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_지역마다 언어 사용 스타일이 같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이유
경영 컨설턴트들은 자신이 자문하고 있는 회사를 <내 회사, 우리 회사, 그들 회사>라는 단어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들은 조직의 분위기를 대충 파악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평소 업무에 대해 말해 달라고 한다. 직원들이 <내 사무실>이나 <내 회사>라고 말한다면 그 회사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꽤 행복하지만 회사에 딱히 묶여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 회사>라고 한다면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직장을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인 상태다. <그들 회사>는 우려되는 상황이다. 직원들 스스로 직업적 정체성과 자신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1. <우리>라는, 단어
경영 컨설턴트들처럼 연인들을 연구하던 연구자들도 이와 유사한 현상을 발견하고 있었다. 한 대표적인 연구에서는 실험실에 온 참가자 부부들에게 결혼 생활이나 부부 사이의 문제점에 대해 말해보게 했다.
일반적으로 결혼생활에 대해 물었을 때 부부가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할수록 좋은 것이었다. <내 배우자와 나>라는 뜻의 따뜻하고 아늑한 <우리>를 사용한 사람들은 두 사람이 건강한 관계라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어떤 연구에서는 그런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으로 결혼생활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은 연구자가 함께 있을 때만 좋은 관계를 예측하는 지표 역할을 했다.
다른 연구들에서 부부들에게 며칠 동안 녹음기를 착용하고 지내게 한 결과 <우리>라는 단어와 관련된 어떤 패턴도 발견되지 않았다. 제 3자에게 말할 때는 커플이 사용하는 <우리>라는 단어로 그들의 관계가 만족스러우리라 예측한다. 하지만 부부로 서로 상대방에게만 말할 때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으로는 관계의 질을 예측하지 못한다.
실험실에서 부부 간의 의견 차이에 대해 말할 때 <우리>라는 단어는 좋은 관계를 암시하는 반면 <너> 혹은 <당신>이라는 단어는 문제가 있음을 암시했다. 이런 단어들은 두 참가자가 서로의 결점을 비난하는 험악한 대화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사용되었다.
한편 <우리>라는 단어는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한 연구에서는 심부전증 환자들을 배우자와 함께 인터뷰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비롯하여 여러 질문들에 대답했다. “두 분이 심장병을 극복해 오시면서 제일 잘한 일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배우자가 이 질문들에 답할 때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 사람일수록 6개월 후 환자의 상태가 더 좋아졌다.
배우자가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환자의 건강 문제를 부부가 함께 전념해야 할 공통의 문제로 보았다는 의미였다. 부부가 병을 극복하려고 함께 노력하는 경우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당신이 완벽하게 건강한 경우에도 <우리>라는 단어는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한 연구에서 민강 항공기 조종석 기록을 분석한 결과, 지난 세기에 일어난 모든 항공기 사고 중 절반 이상이 승무원들의 소통 부족에 그 원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부각되는 주제는 자신이 팀의 일원이라고 느끼고 긴밀하게 단합하는 승무원들이 가장 유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브라이언 섹스턴과 로버트 헴라이크는 장기간 비행 시뮬레이션을 하는 동안 승무원들의 언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승무원일수록 실수가 적었다. 마찬가지로 항공기 사고 당시 조종석 기록을 분석한 결과, 사람의 실수로 일어난 사고인 경우 불가피한 기계 오류로 일어난 사고에 비해 승무원들의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이 훨씬 적었다.
2. <나>에서 <우리>로!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은 끊임없이 변한다. <나>에서 <우리>로 옮겨가는 변화는 매우 미묘하고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어떤 대명사를 사용하는지는 의식적으로 알아차릴 수조차 없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과 자신을 가리키기 위해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심리학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은 한 사람이 자신을 집단의 일원으로 여긴다는 신호일 때가 많다.
그렇다면 당신이 어떤 거래를 진행하는 판매자라면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구매자와의 유대관계를 더 빨리 이끌어낼 수는 없을까?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치 정치인처럼 <우리>라는 단어를 성급하게 사용하면 진실하기 못하고 교활해 보이기 쉽다.
시간이 지나면 <나>는 감소하고 <우리>는 증가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오래 얘기할수록 <우리>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나>라는 단어를 더 적게 사용하게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경계를 풀고 그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우리>라는 단어가 증가하고 <나>라는 단어가 감소하는 양상은 광범위한 집단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난다.
