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_성별에 따라, 나이에 따라, 권력에 따라 단어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1.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나>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자신을 더 의식하고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다.
2.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는 남녀가 같다.
3장에서 살펴본 <우리>라는 단어의 쓰임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우리>가 재미있는 단어인 이유는, 이 단어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반이고 말하는 사람을 책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데 쓰이는 경우가 반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성별에 따라 <우리>의 사용이 다르기는 하다. 여자들은 <따뜻한 우리>를 더 많이 사용하고, 남자들은 <거리감이 느껴지게 하는 우리>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빈도는 남녀 모두 같다.
3. 긍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의 사용 빈도는 남녀가 같다.
4.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인지적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여자들이 다양한 사고 과정을 나타내는 단어로서 통찰력을 보여주는 단어, 즉 인지적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은 여자는 남자보다 합리적이지 못하고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없다고 믿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뺨을 후려갈기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 단어를 이용하여 더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
5.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사회적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사회적 단어는 다른 사람들과 관련이 있는 모든 단어를 말한다.
여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더 만이 생각하고 더 많이 말한다.
1. 남자들의 단어 vs. 여자들의 단어
성별과 언어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대비하기 위해서는 남녀가 다음과 같은 ᅟᅳᆨ면에서도 다르다는 점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남자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단어
– 어렵고 거창한 단어, 명사, 조사, 숫자, 한 문장당 단어 수, 욕설
여성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단어
– 인칭 대명사, 동사, 부정적 감정(특히 불안)과 관련된 단어, 부정어, 확실성 있는 단어(항상, 완전히), 회피성 어구(“내 생각엔”, “~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이 사용하는 언어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측면은 회피성 어구 Hedge Phrase이다.
“추워”라는 대답과 달리 “내 생각엔 추운 것 같아”라는 대답은 단순히 바깥 기온에 대한 대답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다양한 관점의 존재를 암시하는 도잇에 추위에 대한 판단이 궁극적으로 사실이 아니라 <의견>이라는 점을 알린다. 반면 “추워”라는 말은 바깥 날씨가 춥다는 명백한 사실이다.
여자들의 사회적 관심이 더 크다는 점과 같은 맥락에서,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회피성 어구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은 그리 놀랍지 않다.
2.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남자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는 여자처럼 말한다
우리가 1만 4천건 이상의 표본을 사용한 대규모 연구에서 발견한 바에 따르면, 여자들이 사용하는 단어 중 인칭 대명사는 약 14.2퍼센트를 차지하는 데 비해 남자들의 인칭 대명사 사용 비율은 12.7퍼센트에 그쳤다. 통계적 관점에서 본다면 엄청난 차이다.
통계들은 일반적으로 남녀가 단어를 다르게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사람의 귀로는 이 미묘한 차이를 쉽게 잡아낼 수 없다.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단어 사용 스타일을 바꾼다. 예컨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대명사를 훨씬 덜 사용하고 사회적 단어를 더 적게 사용한다. 즉 이 상황에서는 대부분 전형적인 남자처럼 말한다는 뜻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가족과 함께 지낼 때는 모두가 더 여자처럼 말한다. 요컨대 어느 정도까지는 단어를 사용하는 스타일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할 단어를 선택하는 데는 말할 때의 맥락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3. 영화 속 남녀 주인공들의 단어 차이
몇 년 전 내가 성별과 언어에 대한 강연을 하러 갔을 때, 극작가와 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은 남녀가 각각 어떻게 말하는지 저절로 알게 되느냐고 물은 사람이 있었다.
나는 전문 작가인 아내의 작품을 생각해 보고 나서 확신을 담아 그렇다고 대답했다. 당시 내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없었지만, 나라면 대화체 표현에 특히 능한 작가들이 등장인물의 성별에 알맞은 단어를 사용하는 능력을 타고난다는 데 상당한 돈을 걸 것이다.
[1] 나는 몰리 아일랜드(Molly Ireland)라는 대학원생을 만났다. 몰리는 심리학에도 조예가 깊었지만 학부생 시절에 문학과 철학을 배운 덕분에 연극과 영화를 특히 넓은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몰리는 70명이 넘는 극작가와 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이 쓴 110편 이상의 작품을 분석하는 대규모 연구에 열정적으로 동참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결과는 단순화하기 위해 몰리와 나는 통계 자료를 1점에서 9점까지 있는 남성적 – 여성적 언어 지수로 나타냈다. 1점은 주인공이 아주 남성적으로 말한다는 뜻이다.
