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1_행복한 삶
Chapter 03_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며 균형 있게 사용한다. 첫 번째 그룹은 ‘심리주의자의 기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으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마음의 기술이다. 명상을 하거나, 감사한 일을 세어보거나, 부정적 사건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해보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 그룹은 ‘환경주의자의 기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으로서, 애초부터 쉽게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맛있는 것을 먹거나 행복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 예다.
아쉽게도, 우리 사회에는 심리주의자의 기술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는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한 후에 사용하는 기술들이기 때문에 소극적이며 사후 처리적인 특성이 강하다.
행복한 사람들의 ‘마음의 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배우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부터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1.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행복한 사람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만일 일치하지 않는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딜레마에서 행복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1] 이 질문에 답하고자 우리 연구팀은 일련의 연구를 수행했다.
우리 연구팀은 대학생 참가자들에게 어느 일자리를 소개하면서 그 일이 참가자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라고 알려주었다. 이후 본인이 그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물었다.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그 일이 본인이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고 알려주고, 그 일을 본인이 얼마나 잘하는지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물었다.
흥미롭게도, 두 경우 모두에서 행복감이 낮은 학생들이 행복감이 높은 학생들보다 자신이 그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했다. 행복감이 높은 학생들은 그 일을 좋아하면, 잘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더 흥미로운 결과는 그 일자리가 본인이 잘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알려주고, 본인이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아는 것이 자신의 결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물었을 때 나타났다.
행복한 학생들은 자신이 그 일을 좋아하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했지만, 행복감이 낮은 학생들은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일이라면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했다.
우리 연구팀은 한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이 어떤 활동을 하면서 실제로 경험하는 행복의 정도가 그 일을 좋아하는 정도와 그 일을 잘하는 정도 중 어느 것에 의해서 더 결정되는지를 알아보았다. 하루에 몇 차례씩 연구 참가자들에게 모바일 설문을 실시하여 설문을 받은 그 순간에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를 보고하게 했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느끼고 있는 즐거움과 의미의 정도를 보고하게 했다.
분석 결과,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 순간순간의 즐거움과 의미는 그 일을 잘한다고 느끼는 정도보다는 그 일을 좋아한다고 느끼는 정도에 의해서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하는지 여부가 행복에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느끼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우리는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하여 또 다른 연구를 진행했다. 한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학기 초에 그 수업을 ‘좋아해서 듣는 정도’와 잘할 수 있기 때문에 듣는 정도‘를 보고하게 했다. 학기 말에 그 학생들을 다시 조사하여, 그들이 한 학기 수업을 통해 경험한 행복감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그 수업을 좋아해서 듣는다고 보고한 학생일수록 수업에서 경험한 행복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잘할 수 있어서 듣는다고 보고한 정도와 행복감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수 없다는 어른들의 조언이 들려올 때, 늘 잘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도 없다는 주문을 외워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행복한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2. 되어야 하는 나보다 되고 싶은 나를 본다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Tory Higgins)에 따르면, 우리의 의식은 세 개의 자기 간의 공존과 갈등의 장이다. 한 사람의 내면을 이해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 자기(actual self), 되고자 열망하는 이상적인 자기(ideal self), 그리고 되어야만 하는 당위적인 자기(ought self) 사이의 괴리와 갈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이들 사이의 괴리는 개인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자기 삶을 전진시키기 위해 이상적 자기라는 엔진을 장착한 사람들일까, 아니면 당위적 자기라는 브레이크를 장착한 사람들일까?
[2] 우리 연구팀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하려 일련의 연구를 진행했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108개의 행동 특성 리스트를 제공하고, 이 중에서 자신이 이상적으로 보유하고 싶은 특성 다섯 가지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특성 다섯 가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중복되어도 상관없었다.
그 후에 현재 자신이 각각의 특성을 어느 정도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5점 척도에서 평정하게 했다. 이 평정치는 현실적 자기가 이상적 자기와 당위적 자기의 특성을 각각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지(즉 괴리의 정도)를 나타낸다.
우선, 두 괴리 점수 모두 행복과 부적(-) 관계에 있었다. 다시 말해 행복한 사람들일수록 두 괴리 점수가 낮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결과는, 행복이 현실 자기와 당위적 자기의 괴리보다는, 현실 자기와 이상적 자기의 괴리 정도와 훨씬 강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아가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때 행복이 찾아온다는 점을 시사한다.
