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무서워요
: 가만히 앉아 생각하느니 전기충격을 받겠습니다.
그림 1. 사색하는 시간을 어색하게 여기거나 심지어 불안하게 느끼는 현대인들이 Auguste Rodin(1840 –1917)의 《The Thinker(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같은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까?
현대인들은 귀중한 시간을 잃고 싶지 않기에 일분일초라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간혹 아무런 일정이 없어 한가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있다. 그런데 ‘한가하게 시간을 보낸다’라는 개념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한가함’은 ‘불안함’ 심지어 전기충격보다 무서운 ‘공포’인 것 같다. 버스나 전철 같은 대중교통 수단에서, 회사나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는 동안에도, 대형마트 계산대 앞에서 내 차례가 올 때까지 줄을 서서 잠깐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계속 무언가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면, 현대인들은 계속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증에 걸린 것 같기도 하다.
버지니아대학교 교수 티머시 윌슨(Timothy Wilson)과 동료들은 대부분의 현대인이 한가하게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불편해한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Wilson et al., 2014). 연구진은 실험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하나는 혼자 생각하면서 6~15분을 보내는 것, 다른 하나는 백과사전 읽기와 같은 재미없고 따분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혼자 있는 것보다 따분한 과제를 수행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그림 2.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불안해하는 현대인을 보면, 계속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진 것 같다.
이어진 또 다른 실험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실험참가자들에게 방 안에서 조용하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거지거나, 자기 자신에게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었다. 그 결과 충격적이다. 혼자 방에 앉아 생각에 잠기는 것을 선택한 참가자보다 스스로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을 선택하는 참가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실험 전에 시험 삼아 약간 전기충격을 준 후, 돈을 내면 이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는데 돈을 낼 의향이 있는지 물었을 때, 전기충격을 매우 불쾌하다고 여기면서 다시 그 기분을 느끼지 않기 위해 돈을 내겠다고 말한 사람들조차도 실제 선택에서는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을 가지느니 전기충격을 받는 게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현대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는 것을 선호한다. 심지어 그 무언가가 부정적인 것이라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여긴다.”고 결론 내렸다.
*더 알고 싶다면,
Wilson, T. D., Reinhard, D. A., Westgate, E. C., Gilbert, D. T., Ellerbeck, N., Hahn, C., Brown, C. L., & Shaked, A. (2014). Just think: The challenges of the disengaged mind. Science, 345(6192), 75-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