스피드 데이트는 이러한 논의를 시작하기에 완벽한 예다. 이 짧은 데이트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두 사람 모두 시시각각 <나>라는 단어의 사용이 줄어들고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이 늘어났다.
어떤 실험에서는 학생들이 심리학 실험실에 와서 15분 동안 낯선 사람과 알아가는 대화를 하게 했다. 처음 5분 동안은 보통 두 참가자 모두 자신의 성장 배경, 전공, 사는 곳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둘 다 자기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라는 단어의 사용 비율이 비교적 높다. 다음 5분 동안에는 자기 얘기를 덜하고 둘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5분 동안에는 대화를 시작할 때에 비해 <나>라는 단어의 사용 비율이 10~50퍼센트 감소한다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은 20~200퍼센트 증가한다. 이러한 양상은 낯선 사람끼리 온라인 채팅을 통해 서로 알아가는 대화를 나눌 때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이는 더 큰 집단에서도 나타난다.
경영대학원에서 수행된 한 실험에서는 네 명씩 한 집단으로 묶어주고 30분 동안 복잡한 집단 의사결정 과제를 해결하게 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과제를 해결하는 동안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나>라는 단어 사용은 19퍼센트 줄어들었고 <우리>라는 단어 사용은 39퍼센트 늘어났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현실 집단에서 나타난 <나>와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 비율 변화는 몇 시간, 며칠, 몇 달, 심지어 몇 년까지도 지속된다는 점이다. 앞서 논의한 항공기 조종실 연구에서도 같은 양상이 발견되었다. 승무원들이 함께 있는 시간이 길수록 그 집단은 <우리>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한 연구는 복잡한 온라인 국방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술자, 경제학자, 컴퓨터 전문가 18명을 대상으로 거의 2년까지 진행되었다. 또 다른 연구는 직업 훈련의 일환으로 1년에 두 번씩 3년 동안 모이는 임상 치료 전문가 20명 정도를 대상으로 했다. 그 외에도 비틀스가 활동하던 10년 동안의 가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보았다. 이 모든 집단들에서 달마다 혹은 해마다 <나>라는 단어는 줄어들고 <우리>라는 단어가 늘어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 다른 사람들과 더 오래 시간을 보낼수록 우리의 정체성이 그들과 융합된다는 뜻이다.
3. <우리>의 단합, 위협적인 사건이 만들어 주는 집단 정체성
집단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집단 정체성이 빠르고 급격하게 변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스포츠 팀을 응원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1] 1970년대 중반,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와 그의 연구팀은 스포츠 팀을 응원하면서 집단 정체성이 급격히 변하는 현상을 가장 기발하게 보여주는 사회심리학 실험을 수행했다.
이 연구에서는 교내의 쟁점을 다루는 설문조사라고 하여 최상위권 미식축구 팀을 보유한 대학교 학생들을 경기 시즌 중에 모집했다. 참가자들의 모교 미식축구 팀은 얼마 전 이미 주요 경기에서 이겼거나 진 상태였다. 연구자들은 준비 단계로 몇가지 질문을 한 뒤 시즌 중 중요한 경기에 대해 물었다. “그 경기 결과가 어땠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자기 팀이 이긴 경우 대부분 “우리가 이겼어요”라고 하지만 졌을 때는 “걔네가 졌어요”라는 대답이 나오기 쉬웠다.
팀의 승리가 자기들 덕분이기라도 한 듯 여기는 것은 일종의 <반사된 영광 누리기>다. 요컨대 우리는 잘 나가는 집단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고 패배자들과는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
강력한 집단에 속하려는 마음은 진화에 그 뿌리가 있는 듯하다.
외부의 존재가 나타나기만 해도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관계망을 더 의식하게 된다.
우리–그들 효과 (us-them effect)는 외부인과 대화할 때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 경쟁하는 집단들을 의식하게 되면 성공적인 집단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해진다.
집단의 일원이 되려는 욕구가 가장 발생하기 쉬운 경우는 외부 집단이 우리 집단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때다.
한 예는 2001년 9월 11일에 미국에 가해진 테러 공격이었다. 9월 초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8개우러도 안 된 부시의 지지율은 54퍼센트정도였다. 9/11 공격이 일어난 주에는 90퍼센트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온 나라에서 도시마다 성조기가 휘날렸고 뉴스에서는 터져나오는 애국심과 국가적 자부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연재해든 인재든 재해가 사람들은 단합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딱히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중 런던 사람들이 밤마가 계속되는 독일의 폭격을 견디고 있을 때 사람들 사이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강한 사회적 유대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는 몇 가지 지표가 있었다.
