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미하기란 무엇일까요?
‘오늘 이 시간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이며, 어제 죽어 간 어떤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임을 새롭게 기억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늘 당연하다고 여기던 일들을 기적처럼 놀라워하며 감탄하는 연습을 자주합니다. 그러다보니 일상의 삶이 매 순간 축제의 장으로 열리는 느낌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신발을 신는 것도, 떠오르는 태양을 다시 보는 것도,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것도 얼마나 큰 감동인지 모릅니다.’ – 이해인 수녀. 늘 당연하다고 여기던 일들을 기적처럼 놀라워하며 감탄하는 연습, 이것이 바로 이해인 수녀의 행복의 비결이었습니다. 늘 당연하다고 여기던 일들을 기적처럼 놀라워하며 감탄하는 행동을 심리학에서는 ‘음미하기’라고 말합니다. 영어단어 Savoring(음미하기)의 동사인 savor(음미하다)에는 ‘맛을 보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현재의 경험을 그냥 무심코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마치 음식의 맛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 급하게 삼키지 않고 맛과 질감, 향기를 천천히 감상하려는 자세와 비슷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현재의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지요.
왜 음미 해야 할까요?
우리는 흔히 미래의 큰 즐거움을 위해 현재의 작은 즐거움은 희생되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일들은 언제나 미래에 일어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현재’의 집합입니다. 물론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유혹을 뿌리치고 장기적인 유익을 구하는 것은 옳은 일입니다. 하지만, 늘 그렇게만 산다면, 바쁘게는 살겠지만 행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집중하고 현재를 즐기는 것은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울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몇 분씩 시간을 내어 평소 같으면 허둥지둥 서둘러서 해치우는 식사, 샤워, 걷기 등의 행동들을 천천히 생각하며 해보라고 지시한 결과, 늘 하던 일들을 조금 더 음미하도록 노력했을 때 행복감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우울한 느낌도 감소된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처럼, 오늘의 즐거움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만끽하고 음미하는 것은 행복한 사람의 중요한 특징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음미 해야 할까요?
음미하기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경험을 기록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집중해서 음미하기 위해서는, 음미 공책을 만들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매일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면, 충분히 그 경험을 음미한 후에 그 일을 적습니다. 좋아하는 음식 때문에 즐거웠다면 사진을 찍어서 프린트한 후에 공책에 붙입니다. 폭소를 자아냈던 유머를 신문에서 봤다면, 스크랩을 하여 붙입니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매일매일 나만의 음미 공책을 만들어간다면, 음미하기를 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TV를 끄고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식사 시간에는 TV를 끄고, 오로지 음식의 맛과 냄새를 음미하고, 가족 간의 대화에 몰입함으로써 생활 속 음미하기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