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하는 일상의 중요성 II
1870년 4월, 스물여덟 살의 청년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 January 11, 1842 – August 26, 1910)는 자신에게 경고하듯 일기에 이렇게 썼다(Currey, 2014). “질서를 습관화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진정으로 흥미로운 활동 분야에 뛰어들어 의지에 따른 선택을 구두쇠처럼 하나씩 축적해나갈 수 있다는 걸 반드시 기억하고, 하나의 고리가 끊어지면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는 걸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질서의 습관화라는 개념은 훗날 심리학자로 성장한 제임스에게 중요한 연구 과제의 하나가 되었다. 1892년 메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교사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제임스는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신경계를 적이 아니라 친구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일상의 삶에서 힘들이지 않고 기계적으로 행동하는 부분이 많아질수록 정신의 힘이 본래의 역할에서 해방된다. 사사건건 망설이며 어떤 것도 습관적으로 행하지 못하는 사람만큼 불쌍한 사람은 없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술을 마실 때마다, 매일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잠자리에 들 때마다, 또 어떤 일을 시작할 때마다 심사숙고하는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윌리엄 제임스는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불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제임스 자신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았고, 매사에 우유부단했으며, 무질서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로버트 D. 리처드슨(Robert D. Richardson)도 2006년에 발표한 제임스의 전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습관에 대한 제임스의 충고는 엄격한 사람의 독선적인 조언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어떤 습관도 없는 사람, 가장 절실하게 필요했던 습관조차 없던 사람, 습관이 없는 것이 유일한 습관이었던 사람, 따라서 삶 자체가 통제되지 않고 혼란스럽기 그지없던 사람이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걸 뒤늦게야 깨닫고 처절하게 노력한 끝에 얻은 조언이었다.”
하지만 제임스의 성향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정리해볼 수 있다. 제임스는 적당히 술을 마셨고, 저녁 식사 전에 칵테일을 마시곤 했다. 30대 중반에 담배와 커피를 끊었지만, 가끔 원칙을 어기고 시가를 피웠다.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특히 글을 써야 할 때는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1880년대 초에는 억지로 잠을 자려고 클로로포름을 사용하기도 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눈이 피곤하지 않으면 침대에 똑바로 앉아 11시나 자정까지 책을 읽었으면서 “낮을 연장하는 기분“을 만끽했다.
말년에는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낮잠을 잤다. 제임스는 뒤로 미루는 습관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그는 한 강의에서 “유일한 관심사가 지독히 싫어하는 형식논리학에 대한 강의 준비라는 이유로 벽난로 불을 뒤적이고, 의자를 똑바로 세우고, 바닥에 떨어진 먼지를 털고, 책상 위를 정리하고, 신문을 집어 들고, 눈에 띄는 책의 제목을 적어두고, 손톱을 정리해야 하지만 차일피일하며 아침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 요컨대 모든 일을 무계획적으로 행하는 사람을 나는 알고 있다“라고 스스로 인정할 정도였다.
*더 알고 싶다면,
Currey, M. (2014). Daily Rituals: How Artists Work. (J. Gang, Trans.). New York, NY: Knopf Doubleday Publishing Group. (Original work published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