남성적 언어란 조사를 많이 사용하고 대명사나 사회적 단어, 인지적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 언어다.
5점은 인물이 사용하는 언어가 성별과 관련이 없다는 뜻이다.
9점은 등장인물이 아주 여성적으로 말한다는 뜻이다.
손톤 와일더는 <우리 읍내>에서 에밀리 웹을 비롯한 몇몇 인물들의 삶을 따라간다.
에밀리는 의욕 넘치는 고등학생으로 등장하며 나중에 조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아이를 낳다가 죽은 에밀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을 본 뒤 마지막으로 묘지에 나타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묘지가 있는 자기 무덤으로 돌아온 에밀리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가정생활을 본 충격적인 마음에 대해 죽은 영혼들과 이야기한다.
이 짧은 장면에서도 여자들, 즉 에밀리와 그녀의 시어머니인 줄리아 깁스는 자기와 다른 사람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남자인 사이먼 싐슨과 무대감독은 대명사를 거의 쓰지 않고서 객관적이고 남성적인 스타일로 세상을 묘사한다. 손톤 와일더의 작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남자처럼 말하고 여자들은 전형적인 여자처럼 말한다.
<델마와 루이스>의 남자 수사관이 쓰는 단어
와일더의 작품을 캘리 쿠리의 영화 대본 <델마와 루이스>와 비교해보자. 잊을 수 없는 일들을 줄줄이 겪은 두 여자 주인공 델마와 루이스는 강간 미수범을 쏜 후 도망치는 중이다. 수사관 핼은 루이스와 통화하면서 자수하라고 설득한다.
캘리 쿠리의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들이 여자보다 더 여자같이 말하기 때문이다. 핼은 대명사를 자주 사용하고 구체적 사물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낸다. 이 영화에서 또 중요한 점은 브래드 피트가 맡은 역할을 포함하여 모든 남자들이 여성적인 스타일로 말한다는 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여성적으로 간주될 행동을 하는 사람은 없다.
<펄프 픽션>의 여자 주인공의 단어 사용 스타일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에서는 이와 정 반대의 양상을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전형적으로 여성적인 인물은 아마도 부치(브루스 윌리스 분)의 여자친구인 젊은 프랑스 여자 파비안일 것이다. 하지만 여성스러운 외모와 아이 같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파비안이 쓰는 말은 분명 남성적인 언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쿠엔틴 타란티노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남성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 같은 시인이라면 어떨까?
로미오와 줄리엣의 공통적인 언어 스타일
로미오와 줄리엣, 젊은 연인들이 서로를 찬미하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로미오와 줄리엣에게서는 갈망과 순수함, 밝음과 솔직함이 느껴진다. 그럭저럭 읽어만 본다면 두 사람, 특히 줄리엣이 남성적인 스타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나>라는 단어를 매우 적게 사용하고, 인칭 대명사의 사용 빈도가 대체로 평균 이하이며, 관형사의 사용 빈도가 평균 이상이다. 특히 이런 사적이고 분위기 있는 상황치고는 더욱 그렇다.
셰익스피어와 타란티노는 남자이고 남자처럼 글을 쓴다. 이들의 남녀 등장인물은 남자들의 스타일로 기능어를 사용한다. 두 작가가 기능어를 사용하는 비율은 거의 같지만 글의 내용과 범위는 분명히 다르다.
셰익스피어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가 현실에 기반을 둔 주제와 여자들의 관심사를 훌륭히 담아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능어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셰익스피어는 타란티노와 마찬가지로 여자들의 마음속까지 들어가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나이가 들면 사용하는 단어도 변할까?
대개 대규모 조사에서 연구자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세 가지 질문은 성별, 나이, 사회적 계층에 대한 것이다.
이 세 가지 변수가 사람들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인구 통계학적 요소들은 단어 사용과도 관련이 있다. 언어와 나이의 연관성은 언어와 성별의 연관성보다 여러 측면에서 더 흥미롭다.
