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_내가 쓰는 단어로 나의 성격과 욕구를 알아챌 수 있을까
1. 글을 쓰는 스타일이 다르면 성격도 다를까?
[1] 1980년대 초반,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언어학과의 한 젊은 대학원생인 더글러스 바이버(Douglas Biber)는 문학 장르에 따라 언어 사용이 어떻게 다른지 조사해보기로 했다.
예컨대 소설, 비소설, 희곡, 추리물, 연애소설은 작가가 단어, 문법, 문장 배열을 다루는 스타일이 각각 어떻게 다른가?
이 학생은 당시 언어학에서 흔히 쓰이지 않던 통계적 방법인 요인 분석을 사용하여 마침내 <말하기와 글쓰기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차이 variation across speech and writing>라는 중요한 책을 펴냄으로써 이 의문에 답했다.
나는 1990년대 중반에 바이버의 책을 접하고 그의 견해에 매료되었다.
[2] 이 무렵 나는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성격 심리학자이자 예전 동료였던 미주리 대학교의 로라 킹과 팀(Laura King)을 이루었다.
바이버가 단어를 분석하여 문학의 갈래들을 구분했듯, 로라와 나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글을 이용하여 사람의 갈래를 나눌 수 있을지 궁금했다.
다시 말해서 글을 쓰는 스타일이 다르면 성격도 다를까?
첫 단계는 사람들이 비슷비슷하게 보편적인 주제로 쓴 수백 편 혹은 수천 편에 달하는 글 표본을 얻는 것이었다. 마침 심리학 입문 강의를 하고 있었고 의식의 흐림대로 쓰는 글을 쓰게 했다.
우리는 수백 편의 글에서 다양한 유형의 기능어를 추려냈다. 그런 다음에는 요인 분석이라는 통계 기법을 사용하여 기능어사 어떻게 무리지어 나타나는지 알아보았다.
학생들의 글은 형식적, 분석적, 서술적 스타일로 나뉘었다.
형식적 스타일로 쓰는 사람들
기능어를 분석했을 때 가장 일관성 있게 발견되는 요인인 형식성은 딱딱하고, 웃음기 없고, 약간 거만한 경향으로 나타난다.
형식성(formality)이 매우 높은 사고와 글은 보통 어려운 단어와 많은 명사, 숫자, 관형사, 조사를 포함한다. 이와 동시에 형식성이 높은 글에는 <나>라는 단어, 동사, 영어의 경우 생각과 현실의 불일치를 암시하는 조동사, 그리고 일반적인 부사(정말로, 매우, 아주 등)가 매우 적다.
글쓰기와 말하기에서 나타나는 형식성은 중요한 문제들과 관련이 있다. 형식적 사고를 주로 하는 사람들은 지위와 권력에 관심이 더 많고 자기반성적인 경향이 낮은 편이다. 이들은 덜 형식적인 글을 쓰는 사람들에 비해 음주와 흡연을 적게 하고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지만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덜 정직한 경향도 있다. 또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글쓰기와 말하기 스타일이 즉각적인 쪽에서 형식적인 쪽으로 변한다. 결국 기능어의 첫 번째 측면인 형식성은 사회적, 심리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분석적 스타일로 쓰는 사람들
분석적 사고는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게 해준다. 분석의 특징은 구별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안 했는지, 어떤 시험에 붙고 어떤 시험에 떨어졌는지 구별하는 것이다. 분석적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단어에는 배타적 단어(~를 제외하고, ~없이), 부정어, 인과관계와 관련된 단어(왜냐하면, 이유, ~ 때문이다), 통찰과 관련된 단어(깨닫다, 알다, 의미하다), 불확실한 단어(어쩌면, 아마도), 확신하는 단어(전적으로, 항상, 늘), 수량을 나타내는 단어(약간의, 많은, 더 큰) 등이 포함된다.
분석적 사고는 그 사람이 인지적으로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말하거나 슬을 쓸 때 구별을 하는 사람은 대학에서 더 높은 성적을 반고, 더 정직한 경향이 있으며, 새로운 경험을 열린 태도로 대한다. 이들은 또한 분석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낮은 사람에 비해 글을 더 많이 읽고 자기 자신을 더 복합적인 관점으로 본다.
서술적 스타일로 쓰는 사람들
어떤 사람들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단순한 언어적 관점에서 보면 이들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음을 알려주는 기능어는 대개 사람을 나타내는 단어(모든 종류의 인칭 대명사, 특히 3인칭 대명사), 과거형 동사, 접속어(~하면서, 그리고, 함께 등 어떤 대상을 포괄하는 단어) 등이다.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는 동안, 로라 킹과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글 쓰는 스타일이 놀라울 정도로 일관성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결국, 우리는 누군가의 글쓰기나 말하기 스타일을 연구하여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2. 내가 말하는 단어들은 나의 행동과 생각의 <잔여물>이다
내 동료인 샘 고슬링(Sam Gosling)은 그가 <행동의 잔여물(behavioral residue)>이라고 부르는 것을 연구하는 획기적인 성격 연구자다.
