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2_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가지
_가치 없이 가치를 평가하지 않으려면
11. 기대치를 뛰어넘어야 하는 까닭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주식시장에 대해 이런저런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면 ‘기대치 expectations’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애플 같은 기업이 한 분기에 70카질리언 달러를 벌었는데, 만일 애널리스트들이 애플이 80카질리언 달러를 벌 것이라고 기대했었다면 애플의 수익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이 되며, 이에 따라 주가는 내려간다. 그러므로 애플은 기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쁜 성과를 낸 것이 되고 만다.
그러나 여기에는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함정이 하나 있다. 바로 애널리스크들이 애초에 주가 기대치를 너무 높게 설정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인간의 뇌가 경험을 평가할 때도 똑같이 일어난다.
주가와 비슷하게, 사람들의 평가는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애널리스트인 스스로가 설정한 기대치에 영향을 받는다. 만일 누군가가 어떤 것을 정말정말 멋지리라고 기대한다면 그는 그것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할 것이다. 똑같은 와인잔이라도 깨인 머그잔보다는 멋진 크리스털 잔에 담긴 와인이 더 맛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도 그런 기대에 맞게 가격도 더 비싸게 지불할 것이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장차 무슨 일이 벌어질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예측하지 못한 온갖 자잘한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출근길 전철에서 우연히 고등학교 친구를 만난다거나 창립기념일 케이크 한 조각을 실수로 바지에 떨어뜨린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간극을 메우려고 인간의 뇌는 열심히 일한다. 인간은 지식과 상상력을 동원해서 미래에 있을 경험의 상세한 사항을 예상한다. 이것이 바로 기대치가 하는 일이다. 기대치는 사람들이 자기 미래에 대해 갖고 있는 흑백 이미지에 채색을 한다.
인간의 상상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엘리자베스 던과 마이클 노튼은 <당신이 지각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Happy Money>에서 독자들에게 토성의 고리에서 유니콘을 타는 모습을 상상하라고 요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1] “이 경이롭도 불가능한 활동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능력은 인간이 발휘하는 마법에 기여하며 상상을 통해 거의 모든 곳에 갈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증명한다.”
위대한 기대치
기대치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간대에 걸친 경험의 가치를 바꿔놓는다. 두 개의 시간대란 구매 대상을 경험하기 전힌 ‘기대 시간대’와 경험이 진행되는 ‘경험 시간대’이다. 이 두가지 유형의 기대치는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지만 각기 중요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기대치는 어떤 경험을 기대할 때 즐거움(혹은 고통)을 제공하며, 그런 다음에는 그 경험 자체를 바꿔놓는다.
우리는 사전에 기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대상에 보다 많은 관심을 들이고 또 멋진 순간을 보다 충실하게 즐긴다. 기대치 때문에 바뀌는 것은 정신 뿐만이 아니다. 육체 역시 바뀐다. 그렇다 우리가 뭔가를 기대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는 생리상태도 바뀐다. 이와 관련된 고전적인 사례가 파블로프의 개다. 정신적으로 먹을 것을 기대할 때 이 개는 자기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침을 흘린다.
마찬가지로 어떤 것을 기대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 정신과 육체는 그 ‘어떤 것’의 실체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이 준비는 경험의 실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또한 전형적으로 영향을 준다. 놀라워라.
기대는 대상을 한결 위대하게 만든다
기대 시간대에서는 기대치가 사람이 행하는 모든 구매에 가치를 보태거나 혹은 뺀다. 만일 긍정적인 경험을 기대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 경험을 준비한다. 엔돌핀을 분비하거나, 미소를 띄거나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부정적인 경험을 기대할 때도 우리 신체가 그에 대한 준비를 한다.
만일 누군가 즐거운 휴가여행을 기대하는 데서 즐거움을 얻는다면, 그 즐거움은 그가 휴가여행을 갔을 때의 경험을 한층 높은 가치 수준으로 끌어올려준다.
그런데 그 기대치의 즐거움을 한 달 뒤에 실제 경험에 보태면(즉, 한 달동안 상상하고 실제로 한 주 동안 휴가 여행을 한다면), 그 기대치가 휴가 여행의 전체적인 가치를 실제 가치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준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단 한 주의 휴가여행을 구매했음에도 다섯 주의 즐거움을 누린다는 말이다.
이와 비슷하게, 낮은 기대치는 어떤 경험의 즐거움을 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누군가 한 주 뒤에 치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치자. 그러면 그는 치료를 받기 전까지 날마다 끔찍한 상상과 악몽에 시달릴 것이다. 그리고 실제 치과 치료를 받을 때도 역시 고통스러울 것이다.
풍부한 묘사와 제의가 ‘소비경험’을 고양시킨다는 설명은 앞에서도 했다.기대치도 이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기대치는 우리가 구매한 거세 대해 뇌가 인식하는 내용이고, 바로 이것이 경험의 내용이나 가치를 바꿔 놓는다.
