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반응방지, 그리고 차별적 강화
처벌(punishment)이란 어떤 자극의 출현 혹은 제거로 인해 행동의 감소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리를 계속 떠는 누군가가 다리를 심하게 떨 때마다 허벅지를 ‘찰싹’ 때렸는데, 그 결과 다리 떠는 것이 감소했다면, ‘찰싹’ 때리는 행동은 처벌로 작용한 것이다(정적 처벌: 자극의 제시로 인한 행동 감소).
또한 실적을 채우지 못한 사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삭감한다면, 근무시간 중에 근무와 관련 없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감소하는데, 이것은 ‘인센티브의 삭감’이 처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부적 처벌: 자극의 제거에 기인한 행동 감소).
이러한 부적 처벌의 효과는 직장인들에게 상당히 강력하다. 경제학자 롤런드 프라이어 Roland Fryer가 이끄는 팀이 연구한 결과, 교사에게 학생의 성적이 오르면 임금을 올려준다고 해도 학생 성적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학기 초에 교사들에게 일괄적으로 일정액을 주고, 학생의 성적이 일정한 목표치에 미달하면 그 돈을 회수하겠다고 하자 학생의 성적이 획기적으로 올랐다(Fryer et al., 2012). 그러나 과연 돈을 회수하겠다는 압박을 받은 교사가 행복했을까? 또 이런 일을 당한 회사원들은 행복할까?
처벌은 신속하고 강력한 수단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처벌에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어야 할 잠재적 문제점들이 존재한다(Delprato, 1995; Sidman, 1999; 2001). 대표적으로 처벌은 도피 행동, 공격성 유발, 무관심과 무기력, 학대 가능성 증가, 그리고 처벌자에 대한 모방이라는 문제점을 유발할 수 있다.
먼저 처벌은 처벌의 근원으로부터 도피하려는 행동을 강화한다. 부모로부터 처벌을 받으면 부모를 멀리하게 되고, 선생님으로부터 처벌을 받으면 선생님과 학교를 멀리하게 된다. 또한 처벌은 상황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기술을 발달시킨다. 숙제를 안해 온 사람에게 처벌을 하게 되면, 숙제와 관련 없는 행동을 줄이고 숙제를 해올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숙제를 안해온 것에 대한 변명거리를 말함으로써 그 상황을 모면하려는 행동을 증가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숙제한 걸 개가 씹어 먹어버렸어요.”라는 말을 하거나, “배탈이 났었어요”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도피 기술이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게 해준다면, 이때부터 이 행동은 강화를 받는다. 즉 처벌의 효과 없이 도피행동만 강화한 셈이다. 실상 더 큰 문제는 처벌의 충격이 너무 강력하여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도피’하는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처벌은 공격적 행동을 강화할 수 있다. 처벌한 사람에 대한 공격적 말 혹은 행동은 처벌을 피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특히 처벌의 근원으로부터 물리적으로 도피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그 상황을 가장 확실하게 모면할 수 있는 방법은 공격 행동이다. 선생님께 처벌받은 학생이 오히려 선생님께 대든다거나, 부모에게 대드는 행동은 선생님과 부모로 하여금 처벌을 못하도록 억제한다. 그런데 만약 처벌의 근원이 너무 강력한 존재라서(회사의 사장님이나, 회장님처럼) 감히 공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전위된 공격성(displace aggression)이다. 전위된 공격성은 처벌의 근원에게 공격행동을 하지 못할 때, 다른 대상(사람, 사물)에 화풀이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선생님께 혼이 난 아니가 집에 와서 엄마에게 화를 낸다거나, 직장에서 꾸중을 들은 회사원이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화를 낸다거나, 친구에게 무시를 당한 학생이 집에 와서 반려동물을 때린다거나, 그것도 안될 때는 벽을 치거나 자해를 한다.
처벌의 부작용 세 번째는 행동이 전반적으로 무기력해 지는 것이다. 무기력은 도피와 공격 모두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하기 쉽다. 이것이 지속되면 주요 우울장애 혹은 화병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무기력이 지속되어 주요 우울장애가 되면, 다음의 9가지 증상 중 다섯 가지 이상이 나타난다.
