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소, 교사 265명 대상으로 제53회 행복교육 기초워크숍 진행해
┃ 최인철 교수님, “행복을 만족과 감정의 일상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해”
┃ 강준호 교수님, “몸과 마음, 환경은 하나의 총체적인 단위로 이뤄져”
2023년 8월 9일, 행복을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 행복수업 프로젝트, ‘행복교육 기초워크숍’이 시작됐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사범연수교육원은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는 문구를 기반으로 기초워크숍을 주관했다. 제53회를 맞이한 행복교육 기초워크숍은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38동 520호)에서 8월 9일과 10일 양일간 진행된다. 행복교육 기초워크숍 1일 차는 행복 심리학 강의, 명사초청특강, 초중등 행복교과서 강의로 구성됐다.
무더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에서 선선한 가을로 접어드는 입추, 관악산 멀리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느끼며 총 265명의 교사가 행복교육 기초워크숍에 모였다. 워크숍은 9시 30분에 시작됐지만, 이른 오전부터 장내에는 제주도, 경상북도, 전라남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 간의 도란도란한 이야기꽃이 활짝 피어났다. 행복교과서와 행복연구소 히스토리북을 손에 든 교사들의 얼굴에는 기초워크숍을 통해 자신과 학생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행복을 배우고 실천하고 싶다는 설렘과 두근거림이 샘솟았다.
“왜 행복을 배워야 하는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행복연구센터장인 최인철 교수님은 ‘교사를 위한 행복 심리학’ 강의로 기초워크숍의 문을 여셨다. 행복은 물리적으로 보이는 실체가 아니며,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주관적 개념이다. 최인철 교수님은 행복을 마음의 고요함과 대비되는 순간의 들뜬 감정으로 치부하는 태도가 만드는 오해를 설명하셨다. 행복을 경험할 때 하위 감정을 측정한 결과, 행복은 마음의 고요함과 삶의 만족, 소소한 즐거움 모두를 포함했다. 행복을 성취의 방해물로 보는 사회 통념, 행복에 대한 유전적 결정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행복이 선망과 오해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에서 행복을 배울 필요성이 떠올랐다.
또 다른 이유는 행복과 관련된 지식이 진화한다는 점이다. 2010년까지는 돈이 일정 수준(연 $7,500)을 넘어서면 긍정적 감정에 큰 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21년 연구에서 사람들의 감정 정도를 고려한 결과, 돈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더라도 여전히 긍정적 감정에 큰 정적 영향을 미쳤다. 자칫 ‘돈이 많을수록 행복하다’는 고정된 명제가 형성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인철 교수님은 “행복과 돈의 상관관계를 인과적 개념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새로운 연구를 수용하되 유연하게 이용해야 함을 강조하셨다. 정확하고 체계적인 행복연구를 통해 지식이 변화함에 따라, 행복을 과학적으로 배워야 하는 이유를 지적한 셈이다.
만족과 행복의 차이는 무엇일까. 최인철 교수님은 그를 구분하며 행복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추구하셨다. 회고적인 판단에 기초하며, 개인의 생각에서 비롯되는 만족과 달리 행복은 인지적인 만족과 감정의 다차원적 개념으로 구성된다. 현재 상황을 돌아보며 느끼는 만족감, 숲을 거닐면서 느끼는 감정의 균형, 부정적 감정 대신 긍정적 감정의 일상적 향유 모두 행복이 될 수 있었다. ‘좋은 일이 우연히 일어난다’는 행복(幸福)의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행복은 꾸준히 쌓아온 좋은 일상과 생활을 통해 충족될 수 있는 쾌족(快足), 흡족(洽足)의 개념이었다. 현실과 멀리 떨어져보이는 막연한 행복이 ‘자기 삶을 사랑하는 정도’라는 표현을 통해 일상에 녹아드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가?” 이어서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이자 사범대학 학장인 강준호 교수님의 ‘행복한 몸’ 특강이 이뤄졌다. 강준호 교수님은 인공지능 시대에서 인간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질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셨다. 몸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인간과 삶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뇌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그 예시였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의식은 네 가지 신경계를 통해 인간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 따라 뇌의 산출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세기 말 연구에 따르면 의식은 몸이 사회적, 물리적 환경과 결합해 상호작용한 결과였다. 몸과 마음, 환경을 한 단위로 보는 새로운 관점이었다.
