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_두 사람의 단어를 보고 <관계>의 지속 여부를 예측할 수 있을까
언어는 대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된다. 이 말은 우리가 단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어떤 개인만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연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1.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단어를 모방한다
사회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도 대화를 할 때 비슷한 비언어적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한쪽이 다리를 꼬면 상대방도 따라한다.
처음에는 비언어적 모방을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거라고 여겼다. 사실 이런 현상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지 혹은 서로에게 얼마나 관여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런 현상은 대화하면서 사용하는 단어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두 사람이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는 비슷할 것이다. 어쨌든 대화는 그런 것이니 말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말하는 스타일 또한 비슷해진다는 점이다.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은 형식성, 감상적인 정도, 인지적 복잡성 수준이 같아지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은 같은 기능어들을 같은 비율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에게 더 깊이 관여할수록 기능어는 더욱 정확히 일치한다.
기능어의 사용이 일치하는 이런 양상을 언어 스타일 일치도(Language style matching)라고 한다. 사람들의 대화를 분석해보면 언어 스타일 일치도는 어떤 대화든 시작한 지 15초에서 30초 안에 나타나고 일반적으로 의식의 영역 밖에 있다. 몇몇 연구에서는 언어 스타일 일치도가 다소 뜻밖의 상황에서 드러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는 동료 샘 고슬링(Sam Gosling), 대학원생 몰리 아일랜드(Molly Ireland)와 함께 수강 정원이 5백명인 심리학 입문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인터넷으로 글쓰기 과제를 냈다.
학생들은 네 개의 논술형 문제에 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문제들이 각각 다른 문체로 쓰였다고 말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같은 문제라도 점잖고 거만한 스타일로 쓰인 것이 있었고 철없고 해맑은 여자 말투로 쓰인 것이 있었다.
흥미롭게도 학생들은 문제의 문체가 어떻더라도 똑같이 답을 잘 써냈다.
유일한 차이는 점잖은 문체로 쓰인 문제를 받은 학생들은 점잖은 문체로 답을 썼고, 해맑은 문체로 쓰인 문제를 받은 학생들은 그에 맞춰 자유롭고 일상적인 속어로 답을 썼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모든 학생이 각각 다른 문체로 쓰인 네 가지 문제에 답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은 문체의 차이를 아예 알아차리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몰리는 또 다른 실험을 해보았다. 몰리는 출간된 소설에서 두 페이지를 참가자의 절반에게 보여준 다음 끊긴 부분부터 소설을 이어 써보라고 했다. 나머지 참가자들에게는 작가의 문체에 맞춰 써보라고 명시적으로 말했다. 몰리는 명시적으로 작가의 문체에 맞춰 써보라는 지시를 받지 않은 참가자들까지 모두가 자연스럽게 작가의 원래 문체에 맞춰서 글을 썼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히려 직접적으로 작가의 문체에 맞춰 써보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이 조금 더 어색했다.
2. 언어 스타일 일치와 뇌
언어 스타일의 일치가 그렇게 흔한 일이라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한 가지 설명은 애초에 우리 뇌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라는 견해다.
1980년대 이탈리아의 신경과학자 한 팀은 짧은 꼬리원숭이가 특정한 물체를 집을 때마다 발화되는 한 무리의 뇌세포 활동을 측정했다. 나중에 이들은 사람 손이 그 물체를 집는 장면을 원숭이가 볼 때도 같은 뇌세포들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연구들 역시 타인의 행동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뇌세포 무리의 존재를 암시했다. 이 세포무리를 거울신경세포 혹은 거울 뉴런 체계라고 한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발레 무용수들에게 발레 영상을 보게 하고 그들의 뇌 활동을 촬영했다. 연구자들은 발레 무용수들이 발레 영상을 보는 동안 그들의 거울신경세포가 활성화되는 반면 무용수가 아닌 사람들에게서는 그런 활동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브로카 영역에 거울신경세포가 가장 빽빽하게 모여있다고 보고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2장에서 브로카 영역이 기능어 처리와도 관련 있는 영역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기능어 사용 능력이 비언어적 행동뿐만 아니라 최근의 발견에 따르면 억양과 어조의 모방과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사실 많은 학자들은 사회적 행동을 따라하는 능력, 그리고 그 능력과 브로카 영역의 긴밀한 연관성이 언어 능력의 초기 발달과 발전을 설명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프린스턴 대학교의 한 연구팀의 관찰에 따르면 특히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표정을 보여주는 짧은 영상을 보는 동안 브로카 영역에서 뇌 활동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는 반면 공감 능력이 낮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강조되어야 할 중요한 사실은 거울신경세포 연구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고 연구자들이 공감과 관련된 뇌 활동을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모두 거울신경세포와 함께 다른 사람을 따라하고 공감하는 기본적인 능력이 있다. 하지만 이런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고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이 누구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3. 상대가 거짓말을 하거나 딴짓을 할 때 두 사람의 단어 사용은 비슷해진다
거짓말쟁이와 대화할 때
대화의 톤과 방향은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시작하는 순간 급격히 변한다.