1) 지속적으로 우울한 기분
2) 일상 활동에 흥미가 없음
3) 식욕이 없음
4) 불면증
5) 정신운동성 지체(생각이나 움직임이 느림, 민첩하지 못함)
6) 활기가 없음
7) 무가치감과 죄책감
8) 사고력과 집중력 저하
9) 자살에 관한 생각 또는 행동
처벌의 네 번째 문제는 학대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체벌이 사용됨으로써 골절, 혈관 파열, 혈종, 근육과 신경 손상, 척수 손상뿐 아니라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 가정에서도 부모가 아동을 학대하여 턱을 부러뜨리거나, 귀싸대기를 때려 고막이 터지거나, 아이가 운다고 흔들다가 아이가 뇌손상을 초래한 사래들이 있다.
처벌의 마지막 문제점은 처벌자를 모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처벌에 많이 의존하면 그 아이들도 자기 형제나 친구를 대할 때 처벌에 의존하게 된다. 또 이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배우자에게 처벌을 사용하게 되고, 부모가 되면 자식들을 처벌에 의존하여 키우게 된다. 마찬가지로 직장의 관리자들이 중간관리자들에게 처벌을 사용하면 중간 관리자들은 직원들에게 처벌을 사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부정적인 효과가 있는 처벌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잘 알려진 처벌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인 반응방지와 차별적 강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반응방지(response prevention)는 환경을 수정함으로써 부정적 결과를 유발하는 행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보로 내려오는 도자기가 있다고 하자. 이것을 어린 아이가 만질 수 있는 위치에 두고, 어린 아이가 이 도자기를 만지다가 떨어뜨려서 깨트리면 어린 아이가 다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신체적 손상 및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아이가 이것을 만지려고 할 때마다 조부모 혹은 부모는 아이를 다그치거나 처벌을 가한다면 어리석은 행동이다. 처음부터 아이가 만질 수 없는 곳에 두는 것이 지혜로우며, 이것이 바로 반응방지 기법이다. 총기나, 독극물, 술 등도 마찬가지로 조치함으로써 반응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모두에게 유익하다.
다음으로 차별적 강화(differential reinforcement)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는 무시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김치를 먹게 하고 싶다면, 소시지를 먹었을 때는 무시하고, 김치를 먹게 할 때만 칭찬할 수 있다(대안행동 차별강화, differential reinforcement of alternative behavior). 또한 손톱을 자꾸 물어뜯는 아이에게는 손톱 뜯는 것은 무시하고, 손톱 뜯는 것과 양립할 수 없는 행동, 예를 들어 글씨 연습을 한다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은 행동은 칭찬할 수 있다(상반행동 차별강화, differential reinforcement of incompatible behavior). 끝으로 계속 소리를 지르는 아이가 있을 때, 소리를 3분 동안 지르지 않았다면, ‘아까보다 소리를 덜 질렀네. 잘했다.’라고 칭찬하고, 그 후에 5분 동안 지르지 않았다면, ‘아까보다 더 소리를 덜 질렀네. 잘했다.’라고 칭찬하고, 그 후에는 10분, 20분 이렇게 소리를 지르지 않을 때 칭찬하다보면, 어느 순간 행동을 소거할 수 있다(저율 차별강화, differential reinforcement of low rate).
*더 알고 싶다면,
Delprato, D. J. (1995). Beyond murray sidman’s coercion and its fallout. The Psychological Record, 45(3), 339-347.
https://search.proquest.com/docview/1301217189?pq-origsite=gscholar
Fryer, Jr. R. G., Levitt, S. D., List, J., & Sadoff, S. (2012). Enhancing the efficacy of teacher incentives through loss aversion: A field experiment (No. 18237).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Inc.
http://www.nber.org/papers/w18237
LaVigna, G. W., & Donnellan, A. M. (1986). Alternatives to punishment: Solving behavior problems with non-aversive strategies. New York, NY: Irvington Publishers, Inc.
Radloff, L. S. (1991). The use of the center for epidemiologic studies depression scale in adolescents and young adults. Journal of Youth and Adolescence, 20(2), 149-166.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BF01537606
Sidman, M. (1999). Coercion in educational settings. Behaviour Change, 16(2), 79-88.
Sidman, M. (2000). Coercion and its fallout. Boston, MA: Authors Cooperative.