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황을 경험하더라도 사람마다 감사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같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민지와 은지 그리고 승희. 민지와 은지가 급한 사정으로 승희에게 다음 주 아르바이트 시간을 바꿔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빠르게 승낙해준 승희에게 민지는 고맙다고 얘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승희도 다음 달에 일정 바꿀 일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한다. 한편, 은지는 ‘같은 아르바이트 하면서 당연한 거 아니야?’와 같은 마음을 지닌 채 승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가볍게 전한다. 민지와 은지가 온전히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감사란 도와준 사람을 향해 지니는 긍정적인 정서이다. 감사를 느끼는 것은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개인의 심리적 안녕감도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중요하다. 감사를 느끼는 측면 중의 하나는 도우려는 사람이 염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행동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자유의지란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의미한다. 결정론적인 관점에서는 자유의지 개념을 부인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흔히 자유의지를 떠올렸을 때 흔히 선택하는 능력, 원하는 것을 하는 것, 제약 없이 행동하는 것 등으로 인식할 수 있다.
감사를 설명하는 모형에서는 감사의 정도가 세 가지 요인에 기반을 둔다고 보았다. 첫 번째는 도움의 대가가 얼마나 큰지(시간, 노력, 돈 등 여러 가지 측면), 두 번째는 도움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세 번째는 돕는 사람의 동기가 얼마나 진실하였는지 이다. 세 번째 돕는 사람의 동기는 자유의지와도 연결이 될 수 있는데, 도우려는 사람이 이기적인 동기가 아닌 이타적인 동기 및 자발적인 의도로 도와주었을 때 감사를 더 많이 느낀다. 만약 결정론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타인의 도움 행동은 이타적인 마음으로 선택한 것이 아닌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이기 때문에 감사가 감소할 것이다.
관련하여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감사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다음의 네 가지 연구를 진행하였다. 첫 번째 연구에서 상관분석을 통해 감사와 자유의지의 관계를 탐색해본 결과, 자유의지를 강하게 인정할수록 감사 성향도 강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자유의지를 인정하는 정도는 감사 성향을 30% 정도 예측했다. 반면, 모든 일은 필연적 인과관계에 의해 발생한다는 생각은 감사 성향을 예측할 수 없었다.
두 번째 연구부터는 실험 연구로,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을 세 가지 조건으로 조작하였다. 연구참가자는 모니터에서 문장을 읽고 재진술 하도록 하였는데, 참가자마다 자유의지를 인정하는 문장, 부정하는 문장, 상관없는 중립 문장 중 하나를 보게 되었다. 조건 조작 후에 감사를 느꼈던 과거 사건 세 가지를 하나씩 작성하도록 하였고, 현재 시점에서 느끼는 감사 정도를 함께 측정하였다. 그 결과, 조작 직후 회상한 첫 번째 사건에서는 자유의지 믿음에 따라 감사 수준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조건에서 감사는 11점 만점 중 7.12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인정조건과 중립조건의 점수보다(8.94점) 낮은 수준이었다. 두 번째 사건에 대해서는 첫 번째 사건과 마찬가지로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조건에서 감사 수준이 낮게 나타났으나 그 차이가 유의미하지는 않았으며, 세 번째 사건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세 번째 연구는 연구의 목적을 숨기고 진행하였다.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을 두 가지, 자유의지를 인정하는 조건과 부정하는 조건, 두 가지로 조작하였는데, 조건에 따라 자유의지와 관련된 글을 읽고 핵심만 요약하도록 하였다. 이후에 새로운 실험으로 어제 한 일에 대하여 작성하되, A나 N을 포함하는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과제를 부여하였다. 참가자들은 과제를 실시하기 위해 다른 방으로 이동하였는데, 거기서 연구자로부터 과제를 대신 할 사람을 찾았기 때문에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를 받았다(참가자들이 빨리 실험을 끝내고 싶어 한다는 가정하에, 이렇게 과제를 줄여준 것을 도움 행동이라고 보았다). 참가자들이 처음 방으로 돌아갔을 때, 실제 연구주제를 알려주고, 도움의 대가와 가치, 참가자가 지각한 도와준 사람의 동기, 얼마나 감사했는지를 9점 만점으로 측정하였다. 그 결과,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조건에서 인정하는 조건에 비교해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1.2점 더 약하게 나타났다. 또한, 자유의지 부정 조건에서 도와준 사람의 진실된 동기가 1.47점 더 낮게 느껴졌으며, 이를 통하여 감사도 1.41점 작게 나타났다. 즉,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클수록 감사 수준도 크게 나타났으며, 이러한 관계를 도와준 사람의 진실된 동기를 크게 지각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마지막 연구는 직전 연구와 동일한 방식으로 자유의지를 조작한 후에(자유의지를 인정하는 조건 vs 부정하는 조건)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도와주었다는 지시문을 읽고 상상해보도록 하였다. 그때 도움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감사, 도움의 대가와 가치, 도와준 사람의 동기와 자유의지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자유의지를 부정한 조건에서 도와준 사람의 자유의지와 진실된 동기, 감사를 작게 보고하였다. 정리하면,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강할수록, 도와준 사람의 자유의지도 높게 지각하였으며, 도와준 사람의 진실된 동기와 감사도 차례대로 높게 보고하였다.
위의 네 가지 연구를 통해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약할수록 도와준 사람에 대한 지각 변화를 통해 감사도 줄어든다는 가설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클수록 감사도 커진다는 것은 타인의 자유의지에 대한 이해와 관련이 있다. 누구나 자신의 행동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도와주지 않을 수 있었지만, 자신을 돕는 행동을 선택한 것에 대한 타인 이해를 돕는다. 타인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인식은 감사를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은 다른 사람의 긍정적인 행동에 어떻게 반응할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참고문헌:
MacKenzie, M. J., Vohs, K. D., & Baumeister, R. F. (2014). You didn’t have to do that: Belief in free will promotes gratitud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0(11), 1423-1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