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적 설명양식과 신체적 질환
: 35년간의 종단연구
어릴 때의 나쁜 사건을 설명하는 습관이
나중의 삶의 신체 건강을 예측할 수 있을까?
각기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이나 실패의 경험에 대해 그 이유를 찾는 방식이 있는데 그것을 ‘설명양식Explanatory Style’이라고 한다. 설명양식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낙관적인 설명양식과 비관적인 설명양식으로 나뉜다.
우리는 이따금 원하는 대학에 도전했다가 입시에서 떨어지거나 회사취직시험에서 낙방하거나 잘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거나 이겨야 하는 시합에서 패배를 맛봐야하는 견기디 힘든 일들을 경험하곤 한다. 이 때 우리는 평정심을 쉽게 잃고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실망과 좌절을 크게 느끼게 된다. 그러나 똑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떤 이는 절망을 하지만 어떤 이는 이를 훌훌 털어버리고 이를 계기로 더 좋은 기회와 결과를 이끌어낸다. 이것이 낙관적인 설명양식과 비관적인 설명양식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심리학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의 그러한 설명양식이 이후의 건강상태를 예측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나쁜 사건에 대해 비관적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은 낙관적으로 설명하는 사람들보다 더 낮은 면역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관적 설명양식은 사람들의 건강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치는 듯 보인다.
이러한 설명양식에는 3가지 차원이 있는데, 안정성-불안정성, 전반성-특정성, 내부성-외부성이 그것이다. 안정성은 ‘이 사건이 계속 지속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인 반면, 불안정성은 ‘이번 한 번 뿐 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반성은 ‘이 사건이 모든 일을 망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반면, 특이성은 ‘이것은 내 삶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라고 생각한다. 내부성은 ‘이것은 곧 나다.’라고 생각하는 반면, 외부성은 ‘그것은 그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설명양식은 통제할 수 없는 나쁜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학습된 무력감 모델의 재구성에서 등장했다. 통제할 수 없는 나쁜 사건에 대해 안정적이고 전반적이며 내적인 원인으로 설명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심각한 무력감을 보인다고 밝혔다. 즉, 이러한 나쁜 사건이 계속 지속될 것이고, 이 사건이 나의 나머지의 모든 일들까지 망칠 것이고, 이 사건이 내 전부라고 설명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심각한 무력감을 보인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울감, 낮은 자존감, 낮은 면역력, 높은 질병발생률을 일으키기도 하기에, 건강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주요한 변수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보통 설문지를 사용하여 설명양식을 측정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발화하는 내용에 대한 내용분석 방법인 CAVE(Content Analysis of Verbatim Explanations) 기술을 사용하여 설명양식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1946년(약 25세)에 작성한 설문지를 분석하였으며, 본 연구의 주요한 가설은, 안정적이고, 전반적이고, 내부적인 원인을 가지고 비관적으로 나쁜 사건을 설명하는 남성들이 불안정적이고, 특정적이고, 외부적인 원인들로 나쁜 사건을 설명하는 남성들보다 나중에 더 나쁜 건강결과를 보여줄 것이라는 것이었다.
즉, 본 연구에서는 초기 성년기에 나쁜 사건을 비관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일수록 중기 및 후기 성년기에 더 많은 질병에 걸릴 지의 여부를 조사하고자 했다. 따라서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가 진행되어야 했기에, 본 연구에서는 35년이라는 기간 동안 참가자들을 조사하는 종단연구로 진행되었다. 1942년부터 1944년까지 하버드 대학의 수업을 듣는 신체적 및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인 99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초기 건강 상태를 확인하였다.
이후 CAVE 기법을 사용하여, 우리는 99명의 남성의 질문지에 대한 응답을 분석했다. 참가자들에게는 어려웠던 전쟁 당시 경험에 대해 질문했다. 어떤 어려운 개인적 상황이 일어났습니까? 이 사건들에서 당신은 스스로 혼자 싸워야했습니까? 이러한 상황에서 당신은 얼마나 성공적이었습니까? 이 사건은 당신의 일이나 건강과 어떻게 관련되어있습니까? 그 시기에 어떤 신체적 혹은 정신적 증상을 겪었습니까? 참가자들은 그들의 나쁜 사건에 대한 인과관계를 설명하였고, 이 모든 것들은 인덱스 카드에 작성되었다. 인덱스카드는 네 명의 독립된 판정단에게 나눠졌으며, 판정단은 안정성, 전반성, 내부성에 따라 각각의 설명양식을 7점 점수로 평가했다. 각 참가자들은 비교적 다양한 설명양식의 점수를 얻었다.