샘은 사람들의 사무실, 침실, 블로그, SNS, 웹사이트, 수집 도서 목록, 즐겨 듣는 음악 목록 등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맞혀 보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성격의 조각들을 남기고 다닌다고 생각한다. 완고하고 성실한 사람은 대개 사무실과 침실이 깔끔하고 음악 목록이 고상하게 정리되어 있다. 심지어 이메일도 자세한 체계에 따라 분류되고 저장된다.
우리가 말하고 글로 쓰는 단어들도 행동의 잔여물로 여겨질 수 있다. 기능어는 사람들이 타인과 관계맺는 방식, 자기 세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한 전반적 인식을 알려주는 훌륭한 지표다. 같은 이유로 내용어 역시 사람들에 대한 귀중한 단서를 알려줄 수 있다.
대화의 내용은 말하는 사람의 가치관, 목표, 더 넓은 수준에서는 성격 등을 포함하여 그 사람에게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내준다.
말의 내용은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을 쏟는지 알려준다. 언어를 연구하지 몇 년 전, 나는 사람들이 평소에 자신의 세계를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이와 관련된 간단한 실험을 위해 야구 모자에 작은 비디오카메라를 달았다. 우리 학생 중 몇몇이 모르모트가 되어주는 데 동의했다.
모든 실험 참가자들은 지시된 경로를 따라 10분 동안 다녀오는 것이었다. 모두 지시를 따랐고 지시된 경로를 따라 보이는 풍경은 사실상 모두 같았다. 하지만 녹화된 영상을 틀고 사람마다 주변을 어떻게 둘러보며 걸었는지 보면서 우리는 모두 놀랐다.
자아존중감이 낮은 편인 한 학생은 내내 당만 보며 걸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나이가 어린 편인 두 학생은 이성을 유심히 살폈다. 등등
우리 학생들은 대부분 어떤 영상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맞힐 수 있었다. 서로의 관심사, 성격, 가치관 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른 정보를 받아들였으므로 이들의 뇌에서도 이 여정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처리했다. 내가 학생들과 개별적으로 면담했다면 이들은 그 경험을 묘사하는 데 각자 다른 내용어를 사용했을 것이다.
물병에 대한 묘사를 통해 자신에 대해 알아보기
카메라 모자 실험 이후 몇 년이 지나고, 나는 대학원 신입생이었던 신디 청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가 언어와 인지의 특성에 대해 대화를 하던 중, 사람들이 그녀의 물병을 다양한 시각으로 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왜 그랬는지 논의의 방향이 그 물병으로 모아졌다.
2002년 그 논의 이후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물병을 보고 5분 정도 걸리는 간단한 물병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시사항은 간단하다. “이 사진(물병)을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이것을 묘사해준다고 생각하고 사진에서 보이는 것에 대해 5분 동안 글을 쓰면 됩니다. 끊지말고 계속 써나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각자 물병의 다른 측면들을 강조했다. 물병을 묘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신디와 나는 그들의 설명을 새로운 방법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사람들의 기능어 사용과 우리가 그들의 성격에 대해 아는 바를 연결했다. 예를 들면 대명사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사교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라는 단어는 소심하거나 걱정이 많거나 우울한 사람들에게서 조금 더 사용되었다. 형식적 사고의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설명할 때 관형사와 조사를 많이 사용했고 더 체계적으로 나이가 많은 편이며 성실한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 분석에는 뭔가 빠져 있었다. 사람들은 기능어를 다르게 사용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이다. 어떤 사람은 색에 주목하고 어떤 사람은 물병을 손에 들었을 때의 느낌에 집중하는 걸까?
우리는 사진을 보고 어떻게 느끼는지 분석하기 위해 더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몇 주 후 신디는 간단하고 독창적인 방법을 말했다.
나중에 의미 추출 기법 Meaning Extraction Method로 알려진 이 기업은 물병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수집한 모든 글에서 흔히 사용된 내용어에 의존하는 방법이었다. 요인분석과 비슷하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의미 추출 기법을 통해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물병의 어느 측면에 주목하는지 알 수 있다. 가장 표면적인 수준에서만 봐도 색깔에 주목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또한 물병의 다른 측명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탐색하기도 했다.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물병 왼쪽이 드리우는 그림자와 빛에 대해 쓰는 사람들이다. 대학생 중 그림자에 대해 쓰는 사람들은 생가깅 깊고 예술적이며 외모에 신경을 덜 쓰는 경향이 있다.