행복은 역할, 의무, 책임, 조심, 경계, 현상 유지로 대표되는 당위적 자기의 브레이크보다는 꿈, 비전, 이상, 열망으로 대표되는 이상적 자기라는 엔진을 달고 전진하는 사람에게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첼리스트 요요마가 국내 일간지와 한 인터뷰는 이상적인 자기 엔진을 달고 사는 사람들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3] 요요마는 자신의 인생이 결정적으로 바뀌게 된 터닝 포인트를 이렇게 소개했다.
19세 때 뉴욕에서 독주회를 했다. 완벽하게 연주하고 싶었고 1년을 준비한 무대였다. ~ 불현 듯 ‘이건 아주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의 전환점이었다고 본다. 완벽해야 한다는 마음이 문제였던 것이다. 나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들릴까만을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이때를 ‘해야 한다(should)’를 ‘하고 싶다(want to)’로 바꾼 순간으로 부른다. 중략.
‘Should’를 ‘Want to’로 바꾼 것, 이는 당위의 브레이크가 지배하는 삶에서 이상의 엔진이 지배하는 삶으로 바뀌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행복한 사람은 당위의 영역을 줄이고 이상의 영역을 넓히는 삶의 기술을 발휘하면서 살아간다.
3. 비교하지 않는다
사회 비교(social comparison)와 사회적 유대(social companion)는 우리를 지탱해주는 강력한 욕구다. 때로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기도 한다. 또 한편 우리는 타인과의 유대를 통해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외로움을 해결한다. 사회 비교와 사회적 유대가 충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한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예를 들어, 만나면 기분이 좋은 친구(사회적 유대)와 만나면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는 친구(사회 비교) 중, 누구를 만나야 할까?
[4]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 연구팀은 ‘Comparison vs Companion’이라는 대결적 제목을 미리 정하고 일련의 실험을 시작했다.
한 시나리오에서 참가자들에게 중요한 시험의 가채점 결과 자신의 점수가 60점이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두 명의 친구에게 문자를 받았다고 상상하게 했다. 한 친구는 90점, 다른 친구는 40점 맞았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두 친구 중 누구와 더 놀고 싶어할까?
우리는 실험에 맞서 참가자들의 행복 점수를 미리 측정해두었다. 유사한 일련의 실험을 반복한 끝에,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은 비록 자신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만나면 기분이 좋은, 즉 유대감을 경험할 수 있는 친구를 선호하지만, 행복감이 나은 삶들은 자신보다 점수가 낮아서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친구를 선호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트레이드마크가 타인과의 비교라면, 경제적 수준에 비해 행복감이 낮은 편인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남들과의 비교를 자주하는 것은 아닐까?
[5] 한국인의 낮은 행복 지수를 설명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이 인기 있는 가설을 검증해보기 위해, 우리는 고려대 심리학과 김학진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의 특이점은 비교로 인한 심리적 반응을 측정하기 위해 뇌영상촬영(MRI)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연구의 주된 관심은 소위 ‘보상 영역’이라고 불리는 뇌영역의 활동이었다. 연구팀은 이 영역이 자기 점수에 의해서 활성화되는 정도와, 자기와 타인의 점수 차이에 의해서 활성화되는 정도를 비교 분석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어떤 선택을 한 후 그 선택으로 인해 본인에게 주어지는 점수뿐 아니라 다른 참가자의 점수도 알려주었다. 모든 절차가 MRI 기게 속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기분을 참가자들이 보고하지 않아도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촬영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미국 사람들의 보상 영역은 자신의 점수에 강하게 반응했지만, 한국 사람들의 보상 영역은 다른 사람과의 점수 차이에 강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뇌는 불행히도 ‘비교하는 뇌’였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비교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행복한 사람들은 관계 프레임으로 세상을 본다.
4.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매장에서 경험을 쇼핑하는 사람들이다. 시간과 돈을 지불하고 다양한 경험을 카트에 집어넣는다.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 카트에 어떤 것들을 담을까? 우리 연구팀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행복한 사람들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 카트에 넣는 내용물을 비교하는 일련의 연구를 시작했다.
[6] 일련의 연구에서 우리가 발견한 사실은 행복한 사람들은 ‘좋은 사람과 보내는 시간’을 자신의 카트에 집중적으로 쓸어 담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금전적 이득’을 주로 담는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행복한 사람들은 친밀한 사람들이 주는 위로를, 행복감이 낮은 사람들은 돈이 주는 위로를 찾았다. 금전적 이득으로 스트레스를 해결하려는 것은 마치 술로 쓰린 배를 다시 술로 달래려는 것과 같다. 이 패턴이 만성화되어 있는 사람을 우리는 물질주의자라고 부른다.
[7] 우리 연구팀은 물질주의자의 하루를 해부해보려는 또 다른 연구를 수행했다.
