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_줄리아니 뉴욕 시장과 리어왕,
그들은 왜 갑자기 단어를 바꿔 말했을까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상황은 우리의 관심을 끈다.
감정은 사람들이 세상을 보고 그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게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더 열심히 일하게 하거나 절망 속에 포기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다. 감정은 우리의 시각을 넓힐 수도 있고 같은 주제를 계속 곱씹게 함으로써 시야를 좁힐 수도 있다. 감정은 우리의 생각을 이끌어주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어울리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장에서 던지는 핵심 질문은 사람들이 쓰는 단어를 통해 그들의 감정을 어떻게 알아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감정 단어를 세어봄으로써 순조롭게 그의 감정을 가늠할 수도 있지만 이런 접근법으로는 핵심을 놓치게 된다. 바로 감정이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추적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따라서 이 기능어들이 사람들의 감정 상태 또한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1. 행복할 때는 <구체적 명사>를, 슬픔과 분노가 차 있을 때는 <인지적 단어>를 많이 쓴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경험을 쓸 때 <우리>라는 단어를 특히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들은 구체적인 명사를 사용하고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표시하는 등 보다 구체적으로 글을 쓴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인 기분은 더 열린 태도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준다.
한편 슬픔은 일반적으로 주의가 자신의 내면을 향하게 한다. 대명사는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을 따라 사용되는데, 사람들은 감정적 및 신체적으로 크게 고통스러울 때 <나>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슬픔이나 우울함을 느낄 때 과거와 미래 시제 동사를 더 많이 사용한다. 슬픔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분노는 부정적 감정으로 분류되지만 슬픔과는 완전히 다른 특성이 있다. 사람들은 화가 났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고 자기 자신은 보지 않는다. 이때는 2인칭과 3인칭 대명사를 자주 사용할 뿐만 아니라 현재 시제로 생각하고 말한다.
슬픔이나 분노를 느끼게 하는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인과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 돌아보게 되므로 그것을 반영하는 인지적 단어를 사용한다.
자부심과 사랑 같은 긍정적 감정을 느낄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자기반성보다는 기쁨이 밀려오도록 놓아둔다.
2. 자살한 시인들이 그렇지 않은 시인들에 비해 훨씬 많이 사용한 단어
잘 알려진 우울증 이론에 따른 사람들은 우울해질 때 병적인 수준으로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대명사가 사람들의 관심의 초점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에 관심을 쏟게 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우울증 삽화는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대명사 특히 <나는>, <나를>, <나의> 같은 1인칭 단수 대명사의 잦은 사용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놀라운 점은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보다 <나>라는 단어의 사용이 우울증을 더욱 정확히 예측한다는 사실이다.
우울증 비율은 작가들에게서 특히 높게 나타나고 뛰어난 시인들에게서 우울증 경향이 가장 뚜렷이 나타난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시인들은 다른 예술가들에 비해 더 이른 나이에 사망하고 자살하는 비율 또한 20퍼센트에나 달한다고 한다.
시를 쓰는 작업이 매우 스트레스 받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욱 설득력 있는 설명은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이 자신의 심한 감정 기복을 이해하려는 노력 때문에라도 시를 쓰게 된다는 견해다.
[1] 존스 홉킨스 의대의 존경받는 과학자인 케이 레드필드 제이미슨(Kay Redfield Jamison)은 예술적 기질과 양극성 장애의 긴밀한 연관성에 대해 많은 책을 썼다.
연구를 통한 그녀의 발견에 따르면 양극성 장애와 일치하는 증상이 있는 시인들이 이상할 정도로 많다고 한다. 제이미슨은 이 사실을 시인들의 회고록이나 작품, 혹은 가족, 친구, 전기 작가들의 말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시인들의 작품을 컴퓨터로 분석하여 양극성 장애와 자살 경향을 확인할 수 있을까?
[2] 우리는 이제 임상심리학자가 된 섀넌 스터먼(Shannon Stirman)과 협력하여 시인 열여덟 명의 시를 분석했다.
이 시인들 중 아홉 명이 자살했다. 우리는 자살한 시인들이 그러지 않은 시인들에 비해 <나>라는 단어를 훨씬 많이 사용했음을 발견했다. 특히 놀라운 점은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사용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나>와 관련이 있는 대명사의 사용으로 미루어 보면, 자살한 시인들은 그러지 않은 시인들과 달리 심리적으로 자신의 슬픔과 불행 쪽에 더 가까운 듯 했다.
