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며
1. 관점의 범위를 확대하라
지금까지 행복한 지출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살펴봤다. 서로 개별적인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지출을 할 대 되도록 많은 원칙을 적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기억하자. 지출을 할 때는 항상, 단 5달러를 쓰더라도 행복감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섯 원칙을 최대한 적용할수록 행복감은 최대한 커진다.
행복한 지출의 다섯 원칙을 다시 한 번 새겨보자.
1. 체험을 구매하라.
2. 특별하게 만들어라.
3. 시간을 구매하라.
4.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5.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
예컨대, 일반 가정의 지출 행태를 한번 생각해보자.
2010년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평균 소득은 세금을 포함하여 6만 2,000달러에 이르렀으며, 그중 총 지출은 4만 8,000달러에 달했다.
이런 범주에 있는 지출을 어떻게 변화시키면 될까? 그게 아니면, 행복한 지출의 다섯 가지 원칙에 따라, 지출의 범주를 어떻게 확대하면 될까?
오해하면 안된다. 지출 비용을 모두 기부활동 같은 체험에 재분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특정한 날에 소규모 구매로도 자신의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지출을 재분배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인데, 행복감을 상실하는 일 없이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본다.
[1] 특히 부자들 사이에서 드러난 사실인데, 저축은 우리의 행복 수준을 형성하는 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왜 그럴까? 우리는 이 세상을 살면서 겪을 유쾌하지 않은 충격을 저축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 저축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의 DNA에 얽혀 있는 행복 수준을 달성하게 만드는 대비책이 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저축을 늘리겠다고 결심만 하고 만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2] 머릿속으로만 저축 목표를 세우면, 실제 얼마를 지출할지 알기 어렵고 대략적인 지출을 예상하는 일에 그친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일주일 동안 지출한 내역을 모두 정리해보자. 이러 지출 범주에서 벗어나 행복한 지출을 위한 다섯 원칙에 따라 지출 내역을 분류해본다. 마지막으로 정리한 지출 범주 밖에서 지출한 내역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그 내역들을 다음 주에 얼마나 포기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2. 시민들의 행복을 증진하는 정부의 역량
범위를 확대하여 정부의 지출을 생각해보자. 정부가 납세자들의 세금을 거두고 지출하는 방식, 또 납세자들의 지출을 유도하는 방식은 납세자들의 행복감을 높이는 데 엄청난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정부가 시민들의 행복에 관심을 가진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미국 헌법 제정자들은 1776년, 빼앗을 수 없는 세 권리 중 하나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도 독립선언문에 포함시켰다.
[3] 현대로 접어들어서는 1972년 부탄 제 4댁 국왕인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가 ‘국민행복지수’개념을 고안했다. 국민행복지수 개념에는 국민 총생산 등 좀 더 일반적인 경제 매트릭스를 보완하고 불교적 전통문화에 기초하여 국민의 행복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를 발전시켜야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3. 안정된 소득 보장
시민들이 지출을 통해 행복을 누리도록 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우선시되는 방법은, 먼저 시민들이 어느 정도 안정된 소득을 벌어들이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예부터 정부는 경제 성장을 도모하면서 그러한 목표를 추구해왔다. 비유하자면 솟구치는 파도가 모든 보트를 들어 올리는 식의 접근법이다.
[4] 하지만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마이어스는 최근 들어 솟아오르는 파도가 ‘소형 보트보다 대형 보트를 더 많이 들어 올렸다’고 지적한다.
[5]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20퍼센트는 전체 부의 85퍼센트 가량을 소유하고 있으며, 가장 빈곤한 40퍼센트는 전체 부의 거의 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절대 착오가 아니다.
[6] 최근 약 5,000명의 미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가장 부유한 20퍼센트가 전체 부의 32퍼센트를 소유하고, 가장 빈곤한 40퍼센트가 전체 부의 25퍼센트를 소유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달리 말해, 미국 사람들은 부의 불평등을 어느 정도 환영한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소득에 상관없이 미국 사람들은 부의 분배를 두고 놀라울 정도로 의견 일치를 보인다. 가난한 사람들이 현재보다 더 부유해지고 부자들이 지금보다 덜 가지기를, 모든 사람들이 원한다.