참가자들에게 하루 세 번씩 랜덤하게 문자를 보내, 문자를 받은 순간에 하고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그리고 함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고하게 했다. 연구를 시작하면서 각 참가자의 물질주의 정도를 미리 측정해두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지만 여전히 놀라웠다. 물질주의자들은 TV 보는 시간과 쇼핑하는 시간이 많았다. 반면 책을 읽거나 봉사하는 시간은 적었다. 결정적으로 그들이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비물질주의자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었다.
[8] 연구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우리 연구팀은 장난기가 가미된 아주 간단한 연구를 하나 진행했다.
우리는 서울대 학생들에게 이성 친구와 1주년 기념으로 2박 3일 제주도 여행이 예정되어 있다고 가정하게 하고, 얼마를 받으면 안 갈 수 있는지를 물었다. 결과는 예상보다 충격적이었다. 행복감이 상위 50퍼센트인 학생들은 이성 친구와 2박 3일 제주도 여행을 포기하기 위해 무려 약 1천 600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행복감 하위 50퍼센트인 학생들은 35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얼핏 생각하면 행복한 사람들이 더 탐욕적이라고 보일 수도 있으나, 실은 그들이 친밀한 사람과의 관계에 매우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결과다.
5. 소유보다 경험을 산다
이스털린 역설이란 돈과 행복의 관계가 일관되지 않고 서로 모순되는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힌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A. Easterlin)의 주장이다. 이스털린은 한 사회 내에서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행복한 것은 맞지만, 한 사회의 부가 일정기간 동안 증가하더라도 그 사회 전체의 행복 수준이 그와 비례해서 증가하지는 않는 역설적인 패턴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스털린이 이 이론을 발표한 1974년 이후 더 광범위한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이 역설은 더 이상 역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사회의 부의 증가가 국민의 행복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맞지만, 그 정도를 결정하는 몇 가지 변수가 존재함이 밝혀진 것이다.
국가적 수준의 변수로는 소득 불평등이 대표적이다.
[9] 시게히로 오이시(Shigehiro Oishi) 등의 연구에 따르면 다음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소득 불평등이 심할수록, 즉 지니계수가 클수록 소득 증가와 국민 행복 증가 사이의 관계는 약해진다.
이는 일정 기간 한 사회의 부가 증가하더라도 개인에 집중된다면 소득 증가의 행복 효과가 대다수 사람에게는 강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한 가계의 총 소득보다 총처분가능소득(이자나 세금처럼 의무적으로 지출해야하는 돈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소비, 저축할 수 있는 소득)의 증가가 행복 증가와 더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 참고로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가계 1인당 실질 총처분가능소득이 1천 800만 원가량으로 조사돼, 비교 대상인 OECD 소독 29개국 중 19위인 중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소득 불균형과 가계 총처분가능소득이라는 변수는 국가의 구조적 변수다. 따라서 소득의 증가가 행복의 증가로 잘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돈 자체의 효과가 없다기 보다는 사회 구조의 특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소득 증가가 행복의 증가로 잘 연결되지 않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인 수준의 변수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변수가 개인의 소비 행태다. 우리의 소비는 소유물을 사는 소비와 경험을 사는 소비로 크게 구분될 수 있다.
소비를 소유와 경험으로 구분한 후에 각각의 소비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다수 연구에 따르면, 소유 소비보다는 경험 소비가 행복에 미치는 힘이 단연코 크다.
[11] 소득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서 행복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늘어난 소득으로 행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을 사는 데는 인색하고, 행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소유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한편 경험을 사지 않고도 경험 소비에 의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역설적이지만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소유물을 보는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다. 책장이라는 물건을 사면서 ‘지식을 저장하는 경험’을 산다고 의도적으로 프레임 할 수도 있다.
[12] 우리 연구팀은 소유물을 경험으로 프레임화 하는 작업이 경험을 사는 것 만큼의 행복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행복한 사람은 소유보다는 경험을 사는 사람이다. 소유를 사더라도 그 소유가 제공하는 경험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6. 돈으로 이야깃거리를 산다
경험의 삶이 곧 무소유의 삶이다. 소유하지 않는 삶이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소유에 대한 욕망을 삶에 대한 경험과 관찰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소유와 경험의 차이에 대한 연구에 천착해온 코넬 대학의 토머스 길로비치(Tomas Gilovich)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경험이 무소유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소유물은 비교를 불러일으키지만 경험은 비교를 유발하지 않는다. 소유는 본질적으로 물건(thing)이기 때문에 비교가 쉽게 일어난다. 소유가 유발하는 비교는 남들과의 비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물건을 구매한 후에도 자신보다 싸게 산 사람은 없는지, 더 싸게 파는 곳은 없는지 등 전방위적인 비교가 발생한다.