체화된 인지 개념에 따라 마음을 몸과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강준호 교수님은 “몸이란 이 직전까지 내가 경험했던 모든 시간을 축적해놓은 실체”라며 몸을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주체이자 객체로 설명하셨다. ‘웃으니 즐겁다’, ‘즐거우니 웃는다’라는 문장이 모두 성립할 수 있는 것처럼 몸과 마음을 동시에 개선하는 양방향의 교육이 필요했다. 강준호 교수님은 정신과 신체가 혼재된 실존적 인간관을 통한 몸 기반 학습의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하셨다. 인간만이 할 수 있고, 인간만이 해야 하는 교육의 해답은 learning by doing이었다. 인공지능 시대에 교사와 학생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던 교사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새어나왔다.
몸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강준호 교수님은 고통 없는 몸, 활력있는 몸, 행복한 몸의 세 단계를 소개하며 공통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운동을 꼽으셨다. 운동은 정신과 신체를 연결해주며 생명력을 불어넣고 지적 역량을 강화한다. 궁극적 지향인 행복한 몸은 자신의 몸을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움직여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몸이다. 자유의지를 통한 성취는 자신의 생명력과 존재의 충만감을 느끼도록 한다. “몸의 감각을 깨우거나 몸을 능동적으로 움직이면서 행복한 몸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강준호 교수님은 일상적 경험을 통해 행복한 몸과 마음이 충분히 도달 가능함을 강조하셨다.
1일 차 마지막 시간은 초중등 분반의 행복교과서 강의로 구성됐다. 워크숍이 끝나간다는 아쉬움과 특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교사들의 기대감이 초중등 분반의 강의실 내부를 가득 채웠다. 중등 교사 분반은 강원대학교 심리학과 최종안 교수님의 ‘중등 행복교과서의 구성’ 강의로 진행됐다. 행복에 대한 과학적 지식, 지속 가능한 행복 증진 방법들의 내용이 담긴 행복교과서는 학생을 행복의 주체로 여기며, 노력을 통해 축적되는 행복을 목적으로 한다.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누구와’의 단원으로 나뉘며 관점 바꾸기, 감사하기, 목표 세우기 등의 방안을 포함한다. “행복은 마음에 달려있다”는 최종안 교수님의 직관적인 설명은 일상적 경험 속에서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2일차
┃ 최인철 교수님,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의 밀접한 관계가 행복에 중요해”
┃ 이지선 교수님, “외상에 저항하고 자신을 수용하면서 마음을 재구성할 수 있어”
“행복한 사람의 삶은 어떠한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행복을 찾을 수 있는가?” 행복에 관한 물음을 가지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265명의 교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2023년 8월 10일,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사범연수교육원이 개최한 ‘행복교육 기초워크숍’ 2일 차가 시작됐다. 제53회 행복교육 기초워크숍은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38동 520호)에서 8월 9일과 10일 양일간 진행된다. 행복교육 기초워크숍 2일 차는 명사초청특강, 행복 심리학 강의, 학년별 행복수업 사례 강의로 구성됐다.
흰 구름이 낀 이른 아침부터 장내는 어제의 교육 내용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교사로 북적거렸다. 곧이어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행복연구센터장인 최인철 교수님이 초청된 명사를 소개하시자 한순간에 장내의 이목이 쏠렸다. “인생의 불행과 역경을 마주했을 때 굳건한 태도로 극복한 분입니다.” 최인철 교수님의 소개로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이지선 교수님이 천천히 단상에 오르시자 교사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대학 도서관에서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자의 사고를 만나 3도 화상을 입은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 이지선 교수님께서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지선 교수님께서는 담담하게 자기 삶의 과정을 풀어냈다. 교통사고 이전 자신의 일상, 교통사고 이후 응급실에서 임종 준비를 했던 사실, 표피 이식을 한 후 거울을 볼 때마다 깜짝 놀랐던 경험, 그리고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된 과정을 전하는 말이 장내를 울렸다. 교사들의 표정에는 동정도 연민도 아닌, 삶의 역경을 이겨낸 이지선 교수님에 대한 순전한 감탄과 감동만이 드러났다. 그 순간 이지선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저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주저앉고 움츠러들 때마다 살게 하는 주변인들의 말이 있었어요. 그런 날마다 다정하게 구원해주는 따뜻한 손길 말이에요.” 어려움을 나누고 힘을 주고받는 공동체의 힘을 믿는 이지선 교수님의 목소리는 강인하고 확고했다.