[1] 기만과 거짓말에 사용되는 언어를 연구하는 코넬 대학교의 제프 핸콕은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연구를 몇 차례 수행했다.
한 연구에서는 학생들을 짝지어 주고 각각 다른 주제에 대해 온라인을 통해 네 번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다시 말하면, 이들은 서로 볼 수 없도록 각자 다른 방에서 채팅을 할 것이었다. 양쪽 모두 어떤 식으로 실험이 진행될지 알아야 하므로 처음 5분 정도는 서로 알아가는 대화를 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일단 둘 다 온라인 채팅에 익숙해졌을 때 연구자는 두 참가자에게 5분씩 대화해야 하는 주제 목록을 주었다. 이 연구의 교묘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즉, 둘 중 한 명은 대화 주제를 받은 뒤 네 가지 주제 중 두 가지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말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라고 지시받았다. 상대방은 이 일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대화 내내 서로 정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언제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언제 그들의 언어가 변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당신은 이 연구에서 한 참가자가 거짓으로 말하는 동안 두 사람의 언어 스타일 일치도가 낮아지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언어 스타일 일치도는 거짓말을 해야 하는 주제에서 오히려 더 높아졌다.
이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일단 실험이 시작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참가자는 이미 상대방과 최소 한 번은 정직한 대화를 나눈 상태다. 그런데 상대방이난데없이 다르게 말하기 시작한다. 우리 뇌는 변화에 어마어마하게 민감하다.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참가자는 뭔가 어긋났다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감지한다. 결국 이 사람은 상대방에게 주의를 더 집중하기 시작하고 그 결과 두 사람의 언어 스타일 일치도가 높아진다. 이들이 의식적으로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언어 스타일 일치도에는 재미있는 모순이 있다. 거짓말이 포함되는 대화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실제 상대방에게 주의를 덜 기울인다. 당신은 직관적으로 이것이 언어 스타일의 일치도를 낮추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 우리는 거짓말 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 그들의 묘하게 변한 언어를 해독하려는 시도로 그들에게 더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거짓말이 포함된 대화를 하는 경우, 한쪽이 주의를 덜 기울이면 상대방은 더 집중하게 된다. 놀랍게도 이런 일은 생각보다 훨씬 자주 일어난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하는 산만한 사람과 대화할 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 즉 멀티태스킹은 상당히 흔하기도 하고 놀라울 정도로 비효율적이라고도 한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게 되면 모든 행동의 질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경우 두 사람의 언어 스타일 일치도는 높아진다. 상식적으로는 그와 정반대일 것 같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상식이 틀렸다.
온라인 소셜 미디어 연구에 해박한 대학원생 일라 토스칙(Yla Tausczik)은 이것을 검증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고안했다.
그녀는 심리학 실험의 일환으로 낯선 사람들을 짝지어 주고 따로 떨어져 있는 컴퓨터로 서로 알아가는 대화를 시작하게 했다. 컴퓨터는 화면 위쪽에 계속 무작위로 숫자가 나타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참가자들은 대화 중간쯤까지 화면의 숫자를 무시하라고 지시받았다. 그 이후 둘 중 한 명은 숫자 7이 몇 번 나타나는지 세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나머지 한 명은 계속 무시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상대방이 숫자를 세면서 대화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거짓말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주의가 산만한 일이 없었던 커플들보다 언어 스타일의 일치도가 조금 더 높았다. 더 이상한 점은 이들이 서로 호감을 많이 느꼈다는 사실이다. 실제 단어 사용 측면에서 보면 주의가 산만했던 학생들은 주의가 빼앗기지 않았던 학생들에 비해 덜 부정적이고 덜 복잡하고 더 사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4. 두 사람의 단어 사용으로 관계의 지속 여부를 알 수 있다
어떤 커플이 데이트를 시작할까?
[2] 나는 몰리 아일랜드와 몇몇 동료 연구진들과 함께, 4분 정도의 짧은 데이트로 산출한 언어 스타일 일치도를 이용하여 데이트를 한 두 사람이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피드 데이트에서는 보통 여덟 명에서 열두 명 정도의 데이트 상대와 몇 분씩 대화를 나눈다.
