관계가 없는 개념이다.
행복의 유전율이 높다는 것은 행복하지 않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행복이 행복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행복보다 높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의 행복 수준 자체는 현재보다 높아질 수 있다. 변화 가능성은 유전율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4. 행복한 나라에 가면 행복해진다
일란성 쌍둥이 입양아 연구는 유전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지만, 환경의 힘을 확인하기에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뜻밖의 대상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이민자들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조국을 떠난 그들은 과연 더 행복해졌을까? 만일 유전이 행복을 결정하는 운명 같은 요인이라면 아무리 더 나은 국가에 정착했더라도 그들의 행복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행복이 경제적 여건, 사회문화적 환경 등에 영향을 받는다면, 이민자들의 행복은 자기 조국의 행복 수준을 넘어 새롭게 정착한 국가의 행복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유엔 행복보고서(UN World Happiness Report) 2018년판은 바로 이 문제에 주목하고, 최소 100명 이상의 이민자가 포함된 나라들만 뽑아서 이민자의 행복 점수를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먼저 자국인들 자료에 근거하여 각 나라의 행복 점수를 계산했다. 이때 측정한 행복은 삶의 만족감(즉, 足(족))이었다. 그런 후에 이민자들의 응답에 기초하여 각 나라의 행복 점수를 다시 계산했다. 이민자들의 출생 국가가 아닌 이민 와서 살고 있는 국가의 행복 점수를 다시 계산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117개 국가의 두 가지 행복 점수를 계산한 후에, 이 두 점수 사이의 상관 계수를 구했더니 무려 .96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국인들을 대상으로 행복 점수를 계산해서 국가별 순위를 정하나, 이민 온 사람들의 행복 점수를 계산하여 국가별 순위를 정하나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혹자는 이런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행복한 나라에는 행복한 국가의 국민들이, 불행한 나라에는 불행한 국가의 국민들이 이민 오기 때문에 이 결과는 새로 정착한 국가의 특징이 아니라 이민자들의 조국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흥미 있는 대안 가설이다. 캐나다에 이민 온 총 100개국 출신 사람들의 행복을 측정한 결과, 그들의 행복 수준은 출신 국가의 행복 수준이 아니라 캐나다 자국민들의 행복 수준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 분석을 주도한 연구자들은 “행복은 거주하고 있는 사회의 질에 따라 변할 수 있고, 실제로도 변한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행복이 유전에 의한 운명이라면 결코 기대될 수 없는 패턴을 발견했기 때문에 내릴 수 있었던 결론이다.
5. 행복은 운명이라는 믿음의 역풍
행복과 유전의 관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은 서로 어떻게 그리고 어느 정도 다를까? 또한 개인들이 가진 생각의 차이는 개인의 실제 행복 수준과 행복해지려는 노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 연구팀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일련의 연구를 진행했다.
[5] 특히 유전자 결정론을 신봉하는 사람일수록 행복해지려는 의지가 약할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해보고자 했다.
유전자 결정론을 믿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열 두 문장을 참가자들에게 제시하고 동의하는 정도를 물었다. 동의하는 정도가 강할수록 유전자 결정론을 신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두 문장은 다음과 같다.
– 우리의 행복은 대체로 유전자에 의해 미리 결정된다.
– 한 개인의 행복 수준은 평생 동안 잘 바뀌지 않는다.
예상대로 사람들 간의 개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누군가는 유전자 결정론을 강하게 신봉했고, 누구는 환경에 의해 행복이 결정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우리 연구의 중요 목적은 유전자 결정론을 강하게 믿을수록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데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었다. 행복을 위한 노력의지를 측정하기 위해, 심리학 연구를 통해 밝혀진 행복에 도움이 되는 열한가지 활동을 제시하고 얼마나 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행복을 위한 11가지 활동>
1) 명상하기
2) 운동하기
3) 친절 베풀기
4) 자신에게 중요한 목표 추구하기
5) 감사 표현하기
6) 낙관적 마음 갖기
7) 삶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8) 행복한 사람들처럼 행동하기
9) 지금 이 순간을 음미하기
10) 스트레스를 이기는 효과적 전략들을 사용하기
11) 타인과 비교하지 않기
분석 결과 우리의 가설을 확증해주었다. 유전자 결정론을 믿는 정도와 행복 증진 활동에 참여할 의사 사이에 부적 상관관계가 발견된 것이다. 이 패턴은 미국인에게서도 동일하게 발견되었다.
반론도 존재한다. 유전자 결정론을 믿는 사람들은 애초에 행복을 중시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 활동 참여 의사가 낮은 것이지, 행복이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에 행복 활동 참여 의사가 낮은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다.
우리는 이런 반론에 대비하여 참가자들의 행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미리 측정해두었다. 분석 결과, 유전자 결정론자든 환경론자든 행복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에서는 별 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유전자 결정론의 오류와 위험성이 행복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6] 심리학자 스티븐 하이네(Steven Heine)는
다시 말해, 사람들은 어떤 특성을 그 특성이 보이게끔 하는 어떤 ‘본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 본질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여자를 여자이게끔, 머리 좋은 사람을 머리 좋게끔 만드는 보이지 않는 ‘어떤 본질’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1990년대 시작된 인간게놈 프로젝트 이후로 사람들은 ‘유전자’가 그 본질이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행복이 행복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각도 그 일례일 뿐이다.
