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2_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가지
_가치 없이 가치를 평가하지 않으려면
13. 돈, 너무 많이 생각해서 탈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흔히 있는 일이지만 어떤 것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가격을 가치와 연동시킨다. 달리 뚜렷한 가치단서가 없을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댄은 사람들이 높은 가격을 유효성의 또 다른 얼굴로 자동적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1] 댄의 동료인 레베카 와버 Rebecca Waber, 바바 시브 그리고 지브 칼몬과 공동으로 가짜 진통제를 이용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사실 그 약은 진통제가 아닌 비타민C 캡슐이었다. 연구자들은 진통제 약효를 시험한다고 하고 피실험자들에게 약을 나눠줬다.
그 약에는 한정에 2달러 50센트라는 비싼 가격표를 붙여뒀다. 그리고 그 약을 홍보하는 깔끔한 정장을 입은 가짜 전문가도 동우너했다. 그리고 피실험자들에게 일련의 전기충격을 가해서 각자 어느 정도의 고통을 참을 수 있는지 확인했다.
가짜 진통제 약을 먹은 거의 모든 피실험자들이 고통을 적게 느겼다. 그런데 한 정에 10센트라는 싼 가격표를 붙인 가짜 진통제로 실험을 했더니 피험자들이 경감됐다고 느끼는 고통의 정도가 비싼 가격표를 붙인 가짜 진통제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지브와 댄은 이를 에너지음료를 사용해 한층 더 확장했다. 앞에서 언급했듯, 일련의 실험에서 에너지음료가 성적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하는 기사 및 논문을 읽고 그 음료를 받아마신 사람들은 실제로 모든 유형의 정신적인 과제에서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 할인된 가격의 에너지 음료를 마신 사람들은 정가의 에너지음료를 마신 사람들보다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또 다른 실험에서는 할인된 가격의 음료수를 마신 사람들은 음료의 품질이 더 나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기대했고 실제로 그 음료수를 마셨을 때 그렇게 느꼈다.
[2] 이는 모두 사람들이 가격에서 비롯된 신호를 가치와 연동시켰기 때문이다.
가격이 가치나 성능이나 즐거움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되고 또 줄 수도 없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돈을 토대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훈련돼 있으며, 특별히 별다른 가치 지표가 존재하지 않으면 늘 그런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와인을 놓고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와인이 삐쌀수록 더 좋아한다.증거는 명백하다. 자기가 마시는 와인에 얼마의 돈을 지출하는지 알 때, 가격과 즐거움 사이의 상관성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
[3] 이때 그 와인의 실제 맛이나 품질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가격으로 품질을 추정하는 것은 상당히 무딘 평가방식이다.
불확실한 상황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돈이 가장 두드러진 차원으로 우뚝 자리를 잡고 있다. 돈은 숫자이다. 돈은 명확하다. 우리는 돈을 여러 개의 다른 선택지와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 돈은 이처럼 겉으로는 정확해 보이는 방식으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고려사항은 내버려두고 숫자에만 지나치게 많은 주의를 집중한다.
이유가 뭘까? 어쩌면 사람들은 정확성을 너무나도 좋아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정확한 것을 (그리고 정확하다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 때는 특히 더 그렇다.
돈의 이상한 점은 그게 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측정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여러 속성을 가진 제품이나 경험을 평가할 때 사람들은 돈이라는 특정한 속성에 가중치는 크게 두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그게 상대적으로 더 쉽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연봉 8만 5,000달러로 회사에서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아니면 회사에서 연봉 최고액은 아니지만 9만 달러를 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으면 아마도 모두 후자를 택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어떤 회사에서 8만 5,000달러로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되는게 행복할지 아니면 회사에서 연봉 최고액은 아니지만 9만 달러를 받는게 행복한지 물어보면 사람들은 전자라고 대답한다.
일반적인 차원의 질문과 행복에 초점을 맞춘 질문에 사람들이 달리 응답하는 이유는 돈만 두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쉽기 때문이다. 다른 특정한 초점이 없는 상태에서 돈만 두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쉽기 때문이다.
돈이라는 요소는 너무도 특별하고 정확하며 측정 가능해서, 사람의 마음에 가장 빠르게 작동하고 그로써 가장 크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비교점으로 쉽게 이용될 수 있는 속성은 가격(돈) 말고도 또 있다. 숫자로 계량화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이런 식으로 기능할 수 있는 속성들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메가픽셀, 마력, 혹은 메가헤르츠는 일단 특정되고 난 뒤 다른 것들과 나란히 두면 한층 더 쉽게 비교할 수 있고 또 정확해진다. 이것이 이른바 평가성 evaluability이다.
복수의 제품을 비교할 때, 계량화가 가능한 속성은 쉽게 평가할 수 있고 설령 이런 속성이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보다 더 예리한 초점을 받게 된다. 흔히 이런 속성은 제조업자들이 소비자가 다른 속성은 무시하고 여기에만 초점을 맞춰 눈여겨 바라보길 원하는 바로 그 속성들이다. 카메라의 화소는 쉽게 비교되는 숫자로 표시되기 때문에 화소만 놓고 따질 것이지 이 카메라가 얼마나 자주 혹은 쉽게 고장나는지는 따지지말라는 제조업체의 바람이 그대로 관철된다는 말이다.