사람들에게 행복한 지출 기회를 제공하는 일과 관련하여 좋은 소식이란 무엇일까? 미국사람들은 대부분 부의 분배가 더욱 평등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점이다. 하지만 완전한 평등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국 사람들은 소득의 분배가 개선될수록 시민들의 행복 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7]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부의 평등한 분배가 강화되는 현상은 평균 행복 수준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또한 54개국에서 5만 9,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부유한 국가의 시민들이 대체로 빈곤한 국가의 시민들보다 더 많은 행복을 누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달리 말해, 국가가 부유하든 빈곤하든 시민들의 행복 수준은 상대적 소득격차에 따라 달라진다.
왜 그럴까?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의 불균형은 여러 불행한 행태와 관련된다고 한다.
한 국가에서 소득의 불균형이 심해지면, 그 국가의 빈민들은 소득의 불균형이 덜한 국가의 빈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고통을 더 심하게 느낀다. 또한 경제적 고통이 심해질수록 이혼율이 높아지고 통근 시간이 늘어난다.
[8] 가난한 사람들이 싼 집을 찾느라 직장에서 먼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9] 그래서 그리 놀라운 사실도 아니지만, 사회 안정망이 탄탄한 국가의 시민들이 그렇지 않은 국가의 시민들보다 더 행복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제 종합하여 생각해보자.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은 소득 분배가 공평한 국가의 시민들이 불평등한 국가의 시민들보다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점을 암시한다. 그리고 소득 분배의 불공평 정도가 심한 미국 같은 국가에서도 지출에 필요한 재력을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고 대다수의 시민들은 생각한다.
시민들이 어느 정도의 재력을 갖췄다고 가정한다면(물론 심한 가정이지만), 정부는 어떻게 행복감을 높이는 지출을 하도록 시민들을 유도할 수 있을까?
4. 재력이 문제의 해법일까?
정부는 시민들의 행복이 증진된다는 전제를 가지고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려고 애쓴다.
[10]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시민들이 더 행복해지는지 아닌지 하는 것, 그와 관련된 자료들이 혼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와 관련된 자료에서 아주 흥미로운 경향 하나가 드러난다.
[11] 즉 덴마크와 네덜란드, 이탈리아 같은 국가들의 경우, 미국과 중국 등의 국가들과 비교해 경제 성장이 일반 시민들의 행복 수준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12]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 바 있는 알란 크루거는 이런 차이가 긴급한 수수께끼를 불러일으킨다고 넌지시 말한다. “소득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일에서 어떤 국가들이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가들 간의 차이를 논의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사고 훈련’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개인과 달리 국가가 심리 실험에 지원할 일은 거의 없다.
또한 유의할 점이 있다면, 우리 두 저자는 특히 시민들의 행복에 관한 정책 변화가 어떠한 영향을 가져오는지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정부가 자가 주택 소유가 만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임을 보여주겠다. 거시 경제적 결과를 더 다루기보다 개인 주택 소유자들의 행복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풀어가겠다.
5. 체험을 구매하라
2008년 미국에 경제 위기가 닥친 원인은 무엇일까? 의견이 분분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함께 주택 거품의 붕괴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13] 가난한 사람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집을 사도록 부추김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캐나다는 미국과 다르다. 캐나다의 주택 담보 대출기관들은 철저히 대출자들의 자산과 소득을 근거로 대출을 해준다.
[14] 또한 모기지이자는 소득공제가 되지 않는다.
비슷한 점이 많은 두 나라는 이런 점에서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미국 정부는 집을 사도록 서민들을 부추겨서 알게 모르게 다른 것도 사도록 유도한다. 캐나다는 다르다. 캐나다 정부는 주택 구매와 관련된 장려책을 줄여 그런 유혹을 차단한다.
시민들로 하여금 주택 같은 것들의 구매를 줄이도록 유도하고자 한다면, 정부는 이를 대신할 다른 체험의 구매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해야 할까? 매사추세츠 주 서머빌의 정책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서머빌은 도시생활의 어떤 측면이 시민들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기 위해 도시 생활 만족도 평가 조사를 실시했다.
[15] 나중에 밝혀진 바와 같이 ‘공원의 외관 및 유지’와 ‘도시의 미관 또는 도시의 물리적 환경’이 서머빌 시민들의 전반적인 행복 수준과 관련하여 중요한 예측변수가 되었다.
정부는 흔히 박물관과 국립공원 등 여러 문화 시설에 지원을 해준다. 그렇게 하여 시민들이 편리하고 저렴하게 체험적 구매를 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체험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렇게 할 만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
[16]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에 속하는 덴마크에서는 휴가 법에 따라 노동자들이 매년 5주 동안 휴가를 얻는다.
