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쇼’의 주인공 트루먼. 트루먼이 아무리 밝은 표정을 짓고 있어도 안타까운 이유는 쇼 내부적으로는 성장 과정에서 기본적인 욕구를 크게 침해받으며, 외부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가십거리로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쇼는 트루먼의 진정성을 무기로 내세우지만 결국 트루먼의 관계나 일, 곧 삶은 통제에 의해 이어진다. 그 결과 트루먼은 남몰래 옛사랑을 기억하려 애쓰고, 지구 반대편의 섬으로 떠나려는 계획을 세운다. 트루먼쇼를 기획하고, 트루먼의 출생부터 삶을 전부 지켜보고 있는 감독은 트루먼쇼가 진정한 삶이라 믿으며 트루먼이 쇼를 떠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잘 키우고 지원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지나치게 된다면, 부모가 자녀를 통제하려고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자녀를 심리적으로 통제하려는 부모는 애정을 거두거나 자녀의 죄책감을 유발하는 식으로 자녀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자녀가 다양한 정서를 느끼고 조절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러한 부모의 심리적 통제는 자녀의 적응과도 관련이 있다.
Cui와 동료들은 부모의 심리적 통제와 자녀의 적응, 구체적으로 우울 및 분노와의 관계를 정서조절수준을 통해 설명하려고 하였다. 연구자들은 특히 청소년에게 관심을 기울였는데, 자율성을 추구하는 청소년기에 심리적 통제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아동에서 성인으로 성장할수록 부모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동시에 정서조절방략이 증가하는 부분도 있다. 따라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부모의 심리적 통제가 자녀의 적응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하였고, 구체적으로는 정서조절능력이 이러한 영향력을 설명하고 조절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연구 대상은 205가구로, 가정마다 10~18세의 청소년과 부모가 설문에 함께 참여하였다. 205가구는 청소년 정서조절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가정이며, 저소득 가정이 47.5%로 복지 지원을 받고 있다. 10~18세 청소년의 참여비율을 고려하여, 본 연구에서는 10~13세의 청소년을 청소년 전기, 14~18세의 청소년을 청소년 후기로 구분하였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자녀가 부모의 심리적 통제를 심하게 느끼면 분노조절이 어려웠고, 이는 공격 행동과 우울 증상으로 이어졌다. 반면, 자녀가 부모의 심리적 통제를 심하게 느낀다고 해서 슬픔조절의 어려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두 변인 간에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의 심리적 통제가 청소년의 분노 조절 능력을 통해 적응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가정으로부터 통제를 느끼는 청소년의 공격 행동이나 우울 수준에 개입할 때 분노 조절을 고려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추가적으로, 슬픔은 분노에 비해 개인 내적으로 경험하는 정서이기 때문에 부모님이 자녀의 슬픔 정도나 조절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여 응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결과 해석의 한계가 있다.
다음으로 참여자들의 성별이나 적응 수준의 차이를 고려하고 보았을 때, 심리적 통제가 높아지고 나이가 들며 분노 조절을 못 할수록 공격 행동이 심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13~18세 청소년들의 분노 조절 능력을 높이는 것이 공격 행동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뜻한다. 더불어 심리적 통제와 우울의 관계가 슬픔 조절에 따라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심리적 통제가 높을수록 우울 증상이 심하게 나타났는데, 심리적 통제가 심하고 슬픔 조절이 어려울수록 우울 증상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슬픔을 조절하는 것이 심리적 통제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여, 슬픔 조절이 개인의 보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를 통해서 자율성과 개별화가 주요 발달 과업인 청소년기에 심리적 통제가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의 과도한 통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자녀가 그 스트레스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그 스트레스가 표출되어 공격성으로 드러나거나, 그 스트레스가 우울과 무기력으로 변해 우울증을 유발한다. 심리적으로 통제하려는 부모는 긍정적인 정서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자녀가 보고 배울 수 있는 모델링 환경도 부족하다. 그러나 청소년 본인이 정서조절을 할 수 있다면 부정적인 양육 경험이 부적응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호할 수 있다. 따라서 서서히 독립을 준비하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청소년들이 정서조절방략을 익히고 발전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어떠한 정서조절방략을 사용하는지와 그 강도에 따라서도 개인의 적응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정서조절방략을 배우고 활용하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Cui, L., Morris, A. S., Criss, M. M., Houltberg, B. J., & Silk, J. S. (2014). Parental psychological control and adolescent adjustment: The role of adolescent emotion regulation. Parenting, 14(1), 4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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