외로운 사람들이라고 다 스피드 데이트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연구자들은 아주 좋아한다. 우리는 최근 한 연구에서 약 80명의 스피드 데이트 참가자들이 4분짜리 대화를 기록할 수 있게 허락해준 덕분에 그들의 단어 사용을 분석할 수 있었다. 짧은 대화에서 산출한 언어 스타일 일치도는 앞으로 어떤 커플이 사귀게 될지 예측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 스피드 데이트에서 언어 스타일 일치도가 평균 이상이었던 사람끼리는 언어 스타일 일치도가 평균 이하였던 사람들에 비해 나중에 다시 만나고 싶어 할 가능성이 거의 두 배에 달했다.
하지만 더욱 재미있는 점은 나중에 어떤 커플이 사귀게 될지 우리의 예측이 당사자들보다 더 정확했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매번 짧은 데이트를 마칠 때마다 방금 만난 사람의 호감도를 묻는 간단한 질문지에 답했다. 물론 참가자들의 호감도 평가는 결과적으로 교제와 관련이 있었지만 언어 스타일 일치도는 그보다 훨씬 더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연애의 지속 여부 예측하기
스피드 데이트가 연애로 발전해서 한 커플이 진지하게 만나기 시작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의 언어 스타이 일치도는 그 관계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있을까? 일차적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렇다.
상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듦에 따라 이들의 언어 스타일 일치도 역시 떨어진다.
젊은 연인들의 언어 스타일 일치도를 추적해 보면 헤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커플이 어떤 커플인지 예측할 수 있을 때가 많다.
[3] 나는 예전에 우리 대학원생이었던 리처드 슬래처(Richard Slatcher)와 함께 젊은 커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웨인 주립대학교 교수가 된 리처드는 당시에 연인들이 메신저로 대화하는 양상을 보고 싶어 했다. 그는 거의 매일 메신저로 대화한다는 86쌍의 커플을 모집한 다음 그들이 며칠 동안 주고받은 메시지를 분석해도 된다는 동의를 받았다. 그런 후 우리는 메신저 대화에서 언어 스타일 일치도가 높게 나오는 커플과 낮게 나오는 커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비교했다.
언어 스타일 일치도가 높은 편이었던 43쌍 중 3개월 후에도 만나고 있는 커플은 77퍼센트였던 데 비해 언어 스타일 일치도가 낮은 편이었던 커플들의 경우에는 52퍼센트에 불과했다. 요컨대 원래부터 기능어 사용 스타일이 일치했던 커플은 시간이 지나도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언어 스타일 일치도 기법은 커플 사이의 얼마 안되는 대화를 추적하여 그 관계의 성공 여부를 합리적으로 추측할 수 있게 해준다. 최근에는 이와 비슷한 생각이 결혼한 부부들을 통해 입증되었다.
[4] 워싱턴 대학교의 존 고트먼(John Gottman)과 동료 연구진들은 젊은 부부가 실험에 참가하는 도중에 다투는 방식을 들어보면 그 결혼생활이 성공적일지 아닐지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고트먼은 부부들을 연구실에 오게 한 뒤 그들이 갈등을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게 했다. 이때 주제는 주로 돈, 섹스, 집안일 등이다. 팽팽한 논쟁 중에도 부부가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긴장된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하고, 비난을 피하고, 긍정적 감정을 불어넣는다면 그들의 결혼생활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단순히 대명사를 똑같이 사용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두 사람이 기능어를 비슷한 방식과 비율로 사용한다면 그들은 세상을 비슷한 방식으로 보는 셈이다. 하지만 세계관이 비슷하다고 해서 행복한 결혼생활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고트먼의 연구를 통해서 가장 탄탄한 관계의 특징 중 하나는 긍정적 감정의 공유도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5. 언어 스타일로 역사 속 인물들의 관계 추적하기
컴퓨터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할때의 이점은 기록만 남아 있다면 역사 속 관계들도 탐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배럿과 로버트 브라우닝의 행복한 결혼
엘리자베스 배럿과 로버트 브라우닝은 서른 여덟, 서른둘의 나이로 처음 교류했을 때 이미 명성이 높았다.
함께 시인으로 활동하는 동안 엘리자베스와 로버트는 수백 편의 시를 써냈다. 그들은 만나기 전에도 기능어를 비슷하게 쓰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이 교류하기 전부터 그토록 서로에게 끌렸던 이유가 이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두 시인의 기능어 사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로버트는 시인으로 활동하는 동안 문체가 놀라울 정도로 일정했던 반면 엘리자베스는 어떤 시기에서 다른 시기로 넘어갈 때 기능어 사용 방식이 변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시기에는 엘리자베스의 기능어 사용이 로버트의 방식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힘들었던 연애시절과 건강이 위독한 지경까지 악화되었던 시기에는 엘리자베스가 자기만의 세계로 침잠하여 로버트의 작품과 덜 비슷한 문체로 작품을 썼고 자신이 글을 썼던 그 어느 시기와도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쓰는 경향이 있었다.