3. 줄리아니 뉴욕 시장과 리어왕,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는 왜 갑자기 바뀌었을까
시장으로 재직한 8년 동안 루돌프 줄리아니는 무신경한 깡패, 분노와 독선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남자, 따뜻함, 연민, 매력 덩어리 등 극단적으로 다양하게 묘사되었다. 이런 상반되는 평가들은 줄리아니가 임기 동안 변해감에 따라 같은 사람들에게서 나온 말이었다.
뉴욕 시민의 대다수가 동의하는 한 가지는 줄리아니가 유능한 시장이라는 점이었다. 줄리아니는 시장으로서의 성공에 힘입어 2000년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힐러리 클린턴에 맞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 늦은 봄, 줄리아니의 인생은 2주 만에 완전히 뒤집혔다. 그는 전립선암을 진단 받고서 선거전에서 물러났고, 아내와의 이혼을 발표하고, 며칠 후에는 나중에 결혼식을 올린 주디스 네이선과의 특별한 우정을 인정했다.
6월 초 쯤 되었을 때 친구, 지인, 언론사 기자, 오랜 적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그가 더 진실하고 겸손하고 따뜻해진 것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울증을 예측하는 가장 믿을 만한 지표 중 하나는 트라우마 사건의 경험이다.
줄리아니의 언어를 살펴보면 그의 성격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우리는 줄리아니가 감정의 격변을 겪는 과정에서 그의 기능어 사용이 이전과 달라졌는지가 궁금했다.
줄리아니는 시장으로 일하던 초반 몇 년에 비해 <나>라는 단어의 사용이 급격히 늘었고, 어려운 말을 적게 사용했으며, 긍정적 및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더 많이 사용했다. 1인칭 복수 대명사 <우리>의 단어 사용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리>라는 단어는 사람들이 거만하고, 감정적으로 거리가 있고, 지위가 높을 때 자주 사용된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어떨까?
1막 1장, 리어왕의 말과 5막 3장 리어왕의 마지막 말을 비교해보자.
두 문단을 분석하면 줄리아니 시장이 보인 변화와 흥미로울 정도로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사실 줄리아니와 리어왕이 오만했던 시기에 사용하던 대명사와 어려운 단어들을 트라우마 이후 따뜻하고 정직해진 시기의 단어들과 비교하면 당혹스러울 정도다.
오만했던 시기에는 둘 다 <나>라는 단어와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적게 사용한 동시에 <우리>라는 단어와 어려운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이 양상은 인생을 바꿀 만한 개인적 격변을 겪고 난 후 완전히 뒤집힌다.
[3] 줄리아니 연구 프로젝트는 감정 상태와 기능어, 특히 대명사 사용과 연관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살한 시인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완해준다.
감정은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기도 하고 그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명사는 본래 특성상 말하는 사람과 상대방 사이의 관계에 따라 사용된다. 대명사와 다른 숨어있는 기능어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식적으로는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 탐지기>역할을 한다.
4. 개인의 고통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우리가 쓰는 단어에서는 <낯선 삭막함>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감정적 고통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최소 두 가지가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나>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연약해 보였다.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행위는 고통을 더 키우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감정적 고통을 알릴 수 있다.
고통에 대처하는 또 하나의 흔한 전략은 회피하거나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다.
실제로 고통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행동은 특히 단기적으로 감정을 다스리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다는 나쁜 소식을 회의전 듣는다면 마음 한 구석에서는 통곡하고 싶어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감정을 추스르고 회의를 계속해야 한다.
[4] 댄 웨그너(Dan Wegner)와 그의 연구진들은 일련의 기발한 실험실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감정적 사건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럴 때는 생각을 멈추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릴 필요가 있다. 웨그너의 조언에 따르면 회의 전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차라리 회의 생각을 해야지, “강아지 생각은 하지 말자, 하지 말자.”라고 중얼거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트라우마 경험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전략 대신 자기도 모르게 회피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사람들은 감정적 격변에 대처할 때는 대부분 단기적으로 인정과 회피 전략을 함께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몇 가지 기술 혁신의 결합을 통해 분명해졌다.