[17] 그래서 덴마크 사람들은 법정 휴일이 부족한 미국 등의 다른 여러 나라 사람들에 비해 체험적 구매를 할 시간 여유를 충분히 누린다.
체험적 구매가 행복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한다면, 사람들에게 체험적 구매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에 따르는 시간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6. 특별하게 만들어라
특별하게 만들어라는 국가 정부의 일에 적용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국 내각 사무처에서 정책 결정을 지원하는 행동분석팀 수장, 데이비드 헬펀의 말을 들어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18] “어느 제품군의 경우, 원플러스원 행사를 하면 매출이 엄청나게 올라갑니다.”
생활필수품의 경우, 중요한 재산이 되므로 사람들은 그것들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한다.
그런데 술이나 초콜릿처럼 과소비하기 쉬운 것들을 구매할 때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하나 사고 하나는 공짜로 받는’ 거래를 한다고 해서 비용이 절약되지 않는다. 오히려 건강이 나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행복한 지출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런 거래에서 정서적 건강과 관련된 문제가 비롯된다.
그렇다면 초콜릿 먹는 양을 정부가 나서서 제한해야 할까?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것을 우리 두 저자도 알고 있다. 대신 정부는 과세를 통해 모든 유형의 제품 소비를 제한한다.
[19] 2011년 미주리 주는 미국에서 가장 낮은 담배 소비세를 부과했다. 반면에 뉴욕 시의 담배 소비세는 한 갑당 4달러 35센트로 미주리 주에 비해 25배 이상 높았다.
눈치 챘겠지만, 세금은 소비와 관련이 있다.
[20] 뉴욕은 미주리 주에 비해 담배 소비율이 더 낮다. 또한 담배 소비세가 높은 주에서는 대개 흡연자 비율이 낮은 경향이 있다.
정부가 나서서 소비를 특별한 체험으로 만들도록 유도하고자 한다면, 세금을 매긴다고 해서 다 되지는 않는다.
많은 지역에서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주류 판매를 제한하는 법을 운영하고 있다.
[21] 2010년 매사추세츠 주에서 통과된 전체주의적 성격의 음식점활성화법을 예로 들어보자. 이 법이 발효되기 전에는 일요일 술 판매가 오후에만 허용되었다. 이 법이 발효되고 나서는 음식점에서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술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술을 판매할 수 있는 시간이 두 시간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그런데 술 소비를 늘리기 위한 이러한 정책의 변화로 음주를 특별한 체험으로 만드는 경향이 줄어들어 오히려 술 소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
예부터 과음은 나쁜 습관으로 통하지만, 최근 음료시장에서는 탄산음료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이에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탄산음료 자동판매기 설치를 금지하는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
[22] 2003년 알칸사 주에서 이와 관련된 법안이 최초로 통과되었다.
[23] 이와 같은 금지법이 아동의 건강 및 아동기 비만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탄산음료를 하루의 상당 시간 금지시킴으로써 또 다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탄산음료에 대한 아이들의 욕구가 되살아나 그것을 특별한 체험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례들로 보면 중요한 사실이 드러난다. 정부는 간단한 정책 변화로도 시민들이 소비를 제한하고 멈추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7. 시간을 구매하라
통근 시간은 국가별로 차이가 상당히 크게 나타난다.
[24] 아일랜드와 덴마크처럼 편도 25분으로 통근 시간이 짧은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한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처럼 통근 시간이 편도 50분이 넘는 나라들도 있다.
그런데 정부는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과 비용을 아주 잘 조정한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고나 할까.
채찍을 먼저 알아보자. 런던, 밀라노, 싱가포르 등의 도시에서는 도로가 혼잡해지는 시간대에 그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에 높은 통행료를 부과해왔다.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만 정책을 잘 운영한다면 시민들이 교통체증을 피해가고 통근 시간을 줄이는 대안을 찾도록 유도할 수 있다.
당근을 알아보자.
[25] 워싱턴 정부가 도입한 ‘직주근접정책’이라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생각해보자.
이 정책에 따라 직장에서 2마일 이내, 지하철로 0.5마일, 또는 버스정류장까지 0.25마일 거리로 이사하는 사람들에게 1만 2,000달러까지 장려금을 제공한다. 또 높은 국민 행복지수를 보이는 스웨덴에서는 ‘스톡홀름 시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스톡홀름에 사는 것은 아니다. 좋다, 그렇다면 자전거 구매를 한번 고려해보자. 출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까?