기대와 경험의 연결
기대치는 단지 우리의 인식만을 바꾸지 않는다. 실제 경험도 함께 바꾼다. 기대치는 경험을 준비하는 방식뿐 아니라 그 경험의 주관적 및 객관적 느낌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언어 및 제의와 마찬가지로 기대치는 사람들의 어떤 경험에 긍정적인 측면 혹은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며 그 요소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어디에 작용하든 간데 기대치는 우리의 실체를 바꿔놓을 힘을 가지고 있다.
어떤 카툰이 재미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그걸 보고 더 많이 웃는다.
[2] 어떤 정치인이 토론장에서 토론을 잘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그가 실제로 잘한다고 믿는다.
[3] 또 어떤 맥주가 맛없을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들은 결국, 그런 기대를 하지 않았을 때만큼 그 맥주를 좋아하지 않았다.
기대치가 정신활동의 성과를 어떻게 바꿔놓는가 하는 주제에 관한 연구저작은 많이 나와있다. 그 중 놀라운 몇몇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1) 연구자들이 피실험자 집단인 여자들에게 그들이 여자임을 상기시키자 피실험자들은 자기가 수학 문제를 잘 풀지 못할 것이라고 기대했고, 실제로도 수학 문제를 잘 풀지 못했다.
[4] (2) 연구자들이 피실험자 집단인 아시아인 여자들에게 그들이 여자임을 상기시키자 피실험자들은 자기가 수학 문제를 잘 풀지 못할 것이라고 기대했고,실제로도 수학 문제를 잘 풀지 못했다. 그런데 연구자들이 이들에게 그들이 아시아인임을 상기시키자 피실험자들은 자기가 수학 문제를 잘 풀것이라고 기대했고, 실제로도 수학 문제를 잘 풀었다.
[5] – (3) 교사가 몇몇 아이들에게는 점점 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몇몇 아이들에게는 점점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마하자, 각각의 집단은 그 기대에 맞추어 전자는 잘하고 후자느 못하게 됐다. 오로지 교사가 취한 행동 때문에 결과가 달라졌다. 자기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치가 교사의 초기 기대치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고정관념과 편견이 빚어내는 영향력에 대해 보다 넓은 함의를 지니지만, 우리 목적과 관련해서는 사람들의 정신적 전망 및 역량을 바꿔놓는 기대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기대치는 중요하다. 그런데 이 기대치는 어디서 비롯될까?
기대치가 만들어내는 기적
이름 붙이기 branding는 기대치를 만들어 낸다. 이름 붙이기가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름 붙이기는 확실히 주관적인 성과에 영향을 준다.
이런 사실은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시대의 연구저작들이 확인해준다.
[6] 동일한 고기
[7] 와 맥주는 브랜드가 있을 때 더 맛있게 느껴진다.
[8] 그리고 신경과학계를 사로잡는 이야기인데, 사람들은 코카콜라라는 브랜드가 붙은 콜라를 마실 때 더 큰 즐거움을 느꼈다고 답변했고, 이는 감정과 문화적 기억과 관련 있는 뇌 부위인 배측면 전두엽피질의 활성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사실과 호응이 된다.
즉, 이름 붙이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것보다 많이 즐긴다고 말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실제로 사람들의 뇌에서 그것을 보다 즐거운 것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말이다.
이름 붙이기를 주제로 최근에 이뤄진 한 연구에서는 시간이 매우 남아도는 사람들에게 어떤 제품을 시험해보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한 선글라스에는 최신 유행에 맞는 이름을 붙여놨고 다른 선글라스에는 아무 이름을 붙여놨다.
그러자 피실험자들은 멋진 이름이 붙인 선글라스가 더 눈부심을 잘 막아준다고, 더 멋진 이름이 붙은 귀마개가 소음을 더 잘 차단한다고 믿었다.
[9] 그런데 사실 이 실험에 사용된 모든 제품은 동일했으며, 차이가 있다면 브랜드 이름뿐이었다. 그런데 이름이 각 제품의 유용성 점수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사람들은 멋진 이름의 브랜드가 보다 많은 빛을 차단하고 소음을 막아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브랜드에 의해 생성된 기대치는 객관적인 성능을 실질적으로 개선했다. 실제로 제품의 성능을 살펴볼 때 브랜드가 있는 제품이 보다 많은 빛과 소음을 차단했다. 피실험자들은 스스로를 설득해서 진정한 신봉자가 됐으며, 성스러운 브랜드로 개종했다.
브랜드가 선글라스나 귀마개에 대한 자기 충족적인 예언이었던 셈이다.
우리는 자기가 신뢰하는 브랜드에 집착한다.