라벨에 적힌 단어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여성이고 글을 더 많이 읽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물병의 표변에 대해 쓰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벽을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덜 싹싹하고 다른 사람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잘 나누지 않으며, 중요한 감정적 격변을 겪으면 그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 쪽을 선호한다.
3.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기
연구결과에 들뜬 학생들과 나는 다른 사진으로도 실험해보았다.
이번에는 좀 더 복잡하고 사회적으로 관련 있는 자극을 원했다. 뚝딱 찾아낸 사진은 나와 아내가 몇 년 전 연 파티에서 찍힌 소중한 두 친구의 사진이었다. 허락을 받고 사용했다.
의미 추출 기법은 이 사람들의 글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몇 가지 주제를 뽑아냈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많이 다룬 주제는 두 사람의 사회적 관계(연인 사이, 부부 사이), 의상 분석(간단한 묘사에서 패션 관찰까지), 액세서리(두 사람의 시계, 남자의 안경, 여자의 립스틱) 등등은 결국 서로 관련 있는 단어들의 묶음이었다.
보다시피 사람들이 글을 쓴 주제들은 사실 각자의 삶과 관련이 있었다. 연애 중인 사람들, 특히 여자들은 사진 속의 두 사람이 연인일 가능성에 대해 쓰거나 그들이 끼고 있는 반지를 결혼반지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4. 내가 쓰는 단어를 통해 나의 <성취 욕구>, <권력 욕구>, <소속 욕구>를 알 수 있다
물병 사진과 가든파티 사진을 이용하는 방법은 이보다 훨씬 더 오래된 심리학적 개념을 변형한 것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 그리고 안나 프로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들은 본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사물에 투사한다고 한다.
1920년대 초반, 젊은 정신분석학자인 헤르만 로르샤흐 Hermann Rorschach는 이 개념을 확장했다. 로르샤흐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모호한 잉크 얼룩을 보게 하고 무엇이 보이는지 묘사하게 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검사의 바탕에는 사람들의 깊은 감정과 관심사가 잉크 얼룩에 투사되리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 검사에 의문을 품는 연구자들도 많은데, 그 이유는 사람들의 반응이 그리 믿을만하지 못하고 치료사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1930년대에는 또 다른 투사 검사인 주제 통각 검사(Thematic Apperception Test, TAT)가 하버드 대학교의 헨리 머레이와 크리스티아나 모건에 의해 만들어졌다. TAT는 잉크 얼룩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을 바로 바로 말하게 하는 대신 의미가 모호한 일련의 그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게 했다. 그림을 보고 만든 이야기가 참가자의 삶에 내재하는 다양한 문제를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TAT를 응용한 기법 중 기본 심리적 욕구를 조사하는 데 쓰이는 것도 있다. 데이비드 맥클리랜드가 헨리 머레이의 영향을 받아 개발한 모형은 모든 사람은 세 가지 기본 욕구 (성취, 권력, 소속 욕구)에 따라 움직인다고 가정했다.
사람들의 욕구를 알기 위한 채점법은 약간 복잡하다. 최근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욕구를 암시하는 단어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성취 욕구, 권력 욕구, 소속 욕구에 대한 연구들은 중요한 결과들을 내놓았다. 예를 들면 억제된 권력 욕구가 있는 사람들은 혈압이 높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미시건 대학 교수이며 욕구 상태 분석에 있어서 선도자 격인 데이비드 G. 윈터 David G. Winter는 세계 지도자들의 연설을 분석하여 리더십의 유형과 전쟁을 선포할 가능성을 비롯한 여러 행동을 정확히 예측했다.
예컨대 존 F. 케네디와 조지 W. 부시의 취임연설을 분석한 결과 둘 다 권력 욕구와 소속 욕구가 극도로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윈터의 관점에서 보면 강력한 지도자가 주요 결정을 내릴 때 유대가 깊은 지인들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는 경우 이 두 가지 욕구의 결합은 치명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예컨대 2001년 초반, 윈터는 부시의 취임 연설을 분석한 뒤 부시의 언어가 반대 의견을 배척하는 끈끈한 추종자 집단의 공격성과 그 양상이 일치한다고 경고했다.
5. 어딜 가든, 우리는 단어라는 단서를 남긴다
위와 같은 검사들의 모교는 모두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보고 그들의 행동이나 성격을 추론하려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불만 중 하나는 연구 결과가 실험실의 인위적인 제약을 넘어 어떻게 널리 적용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시각을 넓혀서, 사람들의 일상 언어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똑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말하고 생각하는 방식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가 어딜 가든 어떤 상황에서든 성격은 그대로이므로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기능어의 지문을 조금이라도 남기게 된다.