[26] 미국에서 전체 자가용 운전자들의 거의 40퍼센트는 3킬로미터 이하의 거리를 통근한다고 한다. 또한 전체 자가용 운전자들의 60퍼센트 가량은 8킬로미터 이하의 거리를 통근한다고 한다.
이정도면 충분히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거리다.
국가마다 선호하는 교통수단은 다양하다.
[27] SUV에 안장 있을 때보다 걷거나 자전거를 탈 때 힘을 더 쓰게 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대중교통 이용 비율과 비만과의 부정적 상관관계에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 행복이 늘어날까?
[28] 미국 도시들의 경우, 자전거를 타고 통근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도시 평균 행복수준과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해보자. 행복을 갉아 먹는 통근 시간을 행복을 부르는 운동 시간으로 바꿔보자. 정부가 나서서 도와줄 수 있다.
8.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미국의 소득세 체계는 흔히 연중 세금을 많이 냈다가 돌아오는 4월에 세금을 환급받는 식이다.
[29] 미국 국세처장 더그 슐만에 따르면, 시민들의 80퍼센트는 평균 3,000달러를 환급받는다고 한다.
한편 영국은 미국과 대조적으로 오차를 최소한도로 줄여서 연말에 세금을 환급받는 사람들이 비교적 적게 나오도록 조세제도를 운영한다.
얼핏 볼 때, 영국의 세금 제도는 훌륭해 보인다. 하지만 세금이 과잉 징수되어 연말 납세자들의 세금 상환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생각해보자.
납세자들이 ‘선 지급 후 소비’원칙을 따르게 만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즉흥적인 소비에 돈을 물 쓰듯 썼다가 연말 세금 정산 때문에 정신없이 시간을 보낼 일이 사라지지 않을까?
예컨대 최근 유행하는 주택 대출이나 모기지 재융자 형태의 거래를 보면, 주요 계약 사항들이 단 한 페이지로 요악 되어 있고, 매달 대출 이자가 늘어나거나 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간단한 질문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30] 이런 정보는 이전의 거래에서도 포함되긴 했지만, 대개 깨알 같은 글씨로 눈에 들어오지 않게 기재되어 있었다.
세금 공제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명시하고 새로운 대출 기관을 소개하는 식으로 정부가 다방면에서 나서준다면, 소비자들이 ‘선 지급, 후 소비’ 습관을 기르도록 이끌 수 있다.
9.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
소득 분배가 공평한 나라일수록 행복 수준이 높다. 또한 사람들은 부의 분배가 더욱 공평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렇다면 정부는 모두가 행복한 지출을 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바람을 충족시켜야 할까? 가장 흔한 방법이 있는데, 가장 덜 행복한 단어, 즉 세금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다 높은 세금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31]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는 원칙의 대가인 워런 버핏은 막대한 부를 가진 그가 자신의 비서보다 낮은 세금을 내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고발하기도 했다. 또 버핏은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사설에서 부자들에게 높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핏의 제안에 공감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버핏의 이름을 딴 ‘버핏 룰’을 도입했다.
[32] 이 법안과 관련해 민주당은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최소 30퍼센트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국회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2012년 연두교서에서 버핏의 비서 데비 보사넥을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옆 자리에 앉혔다.
이처럼 타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많이 낸다고 생각하면 대개 기분이 썩 좋지 않다.
[33] ‘난 소득세가 싫어 – 미국인들이 직면한 최악의 재앙을 물리쳐야 하는 7가지 이유’라는 제복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나,
[34]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은 세금을 싫어합니다’라는 슬로건이 걸려있는 ‘난 세금이 싫어’ 페이스북 팬 페이지에 게재된 댓글들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35] 그럼에도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누진 과세를 하는 국가의 시민들이 누진 과세를 하지 않는 국가의 시민들보다 행복 수준이 더 높다고 한다.
누진 과제의 장점들을 고려한다면, 어떻게 해야 세금을 내면서도 행복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36] 푸드 뱅크에 기부를 하겠다고 스스로 결심한 경우에 보상과 관련된 뇌 부위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던 사례를 떠올려보자.
최근의 조사 결과에서 그와 비슷한 원칙을 바탕으로 ‘세금을 기피하는 문제’의 해법이 제시되었다. 세금 내는 일을 자선기부활동처럼 생각하면, 세금을 내더라도 행복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37] 최근 미국에서 400명을 대상으로 전국 표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들은 최신의 세금 정산 상태와 소득을 표시한 다음, 자신의 한계세율을 확인했다.