최근에 나는 사람들이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의 죽음을 겪은 날 올린 블로그 게시물의 앞부분을 모아 목록을 만들었다. 전 게시물과의 단어와 비교해보니 다음과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고통이 최고조에 달한 몇 시간 동안에는 대다수가 <나>라는 단어를 전에 비해 훨씬 적게 사용했고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또한 적게 사용했다. 이들의 언어는 전보다 간단해졌고, 더 쉬운 단어와 짧은 문장만을 사용했으며, 인지적 단어도 더 적게 사용했다.
5. 집단적 트라우마를 겪을 때, 9/11 테러 이전과 이후 블로그 글 비교하기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집단 트라우마를 겪을 때는 개인적 사건을 겪을 때처럼 자기 자신에게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할까?
[5] 나는 마이클 콘(Michael), 머사이어스 멜(Matthias Mehl)과 함께 당시 인기 있던 블로그 사이트 LiveJournal.com과 협력하여 천 명 이상의 블로거가 올린 게시물을 모았다.
이들은 9/11 두달 전부터 두달 후까지 일주일에 최소 서너 번씩 글을 올렸다. 우리는 미국에 사는 광범위한 연령대의 블로거를 선택했다. 요컨대 우리가 모은 자료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 올리기는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글이었다. 7만 건 이상의 블로그 게시물을 분석해보니 테러 전후와 그 사이에 대명사와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사용에서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블로거들이 9월 11일 사건을 알게 되자마자 <나>라는 단어의 사용 비율이 뚝 떨어졌다.
<나>라는 단어의 감소와 동시에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 비율이 훌쩍 뛰어올랐다.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은 사건 전후로 거의 두 배가 되었다. 3장에서 논의했듯 <우리>라는 단어는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한다. 여기서 사용된 <우리>라는 단어의 유형은 미국인들을 의미하는 <우리>와 가족을 가리키는 <우리>가 결합된 것이다.
블로그에서 사용된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에 대한 연구는 대명사에 대한 연구 결과와 상통했다.
테러 공격 이후 7만 건의 게시물에서 부정적 감정의 표현이 급증하여 이틀 정도 지속되었고 이후 11일 정도에 걸쳐 사건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편 긍정적 감정 단어에는 놀라운 양상이 나타났다. 긍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의 사용 빈도는 9월 11일에 급격히 떨어졌다가 4일 동안 사건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사건 이후 10일이 지나가 긍정적 감정은 사건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또 중요한 점 하나, 사건 후 5일에서 6일이 지나는 동안 블로거들은 전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인지적 단어를 사용했다. 인지적 단어에 인과적 사고를 반영하는 단어와 자기성찰을 반영하는 단어가 포함된다는 점을 떠올려보라. 일반적으로 인지적 단어는 사람들이 자기 삶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들이 무엇을 암시하는지 생각해보자.
당시 블로거들의 언어에서 나타나는 특정적인 양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공통의 트라우마는 사람들을 화합하게 만든다.
– 공통의 트라우마는 타인에게 관심을 쏟고 자신을 공통의 정체성의 일부로 언급한다.
2. 공통의 트라우마는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경험이다.
– 9/11이후 적어도 두 달 동안 사람들이 긍정적 감정을 더 표현했고 사회적으로 더 연결되어 있었다.
3. 공통의 트라우마는 사람들을 더 어리석게 만든다.
– 사람들은 더 단순한 스타일로 글을 썼고, 이것은 그들이 그 주제에 깊이 생각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4. 트라우마 경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
– 자신의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고,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은 감정적 격변을 겪은 후 몇 시간, 며칠, 몇 주 안에 대대적으로 변한다.
