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실현적 예언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과 평범한 학생이 따로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요인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과 평범한 학생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일찍이 이 질문에 관심을 가진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과 사우스 샌프란시스코 통합 학교(South San Francisco Unified School: 한국의 초등학교에 해당한다) 교장 레노어 제이콥슨(Lenore Jacobson)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사우스 샌프란시스코 통합 학교의 18개 학급(1학년에서 6학년까지의 각 학년별로 3개 학급 선정)을 무작위로 선정한 후, 어휘력과 추론능력을 측정하는 지능검사(IQ)의 일종인 『Tests of General Ability(TOGA)』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각 학급 선생님들에게 지능검사 점수 상위 20%(65명, 학년 당 10.8명)에 해당하는 영재 그룹 아이들의 명단을 알려주었고, 나머지 80%(255명, 학년 당 42.5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학년 |
통제그룹 (N=255) (별도의 언급 없던 그룹) |
실험그룹 (N=65) (선생님들에게 상위 20%라고 알려준 그룹) |
||
IQ 상승치 평균 |
표준편차 |
IQ 상승치 평균 |
표준편차 |
|
1 |
12.0 |
16.6 |
27.4 |
12.5 |
2 |
7.0 |
10.0 |
16.5 |
18.6 |
3 |
5.0 |
11.9 |
5.0 |
9.3 |
4 |
2.2 |
13.4 |
5.6 |
11.0 |
5 |
17.5 |
13.1 |
17.4 |
17.8 |
6 |
10.7 |
10.0 |
10.0 |
6.5 |
전체 |
8.4 |
13.5 |
12.2 |
15.0 |
이 첫 번째 테스트와 선생님들에게 상위 20%의 명단을 전달한 일이 있은 8개월 후, 연구자들은 동일한 지능검사를 다시 한 번 실시하였다. 표-1은 각 학년별 IQ 상승치와 전체 평균 상승치를 보여준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실험 집단(12.2점)이 통제 집단(8.4점)보다 더 높은 향상을 보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지능검사 점수가 미래의 수행과 잠재력을 예측하는 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반전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지능검사는 실제로 진행했지만, 상위 20%의 학생들과 나머지 80%의 학생들에 대한 선정은 처음부터 무작위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두 그룹의 첫 지능검사 평균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차이가 없었던 두 집단의 8개월 후 평균 점수는 3.8점이나 차이가 있었고, 특히 저학년(1~2학년)에서는 각각 15.4점과 9.5점 차이를 보이는 극적인 결과를 나타났다. 그리고 연구자들이 조작한 것은 선생님들에게 뛰어난 아이들의 (가짜) 명단을 제공한 것뿐이다. 이렇게 시간적으로 앞서고 다른 요인들이 통제된 상태에서 조작한 요인이 지능검사 점수에 미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교사가 뛰어난 아이라고 지각하는 것’이 ‘그 아이의 지능검사 점수’에 미치는 인과관계가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현상을 자기 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교사들의 자기 실현적 예언(잠재력이 높다고 지각한 학생들이 실제 향상을 보이는 현상)이 성취되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Alexander & Strain, 1978; Rosenthal & Jacobson, 1966). 먼저 교사들은 가능성이 뛰어나다고 지각한 20%에게 더 칭찬을 많이 했고, 친절했다. 이는 영재로 분류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학습에 대한 정적 강화를 더 많이 받게 되어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더 강해졌을 것임을 시사한다.
둘째 교사들은 가능성이 뛰어나다고 지각한 20%에게 더 도전적인(어려운) 과제를 주었고, 도전적인 과제를 한 번에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격려하며 인내해 주었다. 예를 들어, 현재 학생의 수준보다 더 어려운 단계의 수학문제 풀어보게 하고, 풀지 못하면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지 설명해주면서 인내하고 기다려 주었고, 그것을 해결할 때까지 격려하여 포기하지 않게 하였다. 마침내 문제를 해결한 학생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이 경험하지 못한 지적 성장을 하게 되었다.