이어서 일부 응답자에게 일련의 질문이 제시되었다. 소득세 지급에 대한 만족도, 세금 혜택과 가치가 어느 정도일지 만족도를 평가하는 내용이었다.
한편 나머지 응답자들에게는 먼저 국방예산이나 빈곤퇴치제도 등에 들어가는 연방 예산을 세부적으로 살펴보게 했다. 이어서 선택권을 가진다면 소득세의 10퍼센트를 어떤 예산에 가장 할당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조사결과는 어땠을까?
약간의 선택권을 가진 응답자들은 세금 지급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또한 그들은 세금이 가치 있는 일에 쓰인다고 확신했다.
미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투자하고 싶어 할까? 미국은 비슷한 환경의 국가들에 비해 소득세가 낮은 편이다.
[38] 미국 최고 세율은 35퍼센트에 불과하다. 영국 50퍼센트, 네덜란드 52퍼센트에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반면에 미국은 시민들의 자선단체 기부율 면에서 세계 10위권 안에 꾸준히 들어가고 있다.
[39] 2011년에는 기부율 65퍼센트라는 경이로운 결과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소득 재분배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세금을 통한 소득 재분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그처럼 선택의 힘을 활용한다면,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세금을 납부하려 할 것이다.
미국의 기부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정도는 정부가 기부빈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40] 그래도 정부의 정책은 시민들의 기부 빈도와 관련이 있다.
정부가 나서서 기부 장려책을 확대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향도 확대될 수 있다.
10. 행복해지는 지출 비결
우리 두 저자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사람들은 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행복한 지출의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행복한 지출을 하지도 못할까?
중요한 이유 하나가 있다고 확신한다. 사람들은 필요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 두 저자는 이 물음의 답을 찾다가 정부가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최종 수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는 일이다.
행동분석팀 책임자인 데이비드 핼펀은 그런 목표를 ‘자신의 소비 선택을 비롯해 무엇이 자신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지 시민들에게 분명히 알려주는 것’이라며, 이것이 그의 핵심 업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행복의 결정요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어서 그런 정보를 최대한 잘 실천하는 방법을 시민들 스스로 선택하게 할 수 있다. 데이비드 핼펀이 지적했듯이, 그처럼 공개된 정보가 ‘시장 선택에 영향을 미치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많은 정보에 의거하여 행복지수가 높은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로 마음먹을 수 있다.
[41] 장기적으로 보면 어떨까? 행복 결정 요인에 관한 정보를 이용하여 행복 극대화 정책을 도립하라고 정부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영국을 넘어서 관점의 범위를 좀 더 확대해보자. 앞서 2012년 4월에 유엔행복위원회가 최초로 개최되었다고 설명했다.
[42] 어떤 결실이 있었을까? 행복에 관한 참신한 생각이 모여 158쪽 분량의 세계행복보고서가 탄생했다.
이 보고서의 목표는 무엇일까? 시민들의 행복을 측정하고 증진하고자 하는 정책 담당자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몇몇 뉴스 매체가 보고서를 거듭 게시하자, 중국 국가정보위원회가 보고서 발행을 금지했다.
[43] 심지어 보고서를 샅샅이 조사하기도 했다.
세계행복보고서는 행복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대화를 확대하는 출발점이다.
11.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
말 그대로 행복을 구매할 수 있다. 비용 대비 최대의 행복감을 주는 구매를 생각해보고 실천해나가면 된다.
아무리 그래도 일상에서 행복을 좇는 게 현명한 일일까? 그렇게 하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헛수고하는 게 아닐까?
[44] <어니언>지는 ‘다 자란 어른이 실제로 행복해지길 기대한다’라는 머리기사로 그런 모습을 풍자했다.
몇몇 연구에서는 행복을 좇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난다는 결과가 나왔다.
[45]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꽤 괜찮지만 환상적이지는 않은 노래를 들려주었다. 이어서 일부 참가자들에게 가능한 한 행복한 감정을 많이 느껴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스스로 행복을 느끼려고 했던 참가자들은 아무런 지시사항을 듣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행복을 느끼는 수준이 낮게 나왔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스스로 행복을 느끼려고 애쓰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론으론 가능하지만, 많은 도움을 얻고 실천도 해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 전문가에게서 조언을 얻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 두 저자가 다섯 가지 원칙을 선별한 것은 철저한 연구 조사를 근거로 각각의 원칙을 도출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원칙들을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이미 행복한 지출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지출을 위한 다섯 원칙을 실천하면 소비생활이 행복으로 충만해진다. 이제 스스로 실천해나가는 일만 남았다.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