단어 사용,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능어 사용이 평생에 걸쳐 변화한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 몸이 변하듯 목표와 상황도 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
마찬가지로 성격도 변한다.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느낌은 12세까지 꽤 긍정적인 편이라고 한다. 그러다 13세 무렵에서 20세까지는 자아 존중감이 일생 가장 낮은 수준가지 떨어진다. 그 후 70세 정도까지 대다수 사람들은 자아 존중감이 점점 높아진다. 사실 65세쯤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아 존중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9세 무렵만큼 자기 자신을 좋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후 남은 여생 동안에는 자아 존중감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5천 4백 쌍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덜 외향적이고 정서가 더 안정되며 조금 더 충동적인 사람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성격 연구는 노인들이 외롭고 이기적이며 완고하고 신랄하다는 씁쓸한 고정관념에 어긋난다.
[2] 스탠포드 대학교의 로라 카스텐슨(Laura Carstensen)과 그의 연구팀은 이런 고정관념에 대항하며 기대를 모으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로라는 나이가 들수록 감정이 삶에서 더 중요한 부분이 된다고 본다.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 상태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쏟음으로써 감정을 더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결국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끼고 더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70세가 넘으면 친구가 더 적어지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 관계망은 더 튼튼해진다.
사람들이 나이를 먹는 동안 사용하는 단어는 어떻게 변할까? 우리는 이것을 몇 가지 방법으로 알아보았다
첫 번째는 1만 9천 명 이상의 블로거가 작성한 게시물을 모아 분석한 대규모 블로그 프로젝트를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2004년에 우리가 살펴본 블로그들이 있던 사이트의 이용자는 평균 20세 정도였다.
연령대의 범위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13~17세), 청년(23~27세), 성인(33세~47세) 집단은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와 기능어를 매우 다르게 사용했다. 10대는 인칭 대명사, 짧은 단어를 매우 자주 사용했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더 어려운 단어, 조사를 더 많이 사용했다.
우리는 표현적 글쓰기에 대한 연구 수십 건 중 하나에 참여한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도 수행했다. 1장에서 언급했듯 나는 사람들에게 아주 개인적이거나 트라우마가 남은 경험에 대해 글을 쓰게 한 연구를 오랫동안 진행했다. 수년간 세계 각지의 연구자들은 연구를 통해 얻은 글 표본들을 내게 보내주었다.
[3] 나는 나이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로리 스톤 핸들먼(Lori Stone Handelman)이라는 대학원생과 연구팀을 만들었다.
로리와 나는 17개 대학교에서 수행된 45건의 글쓰기 연구에 참여한 적 있는 3천 2백명 이상의 사람들에게서 얻은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나이는 평균 약 24세 정도였지만 전체적으로는 8세에서 80세까지 다양했다.
사람들은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썼다. 대부분이 영혼을 담아 사연을 써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컴퓨터를 통한 텍스트 분석 결과 감정적인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 젊은 사람들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다른 언어를 사용했다.
이보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어린 사람들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감정적 어조였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은 긍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고, 젊은 사람들은 부정적 감정을 더 많이 표현했다. 40세쯤 되면 젊은 사람들과는 차이가 뚜렷해지는 정도지만 가장 나이 많은 집단과의 차이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나이가 적은 사람들이 주로 쓰는 단어
– 인칭 대명사(특히 <나>), 시간 표시, 현재형 동사, 인지적 단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주로 쓰는 단어
– 명사, 조사, 관형사, 어려운 단어, 미래형 동사
이런 결과가 흥미로운 이유는 모두가 평생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경험에 대해 써야 했다는 점에 있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암울한 단어를 꽤 많이 사용하여 그 고통을 표현했다. 하지만 글쓴이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글에서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가 줄어들고 긍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가 갑자기 늘어났다.
5. 제인 오스틴의 초기 작품과 마지막 작품 속 단어의 차이다
우리는 지난 4세기 동안 평생에 걸쳐 꾸준히 글을 써온 열 명의 소설가 시인, 극작가의 작품을 모아 이 작가들이 나이 들면서 단어 사용이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했다.
우리가 다른 연구에서 발견한 것과 마찬가지로 나이와 단어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사람은 열 명 중 여덟 명이었다.
이 경향이 잘 드러나는 예는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글이다.
오스틴의 첫 작품과 마지막 작품의 첫 문단을 비교해보자. (분석은 영문을 분석하였음).