셋째 교사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지각한 20%의 과제와 계획, 실현을 더 자주 점검하였고, 지키지 못했을 경우 꼭 지키도록 하였다. 이는 영재로 분류된 학생들로 하여금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자기관리를 더 잘할 수 있게 훈련시켰다.
이스라엘에서 수행한 또 다른 연구도 이러한 자기 실현적 예언이 교육훈련분야의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주었다. 이스라엘 텔 아비브 대학 교수인 도브 에덴(Dov Eden)은 이스라엘 국방부로부터 11주간 진행되는 간부 후보생 교육을 관찰하면서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간부 후보생을 선별할 수 있는 요인을 탐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Eden, 1990).
이 연구기간 중 교육에 차여한 후보생은 1,000여명이었고, 소대는 29개 소개였으며 소대당 평균 인원은 34.5명이었다. 에덴은 로젠탈과 제이콥슨(1966)의 연구에 영감을 얻어 10개 소대를 무작위로 선정한 후, 소대장들에게 자신이 맡은 소대원들은 다른 소대보다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나머지 19개 소대의 소대장들에게는 아무런 언급을 주지 않았다. 물론 뛰어나다고 (가짜로) 알려준 10개 소대와 나머지 19개 소대 사이의 적성검사 점수, 기초 훈련 성적은 차이가 없었다.
평가항목 |
통제그룹 (별도의 언급 없던 그룹) |
실험그룹 (뛰어난 소대원들이라고 알려준 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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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평가점수 평균 |
표준편차 |
교육 평가점수 평균 |
표준편차 |
|
전문지식 |
64.68 |
6.50 |
70.70 |
5.44 |
전투기술 |
71.63 |
7.24 |
78.70 |
7.59 |
신체능력 |
65.32 |
8.78 |
68.30 |
5.79 |
사격능력 |
45.68 |
18.51 |
52.40 |
19.82 |
그런데 11주 후 간부 후보생들의 교육평가 점수평균은 과연 처음에 차이가 없었던 것이 맞는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표-2는 이 두 그룹의 항목별 평균 점수를 보여준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전문지식(theoretical speciality), 전투기술(practical speciality), 신체능력(psysical fitness), 사격능력(target shooting)의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소대원들이라고 알려진 소대’가 ‘평번한 소대’보다 뛰어났다.
자신이 뛰어난 소대원들을 이끈다고 지각한 소대장은 그렇지 않은 소대장보다 소대원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횟수가 많았고, 친절했다. 또한 더 도전적인 과제를 주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했고,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으며, 피드백도 더 자주 주었다. 또한 평소에 더 자주 지목하고, 일과시간 외에도 더 자주 상태를 점검하면서 배운 부분을 복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자기 실현적 예언은 기업에도 적용된다. 경영학자 브라이언 맥나트(Brian McNatt)는 금융업, 소매업, 제조업 등 광범위한 산업현장의 노동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수행된 17개의 독립적인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를 확인했다(Mcnatt, 2000). 전반적으로 경영자(혹은 팀장)이 스탭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아직 자신의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고) 믿게 되면 그 직원은 후에 뛰어난 성취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확인한 맥나트는 경영자나 리더가 스탭의 성장 잠재력을 높다고 지각한 후, 그에게 적절하게 개입하는 것이 직원의 성과와 개인적 발전(기술, 지식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 내렸다.
*더 알고 싶다면,
Alexander, C., & Strain, P. S. (1978). A review of educators’ attitudes toward handicapped children and the concept of mainstreaming. Psychology in the Schools, 15(3), 390-396.
Eden, D. (1990). Pygmalion without interpersonal contrast effects: Whole groups gain from raising manager expectation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75(4), 394-398.
Mcnatt, D. B. (2000). Ancient Pygmalion Joins Contemporary Management: A meta-analysis of the result.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5(2), 314-322.
Rosenthal, R., & Jacobson, L. (1966). Teachers’ expectancies: Determinants of pupils’ IQ gains. Psychological Reports, 19(1), 115-118.
http://journals.sagepub.com/doi/abs/10.2466/pr0.1966.19.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