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조명이 최고의 경찰이다.
수필가 랄프 왈도 에머슨의 “워십”이라는 작품에 보면 “가스 조명이 최고의 야간 경찰인 것처럼, 세상은 인정사정없는 대중매체를 통해 (대중매체가 모든 것을 드러냄으로써) 스스로를 지켜나간다.”라는 글이 있다. 이것을 반대로 해석하면 어둠이 익명성을 부추기고, 금기시 하던 일들에 대한 통제력을 저하시킨다는 것을 시사한다(Zhong, Bohns, & Gino, 2010).
일상에서 발생하는 현상은 어두움과 범죄와의 연관성을 지지하는 듯 보인다. 범죄는 주로 야간에 발생하고(Braga & Weisburd, 2010; Morrow & Hutton, 2004), 어두움은 사람의 공격적 행동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Page & Moss, 1976). 마치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이 자신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어른들은 어둠 속에서 다른 사람이 나의 행동에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지각한다.
그림 1. Zimbardo(1969)의 실험 장면
그림 2. 익명성으로 인한 충동적 행동의 증가
어둠 속에 있는 것과 같은 익명성이 비도덕성과 비윤리성을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는 Zimbardo(1969)연구에서 나타난다. Zimbardo(1969)의 연구는 자신의 얼굴을 가릴 수 있는 후드와 몸 전체를 가릴 만큼 헐렁한 옷을 입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전기쇼크를 강하게 주는 현상을 관찰하였다(그림-1). 또한 Festinger와 동료들(1952)은 그룹 내 익명성이 보장되는 조건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충동적이고 절제되지 않은 행동이 증가함을 관찰한 바 있다(그림-2).
본 연구는 익명성이 비도덕적 행동을 증가시킨다는 연구들에서 관찰한 현상들과 어둠이 익명성을 증가시킨다는 현상학적 직관을 연결시켜 어둠이 비도덕적 행동을 증가시키는 근본에 어둠이 익명성을 증가시키는 기제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경험적으로 관찰하고자 이루어졌다(Zhong et al., 2010).
첫 번째 실험은 실험 참가자 84명을 어두운 방과 밝은 방에 절반씩 무작위로 배치한 후, 어두운 방일 때가 밝은 방일 때보다 부정행위가 증가하는지 관찰하고자 했다. 이를 조작하기 위해 어두운 방은 형광등을 12개 중 12개를 모두 켜두었고, 밝은 방은 형광등 12개 중 4개 만 켜두었다.
참가자들은 세 자리 정수(양수도 있고 음수도 있음) 12개 중 더해서 10이 되는 숫자(+198, -188)를 찾는 과제를 제한시간 5분 안에 20개 수행했다. 참가자는 다 맞출 경우 12달러를 받고, 한 문제를 틀릴 때마다 0.5달러를 감하기로 하였다. 과제를 모두 수행한 참가자는 자기 스스로 정답을 체크한 후, 시험지는 수거함에 넣고, 연구자에게 와서 자신이 몇 문제를 맞혔는지 보고(자기보고)한 후, 보고한 만큼 참가자 사례비를 받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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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조건 |
어두운 조건 |
통계검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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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수행 평균 (SD) |
7.26 (2.27) |
6.95 (2.49) |
t |
p = .56 |
자기보고 평균 (SD) |
7.78 (3.09) |
11.47 (4.32) |
t |
p < .001 |
자기보고 – 실제수행 (차이값) |
0.83 (1.58) |
4.21 (4.12) |
t |
p < .001 |
부정행위자로 간주할 수 있는 사람비율 (실제수행보다 자기보고값이 높은 사람비율) |
24.4% (44%) |
60.5% (50%) |
χ2 |
p = .001 |
표 1. Zhong과 동료들(2010) 실험-1의 결과
시험지는 무기명이었지만, 연구자만이 알 수 있는 코드번호가 적혀있었고, 연구자는 시험지를 배부할 때 참가자명과 코드번호를 매칭시켜 두었기에 실제 정답수와 자기보고의 수를 비교할 수 있었다. 표-1은 실험의 결과를 보여준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밝은 조명 조건 참가자들은 실제수행과 자기보고 사이의 차이가 거의 없었던 반면, 어두운 조명 조건의 참가자들은 자신의 실제정답을 평균 5개 이상 높여 보고하였음을 알 수 있다. 즉 어두운 조명은 부정행위를 증가시켰다.
