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1일(토) 행복연구센터 제18기 교사행복대학 4차 교육 현장
| 최종안 교수님, “시간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간의 용처에 주목해야”
| 팀 프로젝트, 존중과 인정, 평화를 이야기하는 춤 ‘훌라’
2023년 11월 11일 토요일 9시 30분,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사범대학교육연수원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제18기 교사행복대학의 네 번째 교육이 열렸다. 이번 교육은 총 6회차의 행복대학 프로그램 중 네 번째 시간으로, 최인철 교수님의 빈자리를 든든하게 채워주신 강원대학교 최종안 교수님의 두 번의 강의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오순희 교수님의 특강, 그리고 실천 팀프로젝트 시간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시간은 최종안 교수님의 ‘행복의 조건: 시간’을 주제로 한 강의가 진행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공감할만한 시간 빈곤에 관한 이야기로 화두를 여셨는데, 시간 빈곤 상태의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낮은 행복감을 느끼는 등 행복과 시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보다 현격히 연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으셨다. 그럼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바쁜 것’은 뭘까? 교수님은 현대 사회의 사람들이 바쁘게 살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착각을 한다고, ‘바쁨’을 통해 지위의 상징을 얻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시간을 어떻게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에 선생님들이 공감을 보이셨다. 교수님이 소개해주신 연구에서는 같은 시간을 쓰더라도 기부나 봉사를 하는 조건에서 시간을 쓸 때 자신에게 더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대답한다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는데, 남을 돕기 위해서 시간을 쓰게 되면 시간이 더 여유롭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시간 빈곤에는 단순히 일의 바쁨이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일의 용처가 중요하다는 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성격’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요즘 학생들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 전체에 유행하는 mbti는 사실 비과학적인데, 성격은 mbti가 말하는 것과 같은 ‘카테고리’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문제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대신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소개해주셨는데, 과학적‧경험적으로 심리학자들이 구분한 성격의 차원은 개방성‧신경성‧친화성‧외향성‧성실성(Big 5)이라고 한다. 개방성은 특히 경험에 대한 개방성을 뜻하는데, 새로운 음식점이 생겼을 때 가봐야 한다는 사람과 기다려야 한다는 사람이 예시가 될 수 있다. 성실성은 질서와 규칙으로 이야기될 수 있으며, 성실성의 나이 효과는 학생들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성실성의 나이 효과란 나이가 들수록 성실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교사의 눈높이에서 학생들이 불성실해보이는 것은 어쩌면 사실 학생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외향성과 내향성은 스펙트럼이지만, 상대적으로 외향성인 사람들이 에너지 레벨이 높고, 자극의 역치가 높아 자극 추구 성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친화성이 높은 사람의 핵심은 공감 능력이 높단 것이다. 끝으로,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히 주목해야 하는 성격 특성은 ‘신경성’이다. 신경성은 ‘불안’ 지수가 높은 특징을 가지고, 예민하기 때문에 외부의 사건에 크게 반응한다. 이 다섯 개의 차원은 모두 독립적이라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도 학생들의 성격을 잘못 추측하는 것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시간엔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의 오순희 교수님을 모시고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타나는 ‘파우스트적인 것’>을 주제로 한 명사초청특강이 진행되었다. 교수님은 ‘파우스트의 본질은 끝없이 노력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소개하면서 강의를 시작하였다. 파우스트적 의미에서 노력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두가지 질문을 던진다 ‘나는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는가?’, ‘내가 노력하고 있는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파우스트의 작가인 괴테도 계속 노력하는 작가였다고 한다. 괴테의 파우스트 집필에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인 ‘주잔나 마르가레타 브란트 사건’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셨다. 브란트는 여관집에서 하녀로 일하다가 여관 손님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까지 하게 되지만 임신인 줄도 모르고 있다가,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아이가 사망하게 됐다는 이유로 영아 살해 혐의로 처형당한 인물이다. 재판에 참관한 괴테는 당대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처형에 찬성했는데, 이 사건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면서 20대에 시작해서 80대에 마무리한 작품이 파우스트이다. 책 뿐만 아니라 연극 등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 탄생한 유명한 작품이지만 자세한 설명을 들은 것은 선생님들 대부분이 처음이라 흥미로워하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서 파우스트의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주실 때는 말씀을 재밌게 해주시는 교수님 덕분에 연신 웃음이 터져나왔다. 결론적으로 파우스트는 죽도록 자기 일에 몰두하는 인간, 노력과 성취가 최고의 미덕, 인간의 이성과 기술로 자연을 제어할 수 있다고 믿는 근대적 주체 등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자연 개척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그 과정에서 필레몬과 바우키스처럼 죄없는 개인들을 희생시킨 자이다. 괴테는 이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교수님은 괴테가 19세기 초에 유행했던 기술발전, 유토피아적 공동체의 꿈이 자칫하면 전체주의 이데올로기로 변질될 가능성을 예고한 작품이라고 설명하였다. 덕분에 인물로부터 시작하지만 서양사회에 대한 반성의 관점에서 쓴 문학이라고 새롭게 파우스트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후에는 하루에 두 번의 강의를 하시게 되면서 조금 겸연쩍어하시는 최종안 교수님과 유쾌하게 사회심리학 수업을 시작하였다. 교육 현장에서도 많이 주목받고 있는 ‘자존감’ 이야기에 대한 선생님들의 반응이 특히 인상 깊게 느껴졌는데,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학생들의 자존감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존감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교수님은 자존감과 ‘나르시즘’을 구분하시며,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에 기반한 정확한 인식은 건강한 자존감이 될 수 있지만, 근거가 없는 상태로 자존감만 높아 보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하셨다. 또한, 학생들에게 무조건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학생이 객관적인 조건에서 보았을 때 가지고 있어야 할 자존감의 수준에 못미치는 것인지, 객관적으로 자존감이 없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건지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이때의 교사들의 역할은 학생들의 자존감‘거리’를 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팀 프로젝트 시간에는 A팀, B팀 모두 지난 회차에 인등산에 다녀오신 후 더 가까워지시게 되면서 보다 화기애애해진 분위기가 생생히 전달되었다. 은혜정 선생님이 이끄시는 팀은 ‘몸으로 표현하는 행복’을 주제로 문화예술창작연구소 ‘꽃들에게 희망을’ 연구소장 이승헌님과 함께 훌라춤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훌라는 존중과 인정, 평화를 이야기하는 춤이라고 한다. 춤의 의미가 뜻깊은 것과 더불어, 평소에 몸을 많이 못쓰시는 교사 분들이 꽃 목걸이를 걸고 웃으시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B팀은 ‘리마커블한 우리들’이라는 제목으로 지금까지의 반 활동 영상을 보면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이후에는 <프레임&긴긴밤> 독서토론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선생님들이 돌아가는 길이 편안하기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