개인적 경험은 화상 경험자의 지지체계에 대한 학문적 관심까지 이어졌다. 화상 경험자를 연구한 결과, 연구 대상자들은 외상을 겪은 후 회복 과정 중에서 외상 이전의 수준을 넘어서는 긍정적 변화를 경험했다. 이전에는 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 일을 하게 되고, 관계 속에서 느끼는 기쁨이 늘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요인들의 중요성을 깨닫고 소소한 일상을 충분히 만족하고 감사했다. 이지선 박사는 “예측할 수 없는 외상은 분명히 신체적·심리적 타격을 입히나, 인간은 불행으로부터 좋은 것을 이끌어내는 힘 역시 보유합니다”라고 말하며 의도적 반추, 감정의 표현, 사회적 지지를 통해 외상후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강의가 끝난 후 교사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교사는 희귀 난치 질환을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며 “겪어온 아픔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떨쳐내셨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지선 교수님은 “울 만큼 울어야 합니다”며 공감 어린 조언을 하셨다. 충분히 애도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극복의 기반이 된다는 의미다. 다른 교사는 “감정을 잘 표현할 방법은 무엇인가요?”라며 물었다. 교사가 본인의 아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실태에 따른 질문이었다. 이지선 교수님께서는 자기표현의 중요성을 말했다. 감정을 언어화하고, 안전한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는 경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픔을 겪은 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요?” 마지막 질문에는 “여럿이 있을 때는 똑같이 대하나, 일대일로 마주할 때 환대의 경험을 제공하길 바랍니다”고 말했다. 학생이 한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해 교사가 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이야기하며 강의가 마무리됐다.
뒤이어 최인철 교수님의 ‘교사를 위한 행복 심리학’ 강의 2부가 진행됐다. 최인철 교수님은 PWB(Psychological Well-Being)의 주관적 안녕감을 중심으로 행복의 개념을 설명하시며, 인간에 동기에 대한 자기결정이론을 소개했다. 자기결정이론은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내적인 욕구에 관하며, 자신이 세상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 타인과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느낌,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느낌을 포함한다. 최인철 교수님께서는 “현실을 바꾸지 않고 기분만 바꾸려는 태도는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숙고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사고를 당하면 행복하다’는 오해 역시 바로잡았다. 과거 연구에서 복권 당첨자, 일반인, 사고를 당한 사람의 행복을 비교한 결과 사고를 당한 사람의 행복이 일반인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그러나 연구자가 사고를 당한 사람의 평균 행복이 전체 연구대상자의 중간값보다 높다는 점에 주목하며, 잘못된 결론이 도출됐다. 최인철 교수님은 “사고를 당한 사람이 미래에는 행복해질 수 있음은 사실이지만, 사고를 당한 그 즉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정하셨다. 앞서 이지선 교수님께서 “사고를 당했을 때 행복하지는 않았어요. 그 후 사고를 수용하고 재구성하면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었던 거죠”라 말씀하신 내용과 동일하다.
행복은 주어진 삶의 조건에 대한 함수며, 그 조건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반응이다. 최인철 교수님은 행복을 위해 내면만을 중시하는 운명론적 사고의 오류를 지적하셨다. 최 교수님은 “외부 환경을 정비해야 하는 필요성을 경시하는 태도가 남아있다”라며 외부적 삶의 조건과 내적 반응을 유연하게 결합하는 자세를 역설하셨다. 집중하려면 집중하려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교육하려면 교육하려는 환경을 형성해야 하는 것처럼 행복할 수 있는 상황 자체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행복하기 위해 내면을 정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던 일부 교사들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행복을 위해 어떤 교실을 만들어야 할까?’라는 새로운 고민이 생겨났다.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답 중 하나는 행복한 교실을 만들기 위한 행복 수업이었다.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의료관리학연구소 김주현 교수님은 ‘아동 청소년 행복 프로젝트’를 주제로 행복 수업 효과성 연구 결과를 공유하셨다. 김주현 교수님께서는 행복 수업에 참여하기 전과 후 학생들의 행복과 심리적 요인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살폈다. 행복 수업에 참여한 학생의 경우, 자기주장에 대한 사회성이 강화됐으며 코로나19와 관련된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늘었다. 친구 관계 유지에 대한 어려움은 여전했지만, 이전보다 학업에 몰입하며 일상에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김 교수님은 ‘학급 단위의 행복 상태 디지털 모니터링’의 목표를 밝히며 강의를 마무리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