6. 공동체의 언어가 이타적이고 따뜻해질 때
1989년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에서 일어난 로마 프리에타 지진, 1991년 1차 걸프전, 1997년 다이애너 비의 죽음, 1999년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행사 준비로 모닥불을 쌓아올리다가 열두 명의 학생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사건 등.. 모든 연구에서 9/11 연구의 결과를 뒷받침하는 공통적인 내용이 발견되었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모든 유형의 격변이 사람들을 단합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사람들은 더 이타적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쏟고, 다른 사람들과 능동적으로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
인정하기 힘든 일이지만, 끔찍한 경험은 우리에게서 최고의 모습을 이끌어낼 수 있다. 트라우마는 그 본질상 몇몇 생명을 파괴하는 동시에 다른 이들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1990년대에는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에게 사건 직후 72시간 안에 그에 대한 깊은 감정을 털어놓게 하는 선의의 심리학적 개입이 인기를 끌었다. 위기상황 스트레스 해소(Critical incident Stress Debriefing, CISD)라는 이 프로그램은 꽤 합리적인 것으로 보였고 구급대원, 대기업, 전 세계 정부 부서에서도 이 방법을 적용했다. 하지만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연구가 진행된 이후에는 CISD가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롭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겪은 직후 몇 시간 동안 인터넷에서 단어를 사용하는 스타일을 살펴보면 감정적 사건을 겪자마자 깊은 감정을 다루는 것은 건강한 행동이 아님을 알 수 있다.
[6] 신디 청(Cindy Chung)은 다이어트 블로그에 사용된 단어를 분석하는 박사 논문을 쓰면서, 다이어트 블로그 커뮤니티의 회원 수백 명을 대상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몇 달에 걸쳐 추적했다.
블로거 중에는 다이어트의 세부 사항에 치중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자신의 인간관계, 경험, 감정적 문제에 대해서도 글을 썼다.
신디의 발견에 따르면 다이어트 성공을 가장 잘 예측하는 지표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참여 여부다. 요컨대 다른 사람들과 메시지나 게시물을 더 많이 주고받을수록 살빼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글을 쓴 사람들은 음식과 다이어트에 대해서만 글을 쓴 사람에 비해 훨씬 성공적으로 살을 뺐다.
7. 트라우마는, 단어를 통해 치유되어야 한다
수치스럽거나 자신의 평판을 해칠 수 있는 사건은 오랫동안 비밀에 부쳐질 때가 많다. 나는 이것을 일찍이 발견하고, 17세 이전에 트라우마가 될 만한 성겸험을 한 적이 있는지 묻는 항목을 설문지에 넣었다.
수천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자의 경우 22퍼센트, 남자의 경우 11퍼센트가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충격적인 점은 이렇게 답한 집단이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건강 상태가 훨씬 나빳다는 사실이다. 이후 수행된 연구들에 따르면 문제는 그런 성적 트라우마가 거의 모두 비밀이라는 점에 있었다. 어떤 유형의 사건이든 사람들이 혼자서만 알고 있는 일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해로울 가능성이 높았다.
중요한 감정적 격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에 어긋나는 일이다. 우리는 감정적 사건을 겪으면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다. 이는 지금까지 연구되었던 모든 문화에서 발견된다.
말하기는 우리가 복잡한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일차적 수단 중 하나인 듯하다. 거꾸로, 감정적인 사건에 대해 말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그 일에 대해 생각하고 심지어 집착하거나 곱씹는 경향이 있다.
8. 단어는, 우리를 보여주는 <광고판>이다
감정은 단순히 사건에 대한 반응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다양한 감정들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다른 사람들에게 반응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감정은 사람들을 가까워지게 하거나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사회적이다.
기능어와 감정상태는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다. 감정은 우리가 세상을 다르게 생각하게 하고, 기능어는 이런 생각의 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생각과 감정의 관계는 여러 세기 동안 철학과 심리학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은 논리와 감정도 근본적으로 다른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17세기 학자 데카르트는 한 발 더 나아가 감정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초기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 역시 감정과 열정이 어떻게 판단을 흐리는지 강조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근본적인 감정의 문제들이 성격과 행동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우리는 감정과 이성에 대해 매우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새 관점을 가장 설득력있게 대변하는 사람 중 하나는 안토니오 R. 다마지오다. 그는 전두엽이 손상된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써온 신경과학자다. 전두엽은 원시적인 감정 담당 영역과 추상적 논리 및 언어와 관련된 영역에서 보내는 정보를 통합한다. 이 통합은 상당히 광범위하게 일어나므로 감정과 생각을 뚜렷하게 구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다마지오는 손실과 관련된 감정이 우리로 하여금 더 합리적으로 행동하도록 도와준다고 결론 짓는다. 즉 감정은 생각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장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가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감정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의 감정은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생각은 우리가 기능어를 사용하는 방식에 반영된다. 한 발 더 나아가, 기능어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우리가 사용하는 기능어는 우리의 감정 상태, 생각 패턴,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 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완곡한 <광고>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