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1월 26일(토) 행복연구센터 제16기 교사행복대학 5차 교육 열려
| 최인철 교수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 최종안 교수님, “파편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길”
2022년 11월 26일 토요일 9시,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사범대학교육연수원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제16기 교사행복대학의 다섯 번째 교육이 열렸다. 최인철 교수님의 굿라이프 심리학 강의, 김경일 교수님의 명사초청 특강, 최종안 교수님의 사회 심리학 강의, 그리고 실천 팀프로젝트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번 시간에는 5차까지 이어진 교육기간 동안 서로 친해지시고, 특히 인등산 워크샵을 통해 부쩍 가까워지신 선생님들이 강연 전후로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추운 날씨에 아침부터 강의실에 오느라 힘들진 않았는지, 오늘 어떤 강연이 특히 기대되는지 등 오고 가는 선생님들의 이야기 속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첫 번째 시간인 굿라이프 심리학 강연은 행복에 관한 한 가지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행복한 나라로 이민 가면 행복할까요?’ 최인철 교수님은 이 질문은 사실 행복에 어떤 것이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라며, “행복은 마음이나 유전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똑같을 것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지만, 이번 학기 강의 내내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행복에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고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근거해서 조언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씀하였다. 이후에는 이를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연구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자신이 속한 문화권에 따라 자존감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 연구, 출신 국가와 상관없이 이민자의 행복 수준이 현재 살고있는 나라의 행복 수준과 비슷하게 나타난 연구 등은 환경이 행복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었다. 교수님은 이를 교실에 적용해보면, 교실의 환경이 어떻냐에 따라 학생들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도 말씀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환경이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가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질문이었다. 강연에서는 ‘문화’에 집중하여 이를 살펴보았다. 첫째, 비교하는 문화가 강한 환경은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 수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로, 한국과 같이 엄격한 규범이 있는 문화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타인의 행동 범위를 매우 좁게 설정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행복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 번째로,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화적 차이였다. 개인주의적 문화에서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자신은 대부분 만족스러운 존재이지만, 집단주의적 문화에서 개인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욕구가 생각을 지배하면서 자신을 영원히 부족한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성취를 인정해주기보다 늘 다음에 더 잘할 것을 강조하지 않냐는 교수님의 지적에 선생님들의 표정에 고민이 엿보이기도 했다.
김경일 교수님을 모시고 진행한 명사초청 특강은 강연 시작 전부터 TV에서만 보던 분을 직접 뵙게 된다며 기대에 찬 선생님들의 설렘으로 강의실이 술렁였다. 사인과 사진 요청도 줄지어 이어졌다.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관심 속에서, 인지 심리학자로 자신을 소개하신 김경일 교수님은 팬데믹 시대에 교육 현장에서 애쓰신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강연을 시작하였다. 교수님은 <슬기로운 교직원 생활: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말과 행동들>이라는 제목으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에 대해 소개하였다. 착각의 내용은 ‘나는 생각한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멀티태스킹 할 수 있다, 나는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정신력이 뛰어나다’ 였는데, 교수님은 이것들이 얼마나 말이 되지 않는지를 직접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교수님이 간단한 퀴즈와 예시 상황 등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면 선생님들이 그에 대한 대답을 하였는데, 놀랍게도 교수님의 말씀대로 착각으로 인한 오답이 쏟아졌다. 결국 강연의 끝에 갔을 땐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다, 즉 생각하는 일에 에너지를 아낀다, 인간은 모르고 있었다, 인간은 멀티태스킹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직전 경험의 노예다’ 등의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게 느껴졌다.
오후에 진행된 최종안 교수님의 사회 심리학 수업은 오늘이 마지막 강연이었다. 오늘은 ‘동조’와 ‘복종’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이 시작되었다. 동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행동 양식이 있음에도, 집단에 영향을 받아 행동이나 생각을 집단의 기준으로 맞추는 현상’을, 복종은 ‘권위자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의 속성은 아주 다르지만, 오늘 강연에서 파악할 수 있는 둘의 공통점은 바로 동조와 복종이 주변의 영향을 받아 매우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점이었다. 동조는 자신이 능력이 없거나 불확실하다고 느낄 때/ 집단에 최소한 세 명이 존재할 때/ 집단이 만장일치일 때/ 집단의 위상과 매력을 존중할 때/ 미리 어떤 반응할지 정하지 않았을 때/ 사회적 기준을 중시하는 문화일 때 더 잘 일어나고, 복종은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가까이 존재할 때/ 권위자가 합법적으로 지각할 때/ 저명한 기관이 권위자를 지지할 때/ 희생자가 몰개성 되어 있을 때/ 희생자와 물리적/심적 거리가 떨어져 있을 때/ 저항하는 모델이 없을 때 더 잘 일어난다.
최종안 교수님은 동조와 복종에 대해 설명한 뒤, 이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혐오와 차별이 팽배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변화시키기 위한 실마리를 찾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였다. 교수님은 혐오와 차별이 팽배한 현대 사회를 ‘모든 이가 조각나고 부서진 파편이자 파와 편으로 나뉘어 공감 대신 혐오하고 미워하는 현상’이 가득한 ‘파편사회’ 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올바른 사회적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교수님은 올바른 사회적 규범이 확산되면 잘못된 사회 규범에 동조하고 복종하는 사람들로 인해 차별과 혐오 행위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열변을 토하셨는데, 그 진정성이 선생님들의 마음에 가닿아 울림이 되고 있음이 느껴졌다. 강연 말미에는 특수학교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께서 장애인을 희화화하는 현상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지를 묻는 질문이 있었다. 교수님은 그에 대해 딱 한가지로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에 계속 공부하고 고민해나가는 중이라고 답변하였는데,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선생님들에게도 그런 굳은 의지가 느껴져서 희망이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실천 팀 프로젝트는 오늘 다섯 번째 교육이 마지막 시간이었다. A, B팀 모두 아쉬움을 안고 지난 활동을 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B팀의 마지막 시간은 오란주 선생님이 준비해오신 지난 세 시간을 돌아보는 영상으로 시작되었다. 추억이 되살아나는 영상 앞에서 선생님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영상을 본 후에는 가장 처음으로 돌아가, 팀 활동을 시작할 때 세웠던 다섯 가지 목표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공부하는 기쁨을 회복하기, 자신의 언어로 행복을 표현하기, 쉼이 되기, 행복을 배우고 가르치려는 뜻을 가진 동료 교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나의 행복을 위한 시간이 되기. 오란주 선생님은 이에 맞춰서 B팀의 관점 가꾸기 프로그램으로 요가, 명상, 독서토론 등이 진행되었다는 점도 상기시키며, “다섯 가지 중에 하나라도 얻어가신다면 행복 대학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B팀의 선생님들은 이에 큰 미소로 화답하며 많은 것을 얻어간다는 소감을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