[13] 최적의 물건을 최적의 시기에 최적의 가격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이런 강박적인 소비 성향을 심리학자 베리 슈워츠(Berry Schwartz)sms ‘극대화(maximizing)’라고 부르고, 극대화 성향이 강할수록 행복감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반대로 경험은 본질상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비교가 쉽지 않다. 소유와 달리 경험은 ‘지금 여기’의 심리 상태를 강하게 유발하기 때문에 경험하는 그 순간에 몰입하게 만든다.
둘째, 경험은 우리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의 경험 목록을 보아야한다. 경험은 우리의 의식과 철학과 가치를 구성한다. 무소유의 삶은 진정한 자기를 만나는 삶이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소유 리스트를 늘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 이력서를 빼곡하게 채워나가는 사람이다.
셋째, 경험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소유가 대화의 주제가 되면 그 대화는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소유는 비교를 유발하기 때문에 소유에 대한 대화는 관계를 위협한다. 반면에 경험에 관한 대화는 즐거움을 창출한다. 경험은 소유보다 훨씬 관계 지향적이다.
7. 돈으로 시간을 산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 물질만능주의도 경계해야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을 인내로 견디려는 우직함도 마냥 칭송해서는 안된다.
돈으로 시간을 사야한다. 부의 증가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와 자원을 크게 늘렸지만, 가장 중요한 자원 하나를 고갈시켰다. 바로 시간이다.
시간 빈곤은 인류가 경험하기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가난이다.
시간은 본질상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돈을 버는 데 쓰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다른 활동을 하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14]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활동에는 여행, 운동, 수다, 걷기, 먹기, 명상 등이 포함된다.
우리가 비록 과거에 비해 훨씬 부유해졌을지는 몰라도 행복을 가져오는 이런 활동에는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부의 증가가 행복의 증가로 잘 연결되지 않는 이유이다.
[15] 최근 하버드 대학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시간을 벌어주는 데 돈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가사 부담을 덜기 위해 가끔 가사도우미를 쓰거나 운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등 자신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는 소득 수준과 상관이 없었다. 알뜰하게 사는 것은 소중한 미덕이다. 그러나 시간의 결핍을 줄이려는 노력도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돈을 택하면 시간에서 손해가 발생하고, 시간을 택하면 돈에서 손해가 발생하는 갈등적 상황이 흔하게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을 선택할 것인가 돈을 선택할 것인가? 행복한 사람들은 어느 쪽을 택할까?
[16]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UCLA 연구팀이 일련의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돈과 시간 중 무엇을 더 원하는지 물었다. 또한 행복감을 측정했다. 분석결과,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시간보다는 돈을 더 원했으나 시간을 선택한 사람들이 돈을 선택한 사람들보다 행복감이 높게 나타났다!
시간을 선택한 사람들의 행복감이 높은 이유가 이미 돈이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이에 대비해 연구자들은 경제적 요인이 작용하는지 분석했다. 결과는 반론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행복한 사람들은 돈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 자체를 중시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기에, 돈보다 시간을 선택한 것이었다.
8. 걷고 명상하고 여행한다
행복한 사람들은 불행한 일을 당하도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기술만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애초부터 행복한 활동들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다. 행복한 사람들이 애초부터 행복한 활동을 자주하는 환경주의자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행복하고 불행한 활동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17] 이를 위해 우리 연구팀은 소위 경험 표집법(experience sampling method)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일상의 많은 경험이 주는 행복감을 측정하고자 했다.
참가자들은 하루에 일정 횟수 씩 설문에 임하여 그 순간에 하는 경험과 같이 있는 사람이 누군지에 대하여 보고했다. 참가자들은 행복을 측정하기 위해 두 가지 질문이 제공되었다. 하나는 그 순간의 즐거움에 관한 것, 다른 하나는 그 순간에 경험하는 의미에 관한 것이었다.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를 진행하였다.
그래프에 따르면 행복을 추구하는 길은 3사분면 활동들을 최소화하고, 1사분면 활동들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활동들을 애초부터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9.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한다
유도 경기에는 어려움 채점 방식이 있다. ‘효과’는 아무리 많아도 ‘유효’ 하나를 이길 수 없고 ‘유효’는 아무리 많아도 ‘절반’ 하나를 이길 수 없었다. 국가 순위의 집계 방법에도 총 메달수와 금메달 개수를 우선으로 집계하는 방법이 있다.