이어지는 실험(실험-3)에서는 83명의 참가자들 중 절반 정도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마치 조명을 조작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도록 ‘썬글라스’를 끼게 하였고, 나머지 절반은 ‘투명한 안경’을 끼게 한 후 실험을 독재자 게임(one-shot dictator game)을 진행하였다(Camerer & Thaler, 1995).
독재자 게임이란 두 명이 한 조가 되어서 한 명은 자원 분배자, 다른 한 명은 분배 수용자가 되는 게임이다. 만약 자원 분배자가 분배한 자원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여 분배자와 수용자 모두가 아무 것도 못 얻게 되면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이라고 부르고, 수용자에게 거부권이 없어 분배자가 마치 독재자같이 분배할 수 있게 되면 독재자 게임이라고 부른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독재자 혹은 수용자로 분배되었고, 독재자는 연구자로부터 6달러(실제 돈)를 받았다. 그리고 독재자가 분배하는 대로 두 사람이 나눠 가졌다. 이렇게 분배가 끝난 후에는 연구를 참여하는 동안 어느 정도의 익명성을 지각했는지에 대한 문항에 7점 척도로 응답했다(1: 전혀 그렇지 않다, 7: 매우 그렇다). 표-2는 익명성 지각 설문지를 보여준다.
1 |
나는 연구에 참여하는 동안 지켜봄을 당했다.* I was watched during the study. |
2 |
연구에 참여하는 동안 내 이름이 드러나지 않았다. I was anonymous during the study. |
3 |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내가 어떤 답을 체크하는지 드러나지 않았다. My choice went unnoticed during the study. |
4 |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지 않았다. My identity was not known to others during the study. |
5 |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내 행동에 주목했다.* Others were paying attention to my behavior during the study. |
*: 역코딩 문항이다. |
표 2. Zhong과 동료들(2010) 실험-3의 익명성 지각 설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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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안경 |
썬글라스 |
통계검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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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분한 금액 ($) 평균 (SD) |
2.76 (1.46) |
1.93 (1.27) |
t |
p < .01 |
배분한 금액이 공평한 분배인 3$와의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확인 (one-sample t-test) |
p = .30 |
p < .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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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 확인 5문항 평균 (α = .93) *표 문항은 역코딩 |
4.01 (1.17) |
4.73 (1.10) |
t |
p < .01 |
표 3. Zhong과 동료들(2010) 실험-3의 결과
표-3은 실험의 결과를 보여준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투명한 안경을 쓴 독재자들이 썬글라스를 쓴 독재자보다 공정하게 분배하였다. 또한 썬글라스를 낀 참가자들이 투명한 안경을 쓴 참가자들보다 익명성을 더 강하게 지각했다. 회귀 분석결과에서도 썬글라스를 껴서 어둡게 보이게 하는 것이 불공정한 분배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익명성 지각이 매개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알고 싶다면,
Braga, A. A., & Weisburd, D. (2010). Policing problem places: Crime hot spots and effective prevention. Oxford University Press on Demand.
https://goo.gl/VUNdrG
Camerer, C., & Thaler, R. H. (1995). Anomalies: Ultimatums, dictators and manners. The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9(2), 209-219.
http://www.jstor.org/stable/2138174?seq=1#page_scan_tab_contents
Festinger, L., Pepitone, A., & Newcomb, T. (1952). Some consequences of de-individuation in a group. The Journal of Abnormal and Social Psychology, 47(2S), 382-389.
http://psycnet.apa.org/record/1953-02609-001
Morrow, E. N., & Hutton, S. A. (2004). The Chicago Alley Lighting Project: Final Evaluation Report. Illinois Criminal Justice Information Authority.
https://goo.gl/jXHSup
Page, R. A., & Moss, M. K. (1976). Environmental influences on aggression: The effects of darkness and proximity of victim.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6(2), 126-133.
http://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j.1559-1816.1976.tb01318.x/full
Zhong, C. B., Bohns, V. K., & Gino, F. (2010). Good lamps are the best police: Darkness increases dishonesty and self-interested behavior. Psychological Science, 21(3), 311-314.
http://journals.sagepub.com/doi/abs/10.1177/0956797609360754
Zimbardo, P. (1969). The human choice: Individuation, reason, and order vs. deindividuation, impulse, and chaos. In W.J. Arnold & D. Levine (Eds.), Nebraska Symposium on Motivation (Vol. 17, pp. 237–307). Lincoln: University of Nebraska Press.
http://psycnet.apa.org/psycinfo/1971-08069-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