실비아 플라스와 테드 휴즈의 불행한 결혼
브라우닝 부부의 결혼 생활이 현대 작가들에게 이상적인 결혼으로 꼽힐 때가 많은 반면, 실비아 플라스와 테드 휴즈의 관계는 그렇지 못하다.
두 사람은 파티에서 만난지 4개우러 만에 결혼했다. 이때 플라스의 나이는 스물넷, 휴즈의 나이는 스물여섯이었다.
결혼한 지 1년 정도까지는 둘 다 개인적, 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결혼한지 5년쯤 되었을 때 플라스는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휴즈의 외도를 예리하게 알아차렸고 그 일로 불 같은 분노에 사로잡히기 일쑤였다. 1년이 못 되어 휴즈는 플라스를 떠나 다른 여자에게로 갔다. 결혼 전부터 우울증이 있었던 플라스는 크게 낙담했다. 작품을 계속 쓰기는 했지만 친구들에게서 점점 멀어져 고립되어 갔다. 플라스는 휴즈와 이혼한 지 1년이 채 못되어 서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플라스와 휴즈는 만나기 전에 언어를 구사하는 스타일이 매우 달랐다. 플라스는 훨씬 더 사적이고 직접적인 언어를 사용한 데 비해 휴즈는 더 객관적이고 거리감 있는 언어를 사용했다. 그나마 행복했던 시절에는 언어 스타일 일치도가 어느 정도 높아졌지만 그 후 플라스가 죽기 전까지 3년 동안 다시 차이가 벌어졌다.
프로이트와 융 사이의 존경과 멸시
우리는 언어 스타일 일치도 분석을 통해 가깝고 친밀한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의 관계는 심리학과 정신의학 역사의 중심에 있다. 1800년대 후반, 정신분석학에 대한 프로이트의 생각은 서양 사상의 토대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는 일련의 논문을 통해 사람들의 성격과 일상적 행동은 무의식적 과정에 좌우되고 그 무의식의 대부분은 매우 성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이후의 정신건강을 형성한다는 생각을 일깨우기도 했다. 프로이트는 창의적인 사상가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관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예민하게 알아차리기도 했다.
한편 칼 융은 젊고 야심찬 스위스 기독교인 학자다. 의대를 갓 졸업한 융은 정신분열증과 무의식의 특성 같은 사고 장애의 심리학적 근거에 매료되었다. 1906년 융은 프로이트에게 자신의 첫 책을 한 부 보냈고 프로이트는 보답으로 최근의 논문을 보냈다. 이들은 몇 차례 편지를 주고받은 끝에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프로이트와 융이 주고받은 편지들의 기능어를 분석하자 그들의 언어 스타일 일치도에서 예상 가능한 패턴이 드러났다.
이들의 언어 스타일은 처음 몇 년 동안은 이례적으로 높았지만 그후 급격히 떨어진다. 더 자세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두 사람은 처음 몇 년 동안 그들의 관계에 동등하게 헌신했다. 하지만 막바지에 와서 그 관계에서 분리되어 있고 언어 사용 스타일이 더 많이 변한 사람은 프로이트였다. 프로이트는 융에게 쓴 마지막 편지들 중 하나에서 친구관계를 중단하자고 권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그 일로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네. 과거의 실망이 앙금으로 남아 자네와의 사이에 있던 유일한 감정의 끈마저 실처럼 가늘어진 지 오래이므로.”
6. 비슷하게 단어를 쓴다는 것은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다
두 사람의 언어 스타일이 일치한다는 말은 실제로 무슨 뜻일까?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기능어 사용 스타일이 일치하는 사람들은 서로 상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언어 스타일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는지 알아내기는 어렵다. 앞서 살펴보았듯 낯선 사람과 대화할 때 이 적응은 보통 몇 초 안에 일어난다.
언어 스타일 일치도가 친밀한 대화와 격한 말다툼 모두에서 높게 나오는 이유는 이해하기 쉽다. 서로 신경 쓰지 않는 정말 지루한 대화라고 해도 언어 스타일 일치도는 놀라울 정도로 높다. 다행히도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가는지 거울신경세포가 끊임없이 지켜보면서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할 말을 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