최근 자료에서는 2001년 9월 11일 이후 몇 주 동안, 그리고 2005년 영국 지하철 폭탄 테러 사건 이후 자살률이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1980년 세인트 헬렌스 화산 폭발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사실들이 발견되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 사람들은 나중에 말하기를, 그 폭발사건 이 공동체를 단합하게 한 것에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과 집단적 연대감은 위협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미식축구 사례처럼 사람들은 집단이 잘 나가거나 존경받을 만한 경우 집단 정체성을 받아들인다.
외부인을 믿지 않는, <우리>
자신을 집단과 동일시하는 사람들은 집단에 더 충성스럽다.
이런 사람들은 집단 구성원들에 의존하고 외부인을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집단 정체성은 고정관념, 편견, 차별과 자주 연관된다. 수많은 가족 불화, 지역 간 싸움, 학살,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곳에서는 집단 정체성이 단합을 위한 구호의 역할을 해왔다.
집단과 그 집단의 작동 방식에 흥미가 있다면 그 집단 구성원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부터 아는 것이 좋다.
집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들이 서로 어떻게 소통하는지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4. 구성원들의 언어를 통해 집단역학 포착하기
우리는 앞서 가까운 관계를 다루면서 언어 스타일 일치도에 대해 살펴봤다.
커플과 마찬가지로 집단 또한 응집력, 언어 일치도 혹은 잘맞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소규모 집단 구성원들의 단어 사용과 응집력
우수한 집단을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당신이 속한 집단이 모인 지 몇 분만 되었어도 우리는 그 집단이 과제를 어떻게 해낼지 예측할 수 있다.
이제 당신에게는 놀라운 일이 아니겠지만, 이런 예측을 할 때 가장 정확한 지표 중 하나는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기능어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위와 같은 상황을 변형한 프로젝트들이 전 세계 경영대학원과 심리학과에서 운영되어왔다. 나는 두 건의 연구에서 동료들과 함꼐 집단 구성원들의 언어 스타일 일치도를 각각 계산했다.
구성원들이 비슷하게 말할수록 집단의 응집성이 강했다. 즉 언어 스타일 일치도가 높은 집단은 유대가 더 긴밀했다.
더 중요한 점은 언어 스타일 일치도가 집단의 수행 수준과도 관련이 있었다는 점이다. 구성원들이 비슷한 기능어를 비슷한 비율로 사용하는 집단은 과제를 더 잘 수행한다.
변인이 통제된 실험실 환경이기는 햇지만, 대명사와 조사 같은 기능어들의 사용 스타일은 참가자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요컨대 이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자기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현실 세계의 더 큰 집단, 위키피디아 참여자들의 언어 스타일
2001년에 만들어진 위키피디아는 백과사전처럼 수백만 개의 문서를 포함하는 정보의 원천이다.
위키피디아가 놀라운 이유는 실제로 작동하는 일종의 지적 민주주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많은 학자들이 인정하기 싫겠지만, 위키피디아는 사람들이 새로운 주제에 대해 알기 위해 가장 먼저 방문하는 전문적인 사이트일 때가 많다.
[2] 우리 대학원생 일라 토스칙(Yla Tausczik)은 위키피디아에 매료된 나머지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슈퍼컴퓨터에 도움을 청해서 참여자들의 대화를 포함한 위키피디아의 모든 자료를 다운받았다. 이는 결로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일라는 일단 맛보기로 비교적 광범위한 항목들이 올라와 있는 미국의 도시 100개를 찾아보았다. 각 도시에 해당하는 페이지는 최소한 50명이 몇 년에 걸쳐 여러 번 편집해 놓았기 때문에 그 항목과 관련된 토론도 굉장히 길었다.
문서를 편집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비슷한 언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문서의 질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점을 반영했다. 실험실 연구와 마찬가지로, 기능어 사용의 유사성을 측정한 결과 위키피디아 문서의 작성자와 편집자의 언어가 일치하는 집단은 가장 권위 있고 훌륭한 문서를 만들어 낸다. 높은 언어 스타일 일치도는 현실 세계에서도 더 나은 결과물을 반영한다.
5. 지역마다 언어 사용 스타일이 같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이유
위키피디아 연구는 같은 공동체에 속하는 사람들의 언어 사용 스타일을 측정함으로써 그들 사이의 연결성을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위키피디아뿐만 아니라 크레이그리스트(온라인 벼룩시장)도 동일하다.