<잭과 앨리스, Jack and Alice> (초기 작품집에 수록된 소설)
: 한때 53세였고 열두 달 후 54세가 된 존슨 씨는 다음 생일을 기념하는 의미로 친구들과 아이들에게 가면무도회를 열어주려는 생각에 매우 기뻤다. 그리하여 존슨 씨가 55세를 맞이하는 날 이웃 사람들 모두에게 초대장이 보내졌다. 사실 그 지역에 존슨 씨의 지인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어서, 기껏해야 윌리엄스 부인, 존스 부부, 찰스 애덤스와 심슨 가의 세 여자들 정도가 패미디들 주민이자 가면무도회의 참석할 손님의 전부였다.
<샌디튼>
: 틴브리지에서 출발하여 헤이스팅스와 이스트본 사이의 서섹스 해안 쪽으로 향하던 신사와 숙녀 일행은 큰길에서 빠져나와 괘나 험한 길로 접어들려다가 바위 반 모래 반인 기다란 비탈길을 오르면서 그만 마차가 뒤집히고 말았다. 이 사고는 도로 근처에 있는 신가의 집 바로 너머에서 일어났다. 처음에 그 방향으로 가 달라는 요청을 받고 꼭 그 집으로 가야 하는 줄 알았던 운전수는 정말 내키지 않는 얼굴로 어쩔 수 없이 그곳을 지나쳤다.
제인 오스틴은 열두 살의 나이에도 조숙했다.
<샌디튼>에서 오스틴은 전치사, 명사, 인지적 단어들(induced, quit, overturned, constrained)을 훨씬 많이 사용한다. 어린 오스틴은 인칭 대명사와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들(time, month, day)을 더 많이 사용한다. 어린 오스틴이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등장인물에게 숫자와 어려운 단어를 많이 사용하기는 하지만 분명 나이 든 오스틴에 비해서 생각이 훨씬 단순하다.
나이 및 성별과 언어 사용에 대해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아마 당신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남성적인 방식으로 기능어를 사용하고 나이가 적은 사람들이 여성적인 방식으로 기능어를 사용하는 경향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것은 통계상의 우연 같은 것이 아니다. 이러한 양상은 여러 문화와 언어, 세기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재미있는 점은, 여자들이 점점 남자처럼 말하게 되고 남자들이 원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남녀의 언어는 보통 평행성은 그리듯 함께 변화한다. 예를 들면 8세에서 14세까지의 여자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 중 대명사가 약 19퍼센트인 데 비해 남자들의 경우는 17퍼센트다. 이들이 70세가 되면 여자는 15퍼센트, 남자는 12퍼센트로 각각 떨어진다.
6. 대입 지원 에세이에 나타난 사회적 계층에 따른 단어 사용의 차이
사회적 계층은 일반적으로 교육을 받은 기간(학력)과 연간 수입을 통해 측정된다.
사회적 계층은 기능어를 사용하는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사회적 계층에 따라 언어 발달, 어휘, 심지어 가정 내 언어 사용 양상에서 나타나는 차이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얼마 없었다.
내가 알기로는 성인을 대상으로 언어 차이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는 아예 없었다.
[4] 최근에 나는 동료인 언어학자 데이비드 비버(David Beaver),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입학처에서 일하는 연구자 게리 래버니(Gary Lavergne)와 함께 팀을 꾸려 고등학생들이 쓴 대입 지원 에세이를 분석했다.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115844
텍사스 대학교는 입학이 까다롭고 매년 7천 명 정도의 우등생을 뽑는다. 지원자는 두 편의 에세이와 더불어 심사 과정에서 고려되는 수많은 질문지에도 답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은 부모의 교육 수준과 수입 등 가족의 사회적 계층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4년 동안의 자료를 조사해 2만 5천 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계층과 언어의 연관성을 연구할 수 있었다.
높은 사회적 계층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어려운 명사와 관형사, 조사를 더 많이 사용하고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낮은 사회적 계층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에세이에서 대명사, 조동사, 현재형 동사, 인지적 과정이 드러나는 단어들(대부분 회피성 어구와 관련 있는 단어들)을 더 많이 사용했고 더 개인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한 가지 유력한 견해는 애초에 각각의 사회적 계층에 따라 가정 안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뒷받침하는 몇 가지 기초 연구가 있다.
[5] 아마도 가장 많이 인용되고 확대 해석되는 연구는 1980년대 중반에 베티 하트(Betty Hart)와 토드 리슬리(Todd Risley)가 수행한 연구일 것이다.
