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행복3
: 19세 때의 쾌활함과 부모의 부유함이 37세 때의 연소득에 미치는 효과
행복한 사람이 잘 살게 되는 걸까? 잘 살기에 행복한 걸까? 행복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 이 질문을 고민해왔고, 또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하나는 행복을 무엇이라고 정의하여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잘 사는 게 무엇이고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이것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오늘은 Diener, Nickerson, Lucas와 Sandvik(2002)의 견해를 따라 논의를 진행해볼까 한다.
Diener 등(2002)은 행복을 쾌활함과 활기참(Cheerfulness)으로 잘 삶(well-being)은 소득으로 정의한 후, 연구를 진행하였다. 구체적으로 1976년에 미국 종합대학에 입학한 7,882명의 쾌활함 데이터와 대학 졸업 15년 후의 소득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데이터 수집은 3개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1) “College and Beyond” 조사 데이터, (2) An institutional records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3) “The American Freshman” 조사 데이터베이스가 이 3개이다. 이 데이터베이스들에는 대학에 처음 입학한 학생들의 쾌활함, SAT 점수, 부모의 연소득(parental income), 대학 졸업 후 취업여부, 대학을 졸업한 후에 연소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데이터베이스들에서 쾌활함은 5점 척도로 측정되었는데, ‘1점은 하위 10%의 쾌활함, 2점은 평균 이하의 쾌활함, 3점은 평균적인 쾌활함, 4점은 평균 이상의 쾌활함, 5점은 상위 10%의 쾌활함’이었다. 그리고 이 쾌활함 데이터를 1976년에 입학하여, 1980년에 졸업한 후, 1995년에 대학 졸업한지 15년이 된 37세의 학생 7,882명의 소득과 매칭시켜 보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요소가 추가되었는데, 바로 대학 입학 당시 부모의 연소득이 그것이다. 이는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개개인의 성장 혹은 자기 개발을 위한 지원 정도가 달라지고, 이러한 차이가 곧 대학 졸업 후 소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즉 부모의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은 낮은 사람 안에서 쾌활함의 효과를 비교하는 것이 공정하고, 부모의 소득이 높은 사람은 높은 사람 안에서 쾌활함의 효과를 비교하는 것이 공정하다.
표-1은 이러한 고려를 반영한 분석의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첫 줄에는 1976년 입학 당시 부모의 소득을 14단계로 구분한 것이다. 둘째 줄부터는 19세(1976년)에 대학에 입학할 당시 쾌활함의 수준이 22세에 대학을 졸업하고(1980년) 15년이 지난 37세(1995년)가 되었을 때의 소득에 미치는 효과를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20세 때 쾌활함 수준이 높을수록 37세 때 연소득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쾌활함의 주효과가 존재한다.
예상대로 부모 연소득의 주효과도 나타났다. 즉 부모의 연소득이 높은 학생일수록 졸업 15년 후의 연소득이 높았다. 그리고 19세 대학 입학 당시의 쾌활함 수준과 부모의 연소득 사이의 상호작용이 졸업 15년 후의 연소득에 미치는 상호작용이 나타났다. 즉 부모의 소득이 낮을수록 쾌활함이 연소득 증가에 미치는 효과, 다시 말하면 개인의 행복이 연소득 증가에 미치는 효과가 작았다. 그런데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쾌활함이 연소득 증가에 미치는 효과 다시 말하면 개인의 행복이 연소득 증가에 미치는 효과가 컸다.
그림 1. 20세 때의 쾌활함과 20세 때의 부모의 연소득이 37세(대학 졸업 15년 후) 때의 연소득에 미치는 상호작용 효과
그림 1은 19세의 쾌활함과 부모의 연소득이 37세(대학 졸업 15년 후)의 연소득에 미치는 상호작용 효과를 보여준다. 분석을 위해 부모의 연소득을 4단계로 구분하였다. 먼저 부모의 연소득이 낮은 집단(low)은 연소득 3천 달러(연소득 3백 만원) 이하인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다음으로 부모의 연소득이 중간인 집단(modest)은 부모의 연소득이 1만 달러 이상 2만 5천 달러 이하(연소득 1천만원부터 2천5백만원까지)인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부모의 연소득이 상당히 많은 집단(substantial)은 부모의 연소득이 2만 5천 달러 이상 5만 달러 이하인 집단(연소득 2천5백원원부터 5천만원 까지)으로 구분하였다. 부모의 연소득이 가장 높은 집단(high)은 연소득이 5만 달러 이상인 집단(연소득 5천만원 이상)으로 구분하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부모의 연소득이 낮은 집단(low)은 쾌활함이 증가하더라도 소득의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뿐 아니라, 쾌활함이 4점 이상으로 높으면 오히려 소득이 저하되는 경향성까지 보인다. 부모의 연소득이 중간(modest) 정도인 집단은 쾌활함이 증가할수록 소득이 증가하는데, 쾌활함이 상위 10%일 경우(5점)에는 평균 이상인 정도(4점)인 정도보다 오히려 소득이 저하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부모의 연소득이 상당한 수준 이상인 집단에 비해 연소득의 증가 폭이 작다.
그러나 19세 때 부모의 연소득이 상당한 수준(substantial)한 집단은 쾌활함이 증가함에 따라 소득이 증가할 뿐 아니라, 증가의 폭도 부모의 연소득이 낮은 집단과 중간 정도였던 집단에 비해 크다. 아울러 20세 때 부모의 연소득이 높은 수준(high)인 집단은 쾌활함이 증가함에 따라 소득이 증가할 뿐 아니라, 그 증가폭이 다른 모든 집단에 비해 가장 크다. 심지어 다른 집단들은 쾌활함이 상위 10%일 때(5점)보다 평균 이상(4점)이나 평균(3점) 정도일 때의 소득이 가장 높았지만, 부모의 연소득이 높은 수준인 집단은 쾌활함이 상위 10%일 때는 소득 가장 높아졌다. 즉 부모의 연소득이 낮은 집단은 높은 수준의 쾌활함보다 적당한 쾌활함이 소득 증가에 유리했지만, 부모의 연소득이 높은 집단은 쾌활함이 강할수록 소득이 높아졌다.
본 연구는 행복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잘 삶(well-being)에 미치는 효과에 시사점을 준다. 행복 자체가 소득에 미치는 효과가 분명히 있지만, 부모의 소득과 같은 환경의 효과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고소득 계층은 강한 쾌활함은 유쾌한 사람, 유머 감각 있는 사람, 고소득층 답지 않게 수수한 사람으로 해석되어 계속 소득 증가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저소득 계층의 강한 쾌활함은 가벼운 사람, 날 뛰는 사람, 설치는 사람, 무례한 사람으로 비쳐져 소득 증가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 알고 싶다면,
Diener, E., Nickerson, C., Lucas, R. E., & Sandvik, E. (2002). Dispositional affect and job outcomes. Social Indicators Research, 59(3), 229-259.
https://doi.org/10.1023/A:1019672513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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