2008년 우리 학생들과 나는 중간 크기의 도시 30군데에서 나온 크레이그리스트의 모든 광고 자료를 모았다. 광고의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자동차, 가구, 룸메이트 구하기 광고만 보았다. 우리는 항목마다 6천~1만 개의 광고를 분석해서 도시마다 주민들의 기능어 사용 스타일을 검토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각 도시마다 주민들끼리 대명사, 조사, 관형사 등을 얼마나 비슷하게 쓰는지가 궁금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몇 개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이웃과 똑같은 언어를 구사하여 광고를 내는 경향이 있었다. 포틀랜드 사람들은 대개 약간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며 개인적인 방식으로 광고문을 썼다. 반면에 솔트레이스 시티 사람들이 낸 광고는 보기 드물게 쾌활한 분위기였다. 두 도시의 스타일은 달랐지만 도시 안에서는 자기들이 낸 광고에 대해 비슷하게 생각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캘리포니아 주 베이커즈필드와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즈버러 사람들은 글쓰는 스타일이 훨씬 더 제각각이었다. 즉 굉장히 격식있게 글을 쓴 사람도 많았고 편하게 쓴 사람도 있었다. 요컨대 이들은 한목소리로 말하지 않았다.
결과들은 지역사회 주민들의 언어 사용 스타일이 비슷할수록 그 도시의 응집력이 강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이 연구의 매력은 가장 일상적인 곳에서 쓰이는 단어가 어떻게 지역사회의 사회적 유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보여줄 수 있는지에 있다. 가족이든, 작업 집단이든, 회사든, 도시든, 모든 집단은 그 구성원들이 소통할 때 사용하는 언어에 그 집단의 사회적, 심리적 자취를 남긴다. 단어들은 인류가 만든 요소 중 하나로서 생각과 아이디어를 담고 사람들을 이어준다. 우리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추적함으로써 그 사회가 어떻게 짜여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6. 우리는 상황에 따라 단어를 어떻게 다르게 사용할까
사회언어학자들은 큰 집단이 비슷한 언어 사용 스타일을 공유한다는 데 놀라지 않는다.
종합하면 모든 집단은 특유의 언어적 특징이 있다. 그 특징 중 일부는 집단 구성원들이 얼마나 잘 협력하는지, 자신을 얼마나 집단과 동일시하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또 다른 일부는 집단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그리고 감정적으로 얼마나 개방적인지, 서먹한지, 거리감이 있는지 등을 보여준다. 이론적으로 말하면, 어떤 집단이든 그 안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집단과 구성원들의 역학관계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공공장소에서 나타나는 단어 사용의 다양성
우리는 저다마 다른 집단이 과업을 해내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들을 분석함으로써 그 집단의 특성을 새롭게 보는 관점을 얻을 수 있다.
몇 년 전, 우리 학생들과 나는 녹음기를 들고 다양한 공공장소에 가보았다. 우리는 녹음기를 높이 들고 식당, 북적거리는 복도, 우체국, 대학교 농구 경기장과 어린이 축구 경기장, 강의실, 당구장 등을 천천히 걸어다녔다.
이 <단어 포획 word catching>프로젝트에 규칙이 있다면 어떤 대화든 몇 초 이상 서성거리며 녹음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그저 다양한 장소에서 단어를 잡아내서 모으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를 몇 년에 걸쳐 수집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모든 상황에는 고유한 언어적 특징이 있었다.
스포츠와 관련된 장소에서는 언어가 더 활기차고 자기성찰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당구를 치든 스포츠 경기를 보든 남녀 모두 경기에 빠져서 자기 자신에게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스포츠와 관련있는 장소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업무 집단의 언어와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업무 집단에서 사용되는 언어에도 역시 <우리>라는 단어가 많고 <나>라는 단어가 적은 편이다. 이들의 큰 차이는 업무 집단의 훨씬 더 복잡한 언어를 사용하고 부정적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걸어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사람들의 언어는 사적이고, 활기차고, 깊이가 없다. 그저 친근한 사회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낯선 사람들끼리 실험 대기실에서 기다리게 되었어나 서로 알아가라고 함께 덩그러니 남겨진 경우와 비교해 보면 흥미롭다. 이동 중인 사람들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낯선 사람들끼리의 언어도 활기찬 경향이 있다. 차이점이라면 낯선 사람과의 대화에는 주장이 강하지 않고 덜 사적인 언어가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발견의 타상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요컨대 우리는 처한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단어가 달라진다.
