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비교 효과의 개인 및 문화 차이에 대한 신경 증거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일종의 숙명과도 같다. 이것은 인간의 행동과 판단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예를 들어, 다른 회사 같은 직업군 사람들보다 조금 더 많은 수입을 얻는다는 것을 알 때, 똑같은 월급을 받더라도 사람들이 더 만족하는 것과 같다. 최근에는 이런 사회적 비교가 실제 뇌 활동과도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졌는데, 보상과 관련된 두뇌 영역인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 VS)가 그 주역이다.
내가 저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더 또는 덜 받는지 비교하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개개인마다 차이가 존재하며, 문화가 그 정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상호의존적 문화인지 개인의 생각과 느낌을 강조하는 개별 문화인지에 따라 사회적 비교에 민감한 정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비교 속에서 돈에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개인차와 문화적 차이가 실제 행동과 신경 차원에서 드러날까?
고려대학교의 Pyungwon Kang과 동료들은 이 의문을 해결하고자 실험을 세팅하였다. 참가자는 11명의 한국인(모두 여성, 평균 나이 44세)과 11명의 미국인(모두 여성, 평균 나이 41.18세)이었다. 전자는 상호의존적인 문화의, 후자는 개별 문화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총 22명의 참가자는 그림 1과 같은 순서로, ‘game-of-chance 카드 게임’을 진행했다.
그림 1. 카드게임 진행 순서
1. 카드 3장이 제시됨 (안쪽 내용은 알 수 없음)
2. 참가자는 그 중 하나를 선택
3. 2~4초 후 참가자가 선택한 카드의 소득 결과가 표시됨
4. 4초 후 참가자와 상대방이 고른 카드의 소득 결과가 나타남
(자신과 상대방이 선택한 카드의 내용은 알 수 없음)
5. 다시 4초 후에 참가자는 이 결과를 저장할지 다시 카드를 선택할지 선택
이 게임 실험의 결과를 보기 전에 몇 가지 알아두어야 하는 것이 있다. 참가자는 상대방과 페어로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컴퓨터이다. 또한 참가자와 상대방의 소득 결과는 실험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연구자가 미리 결정해놓는다. 여기서 상대적 소득(RI)이란, 상대와 비교하여 내가 얻은 소득을 의미하며, 절대적 소득(AI)은 게임을 통해 내가 얻은 소득을 의미한다. 카드의 숫자 범위는 -12에서 +12까지이며, 4포인트씩 증가 또는 감소한다. 다만, 상대적 소득을 비교하기 위해, +12와 -12는 ‘상대방’에게만 나올 수 있도록 한다. 50회의 테스트를 마친 후, 최종 카드 소득 결과를 참가자들이 가지고 있던 기본금에 더하거나 뺀다. 참가자들은 1점당 100원으로 계산하며, 일인당 25,000 ~ 30,000원의 보상을 받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를 통해 뇌 속 혈류 반응을 측정하였다.
그림 2. 로지스틱 회귀 분석의 베타 계수가 있는 혼합 ANOVA 결과
초록색이 절대적 소득, 노란색이 상대적 소득.
Y값이 클수록 해당 소득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볼 수 있음
미국인의 선택(저장 OR 다시 선택)은 한국인에 비해 상대 소득보다 절대 소득에 민감했음
실험 결과, 참가자들 모두 상대적 소득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문화권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한국인은 미국인 참가자과 비교할 때, 절대적 소득보다 상대적 소득에 더 민감하였다. 반면 미국인 참가자들은 한국인 참가자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 소득보다 절대적 소득에 더 민감하였다(그림 2). 문화에 따른 행동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신경 이미지를 분석하여 보상에 민감한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 VS)를 확인하였다. 즉 VS의 활동이 참가자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차이가 있었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결과는 그림 3과 같다. 그림 3의 (A)를 보면 절대적 소득과 오른쪽 복측 선조체가 상관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B)를 보면 한국인의 경우 노란색 막대인 상대적 소득일 때, 미국인의 경우 초록색 막대인 절대적 소득일 때, 복측 선조체가 더 활발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문화권에 따라 절대적 소득 또는 상대적 소득에 민감한 정도가 다른 것이 신경생리학적으로 관찰된 것이다.
그림 3.
(A) AI와의 유의한 상관관계가 오른쪽 VS에서 발견됨(x = 12, y = 10, z = -12).
(B) AI와 상관관계가 있는 VS에서의 최대 복셀의 매개 변수 추정치는 소득 유형(AI, RI) × 문화적 구성원(한국어, 미국)의 중요한 상호 작용 효과를 나타냄
또한, 복측 선조체(VS)는 복내측시상하핵 전전두엽 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 vmPFC)과 긍정적으로, 섬 피질(insular cortex)와는 부정적으로 관련 있음이 확인되었다. 요약하자면, 한국인들은 상대방의 소득을 보면, 복측 선조체(VS)와 vmPFC의 활동이 미국인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조절되어 사회적 비교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체 참가자들 중에서 상대적 소득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참가자는 미국인이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사회적 비교에 대한 민감도가 문화의 차이에 의해서도 조절되지만 그만큼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도 조절됨을 시사한다.
실험 결과가 어떠한가? 나와 내 친구, 내 주변 사람들을 떠올려보았을 때 그럴 법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이며, 어느 문화 속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타인과의 비교에 덜 또는 더 민감할 수 있다. 심지어 단순한 행동뿐만 아니라 뇌 속에서 일어나는 신경활동 차원에서도 말이다.
+) 더 알고 싶다면,
Kang, P., Lee, Y., Choi, I., &Kim, H. (2013). Neural evidence for individual and cultural variability in the social comparison effect. Journal of Neuroscience, 33(41), 16200-16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