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과 대미
: 일화 평가에 있어서의 절정-대미 효과(peak-end effect)
그림 1. 우리는 과거 경험한 일을 긍정적 평가하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무엇이 이러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여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동일한 패키지 안에서 같은 코스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사이에도 평가가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Redelmeier와 Kahneman (1996)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였다. 먼저 조사에 동의한 154명을 대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colonoscopy)를 진행하는 동안 느껴지는 고통을 60초 간격으로 평가하게 했다. 검사를 하면서 말을 하거나 글씨를 쓸 수는 없었기에 누워있는 참가자가 볼 수 있도록 컴퓨터 스크린을 설치한 후 화면에 나타난 평가표를 보면서 ‘손에 쥘 수 있는 평가 장치’(hand-held device)를 통해 평가를 진행하였다. 평가는 0점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no pain)부터 10점 ‘매우 고통스럽다’(extreme pain)까지의 11점 척도로 이루어졌다.
검사를 마친 후에는 3단계에 걸쳐 검사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회상하여 평가하는 과제가 이루어졌다. 먼저 검사를 마치자마자(immediate), 검사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10점 척도(1: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 10: 매우 고통스러웠다)로 평가하였다. 두 번째로는 한 달 후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평가하였다(one month later). 마지막으로는 1년 후에 동일한 방법으로 평가하였다(one year later).
그림 2. 환자A와 환자B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중에 평가한 고통을 보여준다. 첫 번째 빨간색이 있는 곳이 검사의 시작부분이고, 마지막 빨간색이 있는 곳은 검사가 끝난 곳이다. 그림을 보면 환자A와 환자B가 느낀 고통의 절정은 동일하지만(peak), 마지막에 느낀 고통이 다름을 알 수 있다(end).
그림-2는 참가자들의 고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두 명의 환자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동안 느낀 고통 측정결과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첫 번째 빨간색이 있는 곳이 검사의 시작부분이고, 마지막 빨간색이 있는 곳은 검사가 끝난 곳이다. 그림을 보면 환자A와 환자B가 느낀 고통의 절정은 동일하지만(peak), 마지막에 느낀 고통이 다름을 알 수 있다(end).
언뜻 보면 빨간색의 면적이 더 넓어서 계속 고통 속에 있었던 것 같은 환자B가 환자A보다 회상하는 고통이 더 강하지 않을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의 결과는 우리의 직관을 빗나가기 마련이다.
그림 3. 환자A는 검사가 끝난 후 7.5점 정도로 비교적 높은 고통을 보고한 반면, 환자B는 4.5점 정도로 비교적 낮은 고통을 보고하였다.
그림-3은 두 참가자가 검사가 끝난 후에 응답한 고통을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환자A는 검사가 끝난 후 7.5점 정도로 비교적 높은 고통을 보고한 반면, 환자B는 4.5점 정도로 비교적 낮은 고통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효과는 즉시 보고했을 때와 한 달 후 보고했을 때, 일 년 후 보고했을 때 모두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과의 원인은 무엇일까? 연구진의 분석결과 사람들은 어떤 일화를 평가할 때 그 일화 전반에서 느낀 정서의 총량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화에서 느낀 절정(긍정적 절정과 부정적 절정)과 마지막(일화의 마지막에 느낀 정서)의 평균을 평가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먼저 긍정적 절정과 부정적 절정이 일화에 대한 평가에 중요한 이유는 이 두 가지 절정의 사건은 사람들에서 자주 되뇌기(rehearsal)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든 사건을 다 되뇌기하는 것이 아니라, 절정에 있었던 사건을 자주 되뇌기한다. 다음으로 일화의 마지막이 평가에 중요한 이유는 마지막에 대한 기억의 최신효과(recency effect)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화의 중간에 있었던 사건보다는 일화의 마지막에 있었던 최신의 사건을 잘 기억한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은 기억에서 자주 되뇌기하는 절정(peak)과 다른 사건들보다 생생하게 남아있는 대미(end)의 평균을 특정 일화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반영한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경험의 총량이 아니라, 경험의 절정과 대미의 평균을 일화에 대한 평가에 반영하는 것을 ‘절정-대미 효과(peak-end effect)’ 혹은 ‘절정-대미 규칙(peak-end rule)’이라고 이름 붙였다. 또한 경험의 총량, 즉 고통이 지속된 기간은 무시한다는 측면에 대해서는 ‘지속 무시(duration neglect)’ 현상이라고 명명하였다.
*더 알고 싶다면,
Redelmeier, D. A., & Kahneman, D. (1996). Patients’ memories of painful medical treatments: Real-time and retrospective evaluations of two minimally invasive procedures. Pain, 66(1), 3-8.
https://doi.org/10.1016/0304-3959(96)029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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