얼핏 보면 이는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스포츠 경기를 직접 하거나 관람할 때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배경이나 상황은 대화의 주제를 좌우하고 이것이 기능어 사용에 믿기 힘들 정도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기능어는 집단과 그 구성원이 어떤 방식으로 자기들의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생각하고, 느끼는지 알려준다.
7. 단어를 통해 집단의 지리적 위치를 추적하다
집단의 사람들이 비슷한 스타일로 말하고 글을 쓰는 경향이 있다면 그 집단의 물리적 위치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기능어와 내용어를 둘 다 이용하면 말하는 사람이 어떤 식당, 어떤 공원, 어떤 쇼핑몰에 있는지 추측할 수가 있다.
지역에 따라 수많은 음식, 사물, 행동에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 다르다. 미국 북동부에서 음료를 마시고 싶다면 소다를 달라고 할 것이다. 남부에서라면 코크, 중서부에서는 팝을 달라고 할 것이다.
우리는 지역마다 다른 명칭을 통해 말하는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에는 말하거나 글으 ㄹ쓰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할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면 흔히 사용하지 않는 단어나 주제가 언급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더 흔한 언어들, 이를테면 기능어를 추적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3]비교적 격식 있는 글에서도 기능어의 사용에서 지역적 차이가 나타난다.
신디 청과 나는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 <내가 믿는 이것 this I belive>에 사람들이 보낸 수천 편의 글을 참고하여 이 생각을 검증할 기회를 얻었다. 우리는 3만 7천 5백 편 정도의 글을 분석했다.
글들은 주제도 달랐지만 기능어사 사용된 방식도 달랐다. 미국 중부 지방 사람들은 <나>라는 단어, 짧은 단어, 현재형 동사를 높은 비율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이런 단어의 묶음은 심리적 즉시성을 의미한다. 즉 글쓴이가 <지금,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북동부와 서부에서 온 글들은 사적이고 사회적인 경향이 낮고 구체적이었다. 이와 같이 낮은 즉시성은 심리적 거리가 멀고 형식성이 높은 언어 사용 스타일을 의미한다.
이런 지역적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끼? 언어 스타일 일치도를 통해 살펴보았듯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말하는 스타일에 쉽게 동조한다. 하지만 사회적, 물리적 환경이 변하면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라지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식 또한 달라진다.
같은 지역에 있는 여러 학교들에서 각각 특유의 언어 사용 스타일이 발달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몇 년 동안 입학을 허가한 5만 명 이상의 대입 지원 에세이를 분석하여 이것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았다.
언어학자인 데이비드 비버(David Beaver)와 나는 학교 입학처와 협력하여 텍사스 대도시권 주변의 아홉 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출한 2천여 편의 에세이를 살펴보았다.
여러 고등학교에서 온 학생들은 대학교 신입생이 되어서도 학교 생활을 잘 해냈고 사회적 계층과 민족 구성에 따라서만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대입 지원 에세이를 쓰면서 대명사 등 기능어를 사용한 방식은 출신 고등학교마다 달랐다. 다시 말해서 학교마다 고유의 언어적 특징이 있었다.
단어는, 공통의 화폐다
이 장에서는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이 어ᄄᅠᇂ게 집단에 대한 정보를 드러내 보일 수 있는지 탐색했다. 집단 구성원이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그가 자기 자신을 집단과 동일시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집단을 더 편안하게 느낄수록 모든 구성원이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비율은 높아졌다. 집단이 잘 나가거나 외부에서 위협을 받으면 집단 정체성이 높아지고 그에 상응하여 <우리>의 사용 비율도 높아진다.
<우리>라는 단어는 집단 정체성을 반영하지만 집단이 얼마나 잘 운영되는지는 반영하지 않는다.
여기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우리>라는 단어의 비슷한 사용 스타일과 언어 스타일의 일치가 연인, 실험실 내 업무 집단, 현실 세계의 업무 집단, 인터넷 커뮤니티, 학교, 지역 공동체, 사회 등에서 분명히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집단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은 모두 언어를 사용하여 소통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집단 구성원들의 언어는 그 집단 과정에 관한 정보뿐만 아니라 집단이 무엇을 하고 있고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기능어 사용 스타일은 특이하게도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사람들은 어디에 속해 있더라도 주변 사라들의 언어 사용 스타일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를 의도치 않게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