스티븐 하이네의
‘강한 유전자 결정론’은 사실 관계에서 이미 틀렸을 뿐만 아니라 좋은 삶과 좋은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의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7] 유전자가 운명이라고 보는 강한 유전자 결정론보다는 유전자가 인간의 특성에 기여한다고 보는 ‘약한 유전자 결정론’이 훨씬 타당하다.
유전자의 힘은 궤도가 정해진 기찻길이 아니다. 다른 유전자들 및 환경 요인들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바뀔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6. 행복은 늘 제자리로 돌아오는가
[8] 1971년 심리학자 필립 브릭먼(Philip Brickman)과 도널드 캠벨(Donald T. Cambell)은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는 용어를 세상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쾌락의 쳇바퀴란 어떤 경험으로 유발된 정서적 상태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적응(adaptation) 현상을 지칭한다.
이런 생각이 존재한 이유는, 그만큼 적응 현상이 인간의 생존과 건강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리활동은 일시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감정도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원래의 감정 상태로 돌아온다. 이처럼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은 그 자체로 놀랄 일도 아니고 실망스러운 일도 아니다.
유전이 행복을 결정한다는 생각의 이면에는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리고 국가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개인의 행복은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결코 놀라운 현상이 아니다. 행복이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그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우선,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행복감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는데 아주 길다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주장은 틀린 말은 아니라도 효용성 면에서는 의미가 없다.
[9] 이 주제에 관한 가장 대표적인 분석이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의 리처드 루카스(Richard Lucas) 교수 연구팀에 의해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
실험 결과, 삶의 중요한 사건들 중에서도 사별, 장기 실업, 중증 장애를 경험한 사람들의 행복감은 심각하게 낮아진다. 이들의 행복감이 제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약 9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 후로도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런데 최소 9년이라는 시간은 행복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주장을 궁색하게 만들 정도로 매우 긴 시간 아닌가?
두 번째로 생각해볼 사항 역시 ‘시간’과 관련 있다. 파도에 지워질 것임이 분명함에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백사장에 표시하는 연인들을 무모하거나 비합리적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결국 사라질지언정 ‘그 순간’이 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측면이든 고통의 측면에서든 결국 원래의 감정 상태로 돌아갈 것이기에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냉소적인 태도이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유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무시하는 것은 삶에 대한 현명한 자세가 아니다.
7.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오해
도대체 우리는 왜 행복과 불행 수준이 영원하지 않고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생각에 그렇게 집착하게 되었을까?
[10] 한 연구의 결과가 왜곡되어 대중에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복권 당첨과 같은 큰 행운을 경험한 사람들과 사고로 장애를 입은 사람들의 행복감을 일반인의 행복감과 비교했다. 다음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복권 당첨자와 일반인의 행복 점수는 별 차이가 없다. 이 결과는 복권 당첨이 우리를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우리의 통념과 일치한다. 다음으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점수는 일반인 점수에 비하여 유의하게 낮았다. 다시 말해 이들은 일반인과 같은 수준으로 행복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 연구 결과가 사고를 당한 사람들도 일반인처럼 행복하다는 내용으로 잘못 알려지게 되었을까?
<복권 당첨자와 사고 희생자, 일반인들의 행복감 비교 |
|||
조건 |
행복 점수 |
||
과거 |
현재 |
미래 |
|
복권 당첨자 |
3.77 |
4.00 |
4.20 |
일반인 |
3.32 |
3.82 |
4.14 |
사고를 당한 사람 |
4.41 |
2.96 |
4.32 |
* 출처: Brickman & Coates & Janoff-Bulman(1978) |
연구자들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행복감 평균치 2.96이 5점 척도의 중간값인 2.50보다 낮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 사실을 지나치게 강조했다. 다시 말해,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현재 행복 점수가 예상보다는 낮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나머지, 그 점수가 일반인의 행복 점수 보다는 낮다는 점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하여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예상보다 불행하지 않다”는 결과가 “사고를 당해도 불행하지 않다”로 둔갑되었고, 이후 이 논문은 불행한 사건 후에도 사람들의 행복감은 결국 제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증거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을 종합하면, 유전이 인간의 행복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간의 거의 모든 특성에 유전이 관여한다는 행동유전학(behavioral genetics)의 제 1법칙에서 보면 이는 그리 놀랄 만한 점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유전이 행복에 기여하는 것은 맞지만 유전이 결코 행복을 운명 짓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Chapter02를 나가며 –
유전자의 힘은 궤도가 정해진 기찻길이 아니다.
유전은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과 특징에 관여하지만, 유전자의 발현 과정에는 수많은 환경적 요인 또한 관여한다.
유전율이란 집단 내 개인차에 관한 개념일 뿐, 한 개인의 변화를 의미하는 변화 가능성과 전혀 관계가 없다. 키 작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키 큰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보다 키가 더 크기 어렵겠지만, 그 아이는 키 작은 부모의 키보다는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우리는 남들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시합을 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원할 뿐이다. 남들과 경쟁하지 않는 행복을 향한 노력, 제자리로 돌아온다해도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긍정할 줄 아는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