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tions to anger-in, anger-out, and anger control
사람들은 언제 분노할까?
다양한 요소가 존재할 수 있지만, 심리학적 분노는 자신의 가치나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때 나타난다. 정당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누군가가 빼앗으려고 하거나, 기대하고 있었던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상황에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거나, 사람 또는 상황이 나에게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피해를 입혔을 때 우리는 분노한다.
물론 같은 상황에 처한 모든 사람이 똑같이 분노하는 것은 아니다. 운전할 때, 옆에 있던 차가 내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었을 때, 크게 분노하여 보복 운전까지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깜짝이야, 왜 저래’하고 넘어가는 사람도 있고, ‘바쁜 일이 있나 보지’하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이런 차이는 어디서 나타나는 걸까?
심리학자들은 두 가지 요소에 특히 주목한다. 하나는 불안과 우울과 같은 개인의 내적 특성이 분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격 특성으로 봤을 때는 신경증 성향이라고 불릴 수 있는 부분이다. 동물들도 불안할 때, 무서울 때 공격성을 드러내서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듯이, 인간도 불안할 때 그것을 분노로 전환하여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 나를 먼저 공격할 것 같아 불안하면,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평화와 행복이 깨지게 되고, 이것이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학습이 분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을 보면, 화가 났을 때 그것을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 삭이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 한국의 어머니들은 남편이 속을 썩여도 화를 삭이는 경우가 많았고, 그것이 화병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당시 사회와 문화가 여성들은 화를 표현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학습시킨 것의 결과이다. 이런 한국 어머니들의 성향을 전문 용어로는 내면화된 분노라고 한다.
반대로 분노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사람도 있다. 현대의 부모들 중에도 누군가 자신을 화나게 하면, 참지 말고 물리적 폭력이나 언어적 폭력으로 대응하라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렇게 가정에서 배우고 학습한 사람들은 분노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며, 때론 심각한 공격성을 드러낸다. 특히 남자아이들에게는 이런 방식으로 훈육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남자아이들에게 학습되는 분노 표출 방식은 외현화된 분노라고 부를 수 있다. 외현적 분노 표출은 타인에 대한 물리적 폭력이나 정신적 폭력을 통해 또 다른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사회문제화 될 수도 있다.
또한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학습했는지의 여부도 분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화가 났을 때, 평정심을 찾기 위해 심호흡을 하는 법을 배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노를 조절하는 것에서 차이가 생기고, 분노 표출 수준에서도 차이를 보이게 된다. 화가 났을 때, 이런 상황의 원인과 예방법을 생각해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화가 났을 때, 주의를 화가 난 대상이 아닌 다른 것에 돌리면서 일시적으로 판단을 중지하는 법을 배운 사람과 아닌 사람은 분노 표출과 분노 강도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개인의 신경증 성향, 분노표출 유형(내면화 vs. 외면화), 분노조절 학습은 서로서로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또한 이 세 가지 요소 중 무분별한 외적 분노 표출로 인해 분노가 사회적 문제로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Bridewell와 Chang이 215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구를 해본 결과, 분노 조절을 잘 학습했을수록 분노를 말이나 행동으로 표출하는 외현화된 분노 경향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경증 성향이 높은 개인은 분노를 속으로 삭이는 것과 분노를 외적으로 표출하는 것 모두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분노를 조절하는 것을 적절히 배우면 신경증 성향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개인의 신경증적 성향이 분노를 크게 느끼게 하더라도 분노를 조절하는 법을 적절히 배우는 외적인 분노 표출과 내적인 분노 삭이기를 모두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른 말로하면 신경증 성향과 같은 개인의 타고난 기질을 바꿀 수 없고, 이미 한 사람에게 깊숙이 내재 되어 있는 분노 표출 방식을 바꿀 수 없다면, 분노조절 방법을 배움으로써 내면화된 분노도 줄이고, 외면화된 분노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는 학교, 가정, 직장 등의 교육에서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개인의 내면적인 분노와 외면적인 분노를 모두 낮출 뿐 아니라, 분노가 폭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또한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쉽게 설명하는 소책자가 나와서 가정마다 비치하고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분노를 조절하고 낮추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분노조절을 잘 하는 롤모델이 되어주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Bridewell, W. B., & Chang, E. C. (1997). Distinguishing between anxiety, depression, and hostility: Relations to anger-in, anger-out, and anger control.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22(4), 587-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