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게 관점을 전환해야 하나? 한 가지에 몰입해야 하나?
우리는 간혹 모순되는 주장들을 들음으로써 혼란에 빠지곤 한다. 자유자재로 관점을 전환하라는 주장과 한 가지에 몰입하라는 주장도 그 중 하나다. 특히 패션 디자이너나 예술가처럼 창의적 사고를 핵심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뭔가에 몰입한다는 것이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뭐가 맞는 걸까?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 주장이 모두 맞는다고 가정하고, 각각의 주장의 맞는 제약 조건(Boundary condition)을 찾는 것이다. 어쩌면 심리학의 역사는 제약 조건을 찾아온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약 조건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우리는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유연한 관점(flexible perspective)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고, 한 가지에 몰입하는 것(focusing on one thing)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필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성공한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이 언제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지 또 언제 한 가지 과업을 몰입하는지와 관련된 연구들을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성공한 패션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은 유연한 사고를 할 때와 몰입할 때가 있었으며, 이러한 모드 전환이 빠를수록 훌륭한 업적을 남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Zabelina et al., 2013; 2015; 2016). 연구들에 따르면,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은 어떤 과업을 준비하는 단계, 즉 어떤 과업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한다. 그러나 일단 과업을 돌입한 후, 즉 시작한 후에는 그 과업에 무섭게 몰입한다. 다른 말로 하면, 과업을 기획하는 단계에는 유연한 사고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유지하면서 최적의 대안을 찾아내고, 구습에 매몰되지 않지만, 일단 시작하면, 그 과업 하나에만 온 신경을 집중한다.
이렇게 때에 따라 모드를 전환한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은 뛰어난 생산성을 보이면서 성공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실패를 피하지 못한다. 어떤 과업을 시작한 후에 집중하지 못하고, 유연한 사고를 한다는 것은 말이 좋아 유연한 사고이지, 그냥 산만한 것이다. 과업을 준비할 때는 유연한 사고였지만, 과업을 실행하는 단계에서는 동일한 그것이 주의력 분산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준비할 땐 유연하게 하고, 실행할 땐 몰입하라. 유연한 사고와 몰입, 이 두 가지 모드를 때에 따라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의미에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람이다.
*참고문헌
Zabelina, D. L., O’Leary, D., Pornpattananangkul, N., Nusslock, R., & Beeman, M. (2015). Creativity and sensory gating indexed by the P50: Selective versus leaky sensory gating in divergent thinkers and creative achievers. Neuropsychologia, 69, 77-84.
Zabelina, D. L., & Beeman, M. (2013). Short-term attentional perseveration associated with real-life creative achievement. Frontiers in Psychology, 4, 191-191.
Zabelina, D., Saporta, A., & Beeman, M. (2016). Flexible or leaky attention in creative people? Distinct patterns of attention for different types of creative thinking. Memory & Cognition, 44(3), 488-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