크리스토퍼 시 Christopher Hsee, 조지 로웬스타인, 샐리 블런트 Sally Blount 그리고 맥스 베이저만 Maz H. Bazerman이 중고서점에서 교과서를 뒤적이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떤 실험을 했다. 이 실험에서 한 집단에게는 1만 개의 항목이 담겼고 완벽한 상태인 음악사전을 얼마나 지불하여 사겠느냐고 물었고, 다른 집단에게는 2만 개의 항목을 설명하지만 표지가 찢긴 음악사전ㅇ 얼마를 지불하겠느냐고 물었다. 두 집단에게 다른 사전의 존재는 말해주지 않았다.
이 실험에서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온전한 상태인 1만 단어 사전에는 24달러를, 표지가 찢긴 2만 단어 사전에는 20달러를 지불하겠다고 대답했다.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표지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에는 다른 집단에게 그 두 개의 선택지를 같이 보여줬다. 복수의 대상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이런 상황이 그 둘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온전한 1만 단어 사전에는 1만 19달러를, 찢어진 2만 단어 사전에는 27달러를 지불하겠다고 대답했다.
수록항목이라는 분명한 비교점이 제시됨에 따라 내용이 두 배로 풍부한 사전이 표지가 찢어졌음에도 더 가치 있다고 평가받았다.
[4] 반복하자면 어떤 물건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방법을 알지 못할 때 사람들은 설령 그 물건의 실제 가치와 거의 상관이 없는 특성(찢긴 표지)라고 해도 쉽게 비교할 수만 있다면 그 특성이 지나치게 큰 가중치를 부여해서 판단한다.
인생이라는 게임의 승자 되기
그렇다 인생 그리고 돈..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돈이 사랑이나 행복이나 어린 아이의 웃음 같은 인간적인 필요성에 비해서 훨씬 더 구체적이므로 우리는 흔히 돈에 초점을 맞춰 삶의 가치를 평가한다. 돈에 대한 생각을 멈출 때 우리는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님을 비로소 깨닫는다.
마지막 숨을 쉬면서 죽어가는 사람치고 자기가 가진 돈을 더 많이 쓰지 못한 걸 후회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돈에 초점을 맞추는 행동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우리 모두가 그 초점의 유용한 부분을 이미 오래전에 내팽겨쳤으며 지금은 그저 돈에만 사로잡힌 나머지 아무런 목적의식도 없이 돈과 관련된 불확실성의 바다를 힘차게 헤쳐나가고 있을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사과는 사과에게, 먼지는 먼지에게
돈은 그저 교환의 수단일 뿐임을 알아야 한다.
돈에 상징적인 의미를 덧붙여서는 안 된다. 돈을 있는 그대로, 즉 자기가 지금이나 조금 뒤에 그리고 아주 나중에라도 필요로 하고 바라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로 바라보고 또 다뤄야 한다.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일러주는 오래된 표현이 하나 있다. 그러나 이 둘을 비교하기는 실은 매우 간단하고 쉽다.
어떤 것이 내게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줄지를 기준으로 삼아서 각 대상의 가치를 매길 때 (이것은 이른바 ‘직접적인 쾌락 가치평가 direct hedonic evaluation’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이나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줄지 매우 정확한 수준으로 알 수 있다.
정말 어려운 것은 사과를 돈과 비교하는 것이다. 돈을 어떤 등식 안으로 끌어들이면 의사결정이 훨씬 어려워지며, 까딱 잘못하다가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돈과 관련된 문제를 놓고 의사결정을 할 때는 돈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설정하고 바라보는 전략이 유용하다.
두 개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돈을 매개로 해서 비교하지 않고 물건들끼리 직접 비교하면 선택의 관점이 새로워진다.
이런 과정은 커다란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가장 손쉽게 적용할 수 있으며 또한 가장 유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출을 받아 큰 집을 사는 선택권과 대출을 조금만 받아 작은 집을 사는 선택권이 있다고 하자. 돈이라는 매개물에 의존하거나 대출이자나 월상한액 등을 따져서는 이 두 선택권을 비교하기가 어렵다.
이때 돈이라는 관점을 버려보자. “큰집 대신 작은 집을 살 때 절약되는 비용으로 해마다 휴가 여행을 한 번 갈수 있으며, 우리 집 아이들의 한 학기 학비를 낼 수 있으며, 또 은퇴를 3년 일찍 할 수 있다 ..”
혹은 큰집이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런 결정은 적어도 당신은 지금 집 사는데 들일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를 고려해봄으로써 명민하고도 현실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
물론 직접적인 비교방식이 반드시 효율적인 것은 아니며 또한 가장 합리적인 접근법도 아니다. 무한정 시간을 들여서 거래를 할 때마다 돈이 배재된 기회비용 분석을 한다는 것도 감당할 수 없는 벅찬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의사결정 능력을 평가하는 데는 좋은 훈련이 된다.
돈이 주인 vs. 사람이 주인
이 장의 첫머리에서는 사람들이 돈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면서 가치를 평가할 때 어째서 돈, 특히나 가격의 비중을 지나치게 강조하는지 분석했다. 뒤이어 돈 문제가 아닌 다른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생활 속의 일반적인 것들의 가치를 평가할 때도 어째서 돈의 비중을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는지 분석했다.
우리는 당신에게 가족, 사랑, 좋은 와인, 스포츠 팀, 낮잠 등을 놓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당신이 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