6. 단어를 바꿔 쓴다고 해서 사람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순간 내뱉는 단어를 통해 그들의 속마음 알아내기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알고 싶다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어보라. 내 친구 중에 자기의 지적 능력을 확신하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 그는 틀림없이 똑똑하지만 대화를 할 때마다 자기가 실제로 얼마나 똑똑한지 입증하는 정보를 흘린다. 기내 잡지에서 해본 지능검사 결과가 어땠는지, 등 말이다.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를 파악하는 두 번째 방법은 그들이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몇 년 전 나는 오랜 친구 두 명과 저녁을 먹고 있었다.
한 명은 건축가였고 한 명은 임상 심리학자였다. 임상 심리학자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건축가에게 “너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는 모양이구나”하고 말했고, 건축가 친구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인정했다.
건축가 친구는 식사하는 동안 몇 번이나 대화 주제를 바꾸었고 그 주제는 항상 돈, 재정적 손실, 투자 같은 것들과 관련이 있었다. 건축가도, 나도 그렇게 꾸준히 대화의 주제가 바뀌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 이후에 내가 배운 점은 누군가 대화의 방향을 바꾼다면 그것이 그 사람 머릿속을 보여주는 강력한 표시라는 것이다.
내가 사용한 단어를 분석해 나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기
당신이 하루 종일 사용한 단어를 모두 알 수 있다면 당신은 당신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우리 연구팀이 일상 언어를 연구하는 한 가지 방법은 어린아이, 대학생, 부부, 노인들의 일상적인 말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전에 우리 대학원생이었던 머사이어스 멜은 전자 활성화 기록 장치의 개발에 중요한 도움을 주었다. EAR은 며칠에 걸쳐 12분에서 14분마다 한 번씩 사람들의 말 중 30초 분량을 녹음하도록 설계된 전자 기록 장치다.
EAR의 시험 사용 단계에서 내가 EAR을 착용하고 첫 주말을 맞았을 때, 내 아들은 열두 살이었다. 내 생각에 그 주말에는 별 일 없이 그저 집안 일을 하거나 가족끼리 외출하며 평소처럼 지냈다. 그런데 며칠 후 나는 녹음된 내용을 재생하면서 내가 아들에게 말하는 방식을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 말투는 차갑고 무심할 때가 많았는데 이는 아이에게 맞추었던 것일까?
아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어려운 단어를 사용했고 관형사를 많이 사용했으며 대명사, 특히 <나>라는 단어를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했다. 반면 아내와 딸에게 말할 때 내가 사용한 언어는 더 따뜻하고 이해하기 쉬웠다.
내 말투를 듣고 내가 사용한 단어가 종이에 적힌 것을 보는 경험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 후 나는 아들에게 더 따뜻하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대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내가 대명사와 관형사 사용 스타일을 바꾸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라. 그 대신 나는 행동과 태도를 바꾸었고 기능어가 이 변화를 따라 바뀌리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이 책에서 반복되는 주제로 돌아온다. 우리가 쓰는 단어는 우리의 심리 상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 아니면 그저 심리를 반영하기만 하는가? 단어 스타일을 바꿈으로써 심리 상태를 바꿀 수가 있을까? 존 케리의 참모들이 <나>라는 단어를 더 사용하라고 조언했다면 케리는 2004년 대선에서 이겼을까?
나는 여기에 대해 심각하게 회의적인 입장이다. 단어를 바꿔 사용하도록 훈련할 수는 있지만 그 단어가 성격이나 행동, 감정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강력한 증거는 없다. 그보다 존 케리가 긴장을 풀고 더 인간적으로 진실한 사람이 되려고 했다면 단어가 그에 따라 변했을 것이다. 한 사람이 사용한 단어는 그 사람을 충실하게 반영하지만 단어 그 자체만으로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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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용하는 단어를 통해 보는 오사바 빈 라덴
: 빈 라덴은 성인기의 대부분에 걸쳐 인터뷰, 연설 편지, 기사 등에서 언어의 기록을 남겼다. 그 언어가 아랍어든 영어 번역이든, 그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오만하기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나>라는 단어는 매우 적게, <우리>라는 단어와 <당신들> 혹은 <당신>이라는 단어는 많이 사용했다. 그의 동지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와 같은 ᄋᆞᆸ 극단주의 집단이 여느 지도자와 달리, 빈 라덴은 분명히 완고하고 적대적으로 날이 선 이야기꾼이다(과거형 동사, 사회적 언급 등 서술적 사고의 특징이 높게 나타났다). 우리가 그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면, 그는 권력 욕구가 높고 성취 욕구가 보통이며 소속 욕구가 낮은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신디 청의 의미 추출 기법은 빈 라덴이 실제로 집착하는 대상이 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분노에서 미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급습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그는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이 알카에다의 다른 동료들에 비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해질녘 해변에서 오래 산책하기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자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