한편, 참가자들의 신체 건강은 의사에 의해서 5점 만점으로 점수화되었다. 1점은 건강이 좋은 상태, 2점은 사소한 질병(예를 들면 가벼운 요통, 통풍, 신장결석 등), 3점은 장애가 없는 돌이킬 수 없는 만성 질환(당뇨병 등), 4점은 회복 불가능한 만성 질환(혈관부위 심근경색, 극심한 당뇨, 심한 고혈압 등), 5점은 사망을 의미했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25세에 안정적이고 전반적이고 내부적인 설명양식으로 나쁜 사건을 설명하는 남성은 나중의 삶에서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덜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초기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일정하게 유지되었을 때에도 지속되었다. 예상한 대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전반적인 건강 상태는 점차 악화되고, 참가자간 건강의 변동성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를 자세히 보면, 설명양식은 처음에는 신체적 질병과 관련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설적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가장 강력한 상관관계를 보일 때는 설명양식을 평가한 후 약 20년 후인 45세에 도달했을 때였다. 이 시간이 지난 후, 설명양식과 질병 사이의 관련성은 다시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과와 함께 몇 가지 추가 분석을 실시했다. 첫째, 별도로 검사했을 때, 설명적 스타일의 개별적인 수치는 건강과 동일한 관계를 보였다. 둘째, 설명양식과 건강 사이의 관계는 선형적이었다. 셋째, 참가자가 제공했던 설명양식의 수는 이후의 건강을 예측하는 경향성이 있었으나, 설명 양식과는 별개였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는 심리적 변수인 비관적인 설명양식이, 20년, 30년 후의 신체 질병을 예측할 수 있음을 확실히 확인했다. 실제로, 심리상태가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여부는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 이 논문은 심리 상태가 이후의 건강과 질병에 매우 유의한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의 경험적 증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연구의 표본이 대표적이지 않기에 성급히 일반화되기에는 문제가 있다. 모든 피험자들이 연구 초기에는 건강했다는 점에서, 만약 초기에 건강하지 못했다면, 현재의 결과를 얻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격 요건들은 차치하고라도, 본 연구에서는 비관적인 설명 양식이 사람을 결국 건강의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의사의 조언을 구하지 않거나 의사의 조언을 따르지 않는 것이 병을 악화시킬 수 있듯, 마찬가지로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설명양식은 건강을 악화시키며, 애초에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소홀하게 만들 수 있다. 이들은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여 더 심각하게 나쁜 사건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질병의 증가는 어쩌면 누적된 삶의 변화의 결과일 수 있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외로움과 사회적 지지의 부족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나쁜 사건에 대해 부정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은 비교적 사회적으로 내성적인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접촉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완충작용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접촉이 비교적 적으면 질병을 예방하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건강에 적신호가 드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 조사는 단면적인 특성이 있기에 비교적 제한적이다. 비관적인 사람들이 결국 병에 걸리는 과정을 설명해주기 위해서는 더 깊이 있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설명양식이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고, 비교적 안정적인 개인의 특성으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설명 양식이 우리의 이후의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발견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설명양식이 건강 악화에 영향을 끼치는 매커니즘은 여전히 연구되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 초기에 안정적이고 전반적이며, 내부적인 원인으로, 습관적으로 나쁜 사건을 설명하려는 사람은, 이후의 중년의 건강에 적신호가 드리울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설명 양식을 더 나은 방식으로 잘 하기 위해 변화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Peterson, C., Seligman, M. E., & Vaillant, G. E. (1988). Pessimistic explanatory style is a risk factor for physical illness: A thirty-five-year longitudinal stud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5(1), 2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