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치우니 벽이 생기다
: ‘오픈 플랜 사무실’의 역효과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직장동료들, 팀원들 사이에 소통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그 가운데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왜 소통이 안 되는지를 알아낸 후, 반드시 해결해보이고 말겠다는 사람도 등장한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오픈 사무실(Open office) 혹은 오픈 플랜 사무실(Open plan office)도 그랬다. 직장인들의 의사소통과 팀원들 간의 생산적 대화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던 누군가의 생각이었고 정말 좋은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생각은 그 생각이 정말 좋은지 확인되기도 전에 유행이 되었다. 이 검증되지 않은 생각은 바로 ‘직장에 존재하는 높은 칸막이’가 직원들 간의 소통을 방해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칸막이를 제거하고 모두가 오픈된 공간에서 일하면, 이러한 문제가 해소될 것만 같았다.
21세기 초에 시작된 이 생각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직원들의 책상과 책상을 둘러쌓던, 전통적인 칸막이 구조는 언제 그랬었냐는 듯 없어져갔다. 2014년 말에는 약 70%의 미국 사무실에서 칸막이(파티션, partition)가 없어졌거나 더 낮아졌다[1]. 책상이나 사무실 사이의 장벽이 낮거나 아예 없는 오픈된 공간을 말하는 이러한 배치는 처음에는 전형적인 칸막이 방식에서 탈피해 투명성, 동지애, 팀워크를 높이는 재미있고 새로운 방법이라고 여겨졌다. 구글(Google), 페이스북(Facebook), 야후(Yahoo), 이베이(ebay),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같은 회사가 모두 이 디자인을 사무실에 적용했다[2].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구조가 소음을 동반하고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을 예상치 못했으며, 이는 직원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다. 지난 10년간의 조사를 보면 오픈된 사무실 디자인이 물리적 환경과 인지적 생산성 모두에서 직원 만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이 밝혀졌다[3]. 물리적 환경이 스트레스를 주고 만족감을 낮췄을 뿐만 아니라 동료 간의 관계 또한 더 안 좋아지게 만들었다[4]. 직원의 몰입을 이끌어내고 대화를 증진시키는 유익한 방법이라 생각한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직원 간의 대화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짧거나 피상적인 대화뿐이었다[5].
한국 사회에서도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는 속담을 들어 오픈 사무실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그들의 논리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처럼, 사무실에 벽을 세우면 마음의 벽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의 벽이 역할을 하는 사무실의 벽을 허물면, 직원들 간의 마음의 벽도 허물어지고 서로 화목하게 지내면서 의사소통도 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벽을 치우면서 마음의 벽이 생겼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그럼 다시 벽을 높게 쳐야 하는가? 아니면 모든 직원에게 개인사무실을 하나씩 내주어야 하는가? 아쉽게도 이런 식의 극단적인 생각은 대부분 옳지 않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않음과 같다.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수준의 벽, 1990년도 사무실에 있었던 수준의 파티션, 나를 보기 위해서는 일어나서 내가 있는 공간까지 와야 했던 바로 그 정도 높이의 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직원이 내가 일하는 모습을 일거수일투족 보고 있을 수 있고 내가 하는 것을 보다가 왜 그걸 그렇게 하냐는 말을 듣게 되는 그런 오픈 오피스가 아니라, 나를 보기 위해서, 나에게 말 걸기 위해서, 내가 하는 일을 보기 위해서는 신체적 에너지와 정신적 에너지를 약간 써야 하는 그 벽, 우리에게 필요한 높이의 벽은 딱 그 정도다.
참고문헌
[1-2] De Been, I., & Beijer, M. (2014). The influence of office type on satisfaction and perceived productivity support. Journal of Facilities Management, 12(2), 142-157.
[3] Brennan, A., Chugh, J. S., & Kline, T. (2002). Traditional versus open office design: A longitudinal field study. Environment and Behavior, 34(3), 279-299.
[4] Jahncke, H., Hygge, S., Halin, N., Green, A. M., & Dimberg, K. (2011). Open-plan office noise: Cognitive performance and restoration.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31(4), 373-382.
Evans, G. W., & Johnson, D. (2000). Stress and open-office nois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5(5), 779-783.
Kristiansen, J., Mathiesen, L., Nielsen, P. K., Hansen, Å. M., Shibuya, H., Petersen, H. M., … & Søgaard, K. (2009). Stress reactions to cognitively demanding tasks and open-plan office noise. International Archives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Health, 82(5), 631-641
[5] Jahncke, H. (2012). Open-plan office noise: The susceptibility and suitability of different cognitive tasks for work in the presence of irrelevant speech. Noise and Health, 14(61), 315-320.
글: 마이클 바엘리(Michael Bar-Eli). (2018). 다르게 뛰기(원저명: Boost!). 공보경 역. 강남, 서울, 한국: 처음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