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요소가 하나도 없어야 행복이라고?
: 행복에 집착하지 않고 기대치를 낮추기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할 것이다. 지나가는 부모에게 “아이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도 “우리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행복은 최고의 선(善)이자 모든 인간이 일생 동안 추구해야할 목표이며, 혹여 가장 중요하게 다루지는 않더라도 매우 정당한 인간의 목표라는 것에는 사회적으로 보편적인 합의가 형성되어 있다(Briers, 2012).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행복을 부의 축적, 성공 또는 성취라고 잘못 가정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 하에서 사회성이 서툴러서 생긴 문제,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 체계적이지 못한 생활 방식 때문에 생겨난 부담감, 또는 직장에서 성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장애물 등 어떠한 행태를 취하고 있든 ‘문제’는 항상 이 공통의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놓여 있는 장애물로 간주된다.
이러한 가정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장애물을 제거하면 행복이 올 것이라고 너무 쉽게 간주한다는 것이다. 즉 내 성취를 저해하는 마이너스 요인들을 제거하면, 마치 바로 플러스가 되는 것처럼 생각한다(Briers, 2012). 그런데 이것은 논리적인 비약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마이너스를 모두 제거 하면, 영(zero)은 될 수 있겠지만, 바로 플러스가 되지는 않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이너스 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마이너스 요인이 하나라도 존재하면 행복이 아니다’ 혹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불편함이 하나라도 존재하면 행복이 아니다’라는 극단적인 가설을 가진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것이 문제이다(Schwartz et al., 2002).
다양한 연구들은 ‘마이너스 요인이 하나라도 존재하면 행복이 아니다’라는 식의 가설을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수록 행복이 그 사람을 피해가는 경향이 있다는 보여준다(Gruber, Mauss, & Tamir, 2011; Mauss et al., 2011). 먼저 심리학자 Wilson과 Schooler(1991)는 2000년 송년의 밤 행사에 실망감을 표시한 참가자의 83% 중에서 가장 심하게 실망한 사람들은 행사를 준비하면서 모든 상황이 긍정적으로 흘러갈 것이라 가정했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밝혀냈다(see also, Wilson et al., 1993).
마찬가지로 Mauss와 동료들(2012)은 ‘행복에 대한 가치 평가의 역설적인 효과’에 대한 보고에서 행복이 자신에게 특별히 중요하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노출도니 이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는 것을 밝혀냈다.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관점에서 미국 작가 로라 몬쿠어(Laura Moncur)는 “행복의 열쇠는 낮은 기대치이다”라고 말했고, 이디스 워튼(Edith Wharton)은 “행복해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면 상당히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역설했다(Briers, 2012).
행복 연구의 가장 유명한 심리학자 중 한 사람이 소냐 류보머스키(Sonja Lyubomirsky)와 동료 연구자들에 따르면, 자기 성철과 자아 분석을 하는 사람일수록 일관되게 스스로 평가하는 행복의 수준이 낮았다고 보고한다(Lyubomirsky. 2001; Lyubomirsky & Nolen-Hoeksema, 1995; Nolen-Hoeksema, Wisco, & Lyubomirsky, 2008). 또 철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스스로에게 행복한지 물어보라. 그러면 더 이상 행복하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는데 행복과학 연구자들이 말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Briers, 2012).
긍정심리학자와 행복과학자들이 말하는 행복의 정의는 행복에는 즐거움과 고통이 공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 행복은 ‘감정적 즐거움과 만족 그리고 삶의 의미와 가치가 적절히 결합된 상태’이다. 이 분야의 권위자 소냐 류보머스키(Sonja Lyubomirsky)는 “매일 즐거운 상태,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다고 느끼는 기분 그리고 자신의 삶이 유의미하며 가치 있다고 인지하는 상태“를 행복이라고 정의한다(Lyubomirsky, Sheldon, & Schkade, 2005).
매일 즐거운 상태만 바라본다면, 고통이 전혀 없는 것이 행복이라고 오해하게 된다. 또 행복을 의미추구로만 바라본다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기만 하여 매일 즐거운 상태를 경험하기 어려워 불행해진다. 행복의 정의에 매일매일 즐거운 감정을 경험하는 것과 자신의 삶이 유의미하며 가치 있다고 인지하는 상태가 공존한다는 것을 알 때, 때로는 취미활동이나 여행, 편안하게 밖을 바라보는 시간, 산책 등으로 신체적 혹은 정신적 즐거움을 얻고, 한편으로는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과정(고된 훈련, 일, 반복 등)에서 발생하는 고통과 부정적 감정들도 감수하는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마이너스 요소가 하나도 없는 것에 대한 집착은 당신을 행복에서 자꾸 멀어지게 만든다. 삶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은 감수하되 이 고통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즐거운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족하다.
*더 알고 싶다면,
Briers, S. (2012). Psychobabble: Exploding the myths of the self-help generation. Edingburg, UK: Pearson Education Limited.
Gruber, J., Mauss, I. B., & Tamir, M. (2011). A dark side of happiness? How, when, and why happiness is not always good.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6(3), 222-233.
http://journals.sagepub.com/doi/abs/10.1177/1745691611406927
Lyubomirsky, S. (2001). Why are some people happier than others? The role of cognitive and motivational processes in well-being. American Psychologist, 56(3), 239-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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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ubomirsky, S., & Nolen-Hoeksema, S. (1995). Effects of self-focused rumination on negative thinking and interpersonal problem solv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9(1), 176-190.
http://dx.doi.org/10.1037/0022-3514.69.1.176
Lyubomirsky, S., Sheldon, K. M., & Schkade, D. (2005). Pursuing happiness: The architecture of sustainable change.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9(2), 111-131.
http://dx.doi.org/10.1037/1089-2680.9.2.111
Mauss, I. B., Savino, N. S., Anderson, C. L., Weisbuch, M., Tamir, M., & Laudenslager, M. L. (2012). The pursuit of happiness can be lonely. Emotion, 12(5), 908-912.
http://dx.doi.org/10.1037/a0025299
Mauss, I. B., Tamir, M., Anderson, C. L., & Savino, N. S. (2011). Can seeking happiness make people unhappy? Paradoxical effects of valuing happiness. Emotion, 11(4), 807-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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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len-Hoeksema, S., Wisco, B. E., & Lyubomirsky, S. (2008). Rethinking rumination.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3(5), 4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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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wartz, B., Ward, A., Monterosso, J., Lyubomirsky, S., White, K., & Lehman, D. R. (2002). Maximizing versus satisficing: Happiness is a matter of choi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3(5), 1178-1197.
http://dx.doi.org/10.1037/0022-3514.83.5.1178
Wilson, T. D., & Schooler, J. W. (1991). Thinking too much: Introspection can reduce the quality of preferences and decision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0(2), 18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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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son, T. D., Lisle, D. J., Schooler, J. W., Hodges, S. D., Klaaren, K. J., & LaFleur, S. J. (1993). Introspecting about reasons can reduce post-choice satisfac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19(3), 331-339.
http://journals.sagepub.com/doi/abs/10.1177/0146167293193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