[18] 유도 채점 방법과 올림픽 국가 순위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행복은 긍정 정서 대 부정 정서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에 달려있다(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city, of positive Versus negative Affect)>라는 논문 때문이었다.
아무리 강한 자극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그 자극에 적응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행복 혹은 불행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쩌다 한 번 강한 자극을 경험하는 것보다는 소소한 즐거움이라도 자주 경험하는 것이 행복에 유리하다.
만일 이 행복 원리가 사실이라면, 행복한 사람들은 금메달 수보다 총 메달 수를 중시하는 집계 방법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가설이 가능해진다.
[19] 우리 연구팀은 이 가설을 검증해보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다.
참가자들에게 올림픽 국가 순위를 정하는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 물었다. 예상대로 행복감이 높은 사람들이 총 메달 수에 따른 순위를 더 선호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금메달 하나는 은메달 몇 개에 해당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평균 2.5개라고 답했지만, 행복감이 낮은 사람들은 평균 6개라고 답했다. 행복한 사람은 작은 것도 크게 보지만, 행복감이 낮은 사람은 큰 것만 크게 본다는 점을 시사한다.
작은 것도 귀하게 여기는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을 ‘음미하기(savoring)’라고 한다. 음미하기란 소소한 현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마음의 습관을 의미한다.
행복한 사람들은 소소한 즐거움들을 더 자주 경험하려고 일상을 재구성하는 사람들이다.
10. 비움으로 채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을 때, 우리는 ‘압도당하다(overwhelmed)’라는 표현을 쓴다. 이 단어는 긍정적인 단어로 쓰이기도 한다. 예상을 뛰어넘은 좋은 일들을 표현할 때도 사용한다. 이때는 과분하다는 뜻이다.
[20] 미국의 기자이자 작가인 브리짓 슐트(Brigid Schulte)가 현대인의 삶을 기술한 책의 제목이 ‘Overwhelmed’이며, 이 책의 한국어판은 <타임 푸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현대인의 고통 중 하나로 시간 빈곤 문제를 제기한다. 이 일하는데 찔끔, 저일 하는데 찔끔 하는 식으로 시간을 쪼개 쓰다 보니, 정작 굿 라이프의 중요한 영역이라고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이 주장한 일, 사랑, 놀이에 쓸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되었다는 것이 슐트의 주장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시간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돈으로 시간을 산다는 점을 이미 소개한 바 있으나, 이들이 사용하는 또 다른 삶의 기술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혹시 시간을 내어주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일부러 타인을 위해 시간을 내면 자신에게 시간적 여유가 많다고 느끼게 되지 않을까?
[21] 이 가설을 검증해보기 위해 심리학자 캐시 모길러(Cassie Mogilner)와 그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두 조건에 랜덤하게 할당했다.
한 조건에서는 중병을 앓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희망을 주는 편지를 쓰게 했고, 다른 조건에서는 라틴어 문장들이 가득한 페이지들에서 철자 ‘e’를 체크하게 했다. 전다는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내어준 조건이었고, 후자의 경우 별 의미 없는 일을 위해 시간을 쓴 조건이었다. 이후 참가자들은 자신의 시간이 얼마나 풍족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내어준 참가자들이 시간적으로 더 여유가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팀은 또 다른 실험을 실시했다. 한 조건의 참가자들에게는 어떤 고등학생의 작문을 15분 동안 고쳐주라고 했다.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작문을 고치는 일을 주었으나, 다른 사람이 이미 그 일을 했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다고 알려주었다.
결과적으로 전자는 15분의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할애해야 했지만, 후자는 15분이라는 자유 시간이 생긴 셈이었다. 이후 시간적 여유가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측정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공짜로 생긴 사람들보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할애한 참가자들이 시간적 여유가 더 많다고 응답한 것이다.
시간을 내어주면 역으로 시간이 생긴다(더 정확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는 점을 보여준 연구 결과다.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을 비움으로 자신을 채우는 삶의 비결을, 시간을 내어줄수록 시간의 부자가 된다는 삶의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소유를 내어주면 오히려 더 채워지게 된다는 종교적 가르침이 실제로도 발생함을 보여주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22] 아서 브룩스(Arthir Brooks)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기부를 하고 나면 이후에 수입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앞으로 이 주제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지만, 비워야 채워진다는 종교적 가르침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해주는 결과다.
—Chapter 03을 나가며—
행복한 사람들은 마음과 일상에 묘술을 부린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심리주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쉽게 행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일상을 다르게 배치하는 환경주의 기술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