[10] 딕 위팅크 Dick Wittink와 라훌 구하 Rahul Guha는 새로운 자동차를 구입할 때 예전에 갖고 있던 자동차와 동일한 브랜드를 사는 사람이 그 브랜드 자동차를 처음 사는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자기 따라하기 (7장 참조)’ 이며 여기에는 브랜드 프리미엄이 결합돼 있다.
댄과 그의 동료인 바바 시브 Baba shiv 그리고 지브 칼몬이 공동으로 실험을 하나 진행했는데, 이 실험에서 그들은 피실험자들에게 에너지 음료인 소비 Sobe (펩시의 에너지 음료)를 한 병씩나눠주고 마시게 했다. 한 집단에는 에너지 음료만 제공했고, 다른 집단에게는 이 음료가 정신기능과 문제해결 능력을 개선한다고 주장하는 글 및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짜) 과학 논문도 함께 제공했다.
[11] 그런 후에 이들에게 일련의 문제를 풀게 했는데, 후자 집단이 더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즉, 문제해결자라는 평판 덕분에 피실험자들은 이 음료를 마시면 정신 역량이 활발해지리라는 기대를 갖게 됐고, 그 기대가 실제 현실에서 보다 나은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과거는 프롤로그다
과거의 경험도 미래의 경험에 기대치를 생성한다. 어떤 제품에 대해 좋은 경험을 갖고 있으면, 이 경험 때문에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을 잠재적인 미래 소비에 투사함으로써 해당 제품의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다.
과거 경험에서 비롯되는 기대치에는 문제도 있는데 하나는, 만일 경험 자체가 너무 다르면 쉽게 실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클 때 기대치의 힘은 이 간극을 극복할 수 없으며,높은 기대치가 오히려 역풍을 초래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과거의 성과나 업적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제시 presentation와 설정 setting 역시 인지 내용을 현실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대치를 만들어낸다.
스타일과 소재가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잔에 와인을 따를 때 각 잔에 담긴 와인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으며, 각각의 가격도 달라질 수 있다.
[12] 마르코 베르티니와 엘리 오펙 Elie Ofek과 댄이 실험을 하나 진행했는데, 이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피실험자인 학생들에게 커피를 줬다. 그러고 집단별로 설탕과 크림을 다른 방식으로 제공했다. 한 집단에는 멋진 접시에 담아줬고, 다른 집단에는 일회용 접시에 담아줬다. 결과적으로 전자 집단은 후자 집단에 비해 커피 맛이 더 좋다는 대답을 했고, 커피 값으로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밍에 따라 달라진다
기대치의 힘은 우리가 어떤 것을 소비하거나 경험하기 이전에 대가를 미리 지불할 때 한층 더 강력해진다.
서던캘리포티아대학교의 학생들은 비디오게임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상상하고 난 다음에 그 게임을 했을 때 훨씬 더 큰 재미를 얻었다. 소비를 뒤로 미루는 행동은 사회과학자들이 ‘군침 요소 drool factor’라고 부르는 것을 증가시킨다.
[13] 연구자들은 초콜릿과 음료수를 이용해서, 피실험자들이 소비 시점을 뒤로 잠시 미뤘다가 경험했을 때 그에 따른 즐거움이 그만큼 더 커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록 이 결과가 우리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즉 기대가 클수록 즐거움도 커진다는 사실을 강화해주긴 하지만 초콜릿이 동원되는 실험이 어째서 그렇게나 많은 사회과학 연구과정에 포함되는지 알아야 할 것만 같다.
한편 부정적인 기대치가 어떤 것의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게 할 수도 있다.
댄과 그의 동료들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이들은 학생들에게 식초를 살짝 탄 맥주를 줬다. 아주 소량이긴 했지만 맥주의 맛을 바꿔놓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맥주 마시기 전 알고 있었던 학생들은 이를 나중에 깨달은 학생들에 비해 맥주의 맛을 훨씬 덜 즐겼다.
[14] 만일 우리가 누군가에게 어떤 것의 맛이 고약할 수도 있다고 미리 말해준다면 나중에 그 사람이 그것을 맛보고는 우리 말에 동의할 수 있는데, 이는 단지 물리적 경험이 실제로 고약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한 경고 때문에 고약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설정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의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제의가 경험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제의는 불안을 줄여주고 자신감과 주의집중력을 높여준다.
댄은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감기를 예방해주거나 치료해준다고 주장하는 보조식품인 에어본 airbone의 제의적 편익을 설명했다. 그 발포 비타민이 쉬이익 하는 소리를 내면서 거품을 만들어낼 때 우리는 그것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다고 느낀다. 그 제의가 사람들로 하여금 집중하게 만들고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고 느끼게 만든다.
기대치? 기대치!
이제까지의 내용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대치의 여러 가지 기원을 그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살펴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핵심은 기대치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