이들은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전문직 종사자가 포함된 열세 가족, 근로자 계층에 해당하는 스무 가족, 생활보조를 받는 여섯 가족을 대상으로 매달 한 시간씩 2년 넘게 가정생활을 녹음했다.
연구를 시작할 때 자녀들은 대부분 한 살 이하의 아기였다. 연구자들은 녹음 기록들을 조심스럽게 파일로 옮겼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사용한 모든 단어의 수를 셌다.
연구자들은 가장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접하는 단어가 전문직 종사자 가정의 아이들이 접하는 단어의 절반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근로자 계층은 그 사이에 해당했다.
녹음을 바탕으로 살펴본 결과, 연구가 끝나갈 때쯤 전문직 종사자 가정의 아이들이 사용하는 어휘는 생활보조를 받는 가정 아이들의 두 배에 달했다. 얼핏 보면 이 연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직접 연구한 연구자들도 이 결과들이 조심스럽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낮은 사회적 계층 집단에 해당하는 가정은 여섯 집밖에 없었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전문직 종사자의 가족들과는 매우 다른 시각으로 연구를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말하자면 연구자들을 못미더워하고 녹음하는 날에 말하기를 꺼렸을 수도 있다.
낮은 사회적 계층에 해당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의 언어적 경험은 더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기능어 사용 양상의 차이로 이어지는 이유는 권력 및 지위의 문제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7. 권력에 따라 누가 명사를 더 많이 사용하고, 누가 동사에 더 많이 의존하는가?
이 항목에서는 단어의 두 그룹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첫 번재 그룹은 앞으로 명사 그룹(noun cluster)이라고 부를 집단으로 명사, 조사, 어려운 단어들이 여기에포함된다.
두 번째 그룹은 대명사–동사 그룹(pronoun-verb cluster)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 그룹에는 인칭 대명사(특히 1인칭 단수)와 비인칭 대명사, 조동사, 회피성 어구와 관련 있는 일부 인지적 단어들이 포함된다.
남자들, 나이많은 사람들, 높은 사회적 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모두 명사 그룹을 자주 사용한다. 반면 여자들, 나이 어린 사람들, 낮은 사회적 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대명사–동사 그룹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를 간단하게 설명하는 가설들은 대개 어느 지점이든 허점이 있다. 예를 들면 말이 더 많은 사람들이 대명사–동사 그룹을 쓰게 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여자들과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이 주장에 부합할지 모르지만 낮은 사회적 계층은 그렇지 안하. 또 어쩌면 명사 그룹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무언가를 더 많이 읽음으로써 더 많은 단어를 접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이 많은 사람들과 높은 사회적 계층은 이런 주장에 부합할지 모르지만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
가장 간단한 설명은 권력과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명사 그룹을 더 많이 쓰게 되고, 권력과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대명사와 동사에 의존한다는 견해다. 그렇다면 더 권력 있는 사람들은 왜 명사와 관련된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할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질문을 더 하자면, 권력을 적게 가진 사람들은 왜 댐여사와 동사를 더 많이 사용할까?
이 질문에 답하는 한 가지 방법은 권력과 지위로 무엇을 얻게 되는지 고려하는 것이다.
[6] 노스웨스트 대학교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애덤 갤린스키(Adam Galinsky)라는 연구자는 참가자들이 스스로 어떤 집단 안에서 자신이 권력이 있거나 없다고 생각하게 하는 연구를 여러 번 수행했다.
자기 뜻대로 앞날을 통제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무시하고 자기만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 반면 비교적 적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흔들렸다.
책 앞부분에서 언급했듯이, 사람들은 눈앞에 닥친 앞에 집중할 때는 자기 자신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사실 어떤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대상, 사건, 구체적인 사항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당명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은 인간관계에 방해받지 않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대명사와 동사의 빈번한 사용은 낮은 지위를 드러내는 한편 말하는 이가 사회 지향적 성향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대부분 대명사는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 당신, 그, 그들 같은 단어는 말하는 이가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의식하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1인칭 단수 대명사는 자기를 향한 관심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약간 다르다.
나이, 성별, 사회적 계층과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단어 사용은 기능어와 사회심리학이라는 퍼즐의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 이런 속성은 우리의 정체성에서 아주 사소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단어들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